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라
손이 허공 위를 떠돌길 몇 분째. 내려앉을 기미 없이 어물거리는 모양새를 곁눈질로 흘끔거린다. 저 손바닥의 온도를 알고 싶다. “사람이 엄청 많아!” “하라주쿠니까.” 며칠 전부터 고대하던 첫 데이트. 데이트라는 단어가 이토록 간질거리는 거였던가. 사귄 지 한 달이 꼬박 넘어가고 있지만, 서로 임무가 바빠 밖에서 따로 만나
이타도리 유우지는 타인에게 살갑다. 창밖 너머로 보이는 웃음기 머금은 얼굴에, 성큼 옮기던 걸음이 우두커니 세워졌다. 어렴풋이 들려오는 말소리를 흘려넘기며 사토루는 일전 유우지에 대해 내렸던 정의를 재차 곱씹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만큼 남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는 녀석. 그 덕분인지 유우지의 주변엔 언제나 여럿이 모여있다. 누군지도 모를 이들에게 빙 둘러싸
“고죠 사토루가 봉인됐다.” 조악한 음질의 기계음이 고막을 긁는 생경한 감각. 귀에 내리꽂힌 비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을 깜빡여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메카마루의 생김새를 띈 동그란 괴뢰를 주시했다. 피가 차갑게 식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겪어본 적 없어 활자로만 보고 넘겼던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의 찰나. 그 순간 알아
Day 1 “꽃을 고르는 안목이 좋네.” 제게 하는 말일까. 얌전히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던 유우지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눈을 붕대로 가린, 누가 봐도 수상한 행색의 사내가 이쪽을 보며 생긋 웃고 있다. 허벅지를 반쯤 덮는 넉넉한 바람막이 주머니에 양손을 끼운 채 여유로운 모습. 안목을 운운하는 걸 보아하니 눈이 아픈 사람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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