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익애계 스쿠나 #2] 응석받이

스쿠나는 나나미의 잔예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사고의 한쪽은 침착하게 나나미가 말했던 이름들을 떠올리려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저항하면 죽이는 건 문제 없으니 일단 인간은 전부 살려내면 되겠지. 단순한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자니 그의 뺨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스쿠나.”

 

이타도리의 목소리에 스쿠나는 대답 대신 혀를 찼다. 이 애송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지는 뻔했고 지금은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혀를 차는 걸로 스쿠나의 기분을 짐작했는지 이타도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을 굴리고 있겠지. 스쿠나를 멈춘 건 이타도리가 다급하게 외친 이름이었다.

 

“-아, 마키 선배!”

 

나나미가 말했던 이름이다. 스쿠나는 발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타도리가 저기, 왼쪽! 이라며 소리치는 말에 왼쪽을 보니 아까의 나나미처럼 거의 타 버린 사람의 형체가 있었다.

 

“제기랄.”

 

악문 잇새로 욕이 새었다. 나나미에게 부탁받고 맡겨 달라고 호기롭게 대답했는데 살려내지 못한다면 어쩌나. 걱정하며 다가갔지만 화상의 정도에 비해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나미보다 더 안정되어 있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스쿠나는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마키의 화상을 치료하고 한쪽 어깨에 마키를 들쳐메었다.

 

“좀 더 상냥하게 옮길 수 없어?”

“손이 막혀있으면 여차할 때 싸울 수 없다.”

 

이타도리는 다시 말하지 않았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을 터이다. 싸워서 죽이는 것도 피하는 것도 스쿠나에게는 간단하고, 여차했을 때 몇 번 맞아줘도 아무렇지 않겠지만 스쿠나와 함께 있는 건 의식도 없는 인간이었다. 지키는 것은 귀찮고 어렵다. 새삼 생각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 또 다른 숯덩이를 발견했다.

 

“이건 잘도 살아있구나.”

 

스쿠나의 말에 이타도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평소 같으면 사람을 물건처럼 부르지 말라고 타박했었겠지만 그럴 겨를도 없었다. 나나미는 왼쪽 반신이었지만 지금 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은 뇌, 심장, 폐, 생명활동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기관이 모여있는 부분인 상반신이 전부 타 있었다.

 

“뭐. 살아는 있으니 충분하다만.”

 

스쿠나의 주력이 흘러 들어가며 타버렸던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게 보였다. 코끝에 손을 대 숨을 쉬고 있는 걸 확인한 스쿠나는 그대로 마키의 위에 그 사람을 올려 짊어지고 다시 나나미의 잔예를 거슬러 밖으로 나갔다.

 

“스쿠나. 이젠 어떻게 할거야?”

“밖에서 우라우메를 기다릴거다. 다른 인간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어디까지나 나나미가 부탁한 인간들, 조금 더 생각하면 동료가 되는 고전의 인간들만 챙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나밍은 다른 사람들도 최대한 구하고 싶어할걸.”

 

이타도리의 말에 스쿠나는 혀를 차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 남자는 불평하지 않으리란 것도. 하지만 그건 할 수 없으니 하지 않는 것뿐이고-

 

“귀찮다!”

 

생각이 이어지던 중에 스쿠나의 앞에 주령이 튀어나왔고, 스쿠나의 신경을 건드린 저급 주령은 호통 한 번에 사라져 버렸다.

 

“쯧. 돌아다니면서 주령은 죽인다. 남은 것들은 우라우메가 얼려서 가져오겠지...!”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내용은 인간 측에게는 더할 나위 없었다. 이타도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스쿠나가 나아가면서 주령들을 없애버리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나나미를 언급한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태도가 바뀌다니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시부야 역을 돌면서 한참 후 지상으로 나온 스쿠나는 짜증 섞인 한숨을 토해내고 고전의 사람들을 찾았다. 멀리서 봐도 이타도리가 아닌 게 분명한 기척에 경계하며 다가오지 않는 바람에 결국 이타도리가 판다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쭈뼛거리는 판다를 뒤로 하고 다가온 쿠사카베가 두 사람을 짊어지고 이에이리를 찾아갔다. 스쿠나는 쿠사카베에게 두 사람을 넘기고 난 뒤에는 적당한 곳에 앉았다.

 

“하아...”

 

스쿠나의 입에서 다시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타도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한 채 눈을 굴리다가 결국 스쿠나와 같이 아까 스쿠나가 빠져나온 출구를 바라보았다. 그 상태로 이타도리가 말을 걸지도 못하고, 스쿠나가 먼저 입을 여는 일도 없이 침묵이 계속되었다.

 

“스쿠나 님.”

 

한참을 그 자리에서 불쾌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스쿠나는 우라우메가 부르는 데 고개를 들었다가 나나미의 모습을 보고 표정을 풀었다. 여전히 의식은 없었지만 그을려 더러워졌던 얼굴은 깨끗해져 있었고, 나나미의 체격에 맵시 좋게 맞는 하늘색 터틀넥에 회색 체크무늬 정장은 스쿠나가 말한 대로 따뜻해 보이면서도 멋지게 어울렸다. 재킷의 가슴 주머니에 선글라스가 꽂혀있는 게 또 흡족했다.

 

“수고했다.”

 

스쿠나는 우라우메에게 그 말 한마디만 건네더니, 앉은 자세를 고쳐 나나미를 무릎에 모로 앉히며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키 차이 때문에 나나미의 머리가 이타도리의 어깨 위로 올라오는 바람에 스쿠나는 나나미의 머리에 손을 대고 지지했다.

반대쪽 손으로 코 근처에 손을 대 보고 목을 만져 보니 고른 호흡과 함께 옷차림 덕인지 이타도리보다 조금 더 높은 체온이 느껴졌다. 스쿠나는 나나미의 상태가 안정되었다고 생각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몸을 공유하며 손의 감각을 느끼던 이타도리는 안심한 나머지 중얼거렸다.

 

“나나밍... 다행이다...”

 

우라우메는 이타도리가 말을 하는 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스쿠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더 말을 얹지는 않았다. 명령한 대로 얼려 둔 것들을 가져오겠다는 말과 함께 우라우메는 다시 지하철 역 안으로 사라졌다. 스쿠나는 나나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까처럼 역의 출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스쿠나.”

“뭐냐.”

 

크게 기대하지 않고 불렀는데 제대로 대답이 돌아왔다. 이타도리는 내가 몸을 차지하고 있었더라면 심장마비로 몇 번쯤 죽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나나밍이랑 뭘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그 말에 스쿠나가 혀를 찼다.

 

“굳이 대답해야 하는 거냐. 대강 알고 있을 텐데.”

 

역시나. 스쿠나도 그런 의미로 나나미를 좋아하는 거구나. 그 덕분에 나나미가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타도리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도 잠든 나나미의 얼굴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눈을 감은 얼굴은 조금 창백했고 그 때문인지 머리카락보다 조금 짙은 색의 속눈썹이 도드라져 보였다.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 걱정되는 와중에도 잘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쿠나와 이타도리 둘 다 나나미를 보고 있던 와중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나미가 눈을 부릅떴다. 갑자기 눈을 뜬 바람에 놀란 이타도리가 어, 하는 소리를 내니 마치 그 소리가 신호인 양 나나미가 팔을 뻗었다. 손바닥 아래부분으로 턱을 노리는 일격이었다,

 

“어이쿠야. 눈을 뜨자마자 애송이가 아니란 걸 알아본 거냐.”

 

스쿠나는 가볍게 고개를 옆으로 젖혀 피하더니 나나미를 끌어안았다.

 

“큭, 이거 놓으십시오!”

“하핫. 놓지 않으면 어쩌려고?”

“제 술식은, 대상을 선분하여 7 대 3이 되는 지점에-”

 

나나미가 빠르게 말하던 술식의 정보는 스쿠나의 웃음소리에 가로막혔다.

 

“이미 애송이 안에서 들어서 알고 있다. 네 술식은 단순한 만큼 범용성도 뛰어나지만 단점도 뻔해. 약점이 될 포인트를 포착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으니 내게 안겨서 제대로 보지 못하는 지금은 술식이 없는 거나 다름없지.”

 

나나미는 이를 갈더니 주먹으로 이타도리의 등 여기저기를 때리기 시작했다. 약점을 더듬어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등을 내리치는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네 술식으로는 애송이의 몸에서 날 몰아낼 방법도 없지. 오히려 이 몸을 다치게 할 뿐이지 않으냐.”

 

스쿠나의 말에 나나미의 손이 멈추었다. 등을 내리치던 손은 이타도리의 교복을 움켜쥐었고 천천히 고개가 숙여져 이타도리의 어깨에 이마가 닿았다. 악문 잇새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스쿠나. 장난이 심하잖아! 괜찮아 나나밍. 나 여기 있어!”

“-이타도리 군?”

 

귓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나미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스쿠나가 혀를 차더니 재미도 없는 녀석이라며 뚱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타도리는 스쿠나가 혀를 차는 걸 듣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나나미가 혼란스러워 할까봐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 나나미의 공격에 몸이 다시 바뀐다면 좋고, 그게 아니어도 자신을 신경쓰면 스쿠나의 행동에 대응이 늦어질까 걱정했다. 하지만 스쿠나는 나나미가 공격했음에도 끌어안아 멈추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안겨져 있는 바람에 나나미는 스쿠나의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몸을 공유하는 이타도리는 스쿠나가 웃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의식이 돌아왔습니까? 잠깐만, 놓아주세요.”

“아쉽겠지만 아직 주도권은 내게 있다. 날뛰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놓아주마.”

 

스쿠나의 목소리로 들려온 의외의 제안에 나나미는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대답했다. 어차피 지금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잠깐의 변덕이더라도 자신에게 공격적이지 않을 때 최대한 따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놓아주십시오.”

 

스쿠나가 천천히 팔을 풀고, 나나미가 조금 몸을 뒤로 빼 거리를 두었다. 그제야 서로의 얼굴과 상태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스쿠나는 나나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을 문지르면서 웃었다.

 

“잘생긴 얼굴이 엉망이구나.”

“...당신을 이렇게 보는 것은 처음이군요. 내려와도 되겠습니까.”

“팔이 닿는 범위 안에 있거라.”

 

스쿠나는 예상외로 간단하게 나나미를 놓았다. 팔이 닿는 범위라고 말했지만 이타도리를 생각해서라도 멀어질 생각이 없었기에 나나미는 한 뼘 정도 거리를 두고 서서 주변을 살폈다. 스쿠나가 죠고와 마허라와 싸우면서 시부야 광장은 이미 평지가 되어있었다.

 

“지금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이타도리 군. 고죠 씨의 봉인은요? 어떻게 스쿠나가...”

 

나나미는 말을 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스쿠나의 앞에서 몸이 바뀐 경위나 상세한 내용을 물어보기는 꺼려지는 듯 했다. 게다가 말하는 투를 보니 역시 마히토와 대치했을 때 스쿠나가 구해준 건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억하고 있더라도 이타도리로 착각했었으니 이타도리가 도와 준 후에 스쿠나와 바뀐 줄 알고 있을 가능성도 높았다. 여러가지 설명할 것이 많았지만 스쿠나는 곁눈질로 나나미를 보고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결국 이타도리가 눈을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고죠 선생님의 봉인은 아직이야. 스쿠나가 나나밍을 도와줬어. 나나밍도, 마키 선배랑 후시구로 뿐 아니라 다른 주술사도 치료해 준데다가 바깥으로 데리고 나와 줘서 지금은 이에이리 씨에게 맡겨뒀어.”

“네?”

 

나나미의 표정은 경악이라는 말에 제일 잘 어울리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스쿠나가 사람을 도왔다? 치료까지? 믿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불을 쓰는 주령에게 당하기 전에도 여기저기 찢기고 베여 있던 몸이 깨끗했다.

 

“...어.”

 

나나미는 입을 열었다가, 입술을 떨며 다시 입을 닫았다. 감사인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저주의 왕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에는 꺼려진다는 심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이타도리는 나나미의 태도를 스쿠나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걱정하며 눈치를 보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아예 관심이 없는 것처럼 역의 출입구를 보고 있었다. 나나미가 입술을 달싹이다가 스쿠나를 보며 무언가 말하려던 때 역 쪽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나나미가 지하철 역 쪽을 보며 스쿠나의 앞으로 나섰다.

 

“뭐야? 주령?”

“아니. 그건 아니다. 우라우메의 주력이군.”

 

이타도리의 질문에 스쿠나가 대답한 지 얼마 안 있어, 우라우메가 마치 실로 얼음을 꿴 것처럼 안에 사람과 주령들이 들어있는 채 줄줄이 이어진 얼음들을 끌고 다가왔다. 나나미는 반사적으로 이타도리의 앞에 나와 그를 가리고 섰다. 등 뒤에서 들려온 짧은 웃음소리에 등 뒤의 존재가 이타도리가 아니라는 걸 떠올렸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나나미가 비키지 않고 서 있었더니 스쿠나가 일어나 나나미를 지나쳐 앞으로 나왔다.

 

“스쿠나 님. 이것들을 어떻게 할까요?”

“애송이와 나나미가 동료라고 하는 것들은 꺼내 주거라.”

 

갑자기 거기에서 이름을 불릴 줄은 몰랐다. 나나미가 당황한 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더니 우라우메라고 불린 백발의 사람이 나나미를 바라보며 얼음을 가리켰다.

 

“어떤 자들을 꺼낼까요?”

 

스쿠나가 나나미를 중요히 여긴다는 건 뻔히 보였기에 우라우메는 나나미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했다. 나나미는 스쿠나와 우라우메, 얼음들을 바라보다가 스쿠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는 고죠 씨의 봉인을 먼저 해결하고 싶습니다만 그건 안 되겠습니까?”

 

나나미의 질문에 스쿠나는 무료한 표정으로 턱을 쓸면서 말했다.

 

“나는 상관없다만 얼음 속의 인간들은 그동안 죽을 거다. 최소한 주저사만이라도 구별해야 할 텐데?”

 

결국 나나미는 길게 늘어선 얼음들을 따라 걸으며 함께 시부야에 온 주술사들을 찾았다. 스쿠나는 나나미와 나란히 걸으면서 주령이 보이면 손가락을 튕겨 얼음째로 태워버렸고 인간이 들어있는 얼음들은 우라우메가 차례차례 녹여갔다. 고전 관계자와 주술사들은 스쿠나가 한 번씩 어깨며 머리를 치고 지나가며 고쳐주었다. 저주의 왕이 인간을 고치는 광경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나나미는 얼음 하나를 보고 헛숨을 삼키며 멈추었다.

 

“왜 그러느냐.”

 

부자연스럽게 멈추어 선 나나미의 옆에서 고개를 내민 스쿠나는 얼음 안의 내용물을 보고 들리도록 혀를 찼다. 스쿠나가 산산조각냈던 마히토가 어느새 몸을 상당 부분 수복한 채 얼어 있었다. 스쿠나는 나나미의 어깨를 잡아당기며 제가 앞으로 나섰다. 스쿠나가 당기는 대로 뒤쪽으로 물러난 나나미는 분명 자기보다 작은 체구인 이타도리의 몸인데도 그 등이 커 보인다고 생각했다.

 

“걱정하지 마라. 재도 남지 않도록 태워주마.”

 

진심인 듯 지금까지는 손가락 하나만 튕기던 스쿠나가 마치 활을 쏘듯 자세를 잡았다. 그 모습에 나나미는 가볍게 주먹을 쥐고 작게 호흡을 골랐다. 특급 주령이지만 저 상태로 스쿠나의 술식에서 살아남을 리 없다. 안심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지켜보고 있던 나나미는 허공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나미는 비명처럼 중얼거렸다.

 

“마히토는 내가 데려가겠어.”

“게토 씨...!”

 

 

 

그 후는 엉망이었다.

마히토를 빼앗겼다.

나나미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손도끼도 없이 만전도 아닌 몸 상태로는 어쩔 수 없었다.

우라우메와 스쿠나도 싸워 주었지만 쏟아지는 주령들에게서 사람들을 지키면서 마히토까지 사수할 수는 없었다.

무위전변으로 주술사들이 생겨났다.

고죠 씨도 봉인된 채 그대로다. 빼앗기고 말았다.

게토 씨의 몸을 빼앗은 켄자쿠라는 자에게.

 

 

 

사멸회유가 시작되었다.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