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2

라쿠나

로그모음 by 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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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젠 시안은 꿈을 꿨다. 정확히는 악몽-시안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라고 부를 법한 것.꿈 속의 자신은 누군가에게서 도망치고 있지도 않았고, 누군가를 끔찍하게 살인하지도 않았고, 자신이 애써 지켜온 명성이나 실적이 모래성처럼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그저 혼자 있었다.

사람은 커녕 풀 한포기 찾아볼 수 없는 노랗고 어두운 공간에서 야쿠젠 시안, 그 혼자만이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공간을 헤치고 나아가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곳. 인기척은 커녕 짐승의 울음소리, 풀벌레와 바람 소리따위도 들리지 않는 곳.

오로지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메아리처럼 부딪혀 웅웅 울리는 곳을 하염없이 거니는 것 뿐이었는데도, 야쿠젠 시안은 크나큰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꿈이기 때문일테다. 의식을 차린 야쿠젠 시안이라면 아무도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으니.

그러나 본디 꿈이란 자각을 하지 못하기에 꿈이기 때문이었으므로, 홀로 남은 야쿠젠 시안은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니, 차갑지 않았다. 바닥은 자신의 체온과 비슷했다. 그리고 시안은 생각했다. 꿈 속의 인간이란 본디 허황된 생각을 하는 편이었고, 시안 역시 예외는 아니었기에 엉뚱한 생각을 해냈다. 왜 아무도 내 곁에 남아주지 않는 거야… 그리고 이것은 야쿠젠 시안의 신음과도 같은 목소리로 연약하게 새어나왔다.

그에 대답이라도 하듯 노랗고 어두운 공간에 작은 선율이 울렸다. 회색의 잿가루가 원을 그리듯, 고요히 흩날리는 듯한 현악기의 소리가. 꿈 속의 시안은 고개를 들었다. 그것만으로 마음 속에 전구가 하나 켜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만 이 곳에 있는 게 아닌가 봐, 같은 작은 위안이 텅 빈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것만으로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었다.

이윽고 야쿠젠 시안이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노란 조명이 시야를 가득 채웠으나 꿈과는 다르게 인기척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꿈결에서 들었던 멜로디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도. 잠에서 덜 깬 뇌가 몽롱함을 호소했으나 입은 이미 제멋대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자장가를 연주할 셈이었다면 사람을 재워야지, 세상 천지 잠을 깨우는 자장가가 어디 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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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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