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클리브 스테플은 자신이 잭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잭은, 엄밀히 말해 새로이 육체를 얻어 독립한 잭은, 클리브의 좋은 파트너였다. 잭은 일머리가 좋아서 사실상 재사회화에 가까운 자질구레한 과정들도 무사히 해냈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클리브의 건강을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며, 또 아무래도 좋은 사실이었지만, 밤일도 잘했다.
흔히들 단맛은 인간이 가장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맛이라고들 한다. 하기야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에 맛없고 쓴 야채 대신 초콜릿이나 사탕이나 하나 더 먹고 싶었던 기억이 없진 않지, 하고 클리브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강화인간이라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이 ‘설탕 중독’의 시작은 이러했다. 이래 봬도 자신의 체중 관리에 예민한 클리브인지라(혹자
안녕 잭, 이렇게 너와 같이 살아있을 수 있어 진심으로 기뻐! 어느 날 웬일로 일찍 퇴근한 클리브가 잭을 껴안고 그의 뺨에 키스를 마구 퍼부으며 대뜸 그렇게 말했다. 안 그래도 저녁을 준비하던 참이라 어리둥절해하는 잭에게 클리브가 말했다. 나 승진했어! 물론… 그게 내가 앞으로 고생을 덜 할 거란 이야기는 아니지만 말이야. 취재는 계속될 거라고! 그 날
이 바보야, 이번엔 네가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대니가 평소 의사로서의 냉철한 태도를 가장하는 것도 관두고, 막 입원실 침대에서 깨어난 클리브의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전말을 알기 위해선 며칠 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 클리브는 자신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꽤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능력이 발현된 어린 시
떨어져 나간다는 건 실로 외로운 행위더군. 잭이 중얼거렸다. 물론 말은 그렇게 다소 처연하게 하면서도, 그의 두 손은 묶어두었던 수건의 매듭을 푸는 데에 바쁘게 집중하고 있었다. 잭이 마침내, 새 육체를 얻어 클리브로부터 '독립'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잭은 클리브의 신체를 복제한 육체에 자신을 이식하길 요청했고 그렇게 잭은 새로이 거듭났다. '수술'이 진행
내 두 손에 피가 묻어 있어. 그것이 새벽 네 시에 잭이 클리브를 깨우고는 툭 던진 말이었다. 클리브는 반사적으로 '지금 네 손은 깨끗한데 무슨 소리야' 따위의 말을 하려다 잭의 의도가 그런 게 아님을 깨닫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잭이 말을 이었다. 나에게 이 모든 일상을 영위할 자격이 있긴 한 건지 모르겠군. 혼란스러워. 클리브는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제아무리 자기 집이라지만 영 아닌 복장을 하고 있군. 속옷 바람으로 성큼성큼 거실까지 와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는 클리브를 보고 잭이 툭 던진 말이었다. 클리브는 그 말을 흘려듣는 것 같다가도, 거실에 음악이 울려 퍼지자마자 곧바로 소파에 걸쳐놓은 가운을 걸치는 걸 보면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잭이 그런 클리브를 보면서 코웃음을 픽 흘리다가 이내 말을 이었다
묵직한 마찰음이 발목을 붙잡는다. 창살 너머의 랜턴은 흐리다. 그림자가 그를 산산조각낼 듯, 빛이 순간, 명멸한다. 적막감. 금속성의 냉기. 이윽고 가벼운 타박거림이 가까워 온다. 잿빛 그림자가 들어섰다. 차가운 호흡이 복도에 내뿜어진다. 죄수 번호 2810. 간수가 목소리를 낸다. 그는 랜턴 불빛을 본다. 귀를 후벼파는 경첩의 메아리. 간수가 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