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ERA_CM

루테라 / 햄쮸님 커미션

클론

"이런, 실례."

 

재빠르게 허리를 낚아챈 손에 반사적으로 공격 태세를 취한 테트라가, 이내 목소리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방금까지만 해도 무전으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언제 뒤로 온 거지? 뒤를 보자 이런 전장 속에서도 능글거림을 잃지 않는 금발의 헌터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 앞에 지뢰가 있었습니다. 시야를 볼 때는 바닥도 봐야죠."

 "아……. 고마워요. 살펴본다고 살펴봤는데 미처 몰랐네요."

  

자칫하면 발목이 날아갈 법한 상황이었건만, 테트라 역시 능력자여서일까. 지뢰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를 들었음에도 이걸 누가 알려주기까지 눈치 채지 못한 제 미련함을 더 자책하는 얼굴이었다. 뭐, 어차피 그녀가 정말로 위험에 처한다면 이렇게 바로 빛과 같은 속도로 뛰어오는 남자도 있었으니. 그것 말고도 제다 더 주의해야 할 게 있을까요? 마치 누군가가 물감을 끼얹은 것처럼, 여전히 뿌연 안개 속을 바라보며 테트라가 물었다. 그녀보다 수십, 아니 수백 번은 이 전장에 발을 들였을 루드빅은 여유롭게 손가락 낀 액자 프레임을 돌리며 테트라를 응시했다.

 

 "그거 아십니까? 트와일라잇의 안개는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죠."

 "네?"

 "이를테면 평소에는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도 이 안개를 오래 보고 있자면, 눈앞에 있는 상대조차 의심하지 못합니다."

  

그게 무슨, 테트라로서는 영문 모를 소리만 늘어놓는 루드빅의 몸이 점차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빛은 그동안 봐온 그의 능력과는 묘하게 달랐다. 어딘가 어둡고 탁한, 그리고 그 빛이 테트라를 그대로 관통하려는 순간.

 타올라라! 그보다 먼저 또 다른 빛이 루드빅, 아니 루드빅이었던 무언가를 꿰뚫었다. 헉, 순식간에 살이 타는 냄새를 들이마신 테트라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또각또각, 이 익숙한 구두 소리. 흠, 이번에는 진짜일 것 같은 루드빅이 허리를 굽혀 클론이 손에 쥐고 있던 액자 프레임을 집어 들었다.

 

 "이런 것까지 따라하는군."

 "……클론이었던 건가요?"

 "보면 모릅니까? 그리고 애초에 바닥에 지뢰도 없었습니다. 시력이 그리 나쁜 줄 알았더라면 진작 안경을 맞춰줬을 텐데요."

 "……."

 "그리 분하다는 얼굴 하지 마세요. 원래 전장에 발을 들인지 얼마 안 된 얼간이는 클론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지금 얼간이라는 거예요?"

  

그게 아니면 뭐죠? 집요하게 정곡만을 콕 찌르는 루드빅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기에, 테트라는 그를 노려보며 입술만 짓씹었다. 그 표정을 재밌어 죽겠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루드빅이 먼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인정하긴 싫어도 전장에서의 헌터 루드빅은 누구도 감히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흥. 탁, 소리가 나게끔 그의 손을 맞잡은 테트라가 한 번에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왕이면 당신 클론도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만."

 "시끄러워요!"

  

다시는 이런 바보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리라. 테트라가 일부러 조용히 웃고 있는 루드빅의 구두 끝을 살짝 밟으며 먼저 앞서나갔다.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