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져릭] 사진.

스터디 5회차 주제 :: 사진.

밤하늘에 떠 있는 커다란 달을 바라본 나는 품 안의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었다. 수첩 사이의 숨겨놓은 사진 한 장을 꺼낸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전쟁이 끝이 났지만, 나는 아직도 종착지를 찾지 못하였다. 이 사진에 어설프게 담겨있는 내 평생 절대 잊을 수 없는 이의 이름을 불러보았지만, 차디찬 바람만 내게 불어올 뿐이었다.

또다시 시작된 나의 이 끝을 알 수 없는 두 번째 여행은 이제 막 일 년이 지났을 뿐이었다.

아주 오래되지도 않은 지난 어느 날—

오늘은 숲속의 작은 마을을 둘러보는 임무를 맡았다. 마을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폐허가 되어 건질것 하나 없어 돌아가려던 찰라- 벨져의 눈에는 단서가 될 만한 흔적이 발견되어, 조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저 멀리서 그저 주변을 경계하며 벨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저곳을 살피던 벨져는 품안에 감추었던 사진기를 꺼내 흔적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벨져와 만난지 별로 되지 않았던 때에 나는 큰 부상으로 잠시 벨져가 마련해준 거처에 몸을 숨기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부상 당했던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된 나는 벨져와 함께 지금처럼 작은 숲속을 산책하였다.

“릭, 이게 무슨 짓이지?”

“미안하오. 벨져- 하지만, 이 꽃이 그대와 무척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음, 역시 잘 어울리는군.”

추운 겨울이 지나, 어느덧 꽃이 피는 봄이 찾아왔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잠시 여유로움을 피우던 나와 벨져는 흩날리는 꽃잎에 시선을 올려보니, 앙상했던 나뭇가지엔 어느새 만개한 벚꽃이 바람을 따라 꽃잎을 하나둘 떼어 내니, 그 꽃잎이 겨울의 눈처럼 내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다워 나는 땅 아래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떨어진 꽃송이 중에서 가장 깔끔하고 온전한 꽃 한 송이를 주어 벨져의 머리에 살며시 꽂아주니, 역시나 벨져의 반응은 예상대로 싫어하는 듯 보였으나, 어울린다는 말 때문일까? 벨져는 꽃을 그대로 두었다. 문득, 나는 이 모습의 벨져를 담고 싶어졌다. 게이트를 작게 열고서 현재 머무는 곳의 작은 책상 위에 올려둔 사진기를 꺼내왔다.

“벨져, 딱 한 장만 찍게 해주면 안 되겠소?”

“릭, 언제나 늘 같은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알고 있겠지?”

“응. 하지만, 난 그대의 사진이 필요하오. 또한 합당한 이유도 있지.”

“그 얼마나 대단한 이유인지. 들어보겠네.”

“그대는 내 생애 처음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라서.”

“꿈도 크군.”

“하하- 꿈은 크게 꾸는 것이 좋다고 말한 건 벨져, 그대이오.”

나는 사진기의 작은 렌즈를 통해 벨져를 바라보았다. 한숨을 길게 내쉬던 벨져도 아련하니, 아름다워 지금 이 순간을 찍을까? 싶었지만, 한 장만이다. 그 이상으로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라며, 말하는 것이 영 아니 예뻤다. 얼굴처럼 예쁜 말을 하면 좀 좋아? 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 그 순간의 벨져를 담고 싶었다. 하지만, 늘 한결같은 무표정을 짓고 있는 벨져. 물론 지금도 아주 아름다웠다. 하지만, 웃어준다면 어떨까?

“조금만 웃어주면, 안되오?”

“재미 하나 없는 이 상황에서 웃으라니, 제정신인가?”

“흐음- 그래, 치즈를 말해보는 건 어떻소?”

“거절하겠다.”

나는 벨져의 웃는 모습을 담고 싶단 이 마음을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온갖 방법으로 벨져에게 미소를 주려고, 표정을 구기거나, 재미있는 말을 해보았지만, 전혀 소용없었다.

“쳇, 정말이지. 재미 하나도 없는 차가운 도련님. 우리가 연인이 될지도 모르는 데, 지금부터라도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내게 웃어주면, 어디가 덧나오?”

어라? 대체 어디가 웃음 포인트였던 것일까? 순간적으로 벨져의 무표정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이때다, 이때였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고 사진기가 찰칵! 소리를 내던 그 순간.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간 벨져였고, 나는 단 한 번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자, 이제 그 사진기를 거두시지. 타키온.”

“음? 아니, 이번 건 그대가 아닌 이상한 곳을 찍었소. 다시 한번만 더 찍자. 래피드.”

우린 동네의 꼬마가 된 것처럼 정말 유치한 작은 말다툼을 시작했다. 승리는 뭐, 역시나 벨져의 몫이었다. 그래, 아직 어린 도련님을 이겨봤자. 어디에 써먹을까? 릭은 겨우 얻어낸 벨져의 사진이 제대로 잘 찍혀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연인이 될 수밖에 없더라.”

“음? 그 부분이 웃겼소?”

“그래, 제법 재밌더군. 마치 네 승리가 보장된 것처럼 말하는 꼴을 지켜보니.”

“응. 난 반드시 그대와 연인이 되겠소.”

“그래, 꿈은 크게 꿀 수록 좋은 법이지. 하지만, 현실을 깨달아라. 릭 톰슨”

벨져의 말에 나는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현실을 깨달아… 그래, 만일 우리가 이 전쟁의 끝 날을 함께 무사히 맞이하여 연인 된다면, 그 이후에는 어느 동화 속의 왕자님과 공주님의 마무리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 같이 행복하게 끝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태생부터가 달랐다. 비록, 현재 벨져의 가문이 힘든 상황에 놓여있지만, 그 뿌리는 아직 든든히 남아있기에 귀족이란 신분은 언제나 평범한 나로선 한순간은 넘어갈 수 있더라도 이것이 지속되면, 언젠간 크게 무너지겠지. 앞으로의 미래를 놓고 본다면, 우리의 사이는 이 정도의 거리가 딱 적당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벨져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이 그렇기에 나는 이 전쟁이 끝나, 우리가 함께 살아남게 되면, 그래 연인이 되자고 벨져에게 고백 아닌 내기를 걸었다. 어이없단 표정으로 벨져는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날 비웃더니 재미있는 내기라면서 거절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내기는 시작이 되었다. 그것도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났다.

사실 나는 이 내기를 만들어 걸기로부터 약 보름 전, 벨져에게 고백을 받았었다.

유독 달빛이 영롱하게 빛나던 그날, 달빛 아래에서 마주 보고 앉아 와인을 즐겼던 그 시간에 벨져의 갑작스러운 고백은 무척 아름다웠기에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나는 벨져의 고백에 내게 처음 능력이 발현되었던, 그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또 무척 설렜다. 하지만, 나는 대답을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때에도 지금도 같은 문제로 나는 순간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벨져에게 이 갈등이 들킬까 봐 나는 생각을 정돈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말없이 그저 벨져를 바라볼 뿐이었고, 벨져 또한 아무런 말이 없는 나를 보았다. 그렇게 나는 술 기운 때문일까? 그 뒤로의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침묵을 유지했던 기억만 남아있었다. 그날 이후, 벨져는 정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늘 평소와 다름없는 벨져였고, 지난날의 고백이 자연스럽게 없었던 것으로 되었으니, 나 또한 벨져와 같이 평소의 나로 돌아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나는 서운함을 크게 느꼈다. 이 서운함이 점점 갈수록 벨져에 대한 안 좋은 마음이 들기 시작해, 나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잠시 벨져와 떨어져 생각을 해보았다. 잠시 떨어져 있으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서운함은 벨져와 떨어져 있으니 더욱더 도드라졌으며, 나는 오랜 생각 끝에 인정하고 말았다. 이건, 벨져의 고백에 응하지 않은 과거의 나 자신에 대해, 서운함을 가진 것이라고. 나는 곧장 벨져의 집무실로 게이트를 열었다.

“미안하오. 벨져! 나 그때 그대의 고백 거절한 것이 아니오.”

“그런가? 하지만,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신경 쓰지 말도록.”

“아니, 아니, 그 내가 거절한 게 아니라고 했잖소. 나도 그대가 좋아.”

“음, 나도 네 녀석이 싫지 않다.”

“…고백이오?”

“고백은 저번에 했었다. 거절당했지만.”

“아니- 거절한 게 아니잖소?”

“묵언 또한, 거절의 방법 중 하나이지. 안 그런가?”

나는 묵언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고백에 당황해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을 뿐이라며 말하였지만, 벨져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냐며, 그날에 내가 했던 행동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고백 이후 아무 말 없던 내가 갑자기 게이트를 열고서, 미안하다며 떠나갔다고 이 말을 듣던, 나는 자신이 잊고 있던 그날의 마지막 장면이 머릿속에 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 그날에 나는 벨져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정신이 없어 말하기가 어려웠다. 그래, 여기까지 기억을 해냈지만, 그 뒤로는 미안하다며 게이트를 열고서 떠났었지. 이런, 단단히 오해하게 만들어놓고서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던 것이오? 순간적으로 나는 이 상황의 내가 몹시 부끄러웠다. 벨져는 아무렇지 않게 서류를 넘기며 도장을 꾹 누르며, 일을 하고 있으니 방해할 계획이라면 나가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방해할 계획이 없었던 터라, 조용히 벨져의 집무실 안, 손님용으로 둔 가죽 소파를 향해 걸어갔다. 일이 끝나면, 오해를 풀어보자. 나는 벨져의 옆에 놓인 서류를 어림잡아 보았다. 벨져의 속도로 보아선 대충 2~3시간이면 끝나있겠지? 그렇게 나는 조용히 들려오는 시곗바늘 소리를 노래 삼아 잔잔히 시간을 흘려보냈다.

“릭, 일어나라.”

“으으- 조금만 더 자면 안 되오? 딱 10분만.”

“넌 어린아이인가? 곧 저녁 시간이다. 일어나도록.”

나는 귓가로 들려오는 말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난 꿈을 꾸었다. 어린 시절의 꿈. 처음으로 서커스를 보고 신이 난 나에게 풍선을 주던 광대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전날의 행복함에 잠이 들던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위해 기상을 해야 했음에도 꿈에 취해 일어나기 싫었던 그날에 있었던 꿈. 그리고 난 현실로 돌아오니, 어린아이가 아닌 어른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으음. 하하, 깜빡 잠이 들었군.”

깨우는 벨져의 등 뒤로는 어느덧 황혼의 시간이 찾아왔단 듯이 가을처럼 붉은빛의 따뜻한 하늘이 제 눈에 들어왔다. 이 시간에 보는 벨져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벨져는 밤하늘 달빛 아래에 서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웠다.

“음- 벨져, 식사는 했소?”

“아직이다.”

“그럼 함께 먹자, 이 근처에 그대가 좋아할 법한 식당을 알거든!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금방 사 올 테니!”

나는 게이트를 열어, 벨져의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비록 고급스러운 식당은 아니었고, 그저 흔하디흔한 간편한 음식을 파는 가게였다. 의외로 이런 음식을 곧잘 먹었던 벨져였기에 나는 평소 그가 자주 꽤 괜찮다고 평했던 햄버거와 체리맛 탄산수를 구매하였고, 게이트를 열었을 때 얼핏 보아하니, 서류가 조금 더 쌓인 걸로 보아선, 처리하기 전까지는 아마 남아있을 벨져이기에 카페에 들러, 달콤한 쿠키도 구매하였다.

“맛있지 않소?”

“먹을 만하군.”

햄버거를 한입에 크게 담고서 우걱우걱 먹는 나와 달리, 벨져는 역시 햄버거 하나를 먹어도 품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린 태생부터 정말 다르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다름을 인정하고 내 마음이 벨져와 같다는 것을 인정한 이후로 벨져를 대하는 마음이 더욱 편했다. 전에는 그저, 벨져라면 이 전쟁을 끝내고 나에게 평범한 일상을 돌려주는 그저 강한 사람. 그 정도였는데…

“벨져, 고맙소. 그대가 있어서 현재의 내가 있는 것 같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아니, 이건 진심이오.”

언제 끝이 날지 모를 이 길고 긴 여행길의 종착지에 서 있는 먼 그날, 다시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되돌아간 그 이후에도 연을 이어가고 싶을 만큼 벨져는 나에게 있어 무척 편안한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함께 한다면 좋을 거 같았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평생 자신의 옆에 있어 줄 수 있겠냐고 말했던, 벨져의 갑작스러운 고백처럼 그래서 내기를 걸었건만, 벨져는 그저 내가 걸어둔 내기가 재미있다고만 말할 뿐이었다. 기쁘지 않은 것일까? 아니, 재미있단 자체가 그에게 있어 기쁘다는 것과 같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 지금의 벨져는 고백했던 때와 달라져 있었다. 마치,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릴 거 같았다.

“벨져, 그거 아시오? 그대 날 두고 어디론가 가버릴 것 같소.”

“…….”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며, 다그칠 것이라 예상과 달리 벨져는 그저 입을 다문 채,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어라? 왜 대답이 없소?”

“릭, 충고 하나만 하지. 더 이상 내게 이 이상의 마음을 품게 된다면, 괴로워질 사람은 너야.”

“그대가 생각하기엔 그렇소?”

“당연.”

그때 당시에 나는 벨져가 한 말의 의미는 그저, 우리의 신분 차이와 나이 차이 그리고, 가끔 삐걱거리는 자잘한 성격 차이- 겨우 그정도라 생각했다. 그러나, 벨져가 내게 한 말의 의미는 정말로 단순 그 자체였다. 자신이 사라질 것, 그리고 그 이후에 남겨진 나는 괴로워질 것이라고… 그렇게 벨져와 내기를 건 지 시간이 꽤 오래 흐른 뒤, 전쟁이 비로소 끝났다. 비록 난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 잠시 자리를 떠나 있었기에 종전의 순간을 보지 못하였다. 보름이 지난 이후에 나는 눈을 떴고, 그 뒤로 종전의 기쁨의 소식과 벨져 홀든이 전투 중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함께 들었었다. 날 대신해 벨져의 곁에 있던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벨져가 문에 닿았던 그 순간, 강렬한 빛을 내어 사라짐과 동시에 벨져의 모습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한다. 모두가 같은 말을 해주었고, 신문과 라디오에서도 벨져의 일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 찝찝함은…

“벨져 도련님의 행방은 가문에서도 힘써 찾고 있으니, 도련님을 찾은 즉시 연락을 해드리겠습니다. 톰슨 님은 본래 돌아가실 곳으로 떠나 앞으로 평온한 삶을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홀든의 입장을 대변해준 자가 내게 해준 말은 이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없었다. 아직 가문을 재건하기 위해서 힘을 써야겠지. 그렇게 나는 그 누구도 부탁하지 않았지만, 홀로 벨져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 이것은 벨져와 걸었던 내기에서 내가 승리하였기에 정당히 받아야 할 것을 받기 위해, 나는 벨져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벨져를 찾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일 년이 지났음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여전히 홀든에서 오는 서신은 그저 벨져의 동생인 이글이 심심하단 말과 함께 미국을 구경시켜달라는 부탁이 담긴 서신밖에 없었으며, 라디오와 신문에서는 더 이상 벨져에 대한 일은 쓰이지 않았다. 그의 흔적도 소문도 그 어느 하나 잡지 못한 나는 두려웠다.

“미안하오. 그때 내가 다치지 않고서 끝까지 그대 곁에 있었다면, 그대는 지금쯤 내 곁에 있었을까? 문에 휩쓸려서 원치도 않게 그곳으로 들어가 내 곁으로 못 오는 것은 아니지 벨져? 그게 아니라면, 지금도 아직 이곳에 남아있다면, 그대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이오? 대체 어디에서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오? 그대라면, 어디에 있든 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오. 하지만, 그대는 외롭지 않소? 나는 그대의 말처럼 너무나도 괴롭소. 그대가 너무 보고 싶어 괴로워. 벨져-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때처럼 나의 앞에 다시 불쑥 찾아와주시오. 제발, 부탁이야. 벨져 홀든—”

나는 한 장뿐인 벨져의 사진을 바라보며, 하고 싶은 말을 하나둘 꺼내보았다. 같은 말만이 계속 반복될 뿐이었지만, 그만큼 난 벨져가 보고 싶었다. 이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나의 뺨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이내 많은 눈물이 쏟아져 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벨져의 사진이 뿌옇게 보여 이 눈물을 그만 멈추고 싶었지만, 한 장뿐인 그의 사진은 결국 눈물로 얼룩지고야 말았다.


원래는 꽉 막힌 결말이었지만, 열린 결말도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오타쿠. 스터디에서 그 꿈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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