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ini
첫 숨을 들이킨 순간 밴시는 눈 앞에 선 시꺼먼 형체를 보았다. 눈을 뜨기 전이나 후에 차이가 없으니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을 감아야만 할 때가 되어서야 알아챈다. 의식이 생기고 마주한 최초의 것은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죽음, 시야를 가득 메운 불길한 어둠이 느릿하게 움직이다 금방 멈춘다. 생물들은 태어나 처음 마주한 이를 부모로 여긴다던데 그 말은 밴시
운이 더럽게도 안 따르는 하루였다. 기껏 일찍 일어난 아침에는 나가기 직전에 핸드폰을 잃어버려 지각을 겨우 면했고, 급식 업체가 바뀌어 좋아했던 메뉴가 맛이 달라졌으며, 버스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뎌 그대로 넘어졌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느려진 걸음 덕분에 눈 앞에서 학원 엘레베리터를 놓쳤을 때는 아주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차라리 좀 다쳤다면 그 핑
짧게 잘린 줄기가 제각기 다른 속도로 떨어지는 소리와 막 끊긴 줄기 틈에서 피어오르는 독한 풀냄새, 생화향이라고 포장해 판매하는 향이 실은 생에서 끊어진 풀들이 내뿜는 향이라는 걸 대놓고 선전한다면 그 향수를 사려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뭐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요란스럽게 홍보하거나 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꽃다발을 만드는 풍경을 눈 앞에서
스페이스에 업로드된 컬렉션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