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유지] 썰 백업2

청이 주막집 by 청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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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7살이었던 이타도리 유우지 그 옆집에 사는 17살 고딩 고죠로 고죠유지 보고 싶음.

맨날 아침에 등교하려고 집에서 나오면 옆집 애기가 안넝 엉아! 이러고 인사함 ㅋㅋ 고죠 애기 별로 안 좋아해서 처음엔 대충 인사 받아줬는데 매일 그러니까 애정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음. 주말에 집에서 세상 모르게 자고 있는데 누가 탕탕탕 문을 두드리는 거 대충 후집 걸치고 문을 열었는데 아무도 없음. 어떤 새끼가 장난질이야 라고 생각하고 문 닫을라 하는데,

"엉아!"

하고 아래서 목소리가 들림 ㅋㅋ 고개 내렸더니 자기 보면서 베실베실 웃고 있는 이타도리가 서 있는 거.

"엉아! 오늘두 학교 가?"

"어…. 아니 오늘은 쉬는데."

"그럼 유지랑 놀자! 유지 엄마 아빠가 일 하러 가서 혼자 이써. 혼자 있기 시른데…."

갑자기 시무룩한 얼굴로 손가락 꼼지락 거리는 거 보고 있으니까 맘 약해진 고죠가 결국 문을 활짝 열어줌.

"들어와."

그래. 애기 혼자 둘 수 없으니까. 집 안을 빨빨 거리는 유지 두고 다시 자려고 메트리스에 누웠는데 와다다다 하고 달려옴.

"엉아! 잘 꼬야?"

"응 졸려서…."

"그럼 유지능… 안냐, 잘 자 엉아!"

순간 울상 짓다가 다시 활짝 웃는 거 보고 뭔가 찝찝해진 고죠가 일어나 앉음.

"뭐 하고 싶은데?"

"놀아줄 꼬야!?"

"응. 같이 놀자."

신난 듯 방방 뛰며 웃는 해맑음의 극치 유지. 근데 맨날 보면 부모님이 넘 바빠서 유지 혼자 방치될 때가 많음. 아마 울상 짓다가 다시 웃는 것도 바쁜 부모님 때문에 생긴 안 좋은 버릇이겠지. 애기 땐 몰라도 되는 건데. 이게 고죠가 유지한테 마음 쓰는 이유 중 하나였음.

"밥은 먹었어?"

"으응, 안니!"

집에 뭐가 있나. 냉장고를 뒤적이는데 아무것도 없음ㅋㅋㅠ 남고생 혼자 자취하는 집에 뭐가 있겠어….

"밖에 나가서 사먹을까?"

"웅! 엉아랑 하는 건 다 조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고죠 손가락 하나 간신히 잡는데 심쿵. 아니 얜 뭐가 이렇게 귀여운 거야;; 고죠 혹시나 유지 아플까 봐 힘을 주지도 못하고 잃어버릴까 봐 힘을 안 주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면서 손 잡고 다님 ㅋㅋ 아예 안아서 데리고 다닐까 생각했다가 유지 신나서 콩콩 뛰는 거 보고 그냥 조금 더 고생하자…. 이러고 유지한테 막 끌려다님. 그렇게 유지랑 데이트가 시작됨.

"엉아 이거 이거!"

뛰어다니다가 먹을 거 발견하면 자꾸 먹고 싶다고 하는 통에 밥은 무슨 타코야끼, 샌드위치, 당고 등등 애기가 원래 이렇게 많이 먹나 싶을 정도로 군것질을 한가득하는데, 먹을 때마다 입에 묻은 거 닦아주면서 행복한 얼굴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응응. 이러고 있음 ㅋㅋㅋ 거기다 이거 하자 저거 하자 하면서 그 쪼그만 몸으로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데 체력 하나는 자신 있는 고죠도 슬슬 지쳐가기 시작함.

"엉아 엉아! 이건 모야?"

손가락으로 가르킨 게 인생네컷 ㅌㅋ

"사진 찍는 거야. 찰칵 하는 거."

"우와앙."

인생네컷을 보는 유지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함.여친이랑 찍어본 적도 없는데. 힐끔힐끔 유지를 쳐다보다 그래, 애긴데 뭐 어때. 이런 건 노 카운트라고. 그리고 이렇게 귀여울 때 사진을 남겨둬야 해. 결국 팔불출이 되어버린 고죠가 유지를 안아들고 기계 안으로 들감 ㅋㅋ 찰칵, 찰칵 나름 자세도 바꿔가면서 열심히 사진 찍음 ㅋㅋ

"자, 손가락 이렇게."

양 입술 끝에 손가락 대고 같이 브-이. 이럼서 유지한테 포즈 알려주면서 사진에 신중에 신중을 기함 ㅋㅋㅋ

"유지 이렇게 해 봐."

"으응, 이케?"

꽃받침 시키는데 또 심쿵 당함…. 고죠가 얼굴 가리고 혼자 부들거리니까 어디 아프냐고 고죠 이마에 손 갖다대는 유지….

"엉아 아파? 아푸지 마…."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하는 얼굴에 안 아프다고 웃으면서 같이 꽃받침하기…. 그렇게 예쁘게 사진 찍고 사진 가지고 둘이 옥신각신 했음 좋겠다.

"잉거 유지 조!"

"너 아직 어려서 형이 맡아줄게."

"안냐! 유지 가질 꼬야!"

"나중에 크면 준다니까?"

아주 유치해죽음. 결국 사진은 고죠가 가져감. 나중에 커서 이타도리가 찾아가기로 약속하고 ㅋㅋ 10살 어린 애 이겨서 좋다고 사진 보면서 실실 웃음. 울상인 이타도리 보다가 미안했는지 달래주려 안아듦.

"유지 뭐 하고 싶은 거 또 없어?"

"업써…."

단단히 삐쳤는지 마주보던 고죠 얼굴 피해서 목덜미에 얼굴 박음.

"유지가 원하는 거 다 해줄게."

"…구럼 유지 아스크림."

"아스크림? 형이 제일 맛있는 걸로 사 줄게."

"웅…."

결국 아스크림 손에 쥐어주고 놀이터 가서 고죠가 지쳐 쓰러지기 전까지 신나게 뛰어놀고 나서야 집에 가는데, 힘들다고 고죠한테 안겨서 집 가는데 와중에 잠든 거 ㅋㅋ 해도 저물었겠다 부모님 계시겠지 싶어서 이타도리네 집 문 두드렸는데 아무도 안 나옴; 결국 본인 집 데려가서 애기 침대에 눕혀 놓고 옆집에 있으니까 오면 데려가라고 친절하게 쪽지까지 현관에 붙여 놓고 집에 들어왔는데 존나 피곤한 거. 결국 부모님 기다리다 유지 끌어안고 같이 잠 ㅋㅋ

"엉아 이러나…."

뭔가가 열심히 자기 두드리는 거 느껴져서 눈 떴는데 유지 눈 비비면서 고죠 깨움.

"응? 무슨 일 있어?"

"안니 엉아 학교 가야대."

"아…."

이타도리가 옆에 있어서 주말인 줄 알았던 거; 그제야 현실 자각한 고죠가 급하게 학교 갈 준비함. 근데 유지 부모님은 왜 안 오시지? 혹시나 싶어서 어제 붙여둔 쪽지 확인하러 나갔는데 웬걸 똑같이 문 앞에 쪽지가 붙어있는 거임. 

'밤 중에 와서 데리러 가지 못했습니다. 죄송한데 저녁에 데리고 갈테니 부탁 좀 드릴게요.'

그거 보고 고죠가 머리 쓸어넘기면서 한숨을 내쉼. 저 애기를 어떻게 혼자 두고 가……. 처음엔 이타도리도 걱정되고 이젠 자기도 아끼게 된 귀여운 동생이라 맡아줬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그 횟수가 많아지는 거; 슬슬 고죠도 짜증이 나기 시작함. 유지는 아무 생각 없이,

"엉아랑 있는 거 죠아!"

이러는데 고죠 입장에선 이 어린 애를 두고 밖으로만 도니까 빡치는 거지. 사실 고죠 부모님이 외국 나가 계셔서 자취한 건데 다시 들어온다고 하셔서 본가에 들어가야 될 날이 얼마 안 남음. 심지어 가까운 것도 아니라 전학까지 가는 상황인데 애를 이렇게 방치하기만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거지.

"엉아! 유지 배고파."

"알겠어. 우리 밥 먹자 밥."

이젠 냉장고도 채워놓고 밥도 해놓음. 전부 유지 밥 먹인다고 사놓은 거 ㅋㅋ 고죠 거의 애 아빠 다 됨; 그렇게 채워놓은 냉장고가 다 비어갈 때쯤 고죠 이사하는 날이 된 거야. 유지한테 어떻게 말하냐 골머리 썩히다 결국 당일 되서야 말해주는 거. 유지 엉엉 울고 가지 말라고 붙잡고

"형이 가끔 놀러올게. 다 크면 유지가 놀러와도 되고. 그치?"

"그래두 시러 가디 마아…."

고죠 옷자락 꼭 붙잡고 서럽게 울어대는데 고죠도 속이 말이 아닌 거.

"나중에 유지가 놀러오면 사진도 줄게."

"징짜…?"

"응 우리 예쁘게 찍은 거 있지? 꼭 받으러 와 기다리고 있을게."

눈물 방울 마구 흘려대다가 소매로 슥슥 눈물 닦고 고개 끄덕이는 유지.

"착하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고죠가 동네를 떠났음. 그 후로 몇 번이나 유지를 찾아가려고 했지만 바빠진 통에 편지나 사진만 몇 번 우편으로 보내다가 자연스럽게 추억으로 잊혀짐.

그로부터 10년 후 고죠는 아버지 회사 밑에서 일 하고 있었고 이젠 현실에 치여 사는 덕에 유지 생각은 나지도 않았음. 그럴만 했지. 10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으니. 그러다 1박 출장으로 옛날에 살던 그 동네를 가게 된 거지. 추억에 젖은 고죠가 빨리 일을 끝내고 동네를 둘러보기 시작함. 추억이네. 한가롭게 동네 둘러보다가 옛날에 살던 집 근처까지 도달함. 한 번 공사를 한 건지 낡은 티가 전혀 나지 않았음. 옛날엔 저기서 애도 많이 봤는데. 괜히 유지 생각나서 자기가 살던 집 앞에 가보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얼굴이 나오는 거.

"어, 고죠 형?"

"너 설마 유지?!"

몸은 다 자랐는데 얼굴이 어릴 때 그대로인 게 딱 봐도 유지였음. 근데 왜 내가 살던 집에서 나오지?

"너 여기 살아?"

"…형."

반가워서 인사하려는데 갑자기 유지가 울면서 안김; 당황한 고죠가 뭐지 싶어서 일단 등 두들겨주는데 멈출 기미가 안 보이는 거.

"우리 들어가서 얘기할까?"

훌쩍이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유지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감. 근데 옛날에 자기가 살던 그대로 꾸며놓은 거…. 유지 혼자 계속 그리워한 거지 ㅠ 눈치빠른 고죠가 그걸 모를리가 없지. 계속 서럽게 우는 유지 눈물 막 닦아주고 괜찮아 괜찮아 등 두드려주니까 서서히 애가 눈물 그치기 시작함.

"다 울었어?"

끄덕끄덕.

"다 큰 줄 알았는데 아직 애네."

"형이 온다고 그랬는데 안 왔잖아."

말하면서 또 서러워진 유지가 다시 울먹이니까 고죠가 다급하게 미안하다며 와락 안아줌.

"형이 잘못했네. 형이 나빴어, 미안해."

"나 진짜 훌쩍 기다렸는데."

결국 또 울음 터뜨리고… 달래느라 바쁜 고죠.

"그래서 언제부터 이 집에 살았는데?"

"올해부터요."

"왜?"

"옛날에 형이 입던 교복 입고 여기 살면 형이 찾아올 것 같아서…."

귀여워 미치겠네. 이유 듣고 나니 더 미안해진 고죠가 자연스럽게 무릎 꿇음. 그러다 어릴 때 잠깐 친했던 형일텐데 이렇게 기다린 이유가 뭘까 내심 궁금해졌지. 이걸 어떻게 물어볼까 머리 굴리는 소리가 유지한테까지 들린 건지 혼자 대답해줌.

"형 제 첫사랑이란 말이에요."

"…어?"

예상치도 못한 대답에 너무 놀라서 소리가 튀어나옴. 아니 그래 그럴 수 있지. 어릴 때 첫사랑이니까.

"지금도 좋아해요."

아니 얜 크면서 독심술을 배웠나. 어쩌냐 이걸….

"지금 당장 저 좋아해달란 거 아니에요…. 저 아직 어리니까, 그러니까 다 클 때까지만 기다려줘요."

진짜 독심술 배웠나봐; 당황한 고죠가 아무 말 못하고 있으니까 혼자 줄줄줄 얘기하는데 마냥 웃어넘길 수가 없었음. 애가 넘 절절하게 고백해서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될 것 같았음.

"우선적으로 나는 너 안 좋아해."

그 말에 유지가 움찔거림 막상 들으니 더 상처였겠지…. 고죠도 눈치를 보면서도 계속 말을 이어감.

"너 기다리면 나 서른이야. 그때가면 완전 아저씨일 텐데 만날 수 있겠어?"

"그건…!"

"거기다 난 결혼을 바라볼 나이라고. 연애 한 번 하자고 널 기다릴 순 없어."

"…하면 되잖아요"

"뭐?"

"저랑 결혼하면 되잖아요!"

"아니, 너 그게 무슨 말인 줄 알고 하는 거야?"

이렇게까지 막장인 상황이 기다릴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진짜 난감하다. 다 커봐야 스무살인데 결혼이라니. 어릴 땐 놀아야지.

"너 나랑 만나면 못 놀아."

"안 놀아도 돼요."

"어릴 땐 노는 거 좋아하더니."

고집 부리는 건 그대로지만.

"저 클만큼 컸어요."

27살 앞에서 17살이 크면 얼마나 크겠냐고 고죠한텐 그저 웃기는 소리지 ㅠ

"현실을 봐 유지. 너랑 난 안 돼."

"…형 제가 싫어요? 정말 진짜 아니에요?"

어릴 때 예뻐하던 애가 울먹이면서 묻는데 어떻게 거절해….

"그럼 다 크고 나서 찾아와. 그때도 같은 마음이면 그때 생각해볼게."

"진짜...?"

"그래. 진짜."

지금은 이게 최선이겠지. 자기 또래한테 눈 돌리거나 다 커서 세상에 많은 사람이 있는 걸 알게 되길 기다려야지. 

"이번엔 주소 주고 가요."

"알겠어."

유지가 바로 종이를 내밀었고 고죠가 주소를 적어줌.

"진짜 주소 맞죠?"

"아무리 그래도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하겠어? 마음 바뀌더라도 가끔 놀러와."

"안 바뀌어요. 절대."

유지의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고 이거 괜히 오기를 심어준 거 아닐까 걱정됐음.

"혹시 바로 가요?"

"아니, 내일."

"그럼 오늘 나랑 자요."

와씨. 순간 부끄러운 얼굴로 올려다보면서 말하는데, 진짜 고딩 건드는 파렴치한이 될 뻔함.

"알겠어. 같이 자자."

자신의 품에 포옥 안겨오는 유지를 안으면서 호텔 예약 취소해야겠다고 생각함.

"형 근데 저 사진은 언제 줘요?"

"그런 것까지 기억해?"

"당연하죠. 제 사진 빨리 줘요 다 컸잖아."

"…나중에 사진도 찾으러 와."

"좋아요."

다음 날 다시 현실로 복귀한 고죠는 어느 정도 나이도 차서 차근차근 회사 물려받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음. 와중에 아버지 등쌀에 밀려 몇 차례 선까지 봐야했지. 하지만 제대로 성사된 건 하나도 없었음. 딱히 마음에 들지 않은 것도 아니고 만나지 않을 이유도 없는데 만나기가 싫은 거. 아직은 일만 하고 싶다는 핑계만 대면서 선도 미루고 정신을 차렸을 무렵 고죠가 딱 서른이 됐음.

"너 이제 서른이야."

"알고 있어요."

"이십대 때는 일 하고 싶다니 놔뒀지만 만나는 사람 있는 거 아니면 이제 선 봐라."

"생각해 보겠습니다."

딱 봐도 듣지 않을 것 같은 고죠의 태도에 앞에 앉은 중년의 남자가 미간을 몇 번 꾹꾹 눌렀음.

"더 할 말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 방을 나간 고죠 역시 피곤한지 뒷목을 주물렀음. 뭐가 저렇게 급하신지 원. 답답한 마음에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본가를 벗어나 회사 근처에 잡아둔 오피스텔로 향했음. 본가를 벗어나있고 싶을 때 찾는 보금자리였지. 집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오니 벌써 자정이 넘는 시간에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 침대로 향하는데 그때 누가 벨을 눌렀음.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누구세요?"

"형!"

고죠의 두눈이 크게 뜨임. 진짜 올 줄 몰랐는데…….

"저 다 컸어요!"

어쩌다 이 녀석이 우리 집에 있는 건지.

"사진은 어디있어요?"

"…그거 본가에"

"사진 보고 싶었는데…."

유지는 한껏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죠가 고개를 돌렸음. 사진 오피스텔에 있고 자주 꺼내보지도 않지만 나름 간직하고 싶어서 거짓말한 거임 ㅋㅋ

"그래서 사진 찾으러 온 거야?"

"사진도 찾고 형도 찾으려고."

간단히 맥주를 꺼내마시던 고죠가 쿨럭이면서 맥주를 뱉어냄. 아니 아직까지 날 좋아한다고? 고죠를 바라보는 유지의 눈이 맑게 빛냈음. 진짜 지금까지 기다릴 줄이야. 

"너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뭔데요?"

"이제까지처럼 자유롭게 못 산다는 말이야."

"자유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이런 걸론 소용없겠군.

"성인의 연애는 네가 생각하는 거랑은 좀 다를 거야." 

"어떻게 다른데요?"

"너 나랑 잘 수 있어?"

그 말에 유지의 얼굴이 뿅 하고 빨개졌음. 이건가 싶어서 한마디 더 덧붙였음.

"참고로 난 아주 밝혀."

"…아요"

"뭐라고?"

"저도 알 거 안다고요!"

"알 거 뭘 아는데? 응?"

괜히 장난끼가 발동한 고죠가 가까이 다가가서 유지를 빤히 쳐다보니까 유지가 머뭇거리다 입을 뗌.

"형… 생각하면서 빼기도 하고…. 하여튼 알아.요"

그 말을 듣고 머리가 뎅 했음. 다 컸는데 왜 귀엽고 난리야.

"나를 생각하면서 뺐다고?"

"…네."

"진짜?"

"그만 물어봐요!"

"나 가지고 어떤 상상했는데?"

이번엔 고죠의 눈이 반짝 빛났음. 연애는 안 해도 잠자리는 꾸준히 하고 다닐만큼 밝힌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거든. 유지가 고죠를 피해 점점 뒤로 물러나자 고죠가 턱을 탁 붙잡고 목소리를 낮게 깔았음.

"나 앞에 있잖아.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지 않아?"

가운만 입은 채로 자기한테 야한 말을 하는 고죠에 유지가 자기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킴. 아, 멈춰야 되는데. 고죠의 이성이 똑똑 문을 두드렸지만 한 번 시작한 장난이 멈출 줄을 몰랐음.

"…해도 돼요?"

그 말에 잠시 고장난 듯 회로가 멈췄던 고죠가 손을 치우고 다시 맥주를 집어들음.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네. 맥주를 마시면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는 유지를 바라보는데 머릿속이 복잡했음. 뭔가 유지를 볼 때마다 자신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게 이상했지.

"형, 전 형이 그런 못된 장난을 쳐도 좋아할 거예요. 그러니까 일부러 못되게 굴지 마요."

이건가. 가슴까지 확 와닿는 진심. 그 누굴 만나도 채워지지 않던 게 유지를 통해 한순간 채워짐. 아마도 난 그 삼년간 널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유지한테 성큼성큼 다가간 고죠가 다짜고짜 입을 맞췄음. 단숨에 파고든 혀가 아주 삼킬듯이 입안을 휘젓자 유지가 앓는 소리를 내며 가운을 꽉 잡음. 살짝 눈을 뜨고 가운을 꼭 잡은 유지의 손을 보고 입을 한 번 떼더니 이번엔 천천히 아랫입술을 살살 굴리다 유지가 따라올 수 있게 느리게 입안을 훑었음. 길었던 키스가 끝나고 유지가 또 눈에 눈물방울 매달더니 고죠를 꼭 끌어안음.

"왜, 왜 또 울어."

"아니 그냥 너무 좋아서…."

유지의 말에 고죠가 바람 빠지게 웃고서 유지를 들어서 침대로 데려가 꼭 껴안아줌.

"이제 자자 오느라 피곤했잖아."

"으응…."

"형은 아침 일찍 일 나가야 하니까 일어나면 집에 얌전히 있어."

"응."

"배고프면 냉장고 뒤져먹고 먹고 저녁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연락하고."

"응".

"착하다."

다음 날 유지를 두고 출근하던 고죠가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음.

"저 만나는 사람 생겼으니까 이제 선 잡을 생각 마세요. 끊습니다."

"뭐?"

"이만 끊습니다."

뭐라고 소리치는 말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은 고죠가 문자를 보더니 혼자 씩 웃으며 기분 좋게 출근함.

'형 돈 많이 벌어와요♡♡♡'


# 2

고죠도 몸 좋아서 은근 찌찌 있겠지? 글서 둘이 처음으로 응응 하려고 했을 때 고죠가 상의 탈의하자 마자 오. 이럼서 이타돌이 자기 위에 올라탄 고죠 찌찌 한참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고죠는 아래 아파서 속으로 거의 울었을 듯 ㅋ ㅋ ㅋ

"저… 유지? 언제까지 만질 생각이야…?"


# 3

이타도리 외로움 많이 타서 갑자기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무작정 고죠 찾아갔으면 좋겠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다가가면 고죠 아무 말 없이 안아줄 듯 연인 사이도 아닌데 애틋한 고죠유지가 보고 싶었음.

"선생님 저 혼자 있기 싫어요."

이러면서 무작정 고죠 찾아가기 대뜸 집으로 찾아와서 저런 말하는데 들어오라고 문 활짝 열어주고 애 신발도 벗기 전에 일단 안아주고 볼 듯 그럼 이타도리 가만히 안겨 있겠지? 그리고 이타도리가 먼저 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거 아니면 고죠도 계속 안고 있을 듯

나중에 이타도리가 좀 꿈틀거리면 팔 풀어주고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감 이유도 모르는데 묻지도 않고 이타도리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주는 고죠

서로 좋아하는 거 자각 못하고 있는데 행동에선 감정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거 너무 좋다


# 4

이타도리의 우당탕탕 요리 일과 보고 싶다 일단 이타도리가 요리 절대 못 했으면 좋겠음 (날조) 근데 그런 주제에 맨날 요리하겠다고 설쳐서 버린 후라이팬만 십 여개... 나중엔 고죠가 요리 못하게 하니까 외출했을 때 몰래 시도하기 ㅋㅋㅋㅋ

어느 날은 계란후라이 하겠다고 불쇼해서 부엌 홀라당 태워먹었음 좋겠다 ㅋㅋ ㅋ ㅋㅋ ㅋㅋ 나갔다왔는데 집에서 탄내가 풀풀 나고 부엌이 까맣게 타있음.

"유우지!!!!!"

"힉…."

창문이란 창문 죄다 열어놓고 침대에 숨어있기… 넘모 귀엽다


# 5

나 순간 가련한 고죠 씨가 생각 났어 이타도리가 고죠 술 못 마시는 거 알고 일부러 술 맥인 다음에 모텔 데려가서 일 치뤄버리기.

다음 날

"이게 뭐야…?"

"일어났어요?"

고죠 둘 다 나체인 거 보고 멘붕와서 어버버 하는데 거기서 이타도리 졸라 태연하게 인사하고 ㅋㅋ

"우리 잤어?"

"기억 안 나요? 힘들다고 해도 안 놔주더니."

아니 대체 누가??? 기억 없는 고죠 씨 머리 쥐어뜯으면서 눈웃음 치는 이타도리 보고 거의 울고 있음….

"순결 뺏어가놓고 책임도 안 지려는 거 아니죠?"

"네? 아니 어?"

순결일 리가. 근데 고죠는 아무것도 모르고 책임진다고 하겠지.


# 6

나 그것도 보고 싶음. 고죠가 이타도리 허리 꼭 껴안고 자는 거. 이타도리가 더워서 팔 치워내면 얼마 안 가서 다시 허리 끌어안고. 이타도리가 화장실 가려고 일어나면 잠깐 깼다가 다녀오면 다시 허리 끌어안고 쿨쿨 잠들고…. 그게 습관이 돼서 길거리에서도 가끔 허리 감싸면 좋겠다. 그러다 매번 고죠 따라다니기 힘들어서 꼭 자기 안고 자야 되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다른 사람 안고 잤으면 좋겠어?"

"베개도 있잖아요."

"그게 너라고 생각할까? 베개랑 같이 밥 먹고 데이트 하고 뽀뽀하고 섹ㅅ"

"뭘 또 거기까지 가요!"

"난 유지를 안고 자고 싶은 거야. 다른 게 아니라."

약간 감동 받은 이타도리가 볼에 홍조까지 띄우고 베시시 웃음.

"그렇게 말한다면야…. 알았어요."

"그런 의미로 우리 낮잠 자러 갈까?"

"(끄덕)"

여러분 사실 이거 다 고죠 계략이에요 저런 달달한 말을 뱉은 건 모두 이타도리의 허리를 얻기 위함이라고!

(개인적으로 둘이 메챠쿠챠 할 때도 고죠가 허리 너무 만지작대서 성감대로 개발 됐으면 좋겠음. 그래서 잘 때도 고죠 팔이 살짝만 스쳐도 움찔거리면서 작게 신음 앓으며 자는 이타도리가 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이 있었읍니다.)


# 7

가끔 고죠가 저기압으로 내려갈 때마다 좀 스산한 분위기가 너무 좋아. 그리고 그때마다 이타도리 찾았으면 좋겠어. 이타도리를 보고 있으면 뭐랄까 인간에 대한 환멸이 조금은 사그라드는 기분? 유일하게 관계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사람? 그런 존재일 듯.

그렇게 이타도리 찾아가면 이타도리는 눈치 한 번 보다가 웃으면서 반겨주는 거지. 고죠 기분 안 좋을 때마다 안대 느슨하게 푸는 것도 좋겠다. 그럼 그걸로 알아채고 고죠 옆에 앉아 혼자 재잘재잘 떠드는 거야. 대부분 쓸데없는 얘기임. 그날 하루 일과를 쭉 늘어놓는 정도? 그것만으로 가라앉았던 마음이 조금은 힐링될 것 같음. 순수함이 하나의 결정체로 남아있는 기분이라. 그러다 환멸감이 좀 사그라들고 나면 입을 열겠지.

"유지 영화는 제대로 보고 있는 거야?"

"그럼요! 같이 보실래요?"

그렇게 자기 품에는 곰 인형 안고 자긴 고죠 품에 기대서 같이 영화나 보다 잠드는 거지. 물론 이타도리가 잠들면 인형 머리 붙잡고 고죠가 대신 주력 넣어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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