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유지] 시부야 로맨스

사토루의 봉인 직후, 마음을 자각한 유우지

Adore U by 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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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죠 사토루가 봉인됐다.”

조악한 음질의 기계음이 고막을 긁는 생경한 감각. 귀에 내리꽂힌 비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눈을 깜빡여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메카마루의 생김새를 띈 동그란 괴뢰를 주시했다. 피가 차갑게 식는다는 게 이런 거구나. 겪어본 적 없어 활자로만 보고 넘겼던 말을 이제야 이해한다.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의 찰나. 그 순간 알아차렸다.

나 고죠 선생님을 좋아하는구나.


이상하리만큼 평온했던 10월 31일의 오전. 수업도 임무도 없이 대기하던 중 전화벨이 울렸던 건 오후 7시 무렵이었다. 조용한 공기를 깨고 별안간 울린 벨소리가 어쩐지 꺼림칙했다. 대기 상태였으니 준비할 것도 없어 핸드폰만 챙기고 밖을 나섰다. 급작스레 잡힌 임무라던 말마따나 전화를 끊고 얼마 되지 않아 기숙사 앞에 도착한 차. 가는 내내 평소라면 알려주었을 임무의 요점 대신 보조 감독의 라인 알림만 연신 울려 퍼졌다.

긴장한 내색이 역력한 보조감독의 태도가 아무래도 낯설었다. 행선지도 모르는 길을 내달리는 내내 멀뚱히 눈만 깜빡이다 내려진 곳은 낯선 묘원. 자세한 내용은 메이메이씨에게 들어달라는 말만 남긴 채 검은 차량은 휑하니 되돌아갔다.

메이메이. 분명 들어본 이름이었다. 사토루와 함께 있을 때 두 사람이 통화하는 걸 옆에서 본 적이 있다. 용건과 금액만 오갔던 명료한 대화. 친한 사람이냐는 제 물음에 사토루는 비즈니스 관계지만 말이 제법 잘 통한다는 의중 모를 대답을 되돌려 줬다. 묘원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가자 그녀로 추정되는 이와 나이에 맞지 않게 의젓해 보이는 아이가 나란히 있었다. 어쩐지 긴장감이 몰려와 침을 꼴깍 삼켰던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던가.

“고죠 선생님 한 명한테만 맡긴다고요?!”

주인 모를 자리에 걸터앉아 상황을 전해온 메이메이에게 유우지는 목청까지 돋워 가며 의문을 내비쳤다. 처음 보는 이에게 큰 소리를 내게 된 건 유감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고도의 결계술이라면 최소 실력 있는 주저사일 것이고, 교류회와 동일한 세력의 소행이라면 특급 주령들까지 얽혀 있을지도 모른다. 좋지 않은 머리를 대강 굴려봐도 위험한 상황이란 건 알 수 있다. 그런 곳에 선생님이 혼자 갔다니.

“걱정 마렴. ‘그’ 고죠니까.”

걱정, 걱정인가. 메이메이의 대답에 유우지는 그제야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머리를 한 대 시원스레 얻어맞은 듯한 착각에 곧장 입이 다물렸다. 열렬히 반문한답시고 펼치고 있던 손을 꽉 말아 쥐었다. 살갗에 손톱이 파고드는 게 느껴졌다. 고통이라기도 우스운 자극에 비로소 머리가 도는 것 같았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그녀의 말마따나 ‘그’ 고죠 사토루다. 당장 자신이 한 번 죽던 때도 고죠 선생님은 걱정할 것 없나, 하고 잘도 말하지 않았던가.

진정 남매가 맞나 싶은 두 사람의 대화를 한 귀로 흘려넘기면서 유우지는 당장의 형세를 곱씹었다. 애당초 상대측에서 그를 단독으로 지목했고, 상층부의 동의가 내려져 사토루도 잠자코 응한 일이다. 자신이 무어라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여유로운 미소로 일관하고 있는 메이메이의 모습에 어쩐지 자신이 마냥 아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죠 사토루는 최강이니까. 주술계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제 발을 담근 지 겨우 4개월을 넘긴 자신도 알고 있는 이야기다. 언제나처럼 떠밀린 무수한 임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불안했다. 우습게도 최강을 걱정했다.

믿고 맡기는 게 당연시 여겨지는 사내를.

 

메이지 신궁역에 동일한 장막이 쳐졌다는 보고에 바뀐 목적지로 향하는 발걸음이 급했다. 길도 모르는 주제에 자꾸만 앞장서서 걷고 있는 자신이 있었다. 역에 도착해서도 계속해서 안달을 냈다. 은연중에 문득 스스로가 낯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신 마음을 좀먹었던 이유 모를 불안. 그가 이기고 질지를 따지는 이해타산적인 생각이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 만났던 때 스쿠나도 이긴다고 단언했던 사람이다.

그보단 사내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것만 같다는 육감에서 비롯된 초조함. 제 동물적인 감각이 계속해서 듣기 싫은 경보음을 울려댔다. 얼른 이곳을 해결하고 시부야로 가서, 그 여유로운 얼굴을 한 번만 보고 싶었다. 항상 물결 흐르듯 다정하게 불러주던 목소리로 제 이름을 한 번 불러준다면 이 주제넘은 불안이 가실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겨우 한 정거장, 열차를 타면 2분도 채 걸리지 않는 찰나의 간극을 두고 손도 쓰지 못했다. 자신의 무력함을 재차 절감한 순간이었다. 봉인, 봉인을 당했다고. 선생님이. 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었다. 고죠 선생님을? 누가? 왜? 닿을 길 없는 물음을 연신 날려가며 입술만 잘근거렸다. 잇새에 짓눌린 살이 찢겨 피가 배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어지러이 일렁이던 동요가 한순간 가라앉았다.

봉인됐다면, 다른 이의 손에 들려있는 거라면, 되찾으면 그만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생애 첫 연심을 자각하기에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역을 빠져나와 지상을 내달리면서, 시부야에 도착할 때까지 발을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숨이 찬다는 감각을 느껴본 게 꽤나 간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리야 좀만 더 빨리, 더 빨리 움직여줘.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속력조차 부족하게 느껴져 애먼 다리를 종용했다. 운동화의 밑창이 아스팔트 바닥에 갈려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에 넘겨진 앞머리가 내려앉을 틈도 없이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귀에 꽂힌 괴뢰에서 들려온 낭보. 봉인은 시켰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돌아온 고죠 사토루니까, 라는 말은 유우지의 웃음을 터트리기 충분했다. 역시 선생님답다. 설령 봉인 당했을지언정 쉬이 넘어가 주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되찾을 수 있다. 선생님 좀만 버텨줘. 만나서 할 말이 있어.

서둘러 내달리던 중 벌어진 싸움에서 승리를 확신한 순간 배를 꿰뚫어온 한 방. 신체에 대해 무지한 자신조차 알 수 있었다. 망가져선 안 되는 장기가 망가졌다는 걸. 뱃속 어딘가가 어그러지는 듯한 감각에 소름이 일고 등골이 서늘했다. 내쉬는 숨 한 번, 깜빡이는 눈꺼풀의 팔랑거림 한 번에 생명이 새어 나가는 느낌.

손쓸 새도 없이 들이닥친 죽음 앞에 제일 먼저 떠올린 건 당장의 패배였다. 본능적으로 직감한 죽음보다, 여기서 질지도 모른다는 쪽이 몇 배는 더 무서웠다.

고죠 선생님을 구하는 건 굳이 내가 아니어도 돼.

찰나에 제 역할을 이해하고, 놀라우리만큼 평온심을 되찾았다. 사토루에게 향하는 길을 만든다. 그러려면 길을 막는 눈앞의 사내를 처리해야 한다. 설령 자신이 죽을지라도, 이 손으로 구할 수 없다고 해도. 다정히 이름을 불러주던 부드러운 어조를 떠올린다. 제 앞에선 구긴 낯도 한 번 보여주지 않았던, 본인은 모르겠지만 제법 상냥한 사람.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알리듯 울컥 밀려 나온 피를 가만히 흘려보냈다. 코끝을 스쳐야 할 철 비린내도, 몸부림쳐도 모자랄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감각은 꿈처럼 흐릿한데 정신만은 또렷했다. 제 몸조차도 지금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아는 듯했다. 입가에 타고 흐르는 피를 소매로 닦아내는 대신 자세를 정비했다. 내던진 목숨을 담보 삼아 전투에 임하다 정신을 잃고, 다시금 눈을 뜬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은.

“나만 죽어, 나만, 지금…!”

언젠가 사토루가 제게 했던 말을 기억한다. 자신과 함께라면 즐거운 지옥이 되겠다던.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이 히죽이는 사내를 이상하게 쳐다봤던 언젠가의 낮. 굴뚝 위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그를 따라 슬쩍 웃었던 것 같기도 했던 그 날.

즐거운 지옥조차도 그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고죠 사토루라는 뒷배를 잃은 이타도리 유우지가 다다른 곳은 허허벌판이 된 도시, 즐거움이 빠진 단어 그대로의 생지옥. 선생님처럼 강해지겠다고 잘도 지껄였던 입을 쥐어뜯고 싶다.

지금의 자신이라도 함께할 수 있을까. 나란히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올까.


 

광활한 도시에 박수 소리가 너르게 울려 퍼진다. 사토루의 봉인 이후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숨죽이고 있던 주령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란한 인파가 가득하던 도시를 대신 메운 주령들. 스스로를 미끼 삼아 손뼉을 맞부딪혀 유인하고 기계처럼 불제한다. 오늘이 며칠인지, 죽인 주령이 몇인지 헤아릴 겨를도 없다.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없애 수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사토루의 부재로 인해 들끓는 주령들이니, 불제하는 건 눈앞에서 옥문강을 놓친 제 몫이다. 지금의 유우지에겐 역할이 필요했다.

아무리 괴로움과 자책감에 버둥거려도 몸은 솔직하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식사를 해야 하고, 밤이 되면 쪽잠에라도 들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응당 영위해야 하는 생활 패턴. 이 인간다움이 얼마나 구역질 나던지. 속도 모르고 꼬르륵거리는 배가, 하루를 종일 깨어있으면 가물거리는 눈꺼풀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부품을 움직이는 연료라고 생각하면 참을 수 있었다. 지금의 행동 본위는 기계의 부품처럼 반복해서 움직이며 주령을 불제하는 것뿐이니까. 배를 채워 힘을 내고, 자고 일어나 다시 주령을 잡는다. 빙글빙글 도는 매일.

어제가 어땠든 간에 오늘은 이어지고, 하루가 계속되면 밤이 찾아온다. 길바닥에서도 잘 잠들 거라며 늘어놓았던 어느 날의 농은 정말이었다. 멀뚱하게 앉아있는 쵸소를 보고 유우지는 약간의 거리를 띄워 몸을 뉘었다. 요 며칠은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 속도 없이 잠을 잤다. 교통이 마비된 도시의 도로는 제 역할을 잃고 너른 침대로 전락했다. 스스로에게 조금의 편안함도 주고 싶지 않아 팔을 베개 삼지도 않았다. 지금의 제게는 이 정도의 불편함이 어울린다. 뒷통수에 냉기가 스미는 걸 느끼면서, 유우지는 멍하니 밤하늘을 눈에 한가득 담았다. 아, 그때와 같은 하늘이다.

‘밤하늘 예쁘네!’

‘뭐 별은 안 보이지만, 유우지가 예쁘다면 그런 걸로 할까.’

‘선생님은 꼭 한 번씩 분위기를 깨지.’

‘하지만 사실인데.’

‘그니까 그런 점이….’

유우지의 복귀 이후로도 지하실은 폐쇄되지 않고 두 사람의 비밀 회동을 위한 공간으로 쓰였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함께 있으면 즐거우니까. 손가락 열 개로도 다 셀 수 없는 나이 차이임에도 둘이 있을 때면 격세감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동급생 친구들보다도 사토루가 편안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그 기묘함이 싫지 않았다.

미리 약속하고 만나는 날도 있었지만, 아무런 기별 없이 지하실로 향하는 날이 더 많았다. 삐그덕 대는 나무 계단을 사뿐히 밟으면서, 소파 위로 우뚝 솟아있는 머리를 확인하는 일이 즐거웠다. 한쪽에게 일정이 긴 임무가 잡힐 때면 전날 만나는 게 무언의 약속이 되었다. 며칠 치 이야기를 몰아서 해두듯 밤을 꼬박 넘기며, 가물하게 감기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는 것조차 즐거워 서로 마주 본 채로 깔깔대기 바빴다.

‘밤 산책은 기분 좋은 거구나.’

‘이제 10월이어서 그런가. 바람도 시원하고.’

사토루가 집에서 갖고 온 DVD를 갖고 와 함께 감상하다가, 허기를 견디지 못해 야식을 잔뜩 만들어 먹은 날이었다. 설거지라도 한 양 그릇을 싹싹 비우곤 우습게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면서 야밤에 산책을 나와 몇 시간이고 내리 걸었다. 발바닥부터 감싸 오르는 피로감은 모른 척한 채, 옆의 사내에게만 집중했다.

새벽이 다 되어가는 탓에 평소보다 가라앉은 사토루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고 생각하면서, 외진 산속이라 가로등조차 없는 어두컴컴한 길을 걸었다. 어디로 걸음을 옮길지는 사토루에게 맡긴 채로, 서로를 배려하며 맞춰지는 보폭이 좋다고 여기면서, 상쾌한 밤공기를 양껏 들이마셨던 평화로운 순간. 고작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진다. 그때와 같은 칠흑을 빼닮은 하늘임에도 지금은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역시 같이 보는 사람이 좋아서였을까. 분수에 맞지 않는 로맨틱한 말을 잘도 생각한다.

‘선생님은 길을 잘 아네.’

‘그야 나 일단은 고전 졸업생이고? 유우지도 더 다니다 보면 이 근방은 빠삭해질 거야.’

그런가. 사토루의 말에 유우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흘끔 옆을 보았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라는 듯이 평온한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안도하는 자신이 있었다.

사토루는 언제나 제게 나중을 이야기했다.

고전을 더 다니면, 졸업할 즈음이 되면, 성인이 되면.

누구도 내다볼 수 없는 미래를 감히 장담하며 제 손에 건네주었다. 마치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주겠다는 듯이. 지어낸 기색 없는 순수한 진심에 기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항상 나에게 길을 알려줬구나. 산의 외곽에서 고전으로 돌아가는 길도, 주술사로서 나아가야 할 길도.

회상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성큼성큼 내달려, 몇 번이고 곱씹은 할로윈 전날 밤에 다다른다. 먼지가 어지러이 나부끼는 지하실, 쿠션감 나쁜 싸구려 소파에 앉아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때.

‘내일은 할로윈이니까, 유우지한테 스위츠라도 줘야겠네.’

‘어린이 취급? 스위츠는 나보다 선생님이 좋아하는 거잖아.’

‘그럼 나도 어린이인 걸로 할까나.’

‘우와, 28살 어린이라니 처음 들어봐….’

‘갑자기 나이 얘기? 울어도 돼?’

둥글게 주먹을 말아쥐어 우는 시늉을 보이는 모습에 유우지는 결국 그가 원할 법한 대답을 내뱉었다. 선생님이 주는 거라면 뭐든 좋다고. 제 말에 사토루는 눈을 가늘게 늘어트리며 기쁜 듯이 웃었다. 대화할 때마다 사토루는 늘 제게 원하는 대답을 유도하곤 했다. 치사한 어른이라고 입술을 불퉁하게 내밀다가도, 결국은 바랄 법한 말을 골라 건네주게 된다. 만족스럽게 미소 짓는 모습이 좋아서, 그에 덩달아 이쪽도 표정을 느슨히 풀게 되어서.

‘좋아.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불과 며칠 전의 대화가 막연히 느껴지는 건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멀리 와버려서일까. 자신은 지금 어디 쯤에 있는 걸까.

미안, 선생님. 얌전히 있지도 못했고, 외려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어. 기다리고 있지도 않을 거야. 고죠 선생님을 되찾아야 하니까. 나한테 해준 말은 하나도 지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염치도 없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다. 누구든 죽일 수 있는 손이란 걸 잊을 정도로 다정히 머리를 쓸어주던 손길을 돌려받고 싶다. 제게 내려앉았던 온기가 그립다.

주령을 잔뜩 잡고 나면, 선생님을 구하고 나면, 그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줘.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으니까.

“선생님이야말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반드시 구하러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닿을 길 없는 다짐이 허공에 아스라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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