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해의 주인

[주술회전] 河海의 主人 01

수전노라니

※ 원작 설정 및 서사 개변
※ 자작 설정 및 오리캐 有

플롯 없이 쓰는 소설로, 뒤늦게 수정될 수 있습니다.

아쿠타미 게게 作 ‘주술회전’ 기반 패러디 소설
河海의 主人
01 수전노라니

UnsplashConrad Ziebland

 방년 16세, 중학생 상대로 협박하는 검은 정장을 만나다.

 "입학을 거부하시면 주저사로 수배될 수 있습니다."

 "미쳤나?"

 "예?"

 "아니, 계속 말씀하세요."

 나만 보이는 것 같던 기괴한 생물들이 사실은 주령이라는 귀신? 요괴? 같은 거고. 그것들이 보이는 이유인 주력이라는 걸 내가 갖고 있고. 그 주력이라는 마이너스? 부정적인 에너지?를 다루려면 주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거절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고 눈앞의 아저씨가 설명해줬다.

 처음에는 언니 사망 사실 전하러 온 보험사 혹은 언니에 대해 추궁하러 온 야쿠자인 줄 알고 쫄았다. 그런데 이 아저씨는 내가 경계하는 기색이 보이자마자 의심을 덜 수 있도록 냅다 서류부터 들이밀고 차근차근 설명하더니 진정하자마자 본론을 꺼내들었다.

 가능성을 얘기하듯 하는데 그냥 안 가면 범죄자 낙인 찍어버린다는 협박이잖아. 선택지 주는 거 맞냐고 이거. 총 겨누고 수락하면 쏘지 않겠다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른데?

 "주술사라는 직업 특성상, 모든 위험을 오로지 주술사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임무를 수행할 시 의뢰금 전액 본인이 수령하실 수 있고 주술고전… 그러니까 학교와 상부에서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 또한—"

 "지원금요?"

 "예. 명목상 교육이라고는 하지만 미성년자의 손을 빌리는 모양새라 일종의 고용 형태로 들어가게 됩니다."

 자각은 있구나.

 "그 말은 제가 학비 같은 걸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의뢰라는 걸 해내면 돈도 받고?"

 "예, 학비는 물론 숙식도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경비까지—"

 "할게요."

 나, 후시구로 미호 방년 15세. 중학교 졸업도 전에 계약서를 쓰다.

 자고로 사회초년생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혹하는 입사 조건 후에 내밀어지는 계약서라고들 한다. 그런데 제대로 고용을 해준다잖아.

 뭐 가진 거 없는 중졸 받아주는 알바처가 흔한 줄 알아?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가 제대로 된 계약서도 쓰고 잘 나가는 대기업 팀장보다 더한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다고.

 1년 넘게 연락 없이 중학생인 동생을 혼자 방치하고 연락도 없던 언니가 바로 며칠 전에서야 나타났다. 언니가 오든 말든 알 바는 아닌데 애 낳았다고 웬 갓난 애를 데리고 왔다고. 제정신인가?

 하여튼 그래서 당장 큰 돈이 필요했다. 정신 못 차리고 또 호스트바에 출석도장 찍는 언니의 장기를 팔까 심각하게 고민하던 나에게 나타난 절호의 찬스. 하늘에서 내려준 계시.

 도쿄 도립 주술 고등전문학교. 겉으로는 종교 학교로 평범하게 취급되지만 사실은 초능력 같은 힘을 다루는 학생을 주술사로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라고 한다.

 사실 다 사기고 오컬트에 흥미 있거나 간절한 애들 낚아다가 험한 일 시키는 곳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계약서에 지장 찍기 전에 의뢰비라는 걸 가불로 받아버렸거든. 당장 조카 입히고 먹일 돈이 없는데 어떡해. 중학생이 은행 가서 대출을 받을 수도 없고. 변변찮은 알바비는 집세, 수도세, 각종 비용으로 다 나간다.

 이미 내 사정을 다 알고 왔는지 검은 정장 아저씨는 가불 요청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나갈 지원금을 땡겨서 수령한다 치면 3급 임무만 몇 개 무급으로 뛰면 된다는데 설마 몸 파는 건 아니겠지. 돈 없는 미성년자라고 이상한 AV에 끌어들이는 거면 이 아저씨도 죽이고 돼지새끼들도 죽이고 나도 죽는다.

 속으로 남모르게 칼을 가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저씨는 겹쳐 있던 계약서를 분리해 한 장을 내게 주었다. 입학 수속 같은 자잘한 건 이쪽에서 할 테니 졸업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이렇게 얘기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아저씨는 서류를 갈무리 해 품에 넣으며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는 숙식을 해결할 공간도 제공됩니다. 후시구로 양의 사정에 대해 설명하면 학장님께서도 조카분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주실 겁니다."

 오?

 난 고개를 저었다.

 아직 확신 못 했는데 조카까지 끌어들여 위험에 빠뜨릴까 걱정하고 자시고 그 낡고 작은 집을 내버려둘 수 없다. 아빠 찾아 오겠다고 나간 엄마가 언니에게 넘겨준 집. 그리고 언니가 일방적으로 내게 떠맡긴 집.

 ……염병. 이건 미련이 아니다. 성인되기 전까지만 참기로 결정했으니까 일단은 계획대로 해야지. 좋다고 짐을 다 챙겨 떠나기엔 주술계가 아직 어떤 곳인지 잘 모르기도 하고.

 "괜찮아요. 어차피 집에서 얼마 안 걸리던데요. 지하철 타고 3~40분이면 뭐. 교통비만 좀 챙겨 주세요."

 아저씨는 더 권유하지 않고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후에 뵙겠습니다. 생각이 바뀌거나 궁금한 게 있다면 편히 연락 주십시오.“

 삐딱하게 구는 중학생에게도 깍듯이 예의를 지키던 아저씨가 돌아갔다.

 ……돌아가야지. 졸업 하고 알바 관둔다고도 말해야 하고. 아, 가는 길에 분유랑 기저귀도 사야 됨. 하교한 뒤로 검은 옷 입은 남자가 계속 쫓아와서 파출소 쪽으로 걸어가느라 집에서 좀 떨어진 다리까지 와버렸지만 마트와 가까우니 오히려 좋다.

 문득 고개를 위로 치켜드니 건물 뒤로 넘어가는 해가 보인다. 보라색과 분홍색이 섞여 서서히 어둠에 물들어가는 하늘을 응시하다가 무심코 터져나오려던 한숨을 삼켰다.

 비관적으로 구는 건 그만두기로 했으니 계획대로 움직일 수밖에. 괜히 어금니에 번갈아가며 힘 주다가 자리를 박찼다. 마트까지 뛰어갈 생각이었다.

 옆집 아주머니에게 맡겨둔 조카 찾으러 가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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