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져릭] 초코스틱.
스터디 6회차 주제 :: 빼빼로.
https://glph.to/e2447e 이 후의 이야기.
“어디서 맛본 맛인데도, 보는 눈이 즐거우니 굉장히 맛있고 즐거운거 같소~”
오렌지 수확을 마친 후의 티타임- 벨져는 특별하게 만들어 본 디저트라며, 내 눈앞에 처음 보는 형태의 디저트를 보여주었다. 사실 어디서 많이 본 디저트라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오랑제뜨는 말린 오렌지 필 위에 초콜릿이라면, 벨져가 가져온 이것은 기다란 스틱형 비스킷에 색이 다른 초콜릿이 발라져 있었다. 비스킷과 초콜릿이 합쳐진 맛은 역시나, 예상이 된 맛이였지만, 부스럼 하나 없이 똑-하고 끊어지는 이 식감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모양은 처음 본 방식이라 귀족에게만 알려진 특별한 디저트라 생각한 나는 벨져에게 이 특별한 디저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벨져는 이름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유모가 티타임 이외에 가끔 만들어 주셨던 디저트 중 하나라고 하였다. 리본으로 곱게 장식된 선물용 비닐봉지 안에 가지런히 담겨있던 이 디저트는 초콜릿을 바르지 않은 부분이 입구 쪽으로 향해 있어 손이 더러워지지 않아 먹기 편했고, 또한 겉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특별히 좋아하던 디저트라고 말해주었다. 확실히, 기본적인 형태는 기다란 모양이었지만, 초콜릿 색상뿐만 아니라 위에 올려진 토핑 또한 각기 모습이 달랐다. 달콤한 맛보다는 쌉쌀한 맛이 강하게 감도는 다크 초콜릿 위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새하얀 초콜릿이 얇게 선이 그어져 있었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밀크초콜릿 위에는 고소하고 깊은 맛이 풍부한 헤이즐넛이 편하게 씹힐 정도로 조각내어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은은하게 딸기향이 풍기는 분홍빛 초콜릿 위에는 말린 과일이 상큼하게 올려져 있었으며, 부드럽고 달콤한 새하얀 초콜릿 위에는 알록달록한 입자가 굵은 설탕이 은하수처럼 뿌려져 있었다.
“흐음… 분명- 그대라면, 이걸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나는 벨져가 따로 문제를 낸 것도 아님에도, 이 중에서 그가 좋아할 법한 것을 하나 선택해 골라보았다. 겉보기에 보기 좋게 마른 체형에 지금도 관리를 하고 있는 벨져는 단맛을 그리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이 보여도, 내가 단맛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 단 맛을 좋아했다. 정확히는 깔끔하게 떨어지는 달콤함을 좋아했다. 나는 다크초콜릿이 발라져 있는 것과 새하얀 초콜릿이 발라져 있는 것 중에서 고민하다가 새하얀 초콜릿이 발려져 있는 것에 손이 이끌렸기에 그것을 벨져에게 건네주었다.
“…제법, 보는 눈이 있군.”
정답인 듯, 벨져는 내가 건네준 것을 받아, 오독오독 먹기 시작했다.
“하하- 사실 이건 그대와 오래 있다 보면, 누구든 쉽게 맞출 수 있을 것이오. 그대는 깔끔한 맛을 좋아하니까-”
“바보 같긴. 그래서 더 어려운 것이다.”
“흐음~ 그런가? 하지만- 난 이렇게 맛있는 디저트를 한가득 먹는 것만큼 쉽소.”
나는 밀크초콜릿을 바른 것을 하나 집어먹었다. 확실히 초콜릿이 발라져 있지 않은 부분을 잡고 먹으니, 편하였다. 하지만 갑자기 장난이 발동된 나는 손으로 잡지 않고 입으로 똑. 똑. 끊어먹기를 시도해 보았다. 조금 어려웠지만, 성공하였고 나는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재미있어 다른 맛 하나를 집어 입으로 대기 전에 어쩐지 이것의 모양이 담배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오! 모양이 담배랑 비슷하오. 이것만 집에 잔뜩 있다면, 담배를 끊을 수도 있겠는걸?”
“이제야 건강을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보다 단 것을 담배의 대체제로 삼으려 하다니… 그것 또한 문제다.”
“하지만, 그대가 내게 키스할 때 입안에 담배 맛이 나는 것보다 달콤한 맛이 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흐음… 그런가?”
벨져는 내 말에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딱히 그에게 대답을 바라지 않고, 그저 대충 말한 것을 가지고 생각하고 있는 벨져가 무척 귀여웠다. 나는 다시 한번 손을 대지 않고 입으로 끝까지 먹기를 시도하였지만, 이번엔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 중간- 중간까지는 성공했다. 실패의 원인은 벨져였다. 벨져가 갑작스럽게 내 입술과 정 반대편을 입에 물더니, 똑-똑- 소리를 내며 빠르게 다가왔다. 입술이 닿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확실히… 혀끝에 단맛이 닿으니, 나쁘지 않군.”
날이 지날수록 벨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접촉하였다. 그럴 때마다 보여주는 은은한 미소가 내 심장에 무리가 온다고 말했지만, 역시나 벨져는 벨져였어. 내 말을 도통 듣지 않아. 아니, 오히려 내 말은 곧 잘 듣는 편이긴 하지만…
“불만이라도 있나?”
“있지. 있어… 아주 많이 있소.”
어느새 또다시 가까워진 벨져의 얼굴에 붉어진 내 얼굴을 숨길 수가 없어 그의 아름다운 시선을 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벨져는 아무런 말 없이 마치 사냥감을 코앞에 두고 여유를 부리는 고양이 같았다. 나는 곧 이어질 미래 때문에 두 눈을 꾹 감았다. 하지만, 어느 움직임이 하나 없는 벨져였다. 감은 두 눈이 너무나도 어색해 살짝 눈을 떠보니.
“대체 무엇을 기대한 거지? 어서 치워라. 오늘 내로 끝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어느새 저 멀리 떨어져서는 장난을 가득 담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벨져가 보였다. 소리 없이 밖으로 먼저 나간 벨져를 보며 나는 내 생각을 확신했다. 벨져는 고양이… 나는 남은 디저트를 버리기에는 아까워 모두 먹어 치웠다. 다시 봉투에 담아둘까? 싶었지만, 봉투는 쓰레기통에 버린 지 오래였고.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니 여간 귀찮았다. 사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오기가 싫었다. 이리저리 다시 확인해 보아도 얼룩 하나 없는 디저트 접시를 다시 바구니 안에 차곡차곡 집어넣고, 그 위에는 찻잔을 그 옆 공간에는 작은 주전자 넣었다. 바구니를 작은 게이트 너머로 보냈다.
“그나저나, 그 디저트 맛이 괜찮았어… 나중에 벨져에게 또 만들어 달라 해야겠소.”
이름을 모르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는 그 디저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현대AU로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초콜릿 바른 길쭉한 무언가… 이렇게 부르는거 어떨까 싶어서..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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