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기

이무기 카지와 인간 푸름 카지푸름

백업용

그 숲에는, 꽤나 오래 산 이무기가 산다.

이무기는 사람과 동떨어져 살았다. 용이 되어 승천해 가끔씩 여기에 오는 누나도 인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용이 되는 조건은 모른다. 그냥 가끔씩 누나가 부럽다는 생각을 하며 이무기는 조용히 살아갈 뿐이었다.

깊은 숲에 있는 호수에서.

그런 이무기가 우연히 만난 마음씨 따뜻한 소녀가 이무기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

"너는 누구야? 왜 여기 살아? 부모님은?"

이무기가 사는 곳에 인간 소녀가 왔다. 이무기는 금빛 눈을 깜빡였다. 자신에게 이렇게 관심을 갖는 인간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난 푸름이라고 해. 너는?"

"카지..."

약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시선을 피한 카지는 이윽고 묻고 싶은 것을 물었다.

"여기는 이무기가 살고 위험한데 왜 온거야?"

어쩌면 그건 마음씨 착한 소녀의 이무기를 존중하는 말이기도 했으며 카지에겐 지나친 것이었다.

"그야 나쁜 짓 하는 거 아니면 이무기 님도 딱히 별 탈 없잖아? 그러는 카지야말로 왜 여기에 있어?"

"그건... 응, 난 이 근처에서 살아."

"이 근처? 여기 근처엔 사람이 잘 살지 않는데... 마을에서 쫓겨났어?"

카지는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자신을 계속 걱정해주는 푸름의 시선이 불편하면서도 또, 어딘가 모를 기분 좋음이 생겼다.

카지는 이무기 중에서 그렇게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지 않았다. 애초에 제 가족 뿐이었으며 이마저도 누나가 용이 되었으니 혼자 있던 일이 많다가 꽤나 시간이 지나고서 온 푸름에 어쩐지 모르게 그 모습을 그 눈에 더 담고 싶다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이무기라는 것을 알면 눈앞의 푸름이 실망할까 봐, 혹은 진짜로 겁먹을까봐 말하지 못했다. 용이 아직 되지 못한 이무기.

카지는 그 수많은 세월 중 영원을 살지 못하는 인간을 만나 이끌림을 느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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