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

환멸

헤나투 교수님, 인류학은 죽었어요.

“이런 시대에 울음으로 무마하는 짓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거지, 해서도 안되고 말이야.”

쉽사리 내뱉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사람은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억압하고 감춘다고 한들 쉽사리 감춰질 것이 아니었다. 인간은 인간답기 위해 감정을 가졌으나 그것을 이런 전쟁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반인륜적이다.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들 나이가 들면 더욱 울 수 없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어린아이들조차 능력자는 이유로 제한된다면 그게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습니까? 전장에 나온 아이들은 뼈 시린 아픔을 견디고 울음을 참으며 전쟁이 일어나는 매 순간마다 그저 소모품처럼 깎여나가야 한다는 겁니까?”

“헤나투, 그대는 너무 진지해서 탈이야. 바람이나 쐬고 오게.”

가장 불쾌한 말이다. 너무 심오하고, 너무 진지하고, 바뀌는 것은 하나 없을지라도 아이들에게 울어도 된다고, 괴로워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이가 없는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마테오의 말대로 인류학은 이미 죽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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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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