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익애계 스쿠나 #1] 자각

스쿠나 x 나나미

  • 나나미 씨가 마음에 든 스쿠나가 나나미 씨의 부상을 보고 시부야 사변에 개입하는 이야기

  • 모두를 어떻게든 살려내고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스쿠나의 힘을 빌려 원작개변하는 이야기

  • 캐릭터 붕괴 주의

  • 현재는 아직 스쿠나 > 나나미입니다. 이후에 스쿠나나 / 스쿠히구가 될 예정입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스쿠나.”

 

특급주령과 싸우고 후시구로를 치료한 뒤 식신을 쓰러뜨렸다. 후시구로에게 흥미를 보이고 있었으니 치료는 이해할 수 있었다. 식신을 쓰러뜨린 것도 후시구로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거라는 것까지. 그런데 그 과정에서 팬더 선배와 쿠사카베 선생님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경고까지 하면서 싸우다니. 소리 내 말해도 스쿠나는 대답이 없었다. 일단은 아래로 내려가자. 아직 소재 파악이 안 된 사람들이 있어. 이타도리가 제일 먼저 떠올린 건 금발의 주술사였다.

 

 

 

민감해진 감각으로 간신히 나나미의 주력을 더듬어 지하로 내려간 이타도리는 나나미를 보고 그의 참혹한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상반신의 왼쪽 절반은 이타도리가 어릴 때 굽다가 태운 고기처럼 되어있었고, 그를 바라보는 눈은 하나뿐이었다. 왼쪽의 안와는 비어있었다. 옆에는 특급주령, 마히토가 선 채 그의 등에 손을 올린 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미소가 지나칠 정도로 평온해서-

 

“계활”

 

다음 순간 이타도리는 교체당한 채 스쿠나의 영역에 휩쓸린 나나미와 마히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야가 검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일전 마히토의 영역 안에서 보았던 뼈의 산, 그 위에 앉아있는 저주의 왕. 그가 앉아있는 뼈 아래에서 핏물 같은 액체가 흘러 나와 바닥을 메웠다. 그 물살에 휩쓸린 나나미는 크게 비틀거리면서 옆으로 쓰러졌다. 종아리는 커녕 발목도 겨우 잠기는 높이였는데 버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나미는 물에 고인 바닥에 넘어지기 전에 스쿠나에게 받쳐졌다. 스쿠나는 나나미가 넘어지는 것에 맞춰 직접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으며 나나미를 제 다리에 앉혔다. 스쿠나를 올려다보던 나나미가 초점이 흐려진 눈을 깜박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이, 타도리... 군.”

 

하지만 지금 나나미는 그를 안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분별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특징적인 머리카락만으로 판단했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스쿠나는 이타도리가 아니라고 알려주는 대신 짧게 대답했다.

 

“오우, 나나밍.”

“후시구로 군을... 찾아야 합니다. 마키 씨... 나오비토 씨... 가.”

“알았어. 나한테 맡겨.”

“...뒷일은. 부탁합... 니다.”

 

그 말에 안심했는지 아니면 기력이 다했는지, 나나미의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유언 같은 말을 남기다니. 스쿠나는 혀를 차며 나나미의 목을 받치고 불에 탄 그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아, 이 잔예는. 그놈에게 당했던 것인가. 알았더라면 그렇게 편안하게 죽이지 않았을 것이다.

 

“가여운 것.”

 

스쿠나는 이만큼 상처 입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른 것들이 지금 나나미가 입은 상처보다 덜한 상처와 화상으로도 미쳐 발광하다 죽어가는 인간들을 무수히 보았었다. 비명을 지르고 울며 살려달라 애원해도 이상하지 않은데도 동료들을 먼저 걱정하다니.

 

“얼마나 무골호인인지...”

 

스쿠나의 손이 나나미의 타버린 피부를 스치니 천천히 새살이 돋아났다. 타서 없어진 왼눈의 눈꺼풀이 자라나 빈 안와를 덮었다. 곧이어 안쪽으로 푹 꺼져있던 눈꺼풀이 맵시 좋게 부풀어 올랐다. 새로 만들어진 눈은 내가 기억하는 대로의 비취색일까. 확인해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먼저 처리해야 할 날파리가 있었다.

 

“-너.”

 

마히토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스쿠나의 영역이 펼쳐진 순간부터 자신에게 쏟아지는 살기에 압도당해 있었다. 지난번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와는 전혀 다른 힘이었다.

 

“네가 날 불쾌하게 한 것이 이걸로 세 번째군.”

 

모르고 했다지만 감히 내가 점찍은 것에 손을 대려 하다니. 그가 한번 손을 가로로 그은 순간 마히토는 입술을 경계로 머리가 둘로 나뉘고, 팔다리는 조각나 떨어져 핏물에 잠겨 있었다.

 

“미수라 그 정도로 끝내주었으니, 자비에 감사하거라.”

 

오물을 보는 불쾌한 표정으로 마히토의 파편을 바라보며 영역을 거둔 스쿠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살짝 눈을 굴렸다. 그의 시선 끝에 서 있던 사람의 그림자는 곧 무릎을 꿇었다.

 

“스쿠나 님.”

 

우라우메는 따라오라는 말 한마디만 남기고 시야에서 사라진 스쿠나의 명령을 충실히 따랐고, 스쿠나는 고개를 숙이는 그의 요리사를 보고 웃음을 띄우고 다가갔다.

 

“우라우메, 상점에서 이 녀석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혀라. 조금 더울 정도로 따뜻한 게 좋겠군.”

 

스쿠나는 그때까지 품에 안고 있던 나나미를 우라우메에게 안겨주었다. 우라우메가 받으며 흔들리는 바람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직접 쓸어 넘겨주는 그 표정은 자못 온화했다.

 

“그리고 이 역 내에 생명 있는 것은- 그게 주령이던, 인간이던, 얼려서 내게 가져오너라.”

 

나는 부탁받은 일을 처리하고 있겠다.

스쿠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역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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