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클테라 / 첫 조우, 화이트 클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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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는 분명, 미심쩍음이 컸을지도 모른다.
한 아이의 삶의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후원하는 게 말이 되나? 별 다른 연락도 없고, 성과를 달라고 재촉하는 것도 없고. 그 모든 점이 테트라에겐 지나치게 수상했지만, 그 돈이 없으면 순탄하게 일을 해나갈 수 없기에 후원을 받으며 부족함 없이 성장할 수 있었기에 은연중에 그 수상쩍음이 사라지고 감사함으로 변해 나중에는 아쉬움 까지 남게 되어버린 관계.
오랫동안 나를 믿고 후원해 주신 분이고, 좋은 분인 것 같아. 그런 생각으로 후원이 끝나갈 때쯤 펜팔을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애초에 화이트 클라프의 성격 상 여유롭게 펜팔을 주고받을 위인은 아니지만, 자신이 오랫동안 후원해 온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무언가 본능적인 감이 꼭 연락을 취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요청을 받아들여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하지 않았을까.
처음에는 사소한 이야기, 일에 관련된 이야기 등등. 정말 특별한 게 없는 무난한 펜팔에 불가했지만 그럼 에도 무언가가 실마리가 보일 듯 해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게 어쩌면 그에게는... 큰 행운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테트라에게는 아주 큰 비극으로 닥쳐올지라도.
욕망도 거대하고, 원하는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죄 없는 아이를 이용하고 망가트리며 죄책감 하나 없 이 이용하고 자신의 분노를 풀어내는 추악한 남자에게 그런 다정한 행동이라니. 누군가 보면 기절이라 도 하겠지만 애초에 이용하기 위해 수단은 전혀 관계 없다. 가면을 쓰고 다정한 후원자를 연기할 수도, 자상한 아버지나 삼촌을 연기할 수 있다. 어린아이와 약자에게 한없이 약해지며 그들을 위해 싸우는 사 람이 될 수도 있다. 그 내부가 얼마나 추악하며 썩어가고 있다 한들 이용할 수만 있다면...그렇게 한없이 다정하고 늘 응원을 아끼지 않는 후원자를 연기하며 펜팔을 주고받던 도중, 최근에 생긴 아주 거슬리는 일 하나가 생기지 않았을까. 바로 라이샌더의 '친구'라는 존재 말이다.
라이샌더의 삶 자체에 걸림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가 의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겨서는 안 된다 . 애초에 '친구'라는 존재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된 건지 잘 알면서 또 그러한 존재를 만들려고 그 러나? 순간적인 분노에 휩싸이는 순간 화이트 클라프의 머릿속을 짧게 스쳐 가는 것들은 다름 아닌 펜팔 내의 언급되는 한 친구의 존재.
어떻게 생겼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최근 자주 만나서 산 책을 하는 친구가 생겼다고 하는 말. 그 친구는 신기하게도 통통 튀는 매력이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통통 튀기도 하며 같이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이 든다는 그 말. 그리고 라이샌더가 보고를 위 해 자신에게 찾아와 언급했던 말. 그 두 말들을 합해보고 조금만 더 파고들면 왜인지 자신이 바라던 어떠 한 진실과 아주 가까워졌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어서.
무엇보다, 한 번 들으면 잊기 힘든 그 이름. 어쩌면 화이트 클라프가 얼굴 조차 모르는 이를 기억하는 것 치고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그 이름, 테트라. 라이샌더 가 부르는 그 이름 세 글자가 그 묘한 확신감에 불을 피운다.
그 의심은 이내 완전한 진실이 되어 다가오는데, 평소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본인이 능력자 가 되었다는 중요한 사실과, 그리고 이제 곧 처음으로 공성에 나가게 되어 많이 떨린다는 어떠한 각오와 응원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펜팔의 내용, 그리고 라이샌더가 보고차 와 빠짐없이 있었던 일을 얘기 하면 그 이야기가 맞물린다.
그리고, 착각이라고, 혹은 정말 우연으로 비슷한 사람이 있다고도 할 수 없는건- 그 이름 덕분이지. 그런 특이한 이름을 지녔다면 가명을 쓸 법 하지만 말이지.
라이샌더는 처음 '친구' 로써 테트라를 만났을 때 화이트 클라프를 가장 먼저 떠올렸는데, 이것은 어떠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감정이라 그 존재를 숨기고 싶기도 하고, 더 친해졌다가 괜히 테트라가 무슨 화를 당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맞을 각오를 하며 화이트 클라프에게 보고를 하였음에도 별다 른 반응이 없자 어라, 테트라는 괜찮은 건가. 혹은 지금은 이런 일은 신경 쓸 필요가 없으시다는 걸까. 하 는 생각으로 두려워하면서도 테트라와의 만남을 지속해 가는 라이샌더.
테트라, '친구'와의 만남은 라이샌더의 벼랑 끝자락 같던 삶에 잠시나마 흩날리는 비눗방울처럼, 겨우 버 티고 있는 그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찬란한 순간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좀 더 다가 가지도 못하고 함부로 손을 뻗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 두려움이.
테트라는 자신의 이야기가 마치 엄청난 이야기라도 되는 것처럼 반응해 주며 아이처럼 호기심이 많고, 기뻐해 주고, 같이 슬퍼해 주는 라이샌더에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지 않았을까. 펜팔 친구에게조 차 하지 않는 이야기들을 라이샌더에게 속삭이면, 라이샌더는 두려움과 버릇된 행동으로 그 모든 것을 끔찍한 그자에게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데도. 그걸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아마 라이샌더는 어째서인지 자 신이 테트라를 속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겠는가?
신기한 아이. 몸이 고무처럼 늘어나고 늘 웃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가면을 쓴 것처럼 슬퍼 보이는 아이. 라이샌더,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그리 말하여도 제대로 된 말을 해준 적은 없겠지만.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할 수도 없는 노릇. 언젠가는 분명 마주할 거다. 라이샌더와 화이트 클라프, 그자가 함께 있을 때. 처음 라이샌더를 바라보면 반가움에 미소를 짓지만, 이내 악착같이 두려움에 떨면서도 미소를 짓고, 어깨에 올려진 남자의 손에 경직된 채 테트라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는 그 모습을.
아, 네가 그 '레이디'구나. 하며 지나치게 반갑다는 듯 인사를 건네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 강한 기시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 라이샌더가 같이 지내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보호자쯤 되는 사람인 것 같았는 데, 그게 이 사람인가? 그런데 보호자라면 라이샌더가 편해야 하는 것 아니야? 왜 이리 불편해하지? 왜 이리 그를 두려워하는 것 같지? 그런 사라지지 않는 기시감을 품은 채 어물쩍거리며 마주 인사를 하지만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
라이샌더 또한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어쩌면 저 남자와도 관련됐을지도 모르는 것을. 명함까지 받아 들고 제대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돌아와 명함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서 나타 난 건지 모를 루드빅의 손이 불쑥 그 명함을 집어 들어 살핀다.
한참을 명함의 이름을 쳐다보다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하는 말은 어디서 난 거냐는 질문도 아니고 '엮이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한마디만 하고 다시 멋대로 사라져 버린다니.
하지만 그 루드빅이 경고할 정도면 도대체 어떤 인물인 걸까? 그때부터 테트라의 일방적인 불쾌함이 시 작됐을지도 모른다. 라이샌더를 그 남자의 손에서 꼭 구해내고 말겠다는 다짐까지 할 정도로.
분명 조심해야 할 것은, 그 남자가 테트라 또한 노리고 있다는 것.
테트라의 능력을 온전히 알게 된다면 완전하게 손에 넣어 자신을 빛낼 발판으로 삼을 거라는 것. 자신도 모르게 휘말리지 않도록, 늪에 빠지지 않도록, 언젠간 그 아이를 구할 수 있도록 잠시 거리를 두 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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