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유지] 썰 백업3

주막집 by 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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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타도리 볼따구 옴뇸뇸 하는 고죠 보고 싶다... 약간 이타돌이 고무줄이라 쭉쭉 늘어나고 모찌모찌한 살이었음 좋겠어... 꾹꾹 손가락으로 이타도리 볼 찌르는 고죠...

둘이 같이 침대에 있으면 이타돌이 고죠 다리 사이에 앉아서 막 핸드폰 게임하고... 고죠는 그거 구경하다 이타돌이 집중하는 거 귀여워서 볼따구 앙 물었음 좋겠다... 이타돌이 볼따구 중독 고죠 사톨우....

가끔은 밖에서 이타도리가 막 후시구로랑 쿠기사키랑 대화하고 있으면 재잘재잘 거리는 게 넘 귀여워서 ㅡ고죠 눈에만 그런 거임ㅡ 휘적휘적 다가가서 볼에 쫍 뽑호... 글고 경멸의 눈빛 받는 고죠 센세....

실습 땜에 나나밍이랑 같이 잇으면 아예 이타도리 뒤에 매달려서 볼따구 쪼물쪼물... 만지고 있는 것두 좋겟다.... 나나밍 계속 무시하다 화나서 제발 일 좀 하러 가라고 승질부리는데 거기서 찹쌀떡 같은 게 계속 손이 가는 걸 어떡해 ㅠ 

그런 일도 있음 재밌겠다 막 이타도리 삐치면,

"오늘 제 볼 만질 생각하지 마요!"

씌익씌익 거리능데 그때마다 고죠 절규하듯 OTL <이러고 무너질 듯 ㅋㅋㅋㅋㅋㅅㅋㅅ

"안 돼.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

일단 빌기. 근데 이타도리 이거 가끔 악용할 둡...


# 2

행에서 잠시 풀었던 썰. 고죠 고딩 때 게토랑 사귄 전적이 있고 현재 사귀는 건 이타도리임. 근데 게토를 다 못 잊은 채로 이타도리랑 만나는 거지. 일단 게토는 자신의 옆에 없고 이타도리에게 좋은 감정을 느꼈으니까. 그렇게 잘 만나고 있는데 어쩌다 삼자대면 하게 된 거지; 현장 견학 시키겠다고 이타도리 데려간 곳에 게토가 나타난 거. 언젠가 다시 마주하겠지 싶었지만 그게 지금이라고는 생각도 못함. 그래서 그대로 몸이 굳어버린 고죠가 멍하니 고토만 쳐다봄. 옆에 이타도리가 있는 것도 까먹고 아주 긴 시간을.

그덕에 고죠가 자기를 못 잊었다는 걸 눈치챈 게토가 살살 눈웃음 치면서 꼬시기 시작하는 거지.

"너만 한 발 다가오면 그때 행복했던 추억들이 추억이 아니라 현재가 될 수 있어."

이타도리는 영 무슨 소린지 모르니까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는데 그 순간 고죠는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었음. 이타도리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둘의 관계를 전혀 몰랐던 이타도리가 나중에 선배들한테 물어보니 둘이 만났던 사이라는 거; 그렇게까지 동요하는 고죠는 처음봐서 이상하다 생각은 했지만 만났던 관계라니. 그때부터 고죠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하는데 자꾸 자기 몰래 밤에 나가는 거임.

아니나 다를까 그런 식으로 게토를 여러 번이나 만나온 거지. 아, 나를 좋아하지 않는 구나. 깨달은 이타도리가 또다시 몰래 나가려던 고죠를 붙잡고 이별을 고했음.

"그냥 잠시 착각한 거라고 생각할게.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람이랑 만나."

이 이별이 혼란스러운데,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자기 마음이 감당이 안 되던 고죠가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기 위해 그 길로 곧장 게토를 만나러 감. 약속 잡고 온 게 아니니까 혹여나 다른 주령이 있을까 인기척을 죽이고 가는데 주령이랑 게토가 대화 나누는 소리가 들리는 거. 하필이면 또 그게 고죠 얘기임.

"언제까지 그러게?"

"좀 쓸만한 패 수준이 아니잖아. 훨씬 더 공을 들여서라도 넘어오게 만들어야지."

"크큭. 최강이라는 말이 아깝군."

게토의 수작질인 걸 전부 알게 된 고죠가 모습을 드러냄.

"스구루, 이게 뭐야. 나만 넘어오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했잖아."

갑작스런 등장에 게토가 처음엔 놀란 듯 주춤거리다 이내 웃는 얼굴로 고죠를 까내림.

"그걸 믿었어? 참 우습다 우리가 정말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때 날 놓은 건 너잖아, 사토루."

순간 둘이 헤어졌을 때가 생각나는 거임. 게토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을 때 먼저 헤어지자고 선을 그어버린 자신이. 그때부터 자괴감인지 후회인지 죄책감인지 모를 것들에 자기를 혹사 시켜가며 일을 하기 시작함. 어떻게든 그 어두운 감정들을 묻어버리고 싶었던 거지. 남들은 그냥 저기압인가 보다 건드리지 말자. 이러고 쉬쉬하면서 넘어가는데 거기서 고죠한테 진심이었던 이타도리는 그냥 넘어가질 못하는 거. 조금씩 조금씩 고죠를 챙기기 시작하는 거지. 잠도 안 자려는 거 억지로 붙잡아 재우고 자기가 배고프다며 밥 먹는데 억지로 끌고 가고 가끔 훈련 핑계로 기분 전환도 시켜주고.

그렇게 이타도리랑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각할 여유가 생기니까 그제서야 자신이 그리워하던 건 게토 스구루 그 자체가 아니라, 그때의 게토와 그때의 고죠라는 걸 알게 됨. 그걸 알고 나니 이타도리에 대한 감정을 다시 자각하게 된 거지. 근데 이미 못할 짓을 한 후인데 어떻게 돌아가겠음. 차마 좋아한다고 고백할 염치가 없어서 말 못하고 주변에 기웃대면서 잘해주기만 하는 거지. 필요한 거, 필요해보이는 거 전부 사다주고, 실습할 때에도 꼭 따라다니고 매번 기숙사 앞까지 무사 배달해놓고 가는 거지. 그렇게까지 하는데 이타도리가 고죠의 마음을 눈치 못챌 리가. 그 마음을 알았을 땐 그저 기분이 좋았지. 옛날에 이랬든 저랬든 지금 다시 자기한테 돌아와서 잘하면 되는 거니까. 그렇게 좋은 마음으로 처음엔 기다려보자 싶었는데 이 선생님이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도 좋아한다는 말을 안 하는 거. 결국 참다 못해 이타도리가 자기를 데려다주고 가려는 고죠의 옷단을 꼭 붙잡음.

"어? 할말 있어?"

그간 이런 적이 없어서 당황한 고죠를 눈 앞에 두고 최대한 잔망스런 얼굴로 말하는 거지.

"선생님 저 기다리고 있어요."


# 3

고죠유지 연애하는데 이타도리가 다른 사람한테 흔들리는 거 보고 싶음 (feat. 게토) 첨엔 그냥 좋은 사람이다 싶었는데 셋이 자주 만나다 보니 고죠랑 다르게 으른으른하면서 차분한 게 이타도리의 마음을 좀 흔들었을 것 같음. 그게 흔들림의 시작이었지.

게토랑 처음 만나게 됐을 때 고죠랑 다르게 사람 자체가 참 멋있다는 게 첫인상이었음. 믿음직한 구석? 든든한 느낌? 그런 거 뽝 느껴지는 진짜 어른 같았지. 멋있는 걸 좋아하는 이타도리 입장에선 친해지고 싶었을 거임. 그렇게 막 들이대서 셋이 만나는 게 일상이 될 정도 친해짐 ㅇㅇ 그러다보니 고죠 없이도 게토랑 둘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진거지. 어쩌다 한 번 둘이서만 만난 적 있었는데 그때가 그렇게 편하고 즐거운 거임. 고죠랑 있어도 설레고 재밌는데 조금 다른 느낌이었음. 이타도리는 그때부터 자기가 게토한테 흔들린다는 걸 알아챘을 거임. 이미 흔들린 마음이 쉽게 다잡히겠냐고. 조그만 불씨가 활활 타오르게 되는 건 순식간이지; 최대한 감추고 숨기는데 게토를 볼 때마다 쩔쩔매는 표정이 다 드러났음. 고죠도 눈치없는 건 아닌데 이타도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어서 게토가 어려운가 아님 둘이 무슨 일이 있었나 넘겨 짚음. 하지만 게토는 그 시선을 눈치챘겠지. 이건 아니다 싶어 그때부터 천천히 거리두기 시작하는데 이타도리도 그에 수긍하고 고죠만 모름. 셋이 만나는 날이 점점 적어지니까 고죠가 진짜 둘이 무슨 일 있었냐고 추궁함. 결국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타도리가 고죠한테 헤어지자고 통보하겠지... 갑자기 왜 그러냐고 이타도리 손목 꼭 붙잡고 안 놔주는데 그게 그렇게 서글퍼보일 수가 없었음.

"유우지, 이유라도 말해줘."

"미안해요. 저… 다른 사람한테 흔들렸어요. 더는 형 못 만날 것 같아요."

그 말에 잡혔던 손목이 탁 풀리고 이타도리가 다다다 뛰어감. 이게 무슨 씨발스러운 상황이야. 개빡친 고죠, 이타도리가 흔들린 상대가 누구라고 말도 안 했는데 그대로 게토 집에 쳐들어갈 듯. 게토는 이미 고죠 빡친 얼굴 볼 때부터 이유 짐작했을 거고.

"야 이 개새끼야!"

집에 들어오자마자 게토 얼굴에 주먹부터 냅다 꽂아버림.


# 4

"헤어져요."

로 시작하는 고죠유지. 헤어지자는 말 고죠가 먼저 했으면 좋겠다. 지가 헤어지자고 해놓고 지가 후회하는 게 너무 보고 싶음. 그 당시 이타도리가 울면서 왜 그러냐고 자기가 고치겠다고 매달렸는데 고죠는 이미 이타도리한테 질렸다고 생각할 듯.

애당초 고죠는 한 명한테 지긋하게 붙어있는 성미가 아니었음. 그래서 유독 1년이라는 긴 시간을 만난 이타도리가 거슬렸겠지. 이런 건 나랑 안 맞아. 이러면서 곧장 헤어지러 감. 반면 이타도리는 누군가를 한 번 만나면 진심으로 길게 만나는 편이라 1년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음.

"헤어지는 이유라도 말해줘요."

"질려서. 더 이상 널 좋아하지 않아, 유우지."

마지막까지 이름을 불러주는 고죠가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했음. 이타도리는 회복에 시간이 필요했음. 잊으려고 일부로 일에 치여사는데 할일을 하면서도 한순간 눈물을 터뜨리곤 했지.

반면 고죠는 너무 잘 살고 있었어. 이젠 자기를 관리하는 사람도 없고 돌아가야 할 곳도 없으니까 아주 살맛났지. 매일 밤마다 술 마시고 방탕하게 놀러 다닐 듯.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났나 이젠 모든 게 재미없어지기 시작함. 매번 노는 곳 노는 방법이 똑같으니까 흥미가 떨어지는 거지. 왠지 가슴이 점점 공허해지기 시작함. 대체 뭐지. 간만에 대낮에 나와서 거릴 거닐고 있는데 카페에서 나오는 이타도리랑 딱 마주치고 공허함의 이유를 알게 되는 거지. 

"…유우지?"

"아, 형."

별로 달갑지 않아하는 이타도리의 표정에 고죠가 입술을 비틀었음. 뭐야 저 반응은. 그때 뒤이어 한 남자가 이타도리의 이름을 부르면서 나옴.

"유우지, 혼자 멋대로 나가지 말라고."

그 남자와 고죠가 눈이 마주치고 생각보다 말이 더 빠르게 툭 튀어나왔음.

"남자 친구?"

고죠의 질문에 이타도리가 눈살을 한껏 찌푸림.

"그런 거 아니에요."

그 순간 고죠도 아차 싶었겠지. 기분이 싱숭생숭해진 고죠가 바로 집으로 돌아갔음. 멍하니 침대에 누워있는데 뭔가가 계속 찝찝한 거. 그 기분이 짜증나서 괜히 핸드폰만 뒤적거리는데 이타도리 번호가 있는 거. 신경을 아예 안 써서 번호가 있는 지도 몰랐던 거지. 뒤숭숭한 마음에 한 번 연락해볼까? 한참을 고민하다 내려진 결론이 안 되면 마는 거고~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음.

'유지 뭐 해?'

천천히 기다려볼까 싶어서 화면을 껐는데 바로 답장이 옴.

'왜요?'

그럼 그렇지. 아직 못 잊었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가워서.'

그게 자기 착각인 줄도 모르고.

'전 안 반가우니까 연락하지 말아줬음 좋겠어요.'

예상과 너무 다른 이타도리의 태도에 고죠가 몸을 벌떡 일으켰음. 자기 말이면 꿈뻑 죽던 유지가 이런 식의 말을 할 수 있다고? 아직 상황파악이 덜 된 고죠가 더 오지 않는 연락창을 보면서 머리를 굴렸음. 그러다 내린 결론이 자신을 못 잊어서 보기 괴로워하는 거라는 아주 멍청한 결론이었지.

'나 너 못 잊은 것 같아.'

이 정도면 살랑살랑 흔들릴 거야. 그렇게 생각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이타도리에게선 답장 따위 오지 않았음. 처음엔 고민하나 싶다가 두번째엔 바쁜가 싶었고 세번째엔 잠들었나 싶었지.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는 답문에 결국 애써 무시하던 걸 인정했음.

이타도리 유우지는 고죠 사토루를 잊었다.

그걸 인정하고 나니 가슴이 철렁했지. 왜? 이유는 몰랐음. 그냥 싫었음. 이타도리가 자신을 잊고 살아간다는 게 너무 짜증나고 싫어서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겉옷을 챙겨들고 무작정 이타도리의 집 앞으로 향했지.

"여긴 무슨 일이에요."

"아, 그게…."

진짜 생각없이 온 거라 입안이 바싹 말랐음.

"말 안 하실 거면 들어가볼게요."

"미안해…!"

들어가려는 이타도리를 덥썩 잡았음. 뭐가 미안한지도 모르면서 말이 튀어나온 거임.

"알겠어요. 사과 받을 걸로 할게요."

"유지…!"

"잡으려는 거면 그러지 마요. 너무 잔인하잖아…."

그 고죠 사토루가 문전박대라니. 그건 고죠한테 놀아났던 상대들이 보면 꼬숩다고 비웃을 장면이었음. 고죠도 이유를 알고 싶은데 머릿속엔 이타도리를 보면 안 된다는 생각만 가득 들어참.

'다시 나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저 안 나갈 거예요.'

답문을 보고서도 담벼락에 기대 앉았음. 이렇게 계속 있다보면 네가 나와주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이타도리를 기다리면서 이유를 생각해보겠지. 왜 이렇게 된 거지.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러다 사랑이라는 말을 방어 삼아 지독하게 귀찮게 굴던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생각 남. 지금 그 사람들이랑 자기의 행동이 다를 바 없었거든. 이게 사랑이라고? 진짜? 사랑은 원래 달달하고 머릿속이 꽃밭이고 뭐 그런 거 아니었어? 글이나 영화로만 사랑을 배운 건지 고죠 머릿속이 꽃밭이었음. 현실은 얼마나 퍽퍽한지도 모르고. 문득 술집에 가면 꼭 하나씩 사랑했다며 질질 짜던 사람들도 생각 남. 이렇게 깨달아가는 거지.

그때부턴 후회의 연속이 아닐까. 그간 못 해줬던 것들이 전부 생각날 듯. 자기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며 합리화하면서 못되게 굴었던 것들이 못내 생각나겠지. 항상 기다리게 만들던 것, 잔다는 말로 속이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던 것, 모든 게 진심이었던 이타도리에게 거짓을 속삭인 것. 끝내 이별을 통보하고 울던 너를 두고 먼저 돌아선 것까지. 한순간 모든 것들이 휘몰아치는데 고죠가 감당 가능할까? 그럴리가. 매번 매순간 잘못된 선택 하나에 미친듯이 후회 하는 게 인간인데. 그때부턴 눈물이 와르르 쏟아지는 거지. 뭘 잘했다고 울어. 그쳐, 그치라고 사토루.

그렇게 혼자 다그치며 이타도리가 나오길 기다리며 한참을 울어댔음. 내가 미안해. 미안해 유지. 이게 사랑인 줄 몰랐어. 이 모든 게 처음이라, 그게 낯설어서 도망가고만 싶었나 봐. 네가 내 사랑인 걸 내가 너무 늦게 알았어. 한 번만 다시 기회를 줘. 더는 나올 눈물이 없다고 생각될 즈음이었나,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이타도리가 밖으로 나왔음. 사실 신경쓰였던 거지. 근데 1년을 붙어먹으면서 하품할 때도 눈물 한 방울 본 적 없던 고죠가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걸 보고 당황했음. 기다리고 있겠거니 했지만 이건…….

"울어요?"

"유지… 내가 미안해. 나 한 번만 봐 주면 안 될까?"

곤란했음. 아직 마음이 남아있는 건 사실이지만 더는 고죠 사토루라는 사람한테 상처받기 싫었거든.

"형은 언제든 절 떠나갈 준비가 된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랑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렇게 다시 들어가려는데 고죠가 벌떡 일어나서 달달 떨리는 손으로 이타도리 손을 미약하게 붙잡음.

"이게… 네가 내 첫사랑이라,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그땐 이게 사랑인 줄 모르고, …미안해."

횡설수설 말을 내뱉다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를 문장에 역시 안 되겠지, 이런 말로는. 이런 생각하면서 손을 놓는데 이타도리가 그 손을 덥썩 잡음.

"이제 그런 변명은 두 번 다시 안 돼요. 몰랐다는 말도 이제 안 받아줄 거예요."

어안이 벙벙했음. 당연히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죠는 지금껏 화려한 말솜씨를 뽐내고 다녀서 몰랐지. 그것보단 서툴더라도 진심이 담긴 말이 더 통한다는 걸.

"왜 대답이 없어요?"

"아니, 받아줄지 몰라서…."

나올 눈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눈이 뿌옇게 변하는 걸 보면 남았었나 보다.

"앞으로 잘해요."

그 말에 눈물 줄줄 흘리면서 그 덩치로 이타도리한테 폭 안김.

"내가, 내가 미안해. 사랑해. 사랑해 유지."

"하아, 정말 그만 좀 하고 싶었는데…. 저도 사랑해요 형."


# 5

임무 때문에 자리 비운 고죠 보고 싶어서 주인 없는 방에서 기다리는 이타돌이... 새벽까지 잠 안 자고 기다리다가 고죠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 끌어안고 혼자 끙차끙차 하는 거 보고 싶다.

아침이나 되서야 오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마무리하고 문 앞에서 모든 걸 듣고 있는 고죠였다 ㅋ ㅋ 들어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는데 흐, 앓는 소리내면서 사토루 이럼. 자기 앞에선 안 부르면서 이름 부르는 거 듣고 후다닥 들어갈 듯 ㅠ 그렇게 밤새 이타돌이가 불러주는 이름을 들었답니다.


# 6

고죠유지 맨날 붙어자서 이젠 고죠 품 아니면 이타도리 잠도 잘 못 잠. 근데 고죠가 바빠서 근 일주일 간 자리를 비웠는데 그동안 이타도리도 하루에 한 두시간 잤나 싶을 정도로 잠을 설친 거지. 이대로면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때쯤 고죠가 복귀했다는 소식 듣고 바로 방으로 달려감.

"선생님 자요…?"

조심스럽게 문을 연 이타도리가 침대에 뻗어있는 고죠 보고서 조용하게 방에 들어와서 문을 닫음. 항상 긴장하고 있는 건지 아님 잠귀가 밝은 건지 고죠 이런 소리에도 금방 깨겠지. 근데 뭐하려나 싶어서 그냥 자는 척하는데 이타도리가 꾸물꾸물 침대로 기어들어오는 거 ㅋㅋ 아예 멋대로 자기 팔 끌어당겨서 팔베개까지 하고 자는데 너무 귀여운 거임. 고죠가 못 참고 풉, 웃음 터뜨리니까 이타도리가 놀라서 고개를 들었음. 그리고 둘이 딱 눈이 마주친 거지.

"자는 거 아니었어요?"

"네가 이러는데 어떻게 자."

"어…. 잠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죄송해요."

근데 얼굴을 자세히 보니까 못본 사이에 애 얼굴이 말이 아닌 거임. 눈밑이 퀭한 게 생기가 하나도 없음.

"잠 설쳤어?"

"…네."

"실습이야, 훈련이야."

"그게 아니라,"

그럼? 다정한 고죠의 물음에도 입 꾹 다물고 있더니 고죠가 슬슬 정색하기 시작하니까 입을 엶.

"선생님이 없어서…."

뭐지 이 미친 귀여움은. 잠시 가출할 뻔한 정신 단단히 부여잡고 이타도리 자기 품에 꼭 끌어안으면서 등 토닥여줬음 좋겠다.

"이제 얼른 자. 늦잠 자도 봐줄 테니까."

"응…."

그대로 고죠 품에서 골아떨어지는 이타도리. 그렇게 둘이 같이 늦잠 자서 나나미한테 꾸중 들었으면 좋겠다.


# 7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사라지는 고죠 사토루 x 타투이스트 이타도리 유우지

메멘토처럼 고죠의 온몸에 기억에 관련된 타투가 새겨져있는 설정으로 제일 잘 보이는 오른쪽 손목에 이타도리 타투샵 주소가 적혀져 있음 좋겠다. 일어나서 맨 처음 거길 찾아가는 게 고죠의 일상인 거지. 이타도리는 매일 아침 그런 그를 맞이하는 일상이고. 매번 전날에 적어놓은 메모를 들고 오거나 없을 땐 빈손으로 오는데 오늘은 빈손이었음.

"다행이네요. 새겨주고 싶은 게 있었는데."

고죠가 떨떠름하게 팔 내어주니까 자기 주소가 적힌 곳 아래에 앞에 여백을 두고 ‘remember me’라고 새겨넣음. 한 30분 걸렸나. 다 됐다면서 랩을 감싸주는데 보통 타투이스트랑은 다르게 팔목이 깨끗한 걸 보고 고죠가 물음.

"타투이스트 치고 몸이 깨끗하네요."

"옛날엔 뭘 새길지 몰라서 안 했는데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제가 타투 새기는 걸 안 좋아해서요."

그 말을 하는 이타도리 표정이 묘했음. 씁쓸하게 웃어보이는데 뭔가 가슴이 이상한 거임. 중요한 걸 잃어버린 듯한.

"그거 혹시 저예요?"

고죠가 이런 상태가 된 건 대략 6개월 전쯤 이타도리와의 데이트에 늦어서 뛰어가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부터였음. 그때부터 이타도리는 매일매일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고죠와 마주한 거지. 이타도리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음. 하지만 고죠는 전혀 기억해내지 못했음.

"…이름이."

"이타도리, 유우지에요."

"미안. 미안해, 유지."

매번 그들의 하루는 달랐음. 어쩔 땐 타투만 받고 갈 때도 있었고, 오늘처럼 사과를 할 때도 있고, 또 다른 날엔 고죠가 먼저 작업을 걸기도 했었음. 그렇게 6개월을 매일 다른 고죠와 연애를 해온 거지. 이쯤되면 이타도리도 슬슬 지치지 않았을까.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되다 이타도리가 먼저 치대는 날이 한 번 있었을 것 같다.

"사토루 오늘 저랑 안 잘래요?"

"이거 꼬시는 건가."

"맞아요. 그러니까 넘어와줘요."

그렇게 사랑도 의미도 없는 하룻밤을 보내고 그날 기점으로 조금씩 타투샵의 짐이 정리되고 있는 거지. 근데 고죠는 전날의 기억이 없으니까 그냥 원래 이런 곳이구나 싶을 거고. 아마 그 하룻밤이 이타도리의 마지노선이 아니었을까.

"오늘도 빈손이네요. 마침 해줄 타투가 있었어요."

또 다시 고죠의 오른쪽 손목에 타투를 새겨주고 있는데 이타도리 손가락 옆면에 새겨진 타투 발견하는 거지.

"타투는 이것 뿐이에요?"

"…이거 하나면 충분해서요."

"뭐라고 쓴 거예요?

이타도리는 더 이상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음. 그렇게 마무리 된 타투를 랩으로 감싸주고 잘 가라고 인사함.

집 가는 길에 새로 새긴 타투를 확인하는데 적혀서 있던 주소를 바코드 모양으로 덮어버리고 remember me 앞의 공백이 don't 로 채워져있는 거. 뭔가 이건 아니다 싶어 황급히 타투샵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때는 늦었음. 불이 다 꺼지고 문이 닫혀있었지. 곰곰히 생각해 뭘 놓친 거야. 뭘 잊은 거야.

그럼에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음. 왜 때문인지 눈물이 줄줄 나는데 순간 이타도리의 손가락에 새겨진 타투가 생각난 거지. 분명 자기 손목에 새겨진 거랑 비슷했는데. 그렇게 한참 머리를 쥐어뜯다 결국 그 타투를 기억해냄. 근데 그걸 안다고 무언가 달라질리가. 알 수 없는 것만 늘어난 거지. 그렇게 집으로 돌아간 고죠는 머리를 꽁꽁 싸매다 잠에 들었고 더 이상 그 타투샵으로 찾아가는 일은 없었음. 자길 기억하지 말라는 타투를 볼 때마다 무언가 그리운 느낌이었지만 굳이 기억하지 말라는데 기억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고 넘기고 살아가는 거지. 이타도리가 없는 삶을.

그게 바로 이타도리가 바란 거였을까. 이타도리는 자기에 관한 건 주소 외에 절대 새겨주지 않았음. 자기를 기억하려고 괴로워하는 고죠가 보고 싶지 않아서. 그럴바엔 그냥 자기를 잊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음. 그럴려면 자기가 떠나야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옆에 머물렀던 거임. 그래서 이타도리가 고죠를 떠났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었음. 그 타투샵에서 홀로 고죠를 기다리고 있었음. 떠난 척이었던 거. 그럴 리 없는 걸 알면서 언젠간 기억을 찾으면 돌아오지 않을까 하고. 고죠가 문을 열길 기다리며 멍하니 앉아있던 이타도리가 손가락에 새겨진 타투를 쓸어 만짐.

‘remember S’

당신이 나를 잊어도, 나는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훗날 고죠가 수술을 받고 기억을 되찾게 되는 건 머나먼 나중의 이야기. 다시 만날 그 둘이 행복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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