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마르] 솔직해질 수 있는 온기
2820자. 부상 입은 바스티안 문병 간 마르티나(CP).
출처 | amy abrew
팔티잔 연합에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바스티안 소브차크가 부상을 입었다. 단체에 속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명의 젊은이였지만, 무기상인 그가 공수해오는 양질의 무기로 팔티잔의 비능력자들은 전투력을 크게 보강했고, 그의 빼어난 지략은 크고 작은 작전을 계획함에 있어 이미 수차례 큰 도움이 되었다. 간혹 표독스러운 언동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다정하고 사려 깊은 바스티안은 뛰어난 능력을 보이며 단기간에 팔티잔에서의 입지를 다져나갔다. 모두가 그를 아끼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인정했다. 유능한 젊은 인재의 부상 소식은 단체 내부에 빠르게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여러 이유로 바스티안을 염려했다.
"일어났네? 좀 어때?"
"난 괜찮아, 마르티나."
모두가 일어나기 전인 이른 시간, 바스티안이 반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찾아온 마르티나를 맞았다. 왼쪽 얼굴 전반에 둘러진 하얀 붕대가 그의 새까만 머리카락과 대조되어 이질적인 느낌을 풍겼다.
지난밤, 바스티안에게 상처를 입힌 팔티잔의 일원은 어린 소년이었다. 소년이 단체의 기밀 서류에 손을 대려던 것을 우연히 발견한 바스티안이 그를 추궁했고, 상부에 보고될 것을 두려워한 소년이 자신을 붙잡은 바스티안의 손길을 저항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능력을 사용했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소년에게 입은 상처를 붙잡고 신음하는 바스티안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흩뿌려진 그의 피는 곧 수많은 핏빛 발자국이 되어 바닥에 낭자하게 흔적을 남겼다. 왼쪽 눈을 크게 가로지르는 상처는 소동의 규모에 비해 너무도 컸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마르티나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바스티안보다 심하게 떨고 있는 소년에게 누구보다도 먼저 다가갔다. 바스티안에 대한 걱정을 잠시 뒤로할 수 있었던 건 동료들의 틈바구니에서 일순 눈을 마주친 그가 고개를 끄덕여줬기 때문이었다. 나는 괜찮으니 가봐. 바스티안이 그런 뜻으로 고갯짓을 한 거란 근거 없는 확신이 마르티나의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이게 했다.
"혹시 서운했던 건 아니지?"
"무슨 소리야. 날 위해서 그랬던 거잖아."
빠르게 바스티안으로부터 소년을 격리시킨 마르티나는 소년의 상태가 괜찮음을 확인하며 그를 진정시켰다. 가까스로 불안을 가라앉힌 소년은 더 이상 능력을 제어하지 못하지 않았다. 고갯짓만으로 마르티나를 배웅했던 바스티안은 그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었고 마르티나 또한 그랬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작전에서 합을 맞추며 바스티안과의 거리가 부쩍 좁아진 마르티나는 그에게 미안함을 품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미안해. 이해해 줘서 고마워."
"그렇게 미안하면, 상처에 약이나 발라줘."
그걸로 부채감을 깔끔하게 털어내라며 바스티안이 마르티나에게 웃어 보였다. 상처가 짓무르지 않게 잘 때는 붕대를 풀고 약을 발라야 한다던 의사의 처방을 읊으며, 바스티안이 얼굴에 감겨 있던 붕대를 풀어냈다. 그의 온몸에 가득한 이유 모를 상처들은 이미 메마른 흉터가 되어 바라보기에 어려움이 없었으나, 지난밤에 입은 열상은 아직까지도 붉은 기가 선명했다. 연고를 묻힌 손가락이 바스티안의 가장 큰 상처에 닿자 마르티나는 온 팔에 소름이 돋음을 느꼈다. 핏기 없는 눈꺼풀밖에는 보이는 게 없는데도, 심연을 닮은 푸른 눈동자가 흐르는 붉은 피에 젖은 광경을 마주했던 어제가 몇 초 전이었던 것 마냥 생생했다.
"무슨 생각 해?"
바스티안이 눈을 감고도 마르티나의 복잡한 표정을 본 것 같은 질문을 던졌다. 눈치가 좋은 그와 함께 활동한 게 벌써 몇 개월이니 새삼스레 놀랄 일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병원비가 부족했대."
소년을 꾀어낸 자의 배후는 소년조차 모르고 있었기에 당장에 파악할 수는 없었다. 팔티잔은 어려운 환경에 처한 단체의 일원에게 단체가 믿음을 주지 못 해 벌어진 이번 사건에 깊은 책임을 통감했고, 그에 대한 처분은 가벼운 징계로 마무리 지었다. 마르티나는 징계 기간 동안 소년을 돌볼 것을 자원했다. 자신이 어떤 짓을 저지른 건지 깨달은 소년은 마르티나 앞에서 거하게 통곡했고, 바스티안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상황이 어떠했든 바스티안에게 있어 그는 가해자이니, 마르티나는 소년의 사과 의사만을 담백하게 바스티안에게 전달했다. 당장에 상황이 풀릴 거라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다 못해 벗어난 바스티안의 싸늘한 반응에 마르티나는 우선 당황한 기색을 가라앉히는 데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한번 배신한 녀석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
"…너 가끔 되게 냉정해져."
"이게 틀린 말이야? 마르티나 넌 이런 데서 너무 물러. 그리고 무모해. 너까지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소년은 능력자였다. 첩자 행위의 적발에 대한 불안으로 능력을 제어하지 못해 사람을 헤쳤다. 공황에 빠진 능력자에게 섣불리 무기를 들이댈 수는 없었다. 이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 마르티나는 맨손을 내밀어 소년을 진정시켰다. 창을 들지 않은 그는 소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그의 떨림이 자신의 것보다 강함에 크게 안도했었다.
"널 믿어서 보내줬지만…. 아니, 나도 그땐 베인 상처가 아파서 제정신이 아니었지. 미친 짓이었어. 어떻게 널 혼자서…."
"바스티안."
"마르티나. 난…, 네가 다칠까 봐,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무서웠어."
"…걱정 끼쳐서 미안해."
"…너도 무서웠지?"
무서웠다. 지난밤의 그 순간만이 아니었다. 맨손에서 칼날을 만들어내는 능력자를 상대할 때도,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비능력자를 상대할 때도, 마르티나는 항상 두려워했다. 창을 쥐는 손에 들어가는 힘의 기반에는 공포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파벨은 이런 공감 못 해주지, 능력자니까. 이건 나밖에 못 해줘."
"…부정은 못 하겠네. 파벨 앞에선 그런 말 하지 마. 괜히 미안해해."
"그러니까, 내 앞에선 솔직해도 돼."
"거짓말 한 적은 없는데."
"말을 삼키기는 하잖아."
동경과 신뢰의 시선을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자신의 길을 믿어주고 함께 나아가는 사람들은 마르티나에게 있어 예나 지금이나 큰 힘이 되었다. 그러나 작은 고향 땅을 넘어 폴란드 전역으로 자신의 이름이 퍼질수록, 팔티잔의 정상을 향해 오르면 오를수록, 바스티안의 말마따나 말을 삼킬 필요성을 느꼈다. 주변에의 영향력을 가지게 될수록 감정을 드러내는 일에도 책임이 따랐다.
"…눈, 다시 감을까?"
아귀가 잘 맞지 않는 연고 뚜껑을 애써 맞추고 있던 마르티나가 바스티안의 의아한 질문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왜?"
"숨기고 싶은 표정인 것 같아서."
협탁에 있는 거울로 굳이 표정을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마르티나는 스스로를 잘 알았다. 그리고 가끔, 바스티안이 자신만큼이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제 와서 새삼스레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언제고 신기한 일임은 분명했다.
"…아까는 솔직해도 된다며?"
"마르티나 네가 원한다면."
바스티안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켜 마르티나 쪽으로 몸을 당겨 앉았다. 이내, 잠시 주저하는듯하더니 그의 손등에 살포시 자신의 손을 얹었다.
“…차갑지? 미안해.”
창백한 낯빛처럼 차가운 손이었다. 자신의 체온에 대한 사과를 하면서도 바스티안은 마르티나의 손을 가만히 붙잡고 있었다. 맞닿은 손등인지, 가슴속 한구석인지. 어딘가 이상하게 간지러운듯한 낯선 느낌에 이리저리 헤매던 마르티나의 눈동자가 바스티안의 것을 마주하더니 곧 방황을 멈췄다. 푸른 눈동자가 본 적 없는 애수에 잠겨 있음을 알아차리고 나서야 맞닿은 살결의 감각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서로의 것이 어떻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친 손 들이었다.
마르티나는 처음 제대로 맞잡은 바스티안의 손이 생각보다 차갑지는 않다고 느꼈다.
사담
230101에 포타에 올렸던 글 수정재업 했습니다
바스티안 출시가 벌써 2년 전의 일이라니,,,마치 전생같군요
아마 그 뒤에 바로 최애가 출시되어서 그런듯 ㅋㅋ
썸네일용 사진 찾다가 시간대가 밤인 사진을 못 찾아서 결국 글의 시간대를 바꿔버림,,,
주객전도인가 싶지만 별로 상관은 없으니 되었다네요
(당시 후기) 2022 마지막 연성으로 삼을랬는데 언제나처럼 밍기적거리다가 결국 2023 첫 연성이 되어버렸네요
일단 포스트 날짜만이라도 2022로 하고싶어서 새해 1분전에 발행하고 다시 발행취소하는 꼼수를 씀(뭘 위한 행위인지
첨 쓰고 싶었던건 1번짤의 썰입니다
마르티나 손 붙잡고 자기 상처 만지게하는 바스티안 << 이 장면이 보고싶었는데
기각 사유 1 너무 느끼함,,,마르티나가 저기에 넘어갔을까 싶음,,,
2 뇌절같음,,,오타쿠적 일회성 망상으론 좋지만 길게 풀어쓰자니 뇌절하는것 같아서 걍 철회했다네요
그래서 2번썰과 3번썰을 합쳐서 써봤습니다(+@ 한배고아 대사 응용해보고 싶었음 ㅎㅎ
상처에 손닿는건 1번썰과 같지만 최대한 담백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어요
걍 스스로 뭔가 딥하고 끈적?한? 감정을 묘사하면 뇌절하는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역량부족이겠죠 담백한걸 좋아하기도 하지만요
쓰면서도 실시간으로 감정이나 성격묘사 때문에 많이 왔다리갔다리 했네요
마르티나의 선하고 굳건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묘사하려다 너무 줏대없이 정에만 휩쓸리는것처럼 보이지는 않도록
바스티안이 인성파탄쉽쉑히인걸 나는 알지만 대외적으론 다정한 척을 했다니 그것이 잘 드러나도록(ㅋㅋ
,,,노력했는데 어떨진 모르겠네요 일단 빨리 발행하고 싶습니다
까지 썼는데 새해들어 성인인증하는 분들이 몰려서인지 포타 터졌음 미치겠다 스스로와의 약속에 지각한 자의 말로인거겠죠,,,
헉 서버 돌아왔음 해피뉴이어입니다 새해에도 사이퍼즈 파이팅 바스마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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