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

[잭클] 찻잔과 사이코메트리와의 상관 관계

a poached egg by 루아
6
0
0

이 바보야, 이번엔 네가 진짜로 죽는 줄 알았다고!


대니가 평소 의사로서의 냉철한 태도를 가장하는 것도 관두고, 막 입원실 침대에서 깨어난 클리브의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전말을 알기 위해선 며칠 전으로 돌아가 볼 필요가 있다.


-


클리브는 자신의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꽤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능력이 발현된 어린 시절에서부터 사람들의 알고 싶지 않았던 각종 면모를 알 수 밖에 없었다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이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 자신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밥 벌어 먹고살고 있지 않은가.


다만 그것이 능력에 허점이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었고, 또 동시에 자신을 노리는 적이 늘 주변에 도사리고 있단 말이 되기도 했다.


-


사이코메트리 능력으로 클리브의 머릿속으로 투영된 사물에 연관된 이미지는, 당연하게도 모든 시간대의 일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물건에 손을 대면 다양한 이미지가 구름처럼 머릿속에 떠오르고, 클리브는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조립해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사이코메트리로 물건을 검사해도 시간의 특정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단 말이기도 했다.


-


누군가가 클리브의 찻잔에 독을 탔다.


클리브도 결코 허술한 사람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클리브도 자신에겐 늘 적이 많단 사실을 알았고, 그랬기에 그는 언제나 사이코메트리로 자신의 잔을 검사한 후에야 그 안에 든 것을 마셨다.


다만 클리브에게 살의를 품은 이 누군가는, 사이코메트리에 잡히지 않도록 수를 썼다. 간단했다. 차를 내오기 한참 전에 내용물에 독을 탄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사이코메트리는 모든 시간대의 일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이코메트리 능력에 잡히기 한참 전에 내용물에 독을 넣는다면, 클리브로서도 이는 포착하기 힘들 수 있고 적은 바로 그 틈새를 노렸다.


클리브는 순간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그대로 비틀거렸다. 입가에 뭔가 따듯한 게 흘러나오는 게 침인지 피인지 알 수 없었다. 후자의 경우면 정말 위험한 건데, 라고 생각하려던 찰나 클리브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


그리고 다시 지금이다.


대니로부터 꾸중을 실컷 들은 후 다시 병실에 혼자 남겨진 클리브는, 대니가 가제 수건에 싼 채로 놓고 간, 원래대로라면 의료폐기물로 분리되어 버려져야 할 물건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댔다.


피에 젖은 만년필 촉.


필사적으로 이걸 쥔 채로 이 병원 입구에 네가 쓰러져 있었지. 근데 넌 독살될 뻔한 거지 어딘가를 찔려 피를 흘리진 않았으니까, 이 피는 아마도 널 죽이려던 사람 중 하나의 것이 아닐까 싶다. 살고 싶단 본능에 그 사람들을 찌르고 필사적으로 현장을 도망쳐 나온 거겠지. 대니가 최대한 덤덤한 태도를 가장하며 말했었다.


사이코메트리를 통해 알게 된 이 일의 전말은, 클리브의 추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잭의 개입이 없었다면 클리브는 이미 죽었을 것이었다.

-


잭은 마치 이런 일을 겪어본 것처럼 침착했다. 만년필 하나만으로 상대방의 급소를 정확히 노려 제압했고, 이후엔 테이블에 비치되어 있던 소금 통을 들고 화장실로 가 수돗물에 그것을 타 마시고 방금 마신 독을 간신히 토해냈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기어가다시피 해 대니가 일하는 병원 앞에 갔고, 그제야 잭도 쓰러졌다.


능력을 사용 중인 클리브의 손가락에 닿는 만년필 촉의 느낌은 서늘했다. 현장에 버려놓고 와도 그만인 만년필 촉을 굳이 가져왔고 또 정신을 잃기 직전 손에 쥐고 있었다는 건 분명 잭이 클리브에게 보내는 어떤 메시지일 것이었다.


물론 잭은 그저 지금 자신이 지금 기생하고 있는 클리브 스테플마저 세상을 떠나면 안 되기에 필사적으로 도운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클리브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다.

클리브는 평소처럼 잭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탓인지 잭은 응답하지 않았다.

확실히 그들이 다시 육체적으로도, 또 두 개의 인격으로서 온전히 지내면서 회복하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


퇴원 후 클리브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잡화점에서 자신만의 큰 보온병을 하나 구매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이지만, 보온병의 디자인 취향은 잭의 것이었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BL
커플링
#잭클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