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라 / 레스님 커미션
멍청한 여자.
그 소식을 처음 듣자마자 머릿속에 피어난 생각이었다. 그래, 죽었다고. 결국 그렇게, 죽었다고. 루드빅은 알 수 없는 분노와 패배감에 조용히 주먹을 쥔다. 당신의 소식을 들어도 이런 소식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죠. 비릿한 미소가 입가를 채운다.
…… 낙사라고. 그것도 손쉽게도 부상 하나 없이 끝난 공선전에서 복귀하던 도중 벌어진 사고.
정말, 우연한 사고라고 한다. 잔해의 흔적들을 치우느라 복구하던 현장에는 염동력을 지닌 능력 자 여럿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이 그 괴물 같은 모나헌 처럼 완전하던가, 아니지. 어 떤 이는 미약하게 컵 하나를 들어 올릴 정도의 힘을, 어떤 이는 바위 하나를 들어 올릴 정도의 힘을, 누구는 나무 한 그루를 움직일 정도의 힘을 지닌 이들.
그들이 힘을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 흐트러져 사고를 내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마저도 주변이 전부 능력을 지닌 이들이었기에 인명 피해까지 이어지는 일은 현저히 적지만, 가끔 재수 없게도 그곳에 깔려 사고가 나는 이가 있었다. 그렇다면, 축하해야 하나? 기념비적으로. 그렇게 허무하게 깔려 죽은 이는 당신이- 처음이니까.
최악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밖에. 근처에는 그걸 받아낼 만한 힘을 지닌 이가 없었고, 모두가 손쉬운 승리에 취해 안일하게 행동한 것이 큰 문제였다. 그 분위기에 휩쓸린 그자 또한 이러한 일이 벌어질 거라곤 조금의 상상이라도 했을 리가.
순식간에 놓친 돌덩이는 그대로 힘을 받아 낙하해, 위화감도 느끼기 전에 그대로 네 머리에-
……..
헌터에게 임무의 실패란 곧 자신의 죽음을 의미한다. 한 번 놓친 사냥감은 기어코 자신에게 돌 아와 스스로의 목숨을 내걸고 달려들기에.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그렇기에 그럴 틈도 없이 죽여 숨을 끊어놓는다. 그것이 지금까지 루드빅이 살아남은 방식이었고, 지금까지 그가 살아남으려면 해야만 하는 방식과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테트라, 그 여자는 어떠하던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면서도 스스로 죽음 을 준비하러 간 꼴이란. 그렇게 모든걸 전부 버리고 얌전히 받아들일 듯 굴면서, 스스로의 삶의 흔적 자체를 완전히 지워내려 하면서도 정작 그 삶이 이어질 때. 어디까지 스스로를 포기하며 끈 질기게 죽음을 구할지 순수하게도 궁금증이 일어 살려둘 때 마주할 때마다 도대체 언제 죽일 거 냐고 답답하다는 듯 굴던 그 모습이. 참, 우스웠는데.
죽어야 할 순간에 살아남았다면 자신을 죽이려 한 이를 당연하게도 죽인다. 그래야 살아갈 수 있다. 작은 후환조차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걸고 죽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겠는 것 은 당신은 왜 그때 멍청하게도, 나를 충분히 죽일 수 있으면서 그 삶을 스스로 포기한 것인지. 자, 다음에 우리가 머지않아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그 답을 들려줄 겁니까?
나는 아마,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당신 또한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이해하려 들지도 않았 을 테고. 그래, 그렇게 바라던 죽음을 맞이한 결과는 어떠했을까. 행복했나? 드디어, 라는 안도감 이 들었나? 혹은, 내 손에 죽지 못해 내가 당신을 죽이지 못하고 그대로 실패해 버리는 것에 통 쾌함을 느꼈나? 그도 아니면.
살고 싶었나?
죽음을 그토록 바란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스로의 생을 끊는 것이다. 모든 걸 끝마칠 준비 는 하였으면서도 스스로의 목숨을 거둘 용기는 없었나 보지. 하, 비웃음을 흘린다.
차라리 실컷 당신을 비웃어줄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그 표정도 꽤나 볼만했을 텐데. 눈을 감는 다. 목표를 잃은 사냥개는 길을 잃은 채 방황하며 미련하게도 흔적을 찾아 정처 없이 걸음을 옮 기며 끝내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 거다. 그래, 이게 당신이 바라던 결말이라면.
이게 이토록 허무한 당신의 죽음이 맞이하길 바라던 결말이라면. 이번 한 번 정도는 기꺼이 어 울려드리죠, 테트라.
당신이, 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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