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드벨져]불안, 불안, 불안, 안심

2024 루드빅 생축

* 루드빅 생일 기념

* ㅊ모님 썰 기반

오늘은 루드빅에게 아주 이상한 날이었다.

"뭐 해. 안 먹나?"

그 첫번째로, 벨져가 아침을 차려 놓고 식사하라고 부르는 일이 있었다.

그는 원래 일찍 일어난다. 의뢰인의 일을 처리하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지나가 있을지 알 수 없는 루드빅과 정반대인 인물로, 그는 루드빅이 늦은 아침까지 잠을 청하고 있으면 깨우기까지 한다. 심지어 그는 루드빅이 지난밤 자정을 한참 넘겨 들어왔고, 어떤 냄새도 남기지 않으려고 뜨거운 물로 깨끗이 씻은 뒤에 눕는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이다. 곤히 잠든 그를 깨우지 않기 위해 루드빅이 물기 한 방울까지 전부 말린다는 것도 모르는 무심한 연인이 벨져 홀든이란 사람인데 그가 아침을 차리고, 또 루드빅이 깨기를 기다렸다가 부른 것이다.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럴까. 루드빅은 차려진 정찬 앞에 앉아 어물쩍 느리게 포크를 들었다.

두 번째는 이틀 내리 밤을 세운 루드빅이 실수로 식용 꽃이 아닌 장식용 꽃을 사 왔는데 벨져가 화를 내지 않은 일이다.

벨져가 화가 많은 인물은 아니다. 아마 아닐 것이다. 어쨌든 하나라도 흡족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 올빼미처럼 노려보거나 들으라는 듯이 한숨을 쉬는데 오늘은 그런 게 없었다. 지난밤 루드빅이 사 와서 대충 물에 꽂아놓은 것을 들은 그는 시든 이파리와 꽆잎, 줄기를 정리해서 어디서 난 건지 모를 화병에 꽂아 거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는 동안 루드빅은 언제 화를 낼지 몰라 반성하는 모습으로 벽에 기대 서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있었는데 조용히 넘긴 것이다.

세 번째는 루드빅이 일이 있어 나가야 한다고 했을 때 순순히 다녀오라고 한 것이다.

무슨 심정의 변화가 생겨서 여태 화를 참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루드빅은 이번 만큼은 벨져가 화를 낼 거라 생각했다. 그가 며칠 전부터 시간을 비워 놓으라고 몇 번이나 루드빅에게 당부했기 때문이다. 루드빅도 당연히 그러겠다 했다. 그랬는데 이틀 밤을 새며 완전히 잊어버렸으니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었다. 제 잘못을 알기 때문에 어디 가냐고 묻는 벨져에게 조심스럽게 일이 생겼다 운을 띄우며 말했더니 벨져가 잠시 루드빅의 눈을 바라봤다.

벨져의 시선은 늘 푸르다. 눈동자 색에서 그러한 느낌이 묻어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길가의 돌멩이를 스쳐 보는 듯한 무기질적인 시선이다. 그다지 노려보는 게 아닌데도 지은 죄가 있어 벨져가 화를 내려 하면 으레 짓는 표정을 지어냈다. 그가 억지스럽게 입꼬리를 올려 미안한 듯 웃는 표정을 짓자 잠시 뒤 벨져가 눈을 한 번 깜빡이고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와. 한 단어일 뿐인데 안심이 되는 동시에 그는 불안해졌다. 정말 무슨 일이지? 그는 오전 내내 있었던 불길한 징조를 떠올리며 최대한 빨리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몇 번이나 약속했다.

대망의 네 번째.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늦었습니다."

약속도 지키지 못 했다.

변명거리는 많다. 오늘따라 길바닥 청소를 하고 있어서 기다려야 했고, 사람이 많아 인적을 쫓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하필 길거리에 뛰어든 아이들이 교통사고가 날 뻔한 것에 놀라 차량 사이를 헤집고 다녔고 경찰 몇이 그들을 잡고 진정시키느라 뛰어다니는 일까지 있었다. 의뢰인에게 보고하겠다고 한 게 오늘이어서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것까지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벨져가 무슨 이유로 화를 내지 않는지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을 큼직하게 차지하고 있었기에 그는 변명을 입에 담는 대신 벨져의 기분을 풀기 위해 사 온 것을 조심히 들고 집 안에 들어섰다.

집은 어두웠다. 불이 켜진 게 없는 듯했다. 하지만 공기가 시원했기 때문에 그는 빠르게 내부를 훑으며 생각했다. 잠시 어디 나갔나? 아니면 기다리다 지쳐 잠에 들었나? 아직 하루를 넘긴 건 아니지만 평소 자정을 전후로 해서 잠드는 벨져를 생각하면 조금은 그럴듯했다. 그는 포장한 선물 상자를 고쳐들고 침실로 향했다. 만약 자고 있다면 이마와 뺨에 키스를 하고, 아니라면 벨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선물을 내밀며 선처를 요청할 생각이었다.

침실로 가기 위해 루드빅이 거실에 들어간 순간 인기척이 나서 그는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팍!!

 눈앞에서 작은 폭죽이 터졌다. 아주 짧은 순간을 스친 섬광 뒤에 가느다란 종이가 볼품없게 흩날렸다. 그 종이를 머리와 어깨에 맞은 루드빅은 본인에게 내려앉은 것을 치울 생각도 않고 나지막하게 연인의 이름을 불렀다.

"벨져?"

"상당히 늦었다만 생일 축하한다, 루드비히."

곧 불이 켜졌다. 팟, 하고 순간적으로 빛이 들어와서 반사적으로 살짝 눈가를 찡그렸던 루드빅이 얼른 표정을 푸는 동안 벨져는 약간 심통이 난 표정으로 무던하게 축하의 말을 건네고 있었다. 주의를 기울여 듣지 않았으면 늦었다는 말을 할 때 이를 한 번 물었다는 걸 느끼지 못 할 만큼 평탄한 어조였다. 내심 헤어지자는 말을 듣는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간이지만 안심한 루드빅은 보여주기 위해 눈동자를 아래로 깔고 옆으로 굴렸다가 그를 불렀다.

"일찍 오라는 말을 지키지 못 해서 미안합니다."

본심이야 '사실 제가 태어난 생일을 저도 정확히 모르는데 축하해서 뭐 합니까.'지만 그렇게 말을 했을 때 나오는 것은 싸움뿐이다. 헌터라는 명색이 울고 갈 만큼 두 달 동안 머리카락 하나 못 본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지나가던 타인(벨져의 가족)의 말을 너그롭게 수용하고 이럴 때 사용할 수 있게 받아낸 문장 목록 중 하나를 차용했다. 무언가 하지 못 했으면 미안하다고 하기. 루드빅은 거기서 나아가 뇌물용으로 구매한 선물을 벨져에게 은근히 내밀었다.

"사죄의 의미로 사 온 걸 당신이 받아줬으면 합니다."

이것도 특별 강의의 성과다. 원래라면, 혹은 다른 이들에게라면 그가 받든 바닥에 떨어지든 툭 넘기고 이걸로 화 푸세요 했겠지만 자기 주장만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해 봐야 분쟁만 나지 않겠는가. 루드빅은 벨져의 표정이 미미하게 풀리는 것을 날카로운 눈썰미로 잡아냈다.

"이런 걸 살 시간은 있었나?"

말은 퉁명스럽지만 기뻐하기도 한다. 둘 다 진심일 테고, 그는 원래 그렇다. 루드빅이 원래 이런 것처럼.

"계속 당신 생각이 나서 빈 손으로 올 수가 없더군요."

완전히 빈 말은 아니다. 하루 종일 벨져의 이상 행동에 불안을 느꼈으니까. 그 진심을 느꼈는지 벨져가 한 번 장갑을 착용하고 벗었다. 화해의 표시였다.

그 뒤는 훈훈하고 화목했다. 벨져에게 축하 인사를 다시 한 번 받고, 준비해 두었었는지 이미 테이블에 올라가 있는 케이크를 보고 앞에 앉아 초를 불었다. 나이프로 커팅도 마치고 자른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즐겁게 와인을 삼켰다. 포장을 풀어본 벨져가 흰 장갑을 들고 입꼬리를 미미하게 올려 웃는 것까지 본 루드빅은,

시침과 초침이 정확하게 자정을 지날 때 선물한 장갑에 뺨을 맞았다.

"아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맞았으니 이상하거나 억울할 만도 하지만 그는 단발성 고통 호소만 내뱉고 말았다. 무거운 두 개의 검을 쥐고 휘두르는 괴력의 소유자가 때린 것 치고 고통이 없었기 때문이다. 벨져가 한 것은 가벼운 화풀이다. 하루 종일 사람 불편하게 만들던 침묵보다 이런 자기표현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인 루드빅은 아프지도 않은 것에 통증을 표하고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가리기 위해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 느릿하게 손바닥으로 입가와 뺨을 문질러 표정을 정돈하고 양 끝이 내려간 입꼬리를 내보이며 벨져에게로 몸을 기울였다.

"선물로 때리다니 너무한 거 아닙…,"

그는 말을 채 잇지 못하고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벨져가 자신에게 가까워지던 루드빅의 목깃을 쥐고 잡아당기더니 입을 맞췄다. 핏방울을 내려는 듯 입술을 깨물더니 입술 사이를 파고들어 열정적으로 얽히는 혀는 루드빅이 좋아하는 방식의 키스였다. 하고 나면 입술도, 혀도 아프다고 가볍디 가벼운 버드키스로만 끝내려던 벨져가 먼저 해 온 것은 처음이었다. 목울대를 울리며 손으로 벨져의 뒷머리를 감싸고 벨져의 입에 고이는 타액을 그러모아 자신이 삼키며 아예 소파에 눕히려던 루드빅은 어깨를 밀어내는 손짓에 낮아진 숨을 뱉으며 입을 뗐다. 하얀 피부가 붉게 상기된 벨져가 루드빅 보란 듯 입꼬리를 올렸다.

"씻고 와."

원래 그런 사람이지만, 여전히 청천벽력이다. 루드빅은 고작 그것으로 살짝 부은 듯한 벨져의 입술을 입술로 물어 부드럽게 문질러 자극하고 다시 떨어졌다.

"꼭 그래야 하겠습니까?"

"싫으면 안 해도 돼."

"그럴 수는 없죠."

아쉬움에 조금 더 그의 머리카락과 귓바퀴, 목 안쪽을 손으로 애무한 루드빅은 벨져의 입술에 짧게 키스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 자정을 넘겨서 생일이 지나가긴 했지만, 매년 이런 즐거움이 있다면 내년부터는 생일이란 걸 기대해 볼 법 했다.


ㅊ모님 썰 기반

생일파티 준비했는데 밤늦게 들어온 루드빅

생일 초 끈 건 자정 직전

자정 지나자마자자 얻어맞음

: 벨져한테 줄 선물 뭐가 있을까요

ㅊ모님 : 장갑? 구두?

: 지갑 생각하고 있었는데

ㅊ모님 : 장갑으로 때리자

: 장갑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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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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