스터디 :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다
1차 GL 자컾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랫동안 후유키 쿄코가 고민하는 것이었다. 가족 간의 애정도, 친구 간의 애정도, 무엇이든 전부 ‘사랑’이라는 명칭으로 부른다면, 과연 책에서 흔히 나오는 ‘진정한 사랑’이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혹은, 그렇기 불리울 정도로 특별한 감정은 없는 것일까.
부모님의 방침으로 밖으로 나가 타인과 접할 기회가 한정되어 있던 쿄코는, 사람과 소통할 때 필요한 대인기술은 물론, 사람이 가지는 감정에 대한 이해도 떨어졌다. 그녀 본인도 그러한 단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기회가 생기는 족족 타인을 관찰하면서 필요한 지식을 쌓았다. 하지만, 다른 건 전부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가지, 사랑에 대해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동화책을 자주 읽었다. 원래부터 판타지 계열의 책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도 제 고향인 일본에서 지내고 있을 여동생이, 매번 그녀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댔기 때문이다. 당시 동생은 무척이나 어렸기에, 쿄코가 읽어줄 수 있는 것은 공주님과 왕자님이 나오는 어린이용 동화였고, 그러한 류의 책에서는 언제나 공주와 왕자는 진정한 사랑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나갔다.
저주도, 그 어떤 고난도 이겨내는 그 ‘사랑’이, 쿄코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리고 아직 미지에 쌓인 그 감정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자리아는 책가방을 매고 시원한 강의실을 뒤로 했다. 대학 건물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공기가 그녀를 맞이하니,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실감이 났다. 쨍쨍한 햇빛을 피해, 그늘을 찾아 길을 걸어가던 그때, 그녀의 눈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
햇빛을 그대로 반사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백색 머리. 그 사이로 엿보이는 붉은 루비와 같은 눈동자. 어딘가의 귀한 자녀임을 외치고 있는 듯한 고운 피부. 이 대학교에서 이만큼 아름답고 우아한 자태를 가진 사람은, 자리아가 아는 한,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목소리에 확신을 담아 그 이름을 불렀다.
“Hey, 쿄코! 쿄코도 강의가 끝난 건가요?”
“좋은 오후네요, 자리아. 아뇨, 조금 일찍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인형 같은 미소로 자리아를 반기며, 그녀는 말했다. 자리아는 그녀의 이 미소가 조금 마음에 걸릴 때가 있었다. 자리아는 어릴 때부터 주변을 계속 관찰하면서 자라왔다. 그렇기에 타인의 감정을 잡아내는 건 그녀의 특기 중 하나였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 쿄코가 누구에게나 보여주는 예쁘고 정석적인 미소는, 그저 쿄코가 사람을 대할 때 만드는, 깊은 의미가 없는 보여주기 위한 미소처럼 보였다.
“쿄코, 곧 종강이죠? 여름 방학에 나랑 바다에 가지 않을래요? 가서 신나게 놀아요!”
자리아는 쿄코의 진실한 미소가 보고 싶었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보여주는 위조적인 웃음이 아닌, 마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을. 그렇기에 자리아는 항상 쿄코에게 이러한 제안을 했다. 그녀가 시간이 생길 때마다 카페나 레스토랑, 놀이공원에 데려갔다. 분명 즐거운 공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름다운 쿄코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자리아의 궁금증에서 시작된, 아직 쿄코는 알지 못하는 그녀의 애정이었다. 학교가 시작하고, 쿄코와 같은 강의를 듣게 된 그 순간부터, 아마 자리아는 그녀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된 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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