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해의 주인

[주술회전] 河海의 主人 02

맞긴 함

※ 원작 설정 및 서사 개변
※ 자작 설정 및 오리캐 有

플롯 없이 쓰는 소설로, 뒤늦게 수정될 수 있습니다.

아쿠타미 게게 作 ‘주술회전’ 기반 패러디 소설
河海의 主人
02 맞긴 함

UnsplashChris Chan

 재미없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 아무도 인사를 건네오거나 사진을 찍어주지 않는 형식적인 졸업식이 끝나고 협박… 아니, 내게 입학을 권유한 아저씨한테서 연락이 왔다. 이젠 아저씨가 아니라 보조감독이라고 부르라던데. 감독이라고요?

 입학식은 따로 없고 원체 사람이 적은 주술계 특성상 학년당 반이 하나며 동급생도 극히 적을 거라든가. 편하게 고전이나 주술고전이라고 부르는 학교에 대한 부가적인 설명과 더불어 교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하는 디자인이 있냐 묻기에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 걸로 해달라 했다. 학생 수가 적어서 커스텀도 해주나… 복지 무엇.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집으로 가쿠란과 세라복을 합친 듯한 새카만 교복이 집으로 배송됐다. 이 이상한 소용돌이 단추는 뭐지… 야쿠자들이 달고 다니는 뱃지 같은 건 기분 탓이면 좋겠다.

 생긴 거랑 다르게 신축성이 좋아서 움직이기 편했다. 그런데 치마가… 임무 라는 게 어떤 거냐에 따라 불편할지 신경도 안 쓰일지가 갈리겠군. 나중에 수정 요청하면 받아주나?

 벚꽃이 나부끼는 날. 길가에 널린 벚나무가 꽃잎을 흔들며 인사해주는 길을 걷는다. 높다란 계단을 따라 늘어선 풀들이 염려를 비치는 계단을 올라가면 종교 학교에 어울리는 특이한 양식의 건물이 신입생을 반긴다.

 왜 이렇게 공기가 무겁지. 아니, 공기가 아니지. 이젠 줄곧 나를 방해하는 무형의 기운이 주력이라는 걸 안다.

 어째 올라갈수록 단단해지는 주력을 온몸으로 밀어내면서 위로 향했다. 계단을 다 올랐을 때는 등이 축축했다. 입학하기도 전에 교복이 땀에 흠뻑 젖었다. 기분 나빠….

 전진을 방해하는 주력은 웅장한 정문을 넘어서자 언제 있었냐는 듯 씻은 듯이 사라졌다. 늦가을 즈음 찾아간 바닷가에 들어 선 마냥 시원한 기운… 주력이 전신을 감싼다. 아, 이게 텐겐이라는 전설적인 인물이 만든 결계의 영향인가? 움직임이 좀 더 가벼워진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이제 어디로 가야 내 교실이 나올까. 시선을 내려 주변을 둘러보다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을 발견했다.

 나보다 한 뼘은 더 커 보이는 남학생이었다. 그는 내 교복에 달려 있던 것과 똑같은 이상한 단추가 세 개나 박힌 까만 가쿠란을 입고 있었는데 웃옷을 한껏 열어재껴서 안에 받쳐 입은 남색 티셔츠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복장불량에,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는 자세에 껄렁한 걸음걸이 하며……. 틀림없는 양아치의 형상이군. 앗, 인상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되는데.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 멈춰 선 남학생은 무뚝뚝한 얼굴로 시선을 위아래로 훑더니 입을 열었다.

 "너냐? 비술사 출신 신입생이."

 생긴 대로 예의를 팔아먹은 인사에 눈을 깜빡거리다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다."

 "…뭐?"

 "1학년 교실 어딘지 앎?"

 상대가 선배일 수도 있으니 반말은 하지 않았다.

 남학생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안 그래도 쭉 째진 눈이 구겨지니까 양아치가 아니라 사시미 칼 좀 써 본 야쿠자가 되었는데 이 나이에 세상의 풍파를 많이 맞은 나는 별 감흥이 없었다.

 "하, 씨. 이상한 애가 들어왔네."

 지가 할 말은 아닌 듯.

 나는 다 들으라는 듯이 꿍얼대는 걸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재차 물었다.

 "모름?"

 "…따라 와."

 체념한 건지 포기한 건지 한 풀 꺾인 기세로 뒤를 돈다. 일단 내가 1승. 긴 다리 자랑하듯 쭉쭉 걸어가는 걸 종종걸음으로 쫓았다.

 계단 오르느라 몸이 이미 천근만근이었지만 잘 따라갔다. 수많은 알바로 다져진 중학생 무시하지 마라. 아, 이제 고등학생임.

 좀 걷다가 내부가 생각보다 복잡하다는 생각을 할 즈음, 남학생이 냅다 문을 열었다. 슬그머니 안을 들여다보니 책걸상이 두 개 뿐이긴 하지만 교탁도 있고 칠판도 있다. 건물 양식은 특이해도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은 생김새가 퍽 신기하다. 최소한 교실의 모양새는 갖췄네.

 내가 둘려보는 동안 남학생은 교실에 당당하게 들어가서 의자 하나를 빼더니 불량하게 걸터 앉았다. 그리고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툭 내뱉는다.

 "담임은 임무 때문에 늦으신댄다."

 "님 1학년임?"

 "어."

 "뭐야? 그럼 왜 신입생에게 신고식이라는 이름의 학교폭력을 선사해줄 선배처럼 굴었어?"

 남자애가 입술을 짓씹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 이런 애랑 5년을 어떻게 지내지."

 "니 말 내 말."

 "뭐?"

 내가 한 마디 할 때마다 턱이나 입술이 꿈질거리는 새로운 동급생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중학생 때는 매년 어느 교실을 가든 애들이 끼리끼리 북적거려서 누가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는 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다. 겉도는 애하고 굳이 친해지지려는 사람이 없기도 했고, 알바 다니느라 동아리고 뭐고 누군가와 어울릴 여유도 없었던 탓에 동급생과 이런 식으로 말을 섞는 것도 꽤 오랜만이다.

 5년의 계약 기간, 좋든 싫든 부대껴야 하는 단 한 명의 동급생. 새삼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하고 최소한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니 기분이 이상하다.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느낌은 생생하네.

 난 칠판 앞으로 걸어가서 섰다. 살펴보니 다행히 분필이 있다. 먼지 하나 묻지 않아 깨끗한 종이갑을 열어 내 손가락보다 긴 흰색 하나를 꺼내 높게 팔을 뻗었다.

 伏黒海星. 어릴 때 가장 먼저 깨우친 네 글자를 빠르게 휘갈기고 뒤로 돌았다.

 "비술사라고 하던가. 주력… 아니 주술사 가문 출신이 아닌 집안. 협박 겸 계약을 맺고 주술고전에 입학한 후시구로 미호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허공을 보고 차분하게 말한 뒤 허리를 꾸벅 숙였다. 남자애가 끔뻑거리며 쳐다본다.

 "뭐하냐?"

 "자기소개. 새학기에는 무조건 하잖아."

 "……."

 남자애는 눈매가 부드러워진 얼굴로 내 이름을 쳐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칠판으로 다가오길래 쥐고 있던 분필을 내밀었다. 손에 쥐자마자 분이 묻어나는 필기구를 낯선 시선으로 쳐다보던 애가 천천히 팔을 뻗었다.

 더 높은 데 써도 되는데. 머뭇거리더니 제 눈높이보다 낮은 곳, 그러니까 내 이름 왼쪽에 자리를 잡았다. 분필을 쥐는 손이 어색해 보이는 것과 무색하게 칠판에 새로 쓰인 글자는 내 이름보다 반듯하다.

  仲堀幹爾 伏黒海星

 신입생들의 이름이 칠판에 나란히 적혔다. 난 여덟 글자를 눈에 새길 듯 시선으로 획을 하나하나 따라가며 읽었다.

 분필을 내려놓고 손을 두어 번 털어낸 남자애는 그대로 뒤로 돌아 교탁을 손으로 짚고 섰다. 일련의 동작이 매우 어색해 보였다. 눈밑이 파르르 떨리는 옆 얼굴이 긴장으로 얼룩졌다.

 "…나카보리 칸지. 너랑 다르게 주술사 가문 출신이고…… 술식은……. …아니다. 잘… 부탁합니다."

 사실 이름을 칠판 앞까지 나와서 크게 적는 건 새학기에 자기소개할 때가 아니라 가뭄에 콩 나듯 오는 전학생들이나 하는 신고식이다. 어차피 학생은 꼴랑 둘 뿐인 교실, 좋든 싫든 오래도록 마주봐야 할 동급생에게 이름이라도 제대로 알리고자 한 것뿐인데. 이 간단한 과정을 낯설어 하면서도 흔쾌히 해낸 동급생을 보니 시도가 나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주술사 가문은 달라도 뭐가 다른지, 학교에서 이런 것도 안 해봤나. 아니면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거나…….

 중학교 졸업하기도 전에 도와주는 사람 없이 갓난 애를 돌봐야 했던 나처럼 뭔가 사정이 있겠지 싶어서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짧고 어색한 자기소개가 끝나고서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칠판에 적은 이름은 지우지 않았다.

 "나카보리야, 주술사 가문이랬지."

 "그래."

 "주술사들은 그 주령? 괴물 같은 걸 잡아서 돈을 버는 거야?"

 주술계와 주술사의 개념을 몬스터 잡아서 보상을 얻는 게임으로 이해했었다. 내가 평생을 알고 지낸 세계와 공존하지만 보조감독과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사실이라서 학교까지 와놓고도 주술계라는 게 그다지 실감 나지 않는다.

 담임 선생이 올 동안 수다라도 떨 겸, 애초에 태어날 때부터 주술계에서 지내온 가문은 아는 게 많겠지 싶어 질문을 던졌다. 그의 딴에서는 해가 동쪽에서 뜨는 당연한 이치를 물어보는 것 같겠지. 나카보리는 그런 걸 네 살 마냥 쉬지 않고 물어보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면서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누그러진 태도로 들어줬다.

 드문드문 이것도 모르냐는 듯이 쳐다보긴 해도 무시하는 거 없이 모두 대답했다. 아무래도 내가 비술사 출신인 걸 고려해준 것 같다.

 "술식은 주력을 가진 사람이면 대부분 타고 나. 아닌 사람들도 있고."

 "난 아직 술식인지 뭔지가 있는지 모르겠어."

 "주력이니 주술계니 그런 걸 몇 달 전에야 알았다며. 살면서 주령을 잡아본 적도 없을 거 아니야."

 "엄청 작은 애들은 날벌레 잡듯이 잡아보긴 했지. 엄청 크거나 압박감이 큰 애들은 못 본 척 도망갔고."

 "눈치가 빠르네. 가끔 뛰어난 술식이나 큰 주력을 가진 비술사 출신이 뭣 모르고 덤볐다가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는 꽤 오래 떠들었다. 아침 햇살과 맞이한 새학기가 반나절이 다 지나갈 때가 됐을 즈음, 문이 드르륵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판타지 영화의 설정을 야기하듯 듣다가 반쯤 무아지경이었던 정신을 툭 쳐서 깨뜨렸다.

 아, 지금껏 문답한 주술계는 이제부터 살아갈 세상이다. 또한 그제서야 또래와 이토록 오래 대화한 게 꽤 처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주변을 아우르는 주력이 새삼 미끄럽게 느껴졌다가… 정신을 차리고 새로운 정보와 낯선 감정을 주워 섬긴다.

 조금 구부정한 자세로 교실에 들어 온 남자가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후다닥 걸어오며 빠르게 말문을 열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난 너희 담임으로 부임된 2급 주술사, 라이조 후타라고 한다."

 집에서 나설 때는 깔끔하게 정돈되었던 머리가 수많은 일에 치이고 치인 나머지 흐트러진 머리를 한 다크서클 짙은 어른이었다. 피로에 절은 안면 탓인지 실제로 나이가 많은 건지 헷갈리는 새로운 담임은 칠판에 큼직하게 적힌 우리들의 이름을 보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벌써 자기소개는 끝난 모양이구나."

 "네. 말씀하신 것보다 많이 늦으셨네요."

 "…미, 미안하다……. 잔업만 끝낸다는 게 직접 보고까지 올리느라……."

 나카보리가 턱을 괴고 여상스레 묻자 어색하게 웃는다. 딱히 따지려고 물어본 건 아닌 거 같은데. 새학기부터 제자들을 기다리게 만든 게 미안했는지 라이조는 면목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알다시피 주술계는 항상 인력이 모자라잖니. 그래서 도쿄고전의 저학년 교사도 나 뿐이지…….“

 라이조가 음울하게 웃었다. 교사가 한 명 뿐인 학교라니? 미친 건가?

 “자, 그럼 간단한 질문을 해볼까. 후시구로 군, 우리 주술사들이 해치우는 주령들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아니?"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눈이 마주쳐서 질문 공격을 받은 것도 오랜만이다. 칠판에 잘 보이거나 가까운 자리든 상관 없이, 선생들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해왔는데……. 딴 생각 하는 머리와는 별개로 아까 전 수많은 문답에서 들었던 설명이 이해를 거쳐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이 모여서 발생한다고 들었어요. 자연 발생 개체가 많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고. 크게 환경에 따라서 등급도 달라진다고요."

 깔끔하게 끝맺은 대답에 다크서클 짙은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오, 따로 공부 해왔나보구나."

 "아뇨. 나카보리가 알려줬어요."

 왼쪽에 앉은 동급생을 가리키자 피곤한 낯이 부드럽게 풀리는 게 보였다. 버석하게 주름져 있던 얼굴이 온기를 머금고 풀어져서인지 몇 년은 젊어 보였다.

 "본인이 아는 걸 선뜻 베풀어줬구나."

 "…기본적인 것도 모르길래, 합동 임무할 때 걸리적거릴까 봐 알려준 거예요."

 창가로 고개를 홱 돌려 싸늘하게 말하지만 적갈색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귓불이 붉다.

 녀석, 밉지 않은데? 내가 물끄러미 나카보리의 뒷통수를 쳐다보자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던 라이조가 소리 없이 웃으며 모른 척 말했다.

 "주술계에서는 정보가 굉장히 중요하단다. 사소한 것 하나가 비싼 값에 거래되기도 하지. 아무리 같은 학년 친구라도, 같은 학교 학생이라도, 같은 주술사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틀린 정보를 주거나. 아예 정보를 차단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란다."

 나긋한 음성으로 느리게 시작하는 설명을 가만히 듣다가 슬그머니 피어오른 감상을 그대로 읊었다.

 "폐쇄적이고 이기적이네요."

 "그럴 수밖에 없다, 는 게 주술사들의 생각이야. 주술계에 대해서는 비술사에겐 철저한 대외비로 유지되어야 하지. 그러려고 철저히 은밀하게 움직이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폐쇄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단다."

 선생님은 여유롭게 이어지는 설명을 조용히 듣는 제자 둘을 만족스럽게 훑은 뒤 줄곧 손에 들고 있던 파일을 펼쳤다.

 "벌써 이론 수업을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 길어졌구나. 오늘은 첫날이니 간단한 설명과 질문답만 하고 끝낼 예정이었어."

 거기서 스테인플러로 묶인 얇은 책자가 나왔다. 나카보리와 나는 각각 한 부씩 받았다.

 "주술고전은 주술사 양성학교 답게 어엿한 주술사를 길러내기 위해 세워졌단다. 또한 학교라는 명목에 맞춰 훈련 말고도 이론 수업을 조금이나마 포함하고 있지."

 삭막한 표지를 스쳐 한 장 넘기자 목차도 없이 학사일정이 먼저 나열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상하좌우 넓은 여백을 남겨두고 칸 몇 개만 달랑 채운 허전한 표였다. 차라리 글자 크기라도 키워서 여백을 줄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는 시험이 없단다. 아마 가끔 따로 언질하는 날이 아니라면 이론 수업 없이 자율 훈련 공동 훈련, 혹은 임무가 있을 거야."

 여름방학. 교류회. 겨울방학. 이게 학사일정의 큰 틀이었다. 방학은 그렇다 치고 교류회는 뭐야? 몇 장 되지도 않는 책자를 팔락거리다가 질문하려고 했는데 나카보리가 더 빨랐다.

 "임무는 언제부터 나갈 수 있어요?"

 "늦어도 이번 달 안에 시작할 거란다. 후시구로 군이 비술사 출신인 것과는 별개로 신입생들에게는 약간의 유예가 주어지거든."

 유예라는 단어가 이런 데서 쓰이는 이유는 뭐지. 왜 불안한 걸까. 부러 눈을 여러 번 깜빡거렸다.

 "아직 술식이 뭔지 모르고 주력 운용하는 법을 모르는 후시구로 군을 당장 현장에 내보낼 수 없기도 하고. 술식 알아볼 겸, 운용법을 알려줄 겸 1~2주 정도는 이론과 병행해 훈련할 생각이란다."

 “그렇군요. 재촉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냥 궁금해서.”

 나카보리가 용건이 끝났다는 듯 자세를 고쳐 앉는 걸 보고 손을 들었다.

 “의뢰금은 어떤 식으로 지급되나요?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의뢰금?”

 반문한 건 나카보리였다. 둥그래진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표정이 희한한 걸 보는 듯하다. 라이조는 턱을 짚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찬찬히 설명을 시작했다.

 “의뢰금은 의뢰인이 지불하는 값이란다. 유명한 주술사가 아닌 이상은 반드시 중개사를 거치게 되어있어.”

 으잉?

 “후시구로 군에게는 주술고전이 중개사겠지? 전부는 아니지만 학생들이 수행하는 임무의 몇 가지는 의뢰의 형태도 띄고 있단다. 그리고 의뢰금에서 중개 수수료와 수리비, 교통비 등으로 쪼개지지.”

 “……그러니까, 제가 임무인지 의뢰인지를 수행하고 받는 몫이 의뢰금의 일부라는 소리예요? 전체가 아니라?”

 차분하게 묻는 목소리가 떨려 나갔다.

 그런 내 기분과 상관없이, 선생님은 산뜻한 목소리로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속에서 뭔가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슬그머니 올라간 두 손으로 머리를 쥐어 뜯었다.

 “이거 사기야!!”

 “너, 돈 때문에 입학했냐?”

 나카보리가 질린 표정으로 묻는다. 내가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자 움찔거린다.

 “돈 아니었으면 입학 안 했어!! 아니, 그 전에 입학 안 하면 주저사 된다잖아! 이런 X발! 중학생 상대로 협박에, 사기에!! 주술계는 미친 거냐?!!!”

 “후시구로 군이 벌써부터 주술계를 파악하게 되어 기쁘구나!”

 “아 미친 소리 하지 마쇼!!!”

 후시구로 미호, 새학기부터 담임에게 대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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