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Lux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테트라는 구겨지는 미간을 손으로 꾹꾹 짚으며, 루드빅이 흔드는 체리 꼭지를 착잡하게 바라보았다. 누가 봐도 먹음직스러운 파이를 눈앞에 두고, 왜 굳이 이런 짓에 협조해야 하는 건지 고뇌해야만 하는 이 순간이 그저 굉장히 유감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파이는 순조롭게 식고 있을 텐데. 체리 파이는 따뜻할 때 먹어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테트라 지오메트릭은 철학자는 아니었으나, 가끔 그것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아니, 아마 그녀뿐만 아니라 이 연구실에 있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한 번쯤은 생각할 터였다. 사람이 이러고도 살 수 있나? 그런 생각 따위를 하면서 바쁜 일정에 치이고 살고 있으니. 그러나 테트라만큼 고달플까. 박사과정 준비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쓰고
✔ 본문: 윤회 ✔ 부록: 스물세 번째 방명록 아리님 커미션
신임 경찰관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래도 한정되어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더 큰 일을, 중요하고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의로운 일을 바라는 법이다. “제가요?” 테트라 지오메트릭 역시 그런 경찰관 중 한 명이었다. 그러니 중요한 일을 맡게 되었을 땐 기뻐해야 하건만. 출근하자마자 듣게 된 말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다들
BGM: Uncertain Voices - When I Was Little Nobody :: 테트라 w_김애기(@card_text__) 그새 부식된 라디오에서 나오는 지지직 소리를 멎게 하기 위해 몸체를 가벼이 통통 두드렸다. 거슬리던 소리는 손등과 닿을 때마다 멈칫거리더니, 여러 차례의 폭력 끝에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노래를
테트라 지오메트릭의 책상은 늘 정신없었다.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능력자로서 신경 써야 할 것이 어디 한둘이던가. 그런 그녀의 책상 위에 책 한 권이 추가된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아니지. 책이라기엔 그것은 내용이 다 완성되지 않은 채였다. 하루 일을 마친 테트라는 그것을 펼쳐 빈 페이지에 글을 써 내려갔다. 논문이라기엔 논리정연하지 않고
아주 사소하고, 시시하기 짝이 없는 의뢰. 받을 가치도 없고, 크게 돈이 될 것 같지도 않으며, 원한이라기엔 그 무게가 너무 가볍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여 자리를 빼앗긴 것일 터인데. 아, 그래서 능력자 헌터를 고용할 생각을 한 걸까. 루드비히 와일드는 저를 찾아온 멍청한 의뢰인을 무시했다. 돈도 되지 않는 것을 죽여서 뭐 한단 말인가. 중요한 것은
저놈 잡아라!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불을 붙이려는 것도 멈추고, 달려오는 남자에게 발을 건 건 순전히 변덕이었다. 루드빅의 구두에 제대로 걸린 남자가 우당탕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고, 저 멀리서부터 뒤쫓아온 동양인 소년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 앞에 섰다. 남자의 손에 쥔 지갑을 낚아채듯이 가져가며 발로 엉덩이를 걷어차는 건 덤!
"이런, 실례." 재빠르게 허리를 낚아챈 손에 반사적으로 공격 태세를 취한 테트라가, 이내 목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방금까지만 해도 무전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언제 뒤로 온 거지? 뒤를 보자 이런 전장 속에서도 능글거림을 잃지 않는 금발의 헌터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지뢰가 있었습니다. 시야를 볼 때는 바닥
멍청한 여자. 그 소식을 처음 듣자마자 머릿속에 피어난 생각이었다. 그래, 죽었다고. 결국 그렇게, 죽었다고. 루드빅은 알 수 없는 분노와 패배감에 조용히 주먹을 쥔다. 당신의 소식을 들어도 이런 소식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죠. 비릿한 미소가 입가를 채운다. …… 낙사라고. 그것도 손쉽게도 부상 하나 없이 끝난 공선전에서 복귀하
초반에는 분명, 미심쩍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한 아이의 삶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후원하는 게 말이 되나? 별 다른 연락도 없고, 성과를 달라고 재촉하는 것도 없고. 그 모든 점이 테트라에겐 지나치게 수상했지만, 그 돈이 없으면 순탄하게 일을 해나갈 수 없기에 후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은연중에 그
루드빅이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무엇일까. 안녕하세요, 같은 흔한 인사도 아니고 뭐 하고 있냐는 질문도 아닌 다른 사람들은 살면서 들어볼 까 말까 한 말들만 지겹도록 들으면서 살아오지 않았을까. 살려주세요, 나는 죽을만한 짓을 한 적 없어, 누가 시킨 거지? 원하면 그 배로 돈을 주지! 죽기 싫어! 같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
간악한 화이트데이를 몰아내고, 우리의 파이데이를 되찾읍시다. -파이는 인당 1개씩!- 풉. 구내식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멘트에 테트라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침부터 단내가 은은하게 난다 싶다더니, 이런 이벤트 때문이었나? 3월 14일, 일반인들이라면 화이트데이라고 너도나도 사탕을 챙겨주는 오늘. 그러나 이과 연구원들이 가득한 테트라의
이 전 이야기 페닝님께 커미션으로 신청한 발렌타인데이 이후의 이야기 점심을 조금 넘긴 오후. 식사를 마친 이라면 나른해지기 좋은 시각. 거기에 날씨까지 따스하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긴장이 풀리고, 허점이 생긴다. 그것을 파고들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시시하군요. 루드비히 와일드는 주머니 안에 든 쪽지를 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