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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클] 사랑은 음악을 타고

a poached egg by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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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자기 집이라지만 영 아닌 복장을 하고 있군. 속옷 바람으로 성큼성큼 거실까지 와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클리브를 보고 잭이 툭 던진 말이었다. 클리브는 그 말을 흘려듣는 것 같다가도, 거실에 음악이 울려 퍼지자마자 곧바로 소파에 걸쳐놓은 가운을 걸치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잭이 그런 클리브를 보면서 코웃음을 픽 흘리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재밌어 보이는 걸 집에 들여왔군. 잭의 이런 즉각적인 반응이 퍽 기뻤는지 클리브가 씩 웃었다. 당연히 재밌고 흥미로워야지, 내가 괜히 돈을 탈탈 털어서 이 레코드플레이어를 산 게 아니란 말이야!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샀지? 잭은 읽던 신문에서 눈을 떼지는 않았지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클리브는 목청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너 음악 듣는 거 좋아하잖아! 그래서 큰맘 먹고 샀지!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클리브 너에게 그렇게 말한 적도 없는 거 같은데. 잭의 무심을 가장한 애매모호한 반응에도 클리브는 실망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난 알 수 있다고, 우린 애초에 함께였잖아?

아, 그런건가. 읽고 있던 신문기사는 모든 게 흥미로웠고, 테이블 위의 홍차는 향긋하고, 레코드판에서 울리는 사랑 노래의 선율은 아름답고, 자기 앞에서 제대로 앞을 여미지도 않은 가운 차림을 하고 음악에 취해 있는 클리브는… 이 분위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았지만, 사실 그래서 잭은 더 좋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조화로움에 섞여 들어가길 거부하는 그의 평소 모습과도 같아서, 그래서 잭은 더 좋았다.

그리고 사랑은 유행가의 가사에 맞춰 그렇게 잭의 마음속에 움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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