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Y] 좋은 누나

모나헌 남매(미쉘+피터)

*적폐캐해석인 듯

*모브 있음

*모나헌 남매+틀비+엘리+토마스 등장

*걍 평화로움


“어머, 아이야. 오랜만이구나.”

미쉘은 머쓱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들른 과자 가게였다. 하지만 하는 건 결국 똑같았다. 피터에게 줄 간식을 사는 것. 오랜만에 지하연합에 들르게 된 미쉘에게 있어 필수 과제 같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는 익숙하게 가게 진열대를 살펴보았다. 다양한 모양의 과자가 있었기에 고르는 대에는 시간이 꽤 걸렸다. 그래도 마음이 놓였다. 미쉘은 이미 단골가게의 한적한 시간대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고르는 게 느리구나.”

물론 그렇다고 직원의 눈치를 덜 볼 뿐, 안 보는 게 아니었다. 그는 다급하게 눈에 띄는 과자를 몇 개 골랐다.

“그냥, 이렇게 3세트 주세요!”

그러자 직원은 미쉘이 고른 과자를 진열대에서 꺼내어 작은 종이봉투에 넣어주었다. 그걸 본 그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을 쥐었다. 의도치 않게 막 고르기는 했으나, 분명 이 금액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직원은 미쉘이 더 고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그대로 계산할게요.”

“아니지. 제대로 마음을 담아야 하지 않겠니?”

그렇게 말하는 직원의 말은, 마치 ‘동생을 위한 거잖아?’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 사실을 다시금 상기한 그는 다시 진열대를 열심히 바라보았다. 그중에서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사람 손이 엄지를 들고 있는 과자였다. 생김새도 그랬지만, 마치 누군가를 칭찬할 때 주기 좋은 모양이라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것도 넣어주세요.”

직원은 익숙하게 그 과자를 꺼내며 말했다.

“이건 동생을 소중히 여기는 누나에게 감동해서 주는 서비스란다.”

“네? 아, 아니. 안 그래도 괜찮은데…”

몇 번씩인가 손사래도 쳐가며 거절했지만, 직원분의 굳은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미쉘은 소량의 금액만 지불하고 그 가게를 나와야 했다.

“다음에 또 오렴. 그때는 동생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미쉘은 대답 대신 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대낮인데도 안개가 자욱한 날씨 때문에 햇빛은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날씨가 미쉘의 기분을 더욱 우중충하게 만들었다.

“후우…”

동생을 소중히 여기는 누나. 직원의 말은 마치 가시가 되어 어딘가에 박힌 것처럼 따끔거리고, 또 거슬렸다. 본인 스스로는 자신이 좋은 누나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만약 좋은 누나였다면 이미 피터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으리라. 내가 하는 건 결국 내가 한 짓에 대한 속죄이니라. 그걸 마음에 새겨놓고 있었다.

봉투가 순간 가벼워졌다. 신경이 예민해서 능력이 나타난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떨쳐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작 고개를 흔드는 걸로 마음이 나아졌으면 진작에 나아졌을 것이다. 미쉘은 무의식적으로 피터가 진심으로 행복해질 때까지는 상처가 나을 리 없다는 걸 마음에 새겼다.


“미쉘. 오랜만이네.”

놀랍게도 그를 맞이해준 것은 트리비아였다. 트리비아는 미쉘과 친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맞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미쉘은 놀라면서도 반가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트리비아도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미소를 그에게 보여주었다.

“네가 온다는 걸 그이에게 들었어. 물론, 피터도 만나고 갈 거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트리비아는 미쉘을 마저 맞이하고, 곧바로 안쪽 방으로 갔다. 미쉘은 이미 저 방에 자신이 동생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지하연합에 근황을 전하러 온 것이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할 일의 순서가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가 얌전히 소파에 앉아 동생이 올 것을 기다렸다.

곧 방에서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아, 얼마나 보고 싶었던 동생인가. 미쉘은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며 반가움에 소파에서 일어났다. 안겨오는 동생을 마주 안으며, 간식이 부서지지 않게 조심했다. 그는 생각하기도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피터, 잘 지냈어? 토마스랑 엘리한테 심술궂게 군 건 아니지?”

“당연하지. 매번 고맙다고도 인사했는걸.”

“엘리한테는 안 했으면서!”

피터와의 대화 중, 갑자기 다른 아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어린아이답게 어눌한 말에 귀여운 어투. 이미 그 목소리의 주인이 엘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엘리는 토마스를 끌고 오면서 피터에게 투정 부렸다. 아마 엘리에게 불만스러웠던 일이 있었을 터였다.

“내가 왜 너한테 고마워해야 하는데?”

“엘리, 사탕도 줬는데!”

미쉘은 단호하면서도 애정을 담은 말투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말이야, 피터?”

“흥, 고작 사탕이잖아.”

“그래도 엘리가 준 거잖아. 누나가 뭐라고 했었지?”

피터는 무표정한 얼굴로 미쉘을 바라보았다. 사실 미쉘은 피터의 무표정한 얼굴을 무서워했고, 참기 어려워했다. 끙 하고 소리를 내는데 이내 피터가 다시 엘리를 보았다.

“사탕 줘서 고마웠어.”

“엘리는 어른이니까 봐줄게!”

“뭘 봐준다는 거야?”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누나를 보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약간의 미소가 얼굴에 번져있어 미쉘은 안심했다. 그는 피터를 꼬옥 안아주었다. 안도한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은 안아주고 싶었다. 한참을 껴안고 있는데 토마스가 불쑥 말을 꺼냈다.

“근데 미쉘, 그 봉투는 뭐야?”

그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미쉘은 자신이 피터에게 줄 것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는 황급히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피터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피터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 왔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그는 그 얘기를 듣고 봉투를 열어보았다. 맛있어 보이는 간식을 좋다고 손에 쥐었다. 그가 보기 드물게 밝게 웃자 미쉘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그조차도 피터의 환한 미소는 보기 힘들었다. 피터의 뒤에서 토마스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피터는 과자 받아서 좋겠네!”

“누나, 고마워.”

고맙다는 말에 미쉘은 괜히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피터는 봉투 안을 바라보고 있다가, 안에서 과자를 몇 개 꺼내어 손에 쥐었다. 그대로 먹으려나 싶었으나,

“여기.”

초콜릿이 듬뿍 발린 과자를 엘리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곧 아몬드가 박힌 과자를 토마스에게도 건네주었다.

“나 주는 거야? 고마워, 피터!”

그는 토마스의 감사 인사를 듣고 다시 봉투 안에서 과자를 하나 더 꺼내었다. 그러고는 이 광경을 보고 놀라 황당해하고 있는 미쉘에게 건네주었다. 미쉘이 무심코 받자, 그제야 피터는 다시 웃었다.

“이거, 누나가 좋아하는 딸기맛이야. 그러니까 누나 줄래.”

미쉘은 멍하니 받은 과자를 바라보았다. 무슨 상황이 일어난 건지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고마워, 피터. 잘 먹을게.”

과자라면 언제든지 살 수 있었으니 거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피터가 준 것을 거절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과자를 입에 넣었다. 평소보다도 잘 느껴지는 행복한 맛에 마음이 풀어졌다. 그리고 괜스레 상처가 치유된 것 같다는 착각도 들었다.


피터와 엘리는 바닥에 스케치북을 깔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그동안 미쉘은 토마스와 트리비아에게 지금까지의 근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다지 큰 문제는 없었으니 이야기는 생각보다도 금방 끝났다.

그렇게 어느덧 갈 시간이 되었다. 미쉘은 잊지 않고 피터를 안아주며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나머지 두 사람에게도 인사하려는데, 문득 오늘의 일로 토마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고마워, 토마스. 덕분에 피터가 조금 더 좋은 쪽으로 성장한 것 같아.”

그는 쑥스러워했다. 그러나 곧 의젓한 얼굴로 미쉘을 다독여주었다.

“미쉘이 피터를 정말 아껴줘서 그래. 내가 해주는 것 이상으로 잘해주잖아. 이게 다 미쉘이 좋은 누나이기 때문이야.”

좋은 누나. 그 말에 또 미쉘은 흠칫 놀랐다. 다행히 두 사람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두 사람 사이로 보이는 피터를 바라보았다. 엘리의 장난을 피하고 있는 피터의 얼굴은 역시나 냉철했다. 다시 철렁이는 심장에 안색이 안 좋아졌다. 그때 트리비아가 훗 하고 웃으며 말했다.

“특히 오늘의 피터는 정말 행복해 보이던걸? 이런 말 하면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피터의 행복한 미소는 보기 드물잖아.”

그러고는 미쉘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네가 피터를 아끼는 것도 있지만, 피터도 너를 끔찍하게 아끼는 거겠지. 정말 사랑스러운 남매야.”

그의 말을 듣자 미쉘은 눈물을 흘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절대 상처받은 것이 아니었다. 오늘 하루 보았던 피터의 모습을 생각하며 들으니 정말로 행복하고 안심이 되었다. 그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려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 다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문을 나서기 전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누었다. 웃는 얼굴 속 피터만이 유일하게 무표정하게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다음엔, 정말 피터가 좋아하는 걸 사자. 좋은 누나가 되자. 피터가 나의 좋은 동생인 것처럼.’

날씨는 여전히 안개였지만, 미쉘의 속은 이미 쾌청이 된 지 오래였다.

카테고리
#2차창작
페어
#Non-CP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