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회전

[고죠나나] Reforget

2006년과 2007년, 2017년의 죽음을 막으려는 2018년 이후 고죠 사토루.

Written by. Pisada

  • 현생이 바빠서 이제야 뭔가 할 틈이 났습니다.

  • 고죠 사토루가 회귀물입니다. 

  • 퇴고는 안했습니다. 나중에 소장본 낼 때 고치겠지...

  • 자주 죽어나가는 주술사를 주의하세

사랑과 저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하이바라를 구했더니, 주술고전과 연을 끊은 리코가 있어서 안 될 자리에 나타나서 죽었다. 고죠는 또다시 희생된 이의 시신을 품 안에 거둔다. 하이바라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생명을 위한 비통을 터트린다. 나나미는 느닷없이 나타난 고죠 사토루를 보고 안심하여 칼날을 떨어트린다. 고죠는 낯설지 않은 이들이 만든 최초의 순간을 돌이킨다. 텐겐님을 설득하여 리코와 합일을 막아낸 순간부터, 세상은 고죠가 알지 못하는 흐름으로 흘러간다. 이번에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지어낼 수 없다. 영원회귀는 강건한 저주이기에 육안으로도 그 흐름이 보이지 않아, 저주받은 대상자인 고죠 사토루는 자의로 벗어날 수 없었다. 운명을 거슬렀기 때문일까. 세상은 고죠에게 인과를 부여한다. 기껏 살린 리코가 시신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무기력에 고죠는 순순히 패배를 인정한다.

지독하게도 바쁜 여름이 시작됐다. 매번 2007년 여름이면 누군가의 장례식이 열렸다. 고죠는 갈수록 아무런 말이 없이 국화를 챙겨 참석했다. 어차피 주술고전 교복도 검은색이라 따로 상복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차라리 처참해 하는 게토처럼 굴지. 쇼코는 장례식에 익숙해질 수도 없는 나이에 담담하게 분노와 슬픔을 참아내는 고죠가 낯설었다. 너도 그런 얼굴도 하냐고 물었다. 평소의 고죠처럼 온 세상 사람들이랑 떨어진 구름마냥 무신경한 답변이나. 비로서 인간으로 거듭났기에 허탈하게 웃거나 그럴 줄 알았다. 쇼코가 이년 조금 넘게 알아 온 고죠는 그런 풋내기였다. 정작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고죠는 학생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정으로 우아하게 침묵으로 해답을 집어삼켰다. 쇼코는 고죠가 처음으로 낯설었다. 하얀 입김이 나오지 않는 계에 열린 장례식에 참여한 고죠에게서는 겨울 서리 같은 시간이 묻어 났다. 

유난히 바빴던 2007년 여름은 그렇게 끝났다. 

가을이 끝나기 전에 게토 스구루는 또다시 최악의 주저사가 되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 이브, 고죠 사토루는 게토 스구루를 구하지 못했다. 

2018년 할로윈, 시부야에서 옥문강이 개문되었다. 

다행히도 이번에도 희생자는 고죠 하나였다. 

아마도.

네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었구나.

끝이 도래하는 순간은 언제나 불명확하다. 

단지 고죠 사토루는 또 다른 시작 전에 자신이 잃고 싶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하나를 잃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누구였지? 아니, 이미 진즉에 잃었던 것이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처음으로 돌아가면 잃었던 것도, 품에 닿았던 것도 소멸한다. 고죠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건 의미를 잃고 부질없어진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눈을 뜨자마자 텐겐을 찾아갔다. 우습게도 회귀가 시작되고 나서는, 천년 넘게 살아온 이 사람과의 대화가 가장 편한 순간이었다. 그는 모든 이변을 알고도 무엇도 하지 않는 무능한 전지자였다. 고죠는 대부분 혼자 움직였다. 이번에는 조건을 바꿔보기로 했다. 동화를 지연시키는 대신 성장체의 신변을 넘겨받는 속박은 그렇게 맺어졌다. 가능하다면 이번에는 리코가 영영 주술계와 연관되지 않도록 살 수 있게 만들 생각이다. 게토 스구루의 타락에는 리코와 하이바라의 죽음이 미치는 영향이 컸다. 그러니 게토와 리코가 만나는 순간을 거세한 세계는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관조하기로 한다. 적어도 지난번 세계에서 고죠는 그렇게까지 불행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회차는 쉬어가지 않고 부지런히 살기로 했다.

기본 설정을 위한 밑 작업은 전부 해 두었다. 고죠는 훙성궁에서 고전으로 돌아오며 낯익은 번호에서 온 연락을 확인한다. 이 녀석도 대단했다. 매번 무력하고 제뜻대로 되지 않는 회귀 속에서 고죠조차 무뎌져 무너졌음에도. 이지치는 변함이 없었다. 이지치는 고죠와 함께 많은 걸 기억하면서도 늘 그 자신이었다. 고죠는 이제 술식이 아니고서 감히 가늠하기 어려운 영혼의 강함을 고찰한다. 매번 회귀가 시작되어도, 저주의 주체는 오롯하게 고죠이기 때문일까. 이지치가 보내는 문자는 늘 정직하고 소담했다. 그것을 기준으로 고죠 사토루는 2006년 고죠 사토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정비한다. 기억이 화석처럼, 지층처럼 누적되었다. 고죠는 더는 제가 여전히 순수하였을 적을 연기해낼  수 없다.

회귀가 몇 번인지는 처음부터 헤아리지 않았고, 고죠 사토루로 살아간 시간이 천년이 넘어서고 나서부터는 모든 걸 놓아버렸다. 천년 정도 지나면 저주도 신처럼 숭상 받는다. 그러나 고죠의 시간은 오로지 고죠 사토루만이 기억할 뿐이니 그는 여전히 인간에 불과했다. 그는 지워진 세계를 기억하는 성서 그 자체가 되어가는지 무감해지고 있었다. 차라리 옥문강 안에 갇혀 있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또 아직 이지치는 술식이나 주력이 발현하지 않아 주술고전에 입학할 수 없다. 적어도 고죠는 일 년을 홀로 버텨야 했다. 

“..., 덥네.”

여름 햇빛은 찬란했고 고죠는 걸음을 늦췄다. 몇 번이나 세계가 반복되고 시간이 감기더라도, 변하지 않는 게 있었다. 고죠가 여전히 고죠 사토루로 남고, 인간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고죠 사토루는 언제나 나나미 켄토에게 사랑에 빠진다. 마치 운명처럼, 나나미는 고죠에게 주어진다. 나나미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다. 나나미는 대체로 고죠와 안 맞는 편이었다. 나나미는 고죠와 전혀 다른 종자면서, 같은 성질을 타고난 자석처럼 밀려나기만 한다. 하지만, 결국 나나미는 고죠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그리고, 사랑은 반드시 고죠가 또다시 되감긴 세계에서 첫날 발현한다. 세상의 멸망과 덧없을 재고 있는 동안, 마치 고죠를 유혹하는 것처럼 적재적소에 주어진다. 나나미를 죽이면 무엇이 달라질까? 수많은 의문이 피어나고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지친 최강을 뒤흔든다. 주력을 많이 피워올릴 필요도 없다. 아직 나나미는 하이바라를 잃지 않고 절망에 휘말리지 않았다. 무언가를 잃고 스스로를 단련하지 않았다. 손가락 하나로도 짓이겨지는 개미와도 다름없는. 흔하디흔한 인간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선택을 해도 나쁘지 않을까. 오히려 죽을 일이 없는 나나미를 죽인다면 세상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예로부터, 인간들은 운명을 바꾸기 위해서 산제물을 받치고는 해왔다.

“고죠 선배,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제시간에 등교하신 겁니까?”

“넌~. 하늘 같은 선배한테 하는 게 그런 소리야?

하지만, 많은 상념은 연두색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금발과 함께 날아가 버린다. 계단 아래서 자신을 망연하게 올려다보는 얼굴에는 조금 귀찮아 하는 기색이 묻어났다. 고죠가 선글라스를 벗으면 나나미는 미간을 구기고 고죠를 여전히 올려다본다. 얘는 나보다 작았구나. 여름날 햇빛은 유달리 눈이 부시다. 고죠는 나나미 바로 앞에 붙어 햇빛을 가린다. 그제야 어느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숲을 머금은 눈동자가 자신을 본다. 이 눈동자는 어느 때에나 제 나름대로 다정함을 담는다. 하이바라가 죽지 않고, 게토 스구루가 떠나지 않는 이상. 나나미는 언제나 고죠에게 지극히 한결 같았다. 고죠는 나나미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막연한 애정이 영구하길 바란다.

“선배, 여름 감기라도 걸리셨어요?”

“하?”

가까워진 체온. 고죠는 나나미가 어떤 술을 좋아하게 되고,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안다.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기도하는 심정을 기억한다. 주술고전을 떠나면서도 자신도 이지치도 원망하지 않는 심성을 가진 걸 안다. 그러나, 고죠가 만나는 나나미는 언제나 같으면서도 색달랐다. 사랑이라는 건 다이런가? 아니면 나나미는 바다 그 자체이기에 포말처럼 간지러움이 심장으로부터 뻗어 나가는 걸까? 말은 언제나 생각보다 빨라서. 고죠는 제가 한 말을 지각하는 순간 얼굴을 그대로 붉혔다.

“나나미, 나랑 사귀자.”

고죠는 언제나 가장 볼품없는 말로 나나미에게 선언과 다름없는 고백을 한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밝은 피부는 금방 핑크빛으로 변모한다. 벚꽃은 다 져버린 계절에도 고죠는 벚꽃과 같은 순진무구한 사랑을 마주한다. 단순히 연인이라는 단어로 귀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나미는 고죠의 무례할 수도 있는 고백을 늘 받아준다. 고죠는 조금 아쉬워진다. 자신이 하는 고백을 받아주는 나나미와 함께 보낸 시절이 흐릿하고 기억나지 않았다. 나나미의 존재는 언제나 고죠에게 유일하고 중요하지만, 고죠가 구해야 하는 건 나나미가 아니기에 늘 우선 순위에서 밀렸다. 고죠가 세상을 반복하면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나나미는 고죠가 필연적으로 구해야 하는 생명이 아니었다. 

나는 너를 찾지 않았다.

나는 너를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나는 너를 영원히 찾지 못한다. 

나는 영원한 순간에 갇혀서.

죽어버린 너를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생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성장체가 죽지 않았으니깐 게토 스구루는 타락하지 않았고, 하이바라가 죽어버리는 임무는 고죠가 스리슬쩍 따라갔다. 아마도 이게 정답에 가까운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나나미는 주술계를 떠나지 않고 고죠와 함께 10년을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동기들 모임에서 언제나 고죠와 나나미의 연애는 가장 만만하고 흥미로운 주제였다. 공공연하게 사귄다고 소문이 났지만, 나나미나 고죠나 저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내밀하게 털어놓은 적은 없었다. 그나마 가장 친한 게토와 하이바라는 그 사실을 알았지만. 각자 제 동기가 무섭다는 이유로 입을 다물었다. 

고죠는 아주 오래 고민하다가 첫 고백 이후 딱 10년이 지났을 때, 자신의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는다. 몇 번이고 반복되었던 시간도. 막지 못한 죽음도. 원래라면 들이닥쳤어야 할 모든 비극을. 나나미가 자신을 떠났고, 사실 고죠와 나나미는 사랑에 빠지지 않았어야 했다는 모든 진실 또한. 미쳐버린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버리고야 마는 진실은 그만큼 무거웠다. 고죠 사토루의 사랑을 능히 감당해내는 나나미는 마시던 술잔을 내려놓았다. 고죠는 이미 알고 있는 답을 기다린다. 

“당신이 최강이라지만, 그런 거까지 전부 감당해야 합니까?”

나나미는 당당하게 고죠가 숨긴 모든 시간을 이야기하라고 명령한다. 정작 불멸에 가깝고 불길한 신성따위를 체득한 건 고죠인데도. 나나미가 하는 선언은 고죠에게 선언은 신의 목소리처럼 절대적이다. 고죠 사토루가 무구한 윤회 속에서도 위로받을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나미 곁에서 뿐이다. 고죠는 엉킨 실타래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을 엮어 내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씨실과 날실이 엮이면서 반복되는 이야기가 지루할텐데. 나나미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이야기는 반복적인 구조를 지녔고, 나나미에게로 귀결된다. 나나미가 딴지를 걸었던 건 그쯤이다. 고죠는 나나미가 제게 운명처럼 주어지는 순간에 대한 감상을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건 그냥... 고죠 씨가 제게 첫눈에 반한 거 아닙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나나미?

”나나미는 몇 번이나 반복되는 세상에서 이지치와 같으면서도 달랐다. 고죠는 이런 대화가 반복될 때마다 저주가 꽤나 정교하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다. 고죠에게 나나미는 운명이었다. 사실, 세계를 바꾸었다니 이런 말을 듣지만. 고죠는 신도 운명도 없다고 믿었다. 나나미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고죠 무릎 위로 올라왔다. 허공에서 항의하던 고죠의 손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나나미는 콧웃음을 치더니 고죠의 손을 제 허리와 엉덩이쯤으로 옮겼다. 고죠는 나나미를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그것을 움켜쥔다. 나나미는 은근히 제가 고죠의 첫사랑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고죠는 사랑이 패배했고, 나나미에게 패배했다. 나나미가 작게 자신의 첫사랑 역시 고죠라고 속살거리는 말이 그렇게 좋았다. 

하지만, 조금 무게가 달랐다. 첫사랑과 운명이 정한 사랑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고죠는 나나미가 제게 운명이라고 이야기했다. 영원한 유배에서 유일한 빛 같은 게 있다면 나나미라는 말을 했다. 그게 고백이랑 다를 게 뭐가 있냐고 타박했다. 고죠는 나나미가 부끄어운 표정을 짓는 게 좋아서, 다른 말을 수식하지 않았다. 제 어깨에 닿은 나나미 이마가 뜨거웠다. 그러고 평화로운 시간은 느릿하게 흘러간다.

“그렇다면, 빛이 언제나 당신을 이끌어 줄 겁니다.”

그럴까?

“당신은 결국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잖습니까.”

그래도 나도 지치는 걸.

그렇다면 다시, 저를. 구해주시겠습니까. 

그럴까나. 

..? 나나미? 

언제나 주어지는 마지막 밤에 나나미는 고죠에게 같은 대사로 위로한다. 그 빛이 무언인지 고죠는 수도 없이 고민한다. 그리고 결론은 언제나 나나미가 그 빛이었다. 사랑은 왜곡되기 쉬운 저주이지만, 동시에 희망처럼 강인한 요인이었다. 고죠는 나나미에게 그 뒤로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시부야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고죠는 모든 이들을 뒤로 두고 결계 안으로 홀로 향한다.

언제나 너와의 마지막은 직접 이어지지 않았다. 이건 고정된 사실이라서 전혀 바뀌지 않는다. 네 유언은 내가 아닌 우리가 사랑하는 분홍머리 아이에게 향한다. 그걸 질투하지는 않는다. 유지는 그만큼 사랑받아도 충분하니깐. 나와 네가 지키고 싶었던 하이바라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니깐. 너는 지친 낯을 한 내게 담담한 응원을 보내고, 시부야가 망가지고. 또다시 나는 친우의 시체를 강탈한 이와 마주한다. 그 누구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했음에도. 나는 무력하고 권태로워져 세상이 순리대로 흐르게 두었다. 그래, 사실 이건 내게 주어진 저주이거나 나는 여전히 옥문강 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 추억이라는 건 가슴이 정말로 아픈 일이었다. 

네 죽음은 세상의 끝이나 다름없었다. 

나나미의 상실은 언제나 고죠가 없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고죠가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멈춘다. 그럼에도 나나미는 모른다. 고죠의 회귀는 언제나 나나미의 죽음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끝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세상은 그대로 멈추더니 되감긴다. 사랑은 왜곡되기 쉬운 저주였다. 생전 나나미가 고죠에게 흩뿌리던 말은 언제나 귀중한 만큼, 반전된다.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절대 명제가 무너진 고죠에게 나나미의 상실은 부정되어야 한다. 더는 사랑을 할 수 없게 된 최강은 저주 자체가 되어 저주의 기원을 망각하였으니, 더는 누구도 이 사랑의 실체를 알 수 없다. 

세상을 잠식하는 저주는 그 무엇도 자신에게 닿게 두지 않았다. 사랑이 사멸한 세계에서 그는 더는 어떤 것에도 미련을 두지 않았다. 하늘과 땅에 깃든 부정들을 몰아내기 위해서, 세상은 우연과 우연이 겹쳐 고죠 사토루를 만들었다. 모든 생명이 지은 죄를 짊어지고도 무너지지 않을 영혼을 빚고, 가장 올바른 시간대에 완전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담은 육체를 결합시켰다. 영혼이 개화하고 피어날 수 있도록 비극을 안배했다. 

그러나, 사랑마저 잃었음에도 고죠 사토루는 여전히 인간의 태에서 태어났기에 인간으로 남기를 원하였다. 멸망하는 세계는 비명을 지르며, 죽음을 부정한다. 고죠 사토루를 이길 수는 없지만, 세상을 다시 쓸 수 있는 어떤 의지가 마지막 발버둥을 친다.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거시적인 규칙조차 고죠 사토루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모든 규칙을 다시 써야 했다. 

비로서 세상은 멸망을 유예하고, 죽음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리하여, 고죠 사토루는 다시 눈을 뜬다.

모든 것이 가장 찬란하여,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7월의 3일에.

Reforget, 고죠 사토루는 또다시 나나미의 죽음을 잃었다.

  • 나나미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원히 반복되는 회귀.

  • 다크모드로 고죠가 잊어버린 기억을 찾아보세요 > 펜슬은 해당 기능이 아직 없네요. 아쉬워라, 연출적 장치로 제법 좋아했는데 말이죠.

  • 고죠 사토루라면 안 그렇겠지만, 전능한 존재가 고작 사랑 하나 때문에 망가지는 건 늘 좋습니다.

  • 어째, 최근 들어서 연성을 자가복제 하는 기분입니다. 

트위터에 풀었던 본 연성 관련 설정

- 본 연성은 회귀물입니다. 후반에 기술된 것처럼 온 세상이 멸망을 막기 위해서 재앙으로 각성한 고죠 자체를 저주합니다. 다만, 이건 인간이 아닌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어떤 세상을 유지하는 거대한 규칙? 방향성? 힘? 뭐 그런 설정입니다. 고작 인간따위였던 고죠에게 뒤틀릴 수 있도록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설정입니다. 사실 고죠가 그냥 먼치킨인 걸 좋아합니다.

고죠가 쳐하는 회귀의 기본 전제 조건은 상기와 같습니다.

고죠가 구하려는 사람 : 하이바라, 리코, 게토

회귀 기억자 : 고죠, 이지치

매번 회귀 알아차리는 사람 : 쇼코

매번 고죠를 믿어주는 사람: 나나미, 쇼코

문제는 이건 고죠만 기억하는 내용입니다. 앞서 말했든 고죠는 자신이 저주받은 상황이라는 걸 자각하나, 관련 내용을 알지 못합니다. 본래 다크 모드에서만 볼 수 있던 글귀, 본 페이지에서는 플랫폼상 사유로 회색 처리 되었습니다.

해당 부분은 고죠가 최초로 회귀하기 전 혹은 매 회귀마다 나나미 사후 소식을 들었을 때 동일하게 떠올리는 기억입니다. 하지만, 해당 기억은 저주의 내용과 연관되어 쉽게 휘발됩니다.

저주는 뒤틀린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만든 설정인데. 고죠의 저주 자체는 나나미 죽음을 막아야만 멈춥니다. 고죠는 그런 능력이 있는 존재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고죠는 저주로 인해 원인은 나나미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습니다.

그래도 고죠 사토루라서 누적된 회귀 중 저주의 틈을 무의식적으로 만듭니다만. 매번 나나미에게 회귀에 대해 말하는 대화는 나나미의 죽음+저주와 간접적으로 언급한 기억이라 아슬아슬하게 소실되어서 실체감이 없는 상태입니다.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정도라 실제 있었던 일이지만, 고죠는 그걸 자기 망상 정도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실 세상은 늘 고죠 사토루에게 한 번의 기회를 줍니다. 그렇지만 모든 결말에 고죠 사토루는 나나미를 잃고 세상은 멸망하기 직전에... (반복) 저주는 누적되어가면서 조금씩 고죠가 신경쓰지 못하는 기억들이 많아지면서 나나미와 관련된 기억은 조금씩 더 부스러지고... (반복22)

회귀 중인 고죠에게 나나미의 유언은 언제나 “그렇다면, 빛이 언제나 당신을 이끌어 줄 겁니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덤으로 부제목에도 기술하였지만, 나나미는 대략적으로 상황이나 저주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작중 고죠의 신뢰나, 주술회전 소설판을 보면 나나미는 일급 주술사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강한 사람으로 묘사됩니다. 그런 1급 주술사의 감은 좋은 편이겠죠.

나나미가 괜히 고죠 첫사랑이 자기라는데 자부심을 가지는 건 아닙니다. 고죠의 이야기만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추측하고, 나나미의 추측은 꽤 정확합니다. 그 고죠 사토루에게 나나미가 자기가 첫사랑이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고죠의 저주를 풀 수 있는 힌트가 자기가 아니냐고 암시입니다만. 저주 때문에 고죠는 그저 나나미에 대한 기억으로만 인식하지, 해당 발언이 저주 해제를 위한 답이라는 필요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논리 성립에 필요한 기억과 감각마저 소실되기 때문입니다.

나나미가 왜 매번 고죠를 믿냐는 이유는 상호 신뢰...? 두 사람의 관계성 때문입니다. 어쨌든 나나미는 매번 한 번의 생을 불태워 고죠를 사랑하니깐요. 고죠가 이야기 할때는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지쳐보이기도 하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자기를 굳이 속일 이유가 없는 사람입니다. 어쨌든 10년이나 고죠와 사귀고 있고, 나나미는 언제나 삶을 한번만 사니깐 보다 인간적인 관점에서 저주를 고찰합니다. 공식이 준 사랑만큼 왜곡되기 쉬운 저주는 없다도 좋아합니다.

평소에도 늘 느끼지만 고죠가 아무리 최강이라고 한들 정신적 사고를 변경하는 저주는 크리티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가서 그렇습니다. 아무리 무하한이 세계에서 고죠를 격리시켜도 고죠는 인간인 이상 감정을 느끼고 할테죠. 그렇다면 기억이 달라지면 그건 더는 고죠가 아니다거나 사고나 선택 결과가 달라져버린다거...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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