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나나] 사랑표현이 비정상에 공감결여순애인 고죠 사토루를 좋아하세요?

나나미 켄토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

Written by. Pisada

  • 평화롭습니다, 아마도. 아마 졸업한 캠퍼 게이라고 우겨보는 글.

  • 제목은 그 뭐, 네 라노벨 패러디입니다. 

  • 약 게토하이 언급있음. 

“너는 대체 왜 사토루랑 사귀는 거야?”

이걸로 나나미가 게토에게 연애 사실을 의심받은 게 몇 번째인지도 까먹었다. 나나미는 술기운이 한층 오른 게토를 상대하는 대신 창에 이마를 기대고 열을 식히 고죠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기척에 경계하던 고죠는 나나미를 보는 순간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저 표정에 담긴 감정이나 마음을 모를 수 없지만, 지독하게 현실감이 없는 모습이다. 흠이라고는 덜떨어진 성격 하나뿐이었던 사람은 점점 자라면서 성격도 수그러들었다. 고죠는 나나미와 중학교 때부터 봐온 사람이지만, 나나미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한 사람이 환하게 웃는다고 세상이 멈추는 감각이라는 건 늘 겪을 때마다 낯설었다.

“스구루가 또 한소리했어?”

“... 귀신입니까.”

“너 유독 스구루랑 이야기하고 나면 매번 그런 표정이잖아.”

고죠는 품에 체중을 실어 안기더니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려고 했다. 입안에 아직 술이 남아있는 기분이라 나나미가 고죠를 쳐내니 자연스럽게 입술이 목덜미 아래로 내려간다. 다음날 출근한다고 해도, 나나미는 고죠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세무사였으니 먹히지도 않았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품으로 잡아당기자 고죠는 심술을 부리는 걸 관두었다. 고죠는 늘 그랬다. 자신이 그러하듯 나나미가 자신에게 늘 거짓이 없기를 바랐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첫사랑이기에 설레는 마음 반, 얼굴에 넘어간다는 생각이 그 반의 반, 고죠가 언젠가 자신을 떠날 걸 알고 미리 체념한 마음이 나머지. 13년이 넘은 시간이 지나자 남은 고죠의 얼굴에 설레는 마음이 반, 평생 고민하던 영원이라는 건 이토록 간단하다는 깨달음뿐이었다. 

사람이 한결 같을 수가 없다. 나나미가 알아온 사람은 늘 그랬다. 심지어 그 철없던 하이바라도 이제는 요령이라는 걸 배웠다.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사람은 불멸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다. 세상이 변하고 나이를 먹어가는 만큼 경험하고 사고는 확장된다. 그러는 중간에도 고죠는... 나나미가 생각하는 상식에서 너무 동떨어진 존재였다. 독심술이라도 하는 것처럼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꿰뚫어 본다. 나나미는 태생과 함께 불완전함을 깨달았다. 나름대로 만족하지만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은 홀로 완전해 보이는 고죠 앞에서는 더욱 초라하게 빛난다.

“네가 내 앞에 있는데 내가 사랑이라는 걸 더 증명할 필요가 있어?”

하물며 나나미가 기억하는 모든 순간에 고죠의 곁에는 자신이 아니면 게토가 있었다. 우습게도, 게토는 고죠보다는 미숙해서 고민도 많이 하지만, 나나미가 느끼는 문제 같은 건 손쉽게 이겨낼 수 있었다. 나나미는 자신의 짝사랑을 깨닫자마자 울었던 이유도 게토 때문이었다. 게토는 고죠와 함께 있으면 나나미가 할 수 없는 일들을 쉽게 해낼 수 있었다. 물론 게토와 하이바라는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동거 사실을 통보했다. 단순히 하이바라의 동경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게토가 하이바라와 연애하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나나미를 골려 먹고 싶었다는 이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 나나미는 게토의 간을 박살 내버렸다. 몇 년 동안 고죠랑 나나미가 사귄다는 사실을 알고도 괴롭힌 대가로는 충분히 가벼웠다. 하이바라는 말없이 술 냄새를 풍기는 나나미에게 계란국을 끓여줬다. 수년 동안 느껴온 열등감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랑은 좀 더 온화한 빛으로 세상을 밝힌다.

“나는 사실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될 일은 없을 줄 알았어. 언제 눈앞에 있는 게 인간인지 주령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었어. 언젠가는 같은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 살아있는지 아닌지 구분할 필요가 없었어. 사실 내 눈엔 여전히 너도 나도 별로 다를 게 없어.”

나나미는 고죠가 내민 술잔을 모른 척하며 전부 마셨다. 나나미 나름대로는 부끄러움을 숨기는 방법이었고, 고죠 나름대로 나나미를 배려하는 방법이었다. 몸이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걸 보면 위스키에 다른 독주를 섞은 모양이다. 고작 세 네 잔으로 이렇게 빨리 잠이 올리는 없으니깐. 나나미는 고개를 들어 고죠를 올려다본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게 단순히 착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고죠의 어깨는 단단해서 차라리 바닥에서 잠드는 게 좀 더 나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언제나 나나미가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고죠는 이성이라는 걸 단단히 채웠다. 나나미는 자신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고죠를 떠올린다. 나나미는 영원한 사랑이라는 걸 믿지 않았다. 하지만, 고죠 사토루는 언제나 변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던 때부터 이번에도. 지난번에도, 아마 그, 다음에도. 나나미는 고죠를 구하기로 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이 나름대로 고죠가 내린 답이라면 괜찮았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인간이잖아. 나는 너를 사랑하기로 했고 네가 그 많은 생각을 않고 내 곁에 남는 게 처음이 아니잖아. 늘 같은 결과에 도달하는 이게 사랑의 증명이 아니라면, 나는 이제 네게 무엇을 더 해주어야 해?”

가끔 고죠는 나나미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술을 약해서 거의 먹지도 않는 사람이 술주정을 하는 것처럼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나나미는 고죠가 자신도 모르는 곳에서 어떤 필명으로 소설 같은 걸 쓰는 상상을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번 이럴 수는 없었다. 나나미는 단단한 존재에게 몸을 기댄다. 근육 덩어리라 푹신한 구석은 없어도 늘 안심할 수 있었다. 고죠가 나나미가 잠들려고 할 때마다 내뱉는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하지만 다른 사랑 이야기다. 배경도, 시대도, 어떨 때는 전혀 만나지도 못하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매번 사랑에 빠져서 서로를 향하는 연인의 이야기다. 결말이 궁금하다고 해도, 늘 한쪽이 먼저 죽고 남은 이는 죽은 이를 다시 만나러 간다고만 했다. 분명히 이야기일 게 분명한데, 고죠는 나나미를 대할 때만큼이나 솔직했다. 나나미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라면 저런 이야기를... 

“네가 날 두고 가기 전에 그 외로움 대신 나에 대한 사랑에 빠지면 좋겠어. 나는 네게 영원을 줄 수 있지만 너는.... 그건 싫어하겠지. 아무리 오래 살아 세계 멸망을 보았더라도 너와 같은 건 없었어. 아마도 너는 유일한 것 일테니, 나는 너보다 끔찍하게 사랑스러운 것을....”

찾지 않을 거야. 술기운에 잠겨 목소리가 낮은 고죠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던 그 날이 지났다. 나나미는 여전히 고민을 하다 고죠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고죠는 33살 생일을 맞은 나나미에게 프포즈를 했다. 나나미는 고죠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이바라의 도움 덕분에 나나미는 고죠에게 반지를 선물할 수 있었다. 행복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나나미는 게토가 거둔 나나코와 미미코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시간은 일 초에 일 초씩, 꾸준히 흘렀다. 나나미 켄토는 89세가 되어서 고통없이 세상을 떠났다. 고죠 사토루는 나나미 켄토가 죽을 때까지 그 곁을 지켰다.


이것으로 고죠 사토루는 나나미 켄토의 죽음을 77231번째 바라보았다.

먼저 죽어버렸던 하나 뿐인 친우와 사랑하는 이의 친우가 나타난다.

고죠 사토루는 제 심장을 조심히 움켜잡았다.

하늘은 검고 노란색이었다. 

이제 어쩔 거야, 사토루?

다음에는 바닷가도 좋을 거 같아요, 고죠 씨!

사실 그들이 알던 세상은 이미 멸망하였다.

세상에 남아버린 건 최강을 가둔 저주와 최강이 되어버린 저주 하나였다. 

뭐, 덤으로 최강에게 붙은 영혼 둘이 있지만.

어쩌면 저밖에는 다른 생명이 돋아났을 지도 모른다. 자연은 인간은 초월하니깐.

그렇지만, 알게 뭐람. 

고죠가 가장 보고 싶은 건 그 둘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주술고전이 보고 싶은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 쇼코도 보는 건가?

이번에는 일찍 안 죽을 거예요.

“그래, 그래.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거 전부 다 해봐.”

그러니깐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분명히 고죠 사토루는 죽었다. 고죠 사토루는 자신의 최후를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번민과 저주가 가득한 세상으로 떠나서 영원한 평화를 누릴 수 있었다. 어쩌면 나나미를 다시 만날 수도 있었다. 안도와 기대 속에 눈을 감았지만. 시간은 일초에 얼마나 흐른 거지? 그런데 눈을 감았다 뜨니 자신만 돌아와 있었다. 이게 맞아? 되살아 난 순간, 고죠는 또다시 세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감스럽게도 무덤 속에서 기어 나온 고죠가 가장 먼저 한 삶은 자신이 제대로 존재했던 흔적을 되짚어 나가는 것이다. 성장하면 어디 갈 수 있었는지 궁금했던 모든 제자가, 저주의 왕에게 몸을 빼앗긴 두 제자도, 가장 신뢰한 두 살 아래 후배도. 제 손으로 죽여 기일을 만든 친우도, 고죠가 줄 수 있는 모든 부와 명예도 거부하고 담배 연기를 두른 체 양호실에 박힌 동기도, 제게 휘말려 유폐될 뻔했던 자신을 구한 연인도 모두 무덤에 들어가 있다. 그렇다면 고죠 사토루의 삶은 분명히 존재했다. 

순간 평정을 잃긴 했어도 고죠는 여전히 최강인 존재였기에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 영혼은 육체를 따라가거나 육체는 영혼을 따라가거나 한다. 고죠는 스구루를 보고 알았다. 영혼과 육체는 별개로 존재한다. 상상력이나 혹은 타고난 영혼의 본질에 얽매인다. 고죠는 분명히 죽었다. 그렇지만 그가 평생 갈고 닦은 육체와 주력은 고스란히 남았다. 그마저도 탐낸 주령들과 인간들이 꼬여 들었지만. 고죠의 영혼은 전혀 녹슬지 않았기에 한 번 죽음을 건너왔다. 어쩌면 그는 불멸을 잉태와 동시에 획득했었을 지도 모른다. 

영원한 평온이나 저 너머에서 연인과의 재회가 이루어질 수 없다. 강령술같은 조잡한 술식으로 죽은 자들을 욕보일 수는 없었다. 애초에 자신이 죽을 수도 없었다는 걸 알게 된 고죠는 분노하지 않고 주술고전으로 돌아갔다. 영생과 불멸을 바라는 상부는 알아서 분열되었고 그 후로는 모르겠다. 군림하는 것도 질려서 당주 직은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다른 육안 발현자에게 넘기고 왔다. 고전을 나와서는 한참 정신없이 전국을 떠돌았다. 인간으로서, 주술사로서, 고죠 사토루로서 살아가는 삶만 생각해봤다. 물론 주령은 여전히 설쳐 대고 있어서 전국 일주를 끝낸 고죠는 어느덧 수호신이라고 불렸다. 그러다가, 고죠가 살아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여전히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천 년 먹은 악귀들을 모두 치워버리고는 어느 산과 바다를 사서는 그안에 틀어 박혔다. 

자연은 위대하여 인간은 그 안에서 미물이다. 가끔 누군가를 만들고 싶어도 고죠 사토루와 동시대에 존재하고 그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존재는 모두 죽었다. 고죠 사토루는 눈을 감았다. 전능한 육안은 이제 그다지 쓸모가 없었다. 사람이 오지 않는 곳에서 간신히 망아에 빠져들지 않게 해준 건 노랗고 검은 사랑하는 이의 영혼 한줄기였다. 세상과 자신을 가르는 경계를 잊어버렸던 고죠는 머나먼 옛 기억을 꺼내온다. 분명히 아는 감각이다. 고죠는 어느 감옥에서 빠져나올 때 나나미를 저 너머로 보냈다. 사랑스럽기 육체는 사그라들었고, 영혼은 고죠의 주력으로 인해 이 세계에 다시 돌아오지 못했어야 했는데. 잠결이었나, 무의식중에 움켜잡아 손안에 남은 건 따스했다. 고깃덩어리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전능한 여섯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사랑. 사랑이라는 것이 형체가 없다면 이건 무엇이지?

“-—. ---. --, --, —, -- ---” 

세상에서 잊혀질 정도로 너무 오래 혼자 있었던 최강은 언어마저 잃어버려서 이름을 부를 수도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사랑이 저주가 되지 않기를 바랐던 모양이다. 분명히 자신이 내린 선택이면서도 너무나도 낯설게만 느껴졌다. 아득한 기억 안에서 고죠는 그리워할 가치가 있는 존재들을 떠올린다. 전보다는 무료하지 않았다. 세계를 모두 굽어 살피다 육체라는 제한이 생겼다. 그럼에도 오래된 감정은 빛바래지 않고 여전히 찬란했다. 그러고도 고죠는 더는 나나미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소리 내어 부르지 않아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제 더는 무엇도 먹지 않아도 되는 인간 그 이상이 되어버린 고죠는 때때로 손안에 남아있는 사랑의 증명을 바라본다. 그것은 고죠 것만큼 단단하지 않아 곧장 스러질 거 같았다.

어느 날, 고죠는 제 영혼을 조각내어 나나미의 것과 얽었다. 심장과 다른 모양새지만 제멋대로 울어 대는 박자가 따스해서 좋았다. 새싹이 거목이 되었다가 다시 스러지는 기나긴 시간 중에 변치 않은 건 그것 하나였기에, 고죠는 그것을 제 심장으로 삼았다. 아무리 유구한 생을 이어가도 고죠가 사랑하는 연인을 다시 만나는 일 따위는 없었다. 고되게 살아온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올바른 평화를 내친 이는 영구한 소멸을 각오했다. 그래서 고죠는 여전히 고죠 사토루로 남았다. 정말로 미련한 사람이다. 오래 버틸 수 없다고 해서 기껏 돌아갈 장소로 돌려 보내놨더니 다시 기어 나왔다. 

나나미의 영혼은 여전히 나나미를 닮았다. 단순하고 투박해도 도무지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네게 전할 말이 있다면 무엇이 좋을지 계속 고민했다. 많은 시간과 애정과 신중을 쏟으니 결국을 남버린 건 사랑 단 하나였다. 고죠는 감고 있던 눈을 떠, 다시는 볼 수 없는 나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 나나미 켄토의 모든 건 잊혀지고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 한적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처럼 시리더라도 생생한 감각이다. 고죠가 나나미에게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어느 여름날처럼 따스하게 사랑스러웠다. 

늘 네가 보고 싶을 거라는 말이 떠돌았지만 마음은 문장이 되지 못한다.

나나미의 영혼은 더는 이 세계에 온전한 형태로 남아있지 않았기에.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의 독백도 남지 않은 세계는 여전히 고요해졌고, 고죠는 잠시간 허공을 바라보다 어두운 시야를 마주하고 걸음을 멈췄다. 고귀하고 고결한 희생. 77231일이 흐르고 고죠는 제 사랑을 불멸로 만들 방법을 떠올렸다. 실행에 옮기기 전 무언가 자신을 찾아왔다. 완전히 멸망한 세상에도 모든 게 사라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을 걸어오는데 최강은 말을 할 수 없어서 소통에 애를 먹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고죠는 자신이 아닌 모든 걸 죽이기만 해왔다. 두 부드럽고 강인한 영혼은 기어이 최강이 잊었던 외로움과 고독을 끄집어내서 그를 울렸다. 최강은 제 친우와 제 사랑의 친우에게 빚을 졌다.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고죠 사토루가 녹슬지 않는 이상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어떤 세계에서 외롭지 않게 함께 있을 수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고죠는 제가 생전 아끼던 많은 것을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더는 세상을 구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휘말리는 건 스스로 고죠를 찾아온 이들이면 충분했다.

드디어 고죠는 자신을 유폐하기 위해 준비된 감옥을 집어 올린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을 그 안에 집어넣었다. 약간 탁한 노란빛이 새하얗게 푸른 불빛 사이에서 빛났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옥문강은 최강인 자를 가두었으니 새로운 시대에 고죠가 해를 입히게 두지도 않았다. 저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생명이 부흥하거나 번창하던, 더는 고죠는 세계에 짊어진 의무가 없다. 같은 시대, 문화, 문명에 태어나 인간이 무엇이고 사랑과 원망 같은 걸 알려준 모든 이들은 죽었다. 폭팔적인 탄생으로 세계를 악화시켰기에 고죠는 모두에게 빚이 있다. 채무자가 사라진 세상에서 누구도 고죠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 많은 게 무너진 다음은 알바가 아니었다. 그러니 고죠는 이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한다. 아무리 뇌세포가 무너지고 하더라도 기억의 용량이라는 건 제한되어 있다. 스스로를 잊거나 잃어버릴 수 없다. 이 사랑이 영원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고죠의 불멸이다. 무한하게 주어진 시간을 견디기 위해서, 더는 만날 수 없어진 연인을 드디어 만나러 가기 위해 고죠는 눈을 감는다. 사람이 오지 않는 산과 바다 그 중간. 고죠가 직접 펼친 장막, 그 안의 무량공처, 그 안의 고죠 사토루, 그 안의 옥문강. 그 안에 고죠 사토루의 심장이 있다. 감옥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주문이 필요하다. 

“---, --.”

어느 날,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불멸이 태어났고, 세상의 축은 한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닥쳐올 비극은 어떤 형태인지 고죠 사토루조차 알 수 없어서 오늘도 세상은 평화로웠다. 

고죠 사토루는 이제 77232번 째 꿈을 꾸러 간다. 

도무지 양을 헤아릴 수 없는 영원이 도처에 있었다. 

세상이 멸망하고, 시간마저 녹슬더라도

고죠 사토루는 영원히 나나미 켄토 사랑한다.

 그는 또 다시 나나미의 꿈을 꾼다. 

그렇게 사랑은 영원하고 불멸로 거듭난다.

이번에는 상념이 길었다.

또 만나러 갈게, 나나미.

옥문강, 개문開門

  • 이 글은 사실 계란 껍질후속편입니다.

  • 세상을 더는 구할 의무가 사라지고, 영원을 얻어버린 고죠 사토루가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 

  • 어딘가 핀트가 나간 순애/영원한사랑 그만 좋아해야하는데, 그런 거 어떻게 하죠.

  • “-—. ---. --, --, —, -- ---” : “나나미, 나나미, 켄토, 사랑, 내가, 너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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