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퍼즈

[잭클] 각설탕과 충동 조절

화이트데이를 기념해서 짧게 써보았습니다.

a poached egg by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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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단맛은 인간이 가장 근원적으로 탐구하는 맛이라고들 한다. 하기야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에 맛없고 쓴 야채 대신 초콜릿이나 사탕이나 하나 더 먹고 싶었던 기억이 없진 않지, 하고 클리브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강화인간이라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이 ‘설탕 중독’의 시작은 이러했다. 이래 봬도 자신의 체중 관리에 예민한 클리브인지라(혹자는 그가 그저 과로한 탓에 절로 살이 빠지는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집안에 사탕은 물론이요 초콜릿도 일절 두지 않았다. 다만 예외로 두는 단것이 하나 있다면 각설탕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기한에 맞춰 기사를 써서 내려면 카페인과 당분의 힘을 빌어야 하는 경우가 여전히 자주 있었으니까. 클리브는 아직 젊었기 때문에, 홍차에 각설탕을 세네 개 정도 넣어 그 자리에서 다 마시고 나면, 그날 밤을 샐 수는 있었다.


자길 똑 닮은 룸메이트가 생긴 이래로는 밤새우는 게 영 눈치가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그 날도 오늘 밤처럼 밤늦게까지 기사를 작성해야 했던 탓에, 클리브는 홍차를 끓이고 있었다. 잭은 여전히 클리브가 밤을 새워야 한단 사실에 못마땅해하면서도, 클리브에게 순순히 각설탕을 정확히 네 개를 꺼내 주었다. 그 날 따라 설탕이 많다고 느껴진 클리브는 별 생각 없이 찻잔에 넣고 남은 각설탕 하나를 잭에게 아, 라고 말한 후, 얼떨결에 클리브가 시키는 대로 입을 벌린 잭의 입에 그 각설탕을 쏙 밀어 넣어주었다.


그때였다. 언제나 날카롭게 매서운 잭의 눈매가 약간 둥글어졌다.


맛있어? 클리브의 질문에도 잭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리어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두 눈까지 감았다. 입에서 녹는 단맛을 한 톨도 놓치지 않겠다는 것처럼.


설탕 하나에 이렇게나 감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마치 어린아이 같다고 가볍게 농담조의 말을 얹으려다, 클리브는 그만두었다. 이것이 그의 ‘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만끽한 단맛이겠지만, 어쩌면 그 ‘전생’도 포함해서,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문득 들어서였다.


아름다운 맛이 나는군. 어느새 각설탕 하나를 입안에서 다 녹여 먹은 잭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잭은 클리브 몰래 며칠에 걸쳐 각설탕 한 통을 전부 비웠다. 이 큰 통을 무슨 수로 다 비운 거냐고, 화를 내기 이전에 어처구니없어하는 클리브에게 잭이 덤덤히 말했다. 입에 단맛이 퍼지는 순간의 충동이 제어가 안 된다고.


젠장, 이래서야 그 전과 비슷하지 않은가. 진지하게 자기 룸메이트가 성중독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그날 밤을 떠올리며, 클리브는 몸서리쳤다. 그러나 잭이 자신의 육체를 새로이 얻게 되면서 욕구 역시 함께 폭발하듯 일어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닐 거라고, 대니가 클리브의 미처 전부 가려지지 않은 목덜미를 흘끗 보며 조심스레 말했었다. 그나마 계절이 아직 겨울이라 다행이었다. 목에 생긴 잇자국과 울혈을 목도리로 가리고 다닐 수 있었으니까.


아 이런, 회상에 너무 오래 젖어 있었다. 클리브는 두 손바닥으로 뺨을 착착, 때리고는 다시 타자기 앞에서 자세를 제대로 잡았다. 오늘도 무사히 송고를 마치고, 밤에 조금만 더 무리해서… 룸메이트와 침대에서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고, 그러고 나면, 정말로 그러고 나면 잭에게 전반적인 충동을 조절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 줘야겠다. 비단 단것뿐만이 아니라, 성적인 충동에 있어서도.


그러고 보니 이렇게 단것에 맛 들이기 시작하면 당장 양치질부터 제대로 가르쳐야겠구나, 하는 생각은 덤이었다. 치과 침대에 얌전히 누워있는 잭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순간적으로 클리브는 웃음을 풋,하고 터뜨리다가도, 이내 진지하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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