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화 [바스마르]

총성 (銃聲)

: 총을 쏠 때에 나는 소리.

"총을 써보는 건 어때, 마르티나?"

"아니, 괜찮아."

"익혀둬서 나쁠 건 없잖아."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가벼운 단추 소리가 나더니 리볼버를 꺼내어 내게 떠맡기듯 쥐어주는 바스티안에게 어리둥절해하며 손에 쥐었다. 나름 그럴싸하게 쥐었던 손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바스티안은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꼼꼼하게 정확하게 고쳐 잡아주고는 뒤로 물러났다.

"그대로 쏴."

"뭐? 이대로?"

"그대로 저 나무, 그냥 쏴봐."

적어도 어깨너비로 서라, 조준은 어떻게 하는 거다, 이런 설명이라도 해줄 줄 알았던 것과 달리 단순하게 방아쇠를 당기라고 하니, 별 수 없이 어디서 들었던 것처럼 쏘고 난 후의 반동을 생각해서 팔에 힘을 주고 미간을 좁혀가며 나무를 보다가 방아쇠를 당겼다.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곧게 날아간 총알은 그대로 나무에 박혔다. 쏘고 나니 생각한 것보다 꽤 선방한 것이 아니었나? 싶은 얼굴로 바스티안을 바라봤다. 바스티안은 나무를 바라보다가 짧은 감탄사와 소리가 나지 않는 박수를 쳤다.

"이것 봐 그냥 쏴도 되잖아."

"할 말이 그게 다야?"

이건 배운 것도 아니고 그냥 총을 쏴봤다 정도일 뿐인 경험이었다. 뭐라도 알려줄 것 같았던 그에게 기대했던 것을 후회하며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리볼버를 떠넘기고 돌아서서는 그대로 아지트의 안으로 돌아왔다.


*

총을 잡는 법, 총을 쏘기 위해 취하는 자세, 이런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무언가를 모방하는 것처럼 자세를 잡는다. 누굴 떠올리며 모방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애초에 마르티나는 반동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신체적 조건이 갖춰져 있고, 공간감각도 좋은 편이다.

그러니 내가 마르티나에게 알려줄 것은 없었다. 그저 실전 경험이 없었기에 단 한 발이라도 쏴보는 경험을 시켜줄 뿐. 

역시나 나무까지 곧게 뻗어나간 총알과 반동에도 끄떡없는 자세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다만 그녀가 배운다는 입장에서 유익하지 않은 시간으로 느꼈는지 시큰둥하게 그녀가 리볼버를 내 손에 쥐어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그녀의 체온이 느껴지는 리볼버의 손잡이를 잡아보고는 권총집에 다시 넣고 총알이 박힌 나무로 다가갔다. 고개를 숙여 손끝으로 나무껍질을 더듬다가 총알이 박힌 곳에 멈춰 손톱을 세워 총알을 살살 빼내어 손에 쥐며 생각한다.

언젠가, 네가 그 손으로 나를 겨누는 순간을 고대하고 또 고대하게 될 것이라고.

*

한참 시간이 지나고서야 바스티안이 돌아와 테이블에 앉아 이것저것, 연장들을 챙겨 테이블에 늘여놓는다. 습관처럼 리볼버를 꺼내어 탄창을 확인하고, 탄창을 비우고, 분해하기 시작하더니 기름이 담긴 얕은 스테인리스 트레이 안으로 넣는다. 총구부터 실린더까지 닦는 소리가 나고 이후에도 솔으로 삭삭삭, 소리를 내며 닦아낸다. 분해된 부품들을 빛에 이리저리 비추어가며 윤활유를 꼼꼼하게 닦아내고 다시 조립하는 것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설명을 시작한다.

"총기 청소는 언제나 습관화해야 해, 주기적으로 안 그러면 파편이나, 잔여물이 쌓여서 위험하니까." 

"난 쓸 일 없잖아."

"혹시 모르지, 그 품에 고운 것만 품고 다닐 건 아니잖아."

"그렇지, 뭐. 시한폭탄처럼 터지기를 기다리는 기사라던가···."

팔티잔의 수장에게 고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평범한 여인처럼 품에 단란한 가정의 꿈같은 것을 품기에는 내 성미가 차지 않는다. 그가 미묘하게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리볼버를 조립한다. 그리고는 조립이 끝나자마자 내가 있는 쪽으로 밀었다. 

"그러니까 적어도 한 자루 정도는 품고 다녀, 마르티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덩그러니 놓인 리볼버를 바라봤다. 한 자루정도는, 그래···. 있으면 좋을지도. 그런 생각으로 그의 리볼버를 들어 나의 책상 서랍에 넣었다.

" 그래, 그럴게."

"아, 그러고 보니 총은 둔기도 되니까 가까이 있는 적은···."


*

서늘한 달빛이 서로를 향해있는 리볼버의 총구 끝에 매달려 빛났을 때, 우리는 서로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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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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