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메이 챕스틱 챌린지는?

"진짜 하실 거에요?"

"응, 할 거야."

콜린은 대체 이 사장님은 어디서 이런 걸 찾아왔나 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메이든이 오늘 아침부터 콜린한테 보낸 카톡은 어떤 영상의 링크였다. 챕스틱 챌린지. 이름부터 이상하다. 대체 이게 뭐 하는 건지 의문인 얼굴로 콜린은 영상을 켰다. 사장님, 이건 스킨십 노리고 만든 게임이잖아요.

"안 할 거야?"

"…꼭 이거 아니어도 시키시면 뽀뽀할텐데요."

"그게 중요한 거 아니야. 너 끝까지 안 봤지."

콜린은 그 말을 듣고서 '뭐가 더 있나…' 하는 얼굴로 영상을 넘겨 봤다. 이 이상한 요즘 놀이의 핵심은 맞추는 것에 있었다. 틀리면 옷을 벗는 벌칙도 있었다. 하아, 사장님. 이걸 어떻게 사무실에서 해요.

"왜 그렇게 쳐다 봐?"

"설마 지금 하자는 건 아니죠?"

"지금 할 건데."

"사장님, 여기 회사에요."

"알고 있어."

"알고 있어요?"

"응."

뭐가 그렇게 태연한 걸까. 메이든은 당연한 이야길 들었다는 반응이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말로 뱉지 못한 태클이 입 안을 멤돌았다.

"싫어?"

"싫은 게 문제가 아니라…"

"회사라서 그래?"

"네, 알고 계셨네요."

"그게 문제라면 자리를 옮기자."

"사장님, 지금 일하는 시간이에요."

"내가 사장이니까 상관 없잖아."

"회장님 계시잖아요."

그 말에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마주한 메이든이 고개를 푹 숙였다. 알았어. 짧게 대답하고서는 제 자리로 돌아갔다. 사무실의 검은 의자에 몸을 턱 맡기고 축 늘어졌다. 메이든이 단단히 실망했다는 것은 보면 알 수 있었다. 콜린은 메이든을 보다가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이따 끝나고 할게요."

"정말?"

"네, 정말이에요."

"그럼 나랑 같이 가야 겠네."

"네, 사장님 자취방 갈게요."

말이 자취방이지, 실상은 5인가구 한 채가 살아도 문제가 없는 넓은 아파트였다. 메이든은 그곳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아버지와 마주치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 정말이지, 어른다운 구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사장님이었다. 콜린은 어린 상사를 보며 생각했다.

"가끔 보면, 사장님은 도련님 같아요."

"도련님?"

"네. 귀족 도련님이요."

"뭐야, 그게. 좋은 뜻이야?"

"음, 글쎄요."

"그냥 어린애 같다는 거 아니야?"

"그럴지도요."

"그럼 좋은 뜻 아니잖아."

"하하, 그렇네요."

메이든은 콜린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얌전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결재해야 할 서류들을 살펴봤다. 그 모습을 보고서 콜린은 작게 웃으며 옆으로 다가갔다.

"오늘까지 결재해주셔야 하는 건 이쪽이에요."

"알겠어. 넌 일할 때 보면 너무 정 없이 해."

"일은 일이고, 사생활은 사생활이잖아요."

"넌 내 연인이잖아."

대빨 튀어나온 입이 불만을 드러냈다. 콜린은 오늘의 업무가 끝나면 저 불툭 튀어나온 사랑스러운 입을 핥아야 했다. 연인의 투정이라고 생각하니, 상사처럼 들리지 않는 것은 조금 곤란했다. 하지만 문제는 메이든에게도 있었다. 그가 그다지 권위적인 상사가 아니기도 했고, 그는 실제로도 콜린보다 어렸다. 나이 면에서나, 성격 면에서나. 아이 같은 구석이 다분한 그가 콜린의 눈에 상사답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흠, 그럼 오늘 일 무사히 마치면 그냥 뽀뽀해줘."

"알겠어요. 일 열심히 하면요."

"응…."

그렇게, 메이든은 일에 몰두했다.

_

"나 잠깐, 드를 데가 있어."

그리고 쪼르르 사라진 메이든은 잠시 후에 종이백 안에 무언가를 잔뜩 담아왔다. 올리브일이라 적힌 종이백은 온갖 립스틱이나 틴트, 립밤으로 가득했다. 사장님, 설마 이걸 다 쓰려고요? 하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으면 메이든은 빙긋 웃었다.

"맞춰야 하잖아. 당연히 여러 개 있어야 맞추지."

"이 많은 걸 어떻게 처분하시려고요."

"처분을 왜 해? 앞으로도 너랑 키스할 때 쓰면 되잖아. …립스틱 바른 입술은 싫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자국이 남잖아요."

"응. 그게 좋은 건데."

"회사에서 곤란해질 겁니다."

"대신 질투할 일은 안 생기겠지."

"사장님, 질투하셨었어요?"

"바보야."

제대로 된 대답은 하지 않은 채, 혀를 메롱 하는 메이든을 보며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애 같으실까. 그저 한숨만 나왔다. 메이든은 곧바로 틴트를 발랐다. 입술이 제법 붉은 빛을 띄며 번들거렸다.

"얌전히 있어."

"…여기에 보니까 핥아야 하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핥아봐."

제법 도발적으로 턱을 살짝 내민 메이든의 턱을 잡으면, 키스해도 된다는 얼굴로 눈을 살포시 감는 그였다. 콜린은 챕스틱 챌린지는 모르겠고, 사랑스럽다고 느낀 제 연인을 귀여워해주면 안 될까 같은 생각과 함께 인내심의 끈을 당겼다. 안 돼. 아직 바깥이야.

"무슨 맛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맛이 아니라, 향."

"무슨 향인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럼 옷 벗어."

여기서요? 정말요? 그런 눈빛으로 메이든을 쳐다보는 콜린은 보통 난감한 게 아니었다. 사장님, 이건 아니잖아요. 여긴 바깥이에요. 이러지 마세요. 그 눈빛을 보고 있자 메이든은 한숨을 한 번 푹 쉬더니, 말했다.

"알았어. 차에서 벗어."

"한숨 쉬고 싶은 건 저예요, 사장님."

"밖에선 메이든이라고 불러."

"…메이든."

히히, 응! 해맑게 웃는 그를 보면 정말이지 일할 때의 그와는 딴판이었다. 할 땐 잘만 하면서, 이렇게 어린애같고 사랑스럽게 굴 일인가.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콜린은 저의 생각을 고쳤다. 곤란한 사장님이야, 정말.

두 사람은 차로 들어섰다. 메이든의 차에는 운전기사가 있다는 이유로, 콜린의 차로 향했다. 애초에 이 차도 메이든이 선물해준 차였으니, 콜린의 차라고 부르기에는…

"자, 얼른 벗어."

"저… 역시 생각해봤는데요."

"뭔데."

"집에 가서 벗으면 안 될까요?"

"응. 안 돼!"

해맑게 웃는 메이든을 보며, 이 사장님 참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콜린이었다. 저게 귀여워 보여서 난감한 나는 어떻고.

그렇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차에서 상탈한 채로 운전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굉장히 이상했다. 변태 같았다고 해야 하나, 아니, 이상한 사람? 둘 다일지도 모른다. 둘 다가 확실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역시 안 돼요. 집 가면 대신 키스해줄게요."

콜린이 사회생활을 하며 터득한 것이 있다면, 상대에게는 당근을 하나 물어주며 거래를 청해야 먹힌다는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좋아하는 당근을. 메이든은 콜린에게 엄선된 당근을 받았다. 자, 이제 어쩔 것인가.

"오케이."

다행히도 거래는 성사되었다. 메이든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싱글벙글, 한껏 웃음기 어린 얼굴로 턱을 괴고 콜린을 바라봤다. 운전하는 콜린의 옆에 앉아서, 맑게 웃었다.

"사랑해."

메이든은 속으로 꿍꿍이를 꾸몄다. 그게 자세히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콜린은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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