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

눈사람

헬리오스의 겨울

https://youtu.be/0IR3y7nB5CY?si=qgkX6KJhZgi5OHj0


데굴데굴, 샬럿은 꽤 커다란 눈덩이를 굴리고 있었다. 곧 자기 몸집만 한 것이 될 정도로 큰 눈덩이를 낑낑거리며 굴리는 것을 보니, 아주 아주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마를렌은 하얗게 쌓인 바닥을 보며 장식할만한 것들을 주워 모으고 있었다. 운 좋게 도토리 몇 개와 둥글게 생긴 돌, 부러져진 나무의 잔가지들을 얻어 기분 좋게 샬럿에게 다가가 보여주니 샬럿은 해맑게 웃으며 박수쳤다. 장갑을 끼고 있어 선명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샬럿은 이제 더는 굴릴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래진 눈덩이를 그대로 둔 채, 머리가 될만한 작은 눈덩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름 비율에 맞게 굴린 눈덩이를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마를렌과 샬럿은 머리가 될 눈덩이를 몸통이 되는 눈덩이 위로 얹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 아주 곤란해졌다.

“샬럿,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

샬럿은 고개를 기울였다. 마를렌은 샬럿의 손을 잡고 회사의 로비로 달려가 안내방송을 해달라는 말과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직원은 무척 당황스러워했다. 이 방송을 했다간 어린아이 장난에 어울려 회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이런 초롱초롱한 눈으로 보고 있는 샬럿과 마를렌을 모르는 척할 수도 없었다. 한참 갈등하고 있는 사이에서 우연히 지나가던 앨리셔와 루시가 분명 회사에 계신 분들도 분위기 전환이 될 것이라며 설득함과 동시에 부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얼른 마를렌과 샬럿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직원은 하는 수 없이 회사 내의 안내 방송을 켜주고 자리를 비켰다.

안내방송은 앨리셔의 상냥한 인사말로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앨리셔 캘런입니다. 이제 추운 겨울이 되었고, 올해를 마무리해가는 시점이네요. 다들 건강 유의하시고 올해를 멋지게 마무리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창 밖으로 올해의 하얀 첫눈이 내리고 있어요. 기념으로 샬럿과 마를렌이 회사 앞에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니,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부탁드리고 싶어요.”

뒤에서 작게 ‘부, 부탁드려요···.’ 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것을 들은 앨리셔의 작은 웃음소리와 함께 끝맺음 말을 회사에 울리던 라디오 같은 잔잔한 안내 방송은 끝이 났다. 훈훈한 내용에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일어나 창밖을 보며 스트레칭을 하거나, 도우러 가볼까~ 같은 사담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방송을 듣고 밖으로 달려 나간 다리오와 로라스는 샬럿의 키를 훌쩍 넘은 눈사람의 몸통과 마주했다. 이런 눈덩이를 저 작은 몸으로 굴렸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어 모두가 눈 오는 날이 즐겁길 바라서 그랬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읽혀, 기특한 기분에 다리오는 샬럿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이듯 쓰다듬었다. 

그 사이에 로라스는 몸통에 비해서는 작지만 그래도 꽤 큼지막한 눈덩이 들어 올려주었다. 눈사람의 모양은 갖추어졌지만 작은 키로 눈사람을 꾸밀 방도가 없던 샬럿이 모두의 사이에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곤란해하자 한 팔으로 다리오가 번쩍 품에 안았다. 

“이제 닿지?”

“네!”

조금 놀란 얼굴로 팔을 꼬옥- 잡고 있던 샬럿이 고개를 돌리자 눈사람의 얼굴 높이와 맞게 되었다. 샬럿이 다리오와 눈을 마주하더니 기쁜 미소를 보였다. 마를렌이 샬럿에게 하나씩, 하나씩 재료들을 건네주며 눈사람을 꾸미기 시작한다. 

동그란 돌로 된 눈, 나뭇가지로 된 일자 입, 몸통에는 도토리 단추, 모아다 준 것을 야무지게 사용해서 꾸민 눈사람은 그럴듯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허전한 목에 샬럿은 제 목도리를 매만지며 고민하다가 커다란 눈사람에게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목도리를 선물했다.

샬럿의 목이 허전해지자 다리오는 제 목도리를 풀어 꼼꼼히 둘러주었다. 하지만 샬럿은 그것을 다시 풀어 다리오와 제 목을 낑낑거리며 둘렀다. 중간이 크게 비어버렸지만 다리오는 이 귀여운 아이를 어쩌면 좋을지 몰라 서로 뺨을 맞대고 부볐다. 샬럿과 다리오는 아주아주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둘을 바라보는 로라스와 마를렌도 서로 웃으며 눈이 오는 날을 즐기고 있었다.

이후에 나온 헤나투도 아주 사랑스러운 인류가 피워낸 행복한 장면을 눈에 담아 기록했다.


카테고리
#기타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