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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Attractive

a poached egg by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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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챌피의 코드네임을 처음 알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비웃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거나. 브루스는 후자에 속했다. 사실 마틴 본인도 자신의 코드네임을 마냥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가끔은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마틴이 자신의 코드네임을 바꾸지 않고 계속 두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름의 재미가 있어서였다.


자, 마틴이 업무상 어떤 사람을 만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사실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실제로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 중 하나지만. 어느 카페 안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마틴을 발견하고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코드네임을 밝히기로 한다. 상대방이 먼저 자신의 코드네임을 밝힌다. 마틴이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마틴이 말할 차례이다. 코드네임을 말한다. Attractive. 마틴이 유심히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본다. 아, 아까 미처 하지 않은 말이 있다. 비웃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크게 두 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대놓고 마틴이 보는 앞에서 웃어대면서 재미있어하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겉으로는 웃음을 참고 대신 속으로만 실컷 재미있어하는 경우였다. 이 사람의 경우는 전자였다. 네? 하고 온 카페에 울릴 기세로 되묻더니, 어떻게 자기 코드네임을 그렇게 대충 정할 수 있느냐고, 이 일이 애들 장난인 줄 아냐고 하면서 대놓고 큭큭 웃는다. 그렇게 큭큭거리다 못해 이제는 대놓고 껄껄 웃기 시작하자, 몇몇 사람이 그 둘이 앉은 자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마틴은 그저 아까처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볼 뿐이다.


그가 도무지 웃음을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자, 마틴은 예의 그 미소를 유지하면서 그의 본명을 부른다. 돌연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마틴은 그의 본명뿐만 아니라 그가 사실은 어느 나라 출신인지, 그의 현재 거주지, 가족은 몇이나 있는지,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그가 사람들 앞에서 감추고 싶어 하는 비밀도 하나 말해준다. 이 사람의 경우는 근 몇 달간 이어져 왔던 외도 행각을 얼마 전에 아내에게 들키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뭐, 마틴이 그간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봐야 했던 온갖 적나라한 인간들의 치부 중에선 그래도 양호한 축이다.


상대방의 얼굴에서 이제는 핏기까지 빠져나간다. 마틴은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순간을 많이 봐 왔지만, 그래도 겪을 때마다 재미있는 걸 넘어서 마틴에게 어떤 우월감을 가져다준다는 걸 부정할 수가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탁자를 두들기던 그자의 두 손이 이제는 공포로 와들와들 떨린다. 아마 여기가 카페 안이 아니었더라면 멱살을 잡거나, 딴에는 마틴 모르게 허리춤에 숨겨둔 권총을 빼 들고 당장 쏴 버리려고 했으리라. 하지만 마틴은 여전히 여유롭다. 그는 노래라도 부르듯 나긋나긋하게 말한다. 자신의 진짜 능력은 사실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거기서 더 나아가 그것들을 조종하는 것이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그가 멈칫하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는 제발 자기 머릿속에서 나가달라고 부탁한다. 머릿속의 기밀이 빠져나간 것을 안 것이다. 말하는 꼴을 보아하니 의외로 상황 판단력은 나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는 게 문제지만. 기밀을 행여나 입 밖으로 말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공포에 질려서인지 작은 목소리로, 그러나 간절하게 호소하는 태도가 퍽 꼴사나웠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마틴은 어떻게든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려는 그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자, 끝났다. 헬리오스에 관한 중요한 정보들은 이제 전부 마틴의 수중에만 있다.


퍼뜩 잠이라도 자다 깨듯이 눈을 번쩍 뜨면서 어리둥절해하는 사내는 이내 자기 앞에 앉아있는 마틴을 응시한다. 제 코드네임은 Attractive입니다. 멍하니 듣던 사내가 정말이지 흥미로운 코드네임이군요, 하면서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감탄하는 사내에게 마틴은 별 말씀을요, 하면서 웃으며 너스레를 떠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마틴이 코드네임에 걸맞은 사람인 것만 같다고, 첫인상이 정말 좋다고 거듭 마틴을 칭찬하면서 마틴 몫의 커피 값까지 손수 냈다. 서로 코드네임만 주고받는 사무적인 관계일지언정 앞으로 서로 자주 연락하면서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두 사람은 기분 좋게 헤어졌다.


마틴 챌피는 자신의 코드네임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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