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유지] 썰 백업 6

# 1

이거 고죠랑 고죠 2세 같아 ㅠ 갠적으루 애깅이 이타도리 닮앗으면 좋겠음 눈동자만 고죠 닮고 머리색이나 외향은 전부 이타도리 붕어빵...

이타도리는 밤새 고죠한테 시달려서 푸욱 뻗어버리고,,, 애깅이는 눈 뜨자마자 아장아장 아빠부터 찾겟지? 글서 기운이란 기운 쫙 빨린 이타도리가 자기 팔 잡고 흔드는 애깅이 고죠 품에 안겨주고 아빠랑 놀다오라고 보내버리는 거지,,,

"사토루 때문이니까 사토루가 책임져"

그렇게 쫓겨난 부자... 현관문 앞에서 서로 멀뚱히 쳐다만 보다가, "압빠 나 배거파..." 애깅이 한마디로 식당으로 향하는 부자엿다. 애깅이 오물오물 밥 먹으면서 죄다 흘리는데 그거 하나하나 닦아주는 스윗한 고죠 아빠도 보고 싶음,,,

"배불러?"

"우응"

"좀 걸을까?"

(끄덕끄덕)

그렇게 뒷산 공원으로 갔는데 누굴 닮았는지 애깅이 겁나 뛰어댕김 ㅠ 고죠 벤치에 앉아서 흐뭇하게 구경하다 이타도리랑 똑닮은 얼굴로 뛰어다니는 애깅이 보고, 울 유지도 어릴 때 저렇게 뛰댕겼을까... 이럼서 혼자 실실 쪼갤 듯 ㅋ ㅋ

애깅이 혼자 미끄럼틀 타구 놀이기구 안에서 막 뛰어놀다가 그네 타고 싶어서 압빠아! 하면서 고죠한테 뛰어가는데 돌에 걸려서 풀썩 넘어짐,,, 고죠 진짜 화들짝 놀라서 바로 달려가겠지? 작고 소듕한 애가 넘어졌는데 어케 안 놀라겠어 ㅠㅠ 후다닥 가서 일으켜주고 옷 털어주는데 애깅이 눈에 눈물이 가득차있는 거임,,, 원래 애깅이 부둥부둥 해주는 건 이타도리 전문이라고,,, 어떡해야 되지 막 당황해서 아플까봐 손도 못대고 긴 팔을 휘적거리고만 잇는데 애깅이가 울망거리는 눈으로,

"애깅이 안 우러..." (심장폭격)

눈에다 눈물 가득 머금어놓고 안 울겠다고 바득바득 버티는 게 아주 이타도리를 똑 닮은 거임 ㅠㅠ

"그만 놀고 집에 갈까?"

(도리도리)

"그럼 뭐 하고 싶어?"

"그네 태워죠..."

아플까 싶어서 집에 가자고 물어보니까 그네를 타고 싶다네,,, 고집 부리는 것도 똑같아,,,

글케 애깅이가 원하던 그네까지 태워주고 슬슬 저녁 준비할 시간 돼서 ㅡ이타도리를 드러눕혀서 양심상 본인이 준비해야함ㅡ 쪼그리고 앉아서 애깅이랑 눈을 맞춤.

"우리 저녁은 아빠랑 같이 먹을까?"

"웅!"

"좋아 그럼 이제 집에 가자"

글케 집에 가려고 계단 내려가는데 애깅이가 안 내려오고 멀뚱멀뚱 서잇는 거,,, 아까 넘어진 게 아픈가 싶어서 가만히 애깅이 보고 있으니까,

"압빠... 나 안아죠..."

이럼서 고죠 향해서 조그만 팔 쭉 내미는데 누가 생각 나서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는 거 ㅋㅋㅋ

이타도리 힘들 때마다 어리광 부리면서 자기한테 업어달라고 했었는데 아주 그걸 빼다박은 거야 ㅠㅠ

"지 아빠랑 똑같네"

이럼서 애깅이 한 손으로 번쩍 안아들고 집으로 향하는 부자지간이어따,,,


# 2

수준급 실력을 가진 게임 스트리머 고죠 사토루 X 단순히 게임 좋아하는 남캠 이타도리 유우지 합방하는 거 보고 싶음.

사람들이 출시된지 얼마 안 된 FPS 게임 해달라고 해서 마이크 끄고 플레이 하고 있는데 저거 이타도리 아님? 이런 채팅이 올라오는 거지. 이타도리? 아, 스트리머 감자.

- 맞네 아이디가 이타도리임

- 방금 방송 확인했는데 맞음

- 마이크 켜자!

고죠 평소엔 멀쩡한데 게임만 손에 잡으면 입이 거칠어져서 일부로 끄는 거 ㅇㅇ 근데 채팅창에서 자꾸 켜라니까 일단 켜긴 했는데 말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스트리머랑 무슨 대화를 함. 묵묵히 게임만 하는 거지.

- 야야ㅑㅑ 이타도리도 고죠 알아봤다

- 어케 앎?

- 동시 스트리밍 중이다 놋북이랑 폰...

그리고 헤드폰 너머로 중저음이면서도 깨발랄한 목소리가 들려옴.

"진짜 고죠 사토루에요? 진짜??"

"예 본인 맞습니다~"

"헉. 저 진짜 좋아하는데. 와 계탔다…. 저 자랑해도 돼요? 사실 이미 했어요."

뭐지, 이 황당하면서도 귀여운 생명체는.

"저 좋아해요? 얼마나?"

아주 본격적으로 즐김.

"저 생방송도 많이 들어가고 후원도 많이 했어요! 비계로... 흐엉 올리시는 하이라이트 영상도 다 보고 특히 ㅂㄱ 처음하는 영상 저 진짜 아직도 보고 있어요. 진짜 레전드. 그게 어떻게 처음이에요?"

대충 스트리머들끼리 하는 예의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찐팬 냄새 아주 풀풀 풍김. 플러스로 쫑알쫑알 말하면서도 게임은 제대로 플레이 하고 있는 거. 거기에 팍 꽂힐 듯.

"그럼 저랑 합방 안 할래요?"

"네??? 고죠는 합방 안 하시잖아요."

"이제 해보면 되죠."

- 난 봤다 최고의 플러팅을...

고죠가 원체 합방을 안 하던 스트리머라 해당 플렛폼 내에서 좀 떠들썩 했음. 그리고 그 상대가 이타도리라고? 남캠 좀 본다 하는 사람들은 미쳤다는 말만 반복했음. 고죠도 얼굴 때문에 보는 남캠 시청사들이 꽤 모여있었거든. 냉미남과 온미남의 조합이라니. 이건 놓쳐선 안 된다.

합방 시작과 동시에 시청자 2 천명 가볍게 찍을 듯. 

방송 시작 전, 

"저희 집에 스트리머 분을 모시는 건 처음인데, 어때요?"

"어... 집 너무 좋은데요."

"감자 님 집도 좋던데." 

딱히 빈말은 아니었음. 처음 합방 약속 잡고 지금 이 날까지 이타도리의 영상만 죽어라 돌려봤으니까.

처음엔 최소한의 정보만 담아둘 생각이었는데 이타도리 매력에 푹 빠져서 계속 보게 된 거임. 

"다음엔 저희 집에 초대할게요!"

"데이트 신청이에요?" 

네?? 사실 고죠가 원체 합방 안 하던 스트리머다 보니까 자기 집으로 초대해야 되나 싶어서 미리 청소까지 했는데, 고죠가 주소 주면서 자기 집으로 초대한 거임. 그래서 예의상 초대하려고 한 건데 이렇게 훅 들어올 줄이야. 씨익 웃으면서 농담처럼 던지는데 심장 똑 떨어지기 직전임.

"아 고죠 님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왜요? 좀 설레요?"

"조금이 아니라! 심각히 설레요."

"그럼 됐네요."

무슨 뜻이냐고 묻고 싶었는데 고죠가 이래저래 컴퓨터 만지작 거리더니 방송 세팅을 끝냄.

"감자 님은 이따가 이쪽 컴으로 플레이 하시면 돼요."

방송방에는 듀얼 모니터로 된 컴 한 대, 큰 모니터로 된 컴이 한 대 있었는데 큰 모니터를 가르키며 의자를 밀어줌. 근데 이거 새 거 같은데.

이타도리 온다고 컴 한 대 새로 맞춘 거 맞음. 일부로 티 안 내려고 세팅까지 다 해놓고 게임도 미리 깔아놓음. 근데 그게 가린다고 가려지겠냐고. 이타도리가 질문하려고 하니까 그냥 방송 켜버리는 거지.

"다들 안녕~ 오늘은 나 말고 다른 스트리머 한 분을 초대해봤는데, 다들 구면이지?"

이타도리 당황해서 캠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꾸벅 인사함.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감자입니다!"

"처음으로 저희 집에 오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어 진짜 설레고 떨리고... 제가 이런 귀한 곳에 와도 되는 건지 아직도 어색하네요."

진짜로? 그 말에 자연스럽게 고죠한테 시선이 향했는데, 알 수 없는 눈이었음. 분명 맑은 눈동자인데 그속이 까맣게 채워져있는 느낌? 이타도리가 굳어버리니까 고죠가 아직 어색하긴한가 봐요. 이런 식으로 넘기는데 이타도리의 기분은 여전히 이상했음.

"저번에 우리 처음 만났던 게임부터 플레이 해볼까 하는데 어때요?"

"아, 네네! 전 좋아요."

그렇게 어정쩡하게 게임을 시작하는데 둘 다 서먹서먹하다가 게임을 플레이 하자마자 완전 돌변하는 거임. 고죠야 워낙 인정 받는 게임 스트리머라 쳐도 이타도리도 꽤 했음.

"우리 감자 님 잘하시네."

"핰 그런 칭찬하시면 저 죽어요!"

말하자마자 죽음.

- 고죠가 잘못했네

- 사과해라 김고죠

"…전 괜찮아요. 느긋하게 고죠 님 플레이 감상하겠습니다"

"감자 님 누구한테 죽었어요? 복수해줄게요."

대충 누구라고 얘기해주니까 바로 쫓아가서 총으로 치명타 박아놓고 칼 들고 가서 난도질 하는데, 와 성격 진짜 나쁘다 싶겠지.

"xx xxx xx"

"이걸 실시간으로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가볍게 게임 몇 판 돌리고 이타도리도 긴장 좀 풀려서 슬슬 고죠한테 장난치기 시작함. 게임 시작 바로 직전에 팀 바꾸고, 고죠 찾아서 슬금슬금 다가가는데 헤드샷.

"...보였어요?"

"제 눈에 감자 님이 안 보일리가 없잖아요."

- 고죠 오늘 왜 이럼?

- 꼬시려고 작정한 듯

원래 이타도리는 장난끼가 많은 사람이었음. 그게 현실이든, 게임이든. 그걸 이타도리의 거의 모든 영상을 통달한 고죠가 모를리가. 게임 시작되고 위치부터 확인하는데 이타도리가 팀원 아닌 거 보고 장난치는 거 눈치챔. 그리고 다음 판엔 고죠가 몰래 팀 바꿀 듯. 근데 얘가 총도 안 들고 숨어있던 이타도리를 향해서 저벅저벅 다가가는 거임.

"진짜 귀신같이 찾네요."

"말했잖아요. 그래서 저 안 죽여요?"

"…방금까진 죽이고 싶었는데, 안 죽이고 싶어졌어요."

그럼 뭐... 어깨 으쓱이더니 제자리에 수류탄 던지고 동반자살 ㅋㅋㅋㅋ

- 얘네 진짜 뭐 해?

- 연애질 작작해라 진짜

"알았어, 알았어. 제대로 할게. 알겠죠, 감자 님?"

"저 고죠 님이랑 같은 팀 할래요."

장난 한 번 잘못쳤다가 울 감자 기가 팍 죽어버림. 진지하게 게임 돌리면 진짜로 썰릴 것 같아서 고죠한테 붙는 거지. 마우스 제대로 잡고 빡겜 하는데 고죠가 먼저 어이없게 킬 따여버림. 고죠 닉 회색으로 바뀌니까 이타도리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후원으로,

1000₩ 감자야 저 새기 일부로 죽는 거 내가 봤어

"진짜에요?!"

"에이, 설마요. 제가 뭐하러 일부로 죽겠어요."

1000₩ 김고죠 거짓말 좀 정성껏 해... 너 지금 감자 보는 눈이 양봉장이야

그 말대로 눈에 아주 꿀을 덕지덕지 발라놓고 진지하게 게임에 임하고 있는 이타도리 구경하고 자빠졌음. 원래 게임하는 모습이 이렇게 귀여웠나. 느긋하게 이타도리 겜하는 거 구경하면서 모니터 힐끔거리는데

"왼 컨 뒤에 하나 있네요."

"앗 감사해요! …가 아니라 일부로 죽은 거 맞죠."

이런 식으로 이런저런 게임하다가 수다 좀 떨다가 슬슬 방종 할 시간이 다가왔음.

"이쯤에서 작별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 고죠 님 시청자분들 만나서 반가웠고, 어 음... 다음에 가능하다면 고죠 님을 저희 집에 초대해보도록 할게요. 오늘 즐거웠어요!"

- 5252 감자 자주 놀러오라굿

그렇게 방종하고 친목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가려는데 고죠가 이타도리 붙잡았음 좋겠다.

"다음에 언제?"

"네?"

"집 초대 언제 해줄 건데요?"

"어… 고죠 님 시간 되실 때?"

"저 지금 한가한데. 방금 일도 끝났고."

이타도리가 눈을 도륵 굴렸음. 이거 대체 무슨 상황이야…? 지금 초대해 달라는 건가? 합방이라고 하기엔 방송 방금 끝났는데? 혹시 친목을 하시는 건가. 어쨌든 지금 우리 집에 가고 싶다는 것 같은데 집도 치웠고, 집에 먹을 게 있었나...

"그럼 뒷풀이 겸 저희 집 가실래요?"

"좋아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답이 들려오고 고죠가 환하게 웃었음.

이타도리의 성격을 생각하면 부지런하게 살림을 할 것 같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내부가 깔끔했음. 생각보단. 어설프게 이리저리 치워둔 게 눈에 보였지만 이 정도면 귀엽지.

"방송, 켜요?"

저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 고죠가 얼탄 표정으로 이타도리를 쳐다봄. 순진한 게 마냥 컨셉은 아니었네.

"방송 말고 저랑 해보고 싶었던 건 없어요?"

으음... 작은 입이 오물거리며 대답하기를 망설였음. 대충 놓여져있는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니까 무언가 생각난 듯 어딘가 도도도 달려가더니 플스를 들고 옴.

"혹시 플스도 하세요? 저 고죠 님이랑 진짜 해보고 싶어서 FPS 게임도 샀는데…."

미치겠다. 본인이랑 알지도 못했으면서 언젠간 해보겠다고 자기 생각하면서 산 거잖아. 지금 엄청난 고백을 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타도리가 초조한 눈동자로 대답없는 고죠를 쳐다봤음.

"안… 될까요."

"그럴 리가. 저 처음인데 괜찮죠?"

"그럼요!"

신나서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는데 아주 환장함. 진짜 뭐 먹고 이렇게 귀엽냐. 점점 검은 욕망이 고죠의 내면에 들끓기 시작했음. 이 집안에 지켜보는 눈 없이 자기랑 단 둘이 있는데 하는 생각이 고작 게임이라니. 웃기는 일이야.

"이거 이렇게 하는 건가."

"맞아요! 역시 천재."

"뭘 이런 걸 가지고."

이런 칭찬이야 셀 수 없이 들어왔는데 왠지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음. 꼬시러 왔다가 꼬셔지게 생겼네. 그런 자신이 어이없어서 픽 웃다가 먼저 죽어버림. 아. 이게 아닌데. 괜히 눈치보여서 이타도리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집중력 장난 아님. 엄청 잘한다 이런 건 아니었지만 실력이 꽤 좋았음. 그건 그거고. 자기가 죽었는데도 아무 말도 없이 게임에 집중하는 거 보니까 심술 나는 거. 게다가 팬이라면서 이렇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거냐고.

"감자 님."

"네?"

"나 말 놔도 돼?"

그저 자기를 봐 줬으면 하는 심술이었음.

이타도리가 손에 쥐고 있던 조작기를 툭, 떨어뜨리고 넋나간 얼굴로 고죠를 바라봤어.

"…이미 놨잖아요."

"그래서 싫어?"

할말잃음. 절대 싫은 건 아닌데 급작스럽게 말을 놔버리니까 당황한 거지. 따지자면 오히려 좋은 편이었어. 그렇게 좋아하던 고죠 사토루가 저랑 말을 튼 거잖아.

"그럼 나도 놓을래."

이타도리가 당돌한 거야 영상으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컨셉이 아니라는 사실에 여러번 놀라는 중. 거기다 자기가 말 놓겠다고 덥썩 물어버릴 줄은 몰랐지.

"좋아."

"난 진짜 성덕인가봐…."

이타도리가 팔딱거리는 가슴 붙잡고 한껏 좋아하고 있는데, 고죠가 말을 덧붙였음.

"대신 조건이 있어."

"조건?"

보통 말을 놓는데 조건이 필요한가? 싶었지만 아무렴 어때. 그 고죠 사토루랑 말을 놓을 수 있는 기횐데.

"무지 쉬운 거야."

"뭔데요? 나 진짜 다 할 수 있어."

이타도리가 의욕에 가득차서 말하니까 고죠가 싱긋 웃었어.

"유지, 사토루라고 불러봐."

미친. 미친… 날 이름으로 불렀어. 고죠 님이 날 이름으로……. 근데 내가 잘못들은 건가?

"…네?"

"사토루라고 불러보라고."

말을 놓은 건 쉬웠지만 이름을 부르라니 좀 당황스러웠음. 팬심으로 모니터 뒤에서 그의 이름을 외친 것만 수백번인데 막상 눈 앞에 있으니까 못 부르겠는 거.

"못하겠어? 그럼 말고."

그 말에 이타도리 동공에 지진 일어남. 와중에 고죠가 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고, 이타도리가 홱 그의 바짓단을 쥐어잡았어.

"할 말 있어?"

"ㅅ, 사…. 흐엉 봐주면 안 돼요? 진짜 심장 떨려서 못 부르겠단 말이야."

"글쎄… 꽤 귀엽긴 한데 어쩔까."

귀여우면 좀 봐줘라. 이타도리가 더욱 울망울망한 눈으로 올려다보니까, 고죠가 크큭 웃더니 허리를 숙이고 이타도리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계속 그렇게 귀엽게 굴면 내가 이름이 아니라 다른 걸 요구할지도 몰라."

그게 뭔진 몰라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보단 나을 것 같아요... 순진한 이타도리... 지금 고죠가 어떤 눈으로 자길 쳐다보는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음.

"내가 뭘 요구할 줄 알고 그렇게 쉽게 고개를 끄덕여."

"어… 고죠 님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요?"

거기서 핀트 나갈 듯. 다른 것도 아니고 저라서 괜찮다니 그런 유혹적인 말이 또 어딨어; 당장이라도 침실에 쑤셔넣고 욕망을 드러내고 싶었지만, 행여나 도망갈까 꾸역꾸역 정신을 붙잡았음.

"후회할 일 하지 마."

"네?"

그리고 이어지는 고죠의 말에 이타도리가 얼굴을 불태웠어.

"확실히 말해두는데, 난 네 팬도 아니고 널 내 팬으로 보고 있지도 않으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

"이건 무슨 뜻인지 잘 이해한 것 같네."

직설적으로 다 말해놓고 이해 못하면 그게 바보지; 이타도리가 볼에 홍조를 띄우고서 눈을 피하니까, 고죠가 더 있다간 큰일나겠다 싶어서 이타도리의 볼을 한 번 꼬집었음.

"다음엔 그냥 안 가."

"…오늘은 그냥 가게요?"

이건 또 무슨 전개야.


"고죠 님 그쪽이요!"

"오케이."

- 또 감자랑 게임함??

- ㅇㅇ... 얘네 요즘 같이 함

- 진짜 연애라도 하냐? 왜 이렇게 붙어있어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건지, 합방한 날 이후로 게임을 같이 하는 건 물론이고 합방도 수시로 하면서 붙어다녔지. 거기에 많은 구설수가 따라붙었는데 둘은 입 꾹 다물고 방송에만 집중했음. 그런데 그게 숨긴다고 숨겨지겠어?

"아 xx xxx xxx"

"사토루 욕 좀 하지 마."

"…미안. 습관이 돼서."

- ? 야 지금 감자가 뭐랬냐??

- 지금 이름 부른 거야?

- 지금 고죠가 사과한 거?

- 내가 얘네 뭐 있다고 했지; 욕 했던 새끼들 다 나와라

은연 중에 튀어나온 자연스러운 말 한마디에 채팅창이 뒤집어지는 거지. 그런데 고죠도 이타도리도 게임하느라 채팅 상황을 전혀 몰랐음.

1000₩ 더는 못 도망간다 둘 사이 해명해라

그 후원 나오자마자 이타도리 당황해서 마우스 던져버렸는데, 고죠 이타도리 겜캐 엄호나 하고 있음; 늦게나마 자기 채팅창을 확인한 이타도리가 추후에 공지 올리겠다고 방송 꺼버리고, 고죠도 이타도리 연락 보고 방송 종료하겠지.

근데 그게 더 이상한 거 알지?

- 공개하자

- ...

처음부터 게임 스트리머였던 고죠는 그렇다치지만 이타도리는 남친 이미지를 팔고 있는 남캠이었는데, 그게 쉬울 리가. 선뜻 대답을 못하고 뜸들임.

- 유지 대답해야지

- 으으, 그냥 친한 사이라고 하면...

- 안 되지

- 그렇겠지 응

단호한 고죠의 음성에 이타도리가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웠어. 진짜 밝히는 수밖에 없나. 한창 침울해하고 있는데 수화기 너머로 고죠가 다정한 투로 물었음.

- 유지, 밝히기 싫어?

- 솔직히 팬들한테 미안해

- 팬들 의외로 스트리머 연애에 신경 안 써 게다가 네 팬들은 더욱이 그럴 거고

맞는 말이었음. 이타도리의 팬들은 거의 연애 감정보단 귀여운 동생, 귀여운 오빠 이런 느낌으로 좋아하는 거였으니까. 근데 이타도리가 그걸 모르겠냐고. 하지만 본인도 그저 팬심에서 다른 감정으로 변해버린 걸.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한참을 끙끙대던 이타도리가 결국 고죠의 말에 수긍했음.

- 오히려 아니라고 발뺌하다 걸리면 더 싫어할 걸

- 알겠어

- 그럼 이건 그렇게 하고,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 ??

- 보고 싶어. 보러 가도 돼?

미치겠다. 이러는데 어떻게 안 넘어가. 이타도리의 대답은 뻔했고, 고죠는 바로 찾아갔지.

- 왜 감자 방송을 고죠가 켜는지 아는 사람

- 우리도 묻고 싶다...

"지금 유지가 자고 있어서 내가 대신 말하려고."

- 아 설마

1000₩ 그냥 말하지 마 이 나쁜 놈아

"우리 만나."

- ㅅㅂ 내가 이럴 줄 알았다

- 이 색히 감히 우리 순진한 감자를 꼬여내?

솔직히 욕설이 아예 없을 거라는 장담은 못해서 자기가 다 막을 생각으로 킨 건데, 욕설은 무슨. 다들 감자를 지켜라 찍고 있음.

"괜히 걱정했네."

"우응… 사토루 거기서 뭐 해…?"

"일어났어?"

1000₩ 신발놈아 우리 감자를 어떻게 한 거야

방금 막 일어났는지 이타도리가 후줄근한 차림으로 눈을 비비면서 등장하는데, 헐렁한 고죠 티셔츠 입고서 나타난 거.

- 야 설마 저거 ㅋㅅㅁㅋ임?

- ㅁㅊㄷ ㅁㅊㅇ

목덜미부터 어깨까지 다 드러나서 보이면 안 될 것들도 보인 거지.

1000₩ 감자야 도망가 얜 너무 위험해

"설마 방송 중이야!?"

전자녀 소리에 드디어 방송 중인 걸 눈치챈 이타도리가 화들짝 놀라서 내려간 티를 끌어올렸음.

"응. 걱정돼서."

"…진짜 할말 없게 만든다."

걱정했다는 말에 어떻게 화를 내... 그냥 한숨이나 푸욱 쉬고 넘어가는 거지.

"다음부턴 이러지 마요."

공개연애인 걸 밝힌 후로 오히려 둘이 같이 방송하는 날이 줄어들었어. 그건 팬들에게 소홀해지고 싶지 않다는 이타도리의 바람이었고, 고죠는 그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또다시 조건을 덧붙였지.

"나랑 같이 살자."

"대신 플스 같이 해줘요."

"얼마든지."

게임은 방송 이외에도 언제든 할 수 있으니까.



# 3

"건드리지 마 손모가지 날아간다" < 이 대사에 꽂힌 내가 정말 밉다... 이타도리 친구든 지 친구든 가리지 않고 저 대사치는 선배 고죠 줘....

고죠 옆에 달고 다니면서 친구랑 대화하다가, 친구가 간다고 어깨를 두드리려는 순간 고죠가 탁 낚아채는 거지.

"건드리지 마 손모가지 날아간다"

게토 취급이 제일 웃길 것 같다. 이타도리가 선배들 챙긴다고 빵이나 이런 거 사오면, 게토가 고맙다고 머리 쓰담해주려는데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어디서 수작질이야"

"...완전 맛 갔네, 갔어"

그리고 이타도리 품에 꼭 껴안고 나가버리는 고죠.

후시구로 만날 때도 뻘하게 웃길 것 같음. 후시구로는 옆동네에 고죠가 아는 후배로, 이타도리랑 사귀기 전에 친구도 만들어줄 겸 지가 소개시켜줬어. 근데 연애하고 나서 경계 200%. 둘이 워낙 잘 맞기도 잘 맞고, 예쁜 얼굴을 좋아하는 이타도리의 취향에도 완벽하게 들어맞아서 고죠의 레이더망에서 제일 위험한 인물이었음.

"유지 오랜만"

"메구미, 안녕!"

(주술계가 아니라면 서로 이름 불렀을 거라는 뇌피셜) 둘이 친근하게 졸라 인사하니까, 고죠가 미간을 좁히고 이타도리 뒤에 달라붙음.

"저희 단순한 친구 사이거든요"

"원래 이 바닥에 영원한 친구는 없어"

왜 저래 진짜; 이번엔 후시구로가 인상 찌푸리는데 타격 제로. 오히려 더 찰싹 달라붙어서 거의 한 몸이 되려 함. 그래. 저 선배 원래 이상하지...

"유지 아주 커다란 악세사리 장만했네"

"으응, 뭐 어쩌다보니 하하... 신경쓰지 마"

"밥이나 먹으러 가자"

"좋아 뭐 먹을 건데?"

"근처에 맛있는 돈카츠 집 있어"

그리고 후시구로가 저도 모르게 이타도리한테 손을 뻗었어. 항상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타도리 습성 때문에 손 잡고 다니는 게 버릇이 된 거. 근데 그게 목적지까지 도달할리가; 고죠한테 바로 잡힘.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실수. 버릇이 돼서"


# 4

행에서 잠시 끄적여본 고유 짧은 글

* 고죠 사망 이프

"나, 나... 선생님한테 할말 있어요. 그러니까 죽으면 안 돼"

쿨럭. 고죠의 입밖으로 토해진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것 같았다. 다급하게 저의 무릎 위에 그를 눕히고 얼굴을 조심스럽게 감싸쥐었다.

"유지, 나도 똑같아."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리고, 저의 눈물 자욱을 쓸어낸 선생님이 피곤하다며 눈을 감았다. 아아아악! 짜디짠 눈물이 계속해서 눈을 비집고 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그 누구보다 최강이라고 불리던 사람이, 저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이타도리는 누군가가 오기 전까지, 아주 한참동안 싸늘하게 식어가는 고죠를 껴안고 비명을 질러댔다.

말하지 못했다. 말을, 하지 않았다. 제게 듣지 못한 말에 미련을 가져서라도 죽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선생님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에 자기도 같다며 제 마음에 답변했다. 끝내 전하지 않은 말이 목구멍을 간질이고 울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참아야했다.

웃는 게 예쁘다며 저의 머리를 쓰다듬던 그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그런 그가 저에게 슬픔으로 기억되지 않지 위해서라도.

"이타도리 요즘은 좀 어때?"

"똑같지 뭐. 억지로 웃는 얼굴이나 하고, 바보같이."

학교 앞 계단에 앉아있던 쿠기사키가 입술을 콰득 깨물며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었다. 후시구로의 손이 버벅대다 쿠기사키의 머리를 어설프게 쓰다듬었다. 지금 여기에 슬프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얘들아 오늘 눈 온대."

둘의 모습을 보고 뜸을 들이던 마키가 무뚝뚝한 어투로 눈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이타도리에게도 전해지고, 그를 방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곧이어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들이 바람을 타고 공중에서 살랑거리며 내려와, 어여쁜 배경을 만들어냈다.

제가 이상한 건가. 분명 순식간에 녹아 없어지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볼에 내려앉은 눈송이가 시리지 않고, 되려 따스하게 느껴졌다. 기분이 이상했다. 하얗고, 차갑지만 따숩게 느껴지는 것이 그를 무척이나 닮았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가 바스라져, 하얀 눈꽃이 되어 돌아온 기분이었다. 한동안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선생님의 마지막이 떠올랐다. 미미하게 끌어올리던 입꼬리가 생각 나, 눈가가 시큰거렸다. 아무래도 전하지 않은 말에 미련이 남게 된 건 저인 것 같았다. 이젠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냥 그때 말할 걸. 계속해서 머릿속에 감도는 기억속의 장면에 억지로 제 말을 끼워넣었다.

'선생님 사랑해요.'

'유지, 나도 똑같아.'


# 5

그것도 보고 싶다. 선후배 au로 이타도리가 좋아한다고 고백해서 고죠는 아무 생각없이 사귀는 거지. 그리고 고죠가 자기한테 별 마음이 없다는 걸 깨달은 이타도리가 헤어지자고 통보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눈물 후두둑 흘리는 고죠. 무자각 사랑 너무 좋아...

"선배 울어...?"

"어?..."

뭐야, 나 왜 울어. 둘 다 당황해서 상황수습 못하고 있는 중. 고죠는 눈물 닦기 바쁘고 이타도리는 왜 울지? 이럼서 머리 굴리기 바쁨.

"선배 내가 헤어지자고 해서 그래?"

내가? 내가 고작 이런 후배한테 차여서 운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응……."

고죠의 날선 말투에 이타도리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어. 근데 진짜 이타도리가 말한 거 말곤 자기가 울 이유가 없잖아. 내가 진짜 얠 좋아하기라도 하는 건가?

"야 헤어지지 .마"

"어? 그치만 선배는 나 안 좋아하잖아."

"됐으니까 계속 사귀라고."

"어, 으응."


# 6

나 이타도리가 주령인 것도 보고 싶어... 애기 때 주령됐는데 처음 마주친 사람이 고딩 고죠라 지 형인 줄 알고 졸졸 쫓아댕기는 거지 ㅠ 첨엔 지가 주령인 줄도 몰랐을 듯...

쫄랑쫄랑.

"고죠 저거 언제까지 달고 다닐 거야?"

"뭐... 괜찮겠지"

쬐그만 애기가 자기만 졸졸 쫓아다니는데 주령 같지도 않고 죽일 맘도 안 들어서 계속 놔두는 거지. 근데 고죠 기럭지가 좀 기냐고... 이타도리가 뻘뻘대면서 쫓아오니까 은근슬쩍 천천히 걸어줄 듯 ㅠ

그렇게 10년 후,,,

"사토루 유지 언제까지 달고 다닐 거야?"

"그럼 두고 다녀?"

저거에서 유지가 된지 오래고, 지금은 자기가 주령이라는 것도 앎. 고죠가 주령을 퇴치하는 주술사인 것도. 그래서 슬금슬금 멀어지려고 시도했다가 고죠한테 오질나게 혼났을 듯 ㅋ ㅋㅋ


# 7

고죠의 광기적인 집착도 좋다. 선후배 au로 이타도리가 누군가에게 호감이나 관심을 품기만 하면, 그 사람은 얼마 안 가서 고죠랑 사귀고 있음.

- 유지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어? 그런 줄 알았으면 안 만났지

- 하하, 선배가 인기 많은 걸 어쩌겠어 나 괜찮아

- 아냐 유지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데 내가 어떻게 만나. 나한텐 그 누구보다 네가 제일 중요해

이타도리를 철저히 남들에게서 배척하고 결국 마지막엔 자기한테 오게 만드는. 계략적이고, 광기적인 집착.

'유지 널 알아주고 위해주는 건 나뿐이야. 그러니 어서 나한테 와.'


# 8

아픈 고죠 병간호 하는 유지가 보고 싶엉... 고사리 같은(?) 손으로 물수건 조물조물해서 땀 닦아주고... 직접 죽도 끓이고.... 손가락 들 힘도 없다면서 투덜거리는 고죠도 좋아. 그럼 못 이기는 척 먹여주겠지? 너무 좋다.

땀 닦아주는 손길에 벌떡 선 사토루군... 그리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고죠...

- 난 지금 아프고 이건 유지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그럼 누가 해결해야돼

- ...내가?

- 잘 아네

사실 병간호 핑계로 이타도리의 선녀강림...이 보고... 싶었어요.....


# 9

선후배au로 이타도리가 매일 졸졸 따라다니면서 선배 잘생겼어! 멋있어! 짱이야! 이러고 칭찬해서 자기 좋아하는 걸로 착각하는 고죠 보고 싶음. 이타도리는 그냥 숨김없이 칭찬할 뿐인데...

- 선배 오늘도 멋있네

- 야 이럴 거면 그냥 고백을 해

- 어?

분명 부끄러워하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줄 알았는데 이타도리가 고개만 갸웃거리는 거. 설마.

-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야?

- 내가 선배를?

반응이 왜 이래. 진짜 설마,

- 물론 선배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의미는 아닌데. 내가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미안해.

이타도리의 말에 고죠의 눈동자가 파도치듯 흔들렸음.

씨발. 진짜 내 착각이라고?

- 허, 어이없네

- 선배 혹시... 나한테 마음 가지거나 그런...

- 그런 거 아니야

그래. 그런 거 아니야. 좋다고 하면 한 번 만나줄까 했던 거지, 절대 얘를 좋아한다거나 그런 거 아니라고.


# 10

이타도리가 고죠를 짝사랑하는 전개가 보고 싶음. 고죠의 다정함에 자기도 모르게 휘감기는 거지. 고죠가 아무리 장난끼가 많고 편하게 굴어도 주변 사람들한테 다정한 성격은 아니잖아.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요?"

"글쎄? 유지만 보면 잘해주고 싶은가?"

"그게 뭐예요"

"이상해?"

예쁘게 올라간 입꼬리. 어떻게 이상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고작 제자일 뿐인 저한테 이렇게나 다정한데.

"제가 이상해요"

"응?"

"선생님이 자꾸 잘해줄 때마다 속이 울렁거리고 가슴이 이상해요"

"유지"

한차례 입을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이미 터져버린 입은 조잘조잘 잘도 움직였음.

"선생님이 머리에 들어차서 아무것도 집중이 안 돼요"

"유지"

"저 어떡해요?"

고죠가 한숨을 내쉬었음. 이건 자신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음. 선생과 제자. 뭐 그럴 수 있다 쳐. 그 정도는 고죠에게 별 문제도 아니었음. 하지만 고죠는 이타도리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음.

"유지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분명 고죠가 눈 앞에 있는데도 외로웠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위로 솟아있던 입꼬리가 어느새 아래로 곤두박질쳐 있었음. 자신이 차였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음.

"진심이 아니어도 좋으니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내가 감쪽같이 당신에게 속을 수 있게"

고죠라면 제가 아무리 무리한 부탁을 하더라도 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음. 저에게만은 그토록 다정하던 고죠였으니까.

"그거면 돼?"

끄덕. 이타도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음. 고죠가 한 걸음 다가서서 평소처럼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었자 이타도리가 움찔 몸을 떨었음.

"왜 그렇게 떨고 그래"

고죠가 이타도리의 몸체를 살포시 끌어안고 낮은 음성으로 귓가에 속삭였음.

"사랑해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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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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