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죠나나] 조화꽃다발
너는 왜 내가 모르는 곳에서 죽어버린 거야.
Written by. Pisada
22.12.18 포스타입 업로드 글 대대적 수정
펜슬에 연성 백업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보기 힘들어서 다 뜯어 고쳤습니다.
고작 일년전 글인데 왜 이렇게 고칠 게 많지
주의 소재 : 사망소재, 원작 전개와 다른 설정
추천 BGM SIX FEE UNDER*
https://youtu.be/3x010jYBZnM?si=beYiVyGQjb7OcRxV
시부야 사변 이후 많은 생이 참살 당했다. 텅 비어버린 공터는 땅값이 비싼 시부야에서 유달리 이질적이었다. 이미 유실된 많은 목숨들은 고죠 사토루조차 되돌릴 수 없다. 가장 많이 사라진 희생자는 비술사였지만, 적지 않은 주술사가 사라졌다. 최강인 고죠 사토루조차 봉인 당하였으니, 그보다 약한 주술사들은 견딜 수 없는 끔찍한 재앙에 소리 없이 짓물러졌다. 시체조차 남지 못한 무고한 이들이 그저 희생 당했다.
고죠 사토루는 자신이 영웅 따위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그는 너무나도 운이 좋아서 많은 재능과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을 타고났다. 여러 비극과 사건을 거쳐서 최강이 된 고죠는, 세상 모든 일이 대체로 쉬웠기에 권태롭고 무감했다. 최강이라는 이름에 부여되는 무게감도, 수많은 암살 시도도, 늘 마지막에 남는 사람이기에 무수하게 이어지는 끝도 없는 상실도, 옥문강에서 나오자마자 시부야 사변 수습을 위한 시간 외 노동도 전부 괜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죠 사토루는 신이 되지 못한 체 여전히 인간으로 남았다. 무고하고 무수한 생이 짓이겨진 재앙을 마주하니 어떤 울림이 생겼다. 이유는 필요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잿더미가 남긴 말을 지킬 뿐이다. 약한 것들을 걱정하지는 않지만, 지키기로 했다. 이미 정해진 삶의 방향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없었다. 고죠는 그렇기 때문에 희생자들이 단순히 문서 위 숫자로 여겨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마침내 저주와의 전쟁이 끝났다. 하나 뿐인 친우는 드디어 제대로 된 안식을 취하게 되었고, 스쿠나는 저주의 왕에서 이름을 잃은 것으로 전락했다. 유달리 바람이 차게 불어오는 날이었다. 세상은 잿빛이고, 바람은 고죠의 머리카락만큼 질려있었다. 어쩐지 서글퍼지면서도 서러워졌다. 다들 바쁘다고는 하지만, 이제야 고전에 두고 온 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안녕을 위해 쿠사카베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만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제자는 어울리지 않게 혼자였다. 좀 더 단단한 얼굴이 되었다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기에는 침착했다. 이타도리는 고죠를 보자마자 단단한 표정이 깨졌다. 고죠의 잘못이다. 나나미가 아니고서야 고전에서 죄다 그를 경계할텐데. 너무 오래 홀로 두었다. 제자는 처참한 표정으로 한참이고 울음을 터트렸다. 언제나 경박한 고죠는 그때만큼은 차분한 얼굴로 제 제자를 달랬다.
이타도리는 비명 같은 울음을 삼키고, 고죠가 뒤로 넘겨두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제는 문서로만 기록된 이들 중에 고죠가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고죠가 옥문강에 갇혀있던 동안 이타도리는 스쿠나의 술식마저 습득해 결국 1급 주술사가 됐다. 그건 다행이다. 이제 이타도리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후시구로는 혼란 속에 실종됐고, 노비라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고죠는 가장 궁금해 하던 이의 소식을 물었다.
오늘따라 바람이 시렸던 이유가 있었다. 이타도리는 가장 비참한 얼굴이 되어 고죠를 올려다본다. 안대도 끼고, 그늘이 진 얼굴은 무슨 표정인지 보이지 않았다. 주술사가 남긴 말은 유언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타도리는 저주를 내뱉어야 한다. 사랑만큼 왜곡되기 쉬운 저주는 없지만, 고죠 사토루는 고작 저주 따위로 무너지지는 않음으로.
온 세상이 한순간에 빛을 뿜은 것처럼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시부야 사변. 할로윈, 제 손으로 직접 죽여버린 망자가 두 발로 땅을 딛고 섰던 날에. 나나미는 영영 돌아올 수 없게 되어버렸다. 게다가 고죠는 그날, 조금 이른 시간에. 나나미와 같은 장소에 있었다. 추억과 그리움에 사로잡히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만일. 수많은 생각에도 어떤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았다. 고죠 사토루는 최강이더라도, 모두를 구할 수 없었다.
비로소 고죠는 영영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을 인지한다.
나나미, 그는 고죠를 홀로 두고 어느 바다로 떠나버렸다.
“선생님, 진짜 그 꽃다발 가져 가시게요?”
“왜~, 유우지. 조문하러 갈 때는 흰 국화를 가져가는 게 예의잖아.”
나나미의 무덤은 단촐하고 깔끔했다. 생전 그가 어떤 유언을 남겼는지, 고죠는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주술사들의 공동 무덤이 아니라 나나미 일가 가족 무덤에 묻혔다. 가족들이 얼마나 관리를 잘하는지, 무덤 주변은 생화가 놓여있었다. 아마도 고죠가 고전 졸업 직전에 걱정했던 가족과의 관계도 나름대로 개선되었나 싶었다. 나나미의 시체는 회수할 것도 없이 주령에게 유린당했다. 주력으로 제대로 처리된 셈이지만, 영혼조차 올바른 자리로 돌아가서 고죠가 체감할 수 있는 흔적이라고는 이타도리가 고죠에게 돌려준 손목 시계가 전부였다. 주력조차 깃들지 않은 손목시계는 이노를, 이타도리를 걸쳐 고죠에게 돌아왔다.
뭐야. 비싸다고 자기한테는 안 어울린다고 투덜거리더니. 고죠가 복귀 선물로 내밀었던 손목시계는 곧잘 끼고 다니는 걸 봤지만. 손떼가 묻어나는 만큼 관리도 잘되어 있었다. 시부야 사변 그 한복판에 있었음에도 시침은 1초도 틀리지 않았다. 유리가 깨진 게 흠이기는 했지만, 시계 주인이 죽어버려서 그의 아이들이 신경쓰지 못한 와중에도 시계는 멀쩡했다. 사람이 남기는 건 저주와 재산뿐이라더니. 나나미의 무덤에는 시체 대신 그가 늘 가지고 다니던 주구가 대신 묻혀 있었다. 뼈더미도 될 수 없었으니, 주구라도 태웠다나. 고죠는 이타도리를 대신하여 이노가 들려준 이야기를 떠올린다.
그마저도 나나미의 무덤은 비교적 최근 완성됐다. 주구 자체에도 저주가 깃들 수 있어서 해주가 필요하다는 게 핑계였다. 일급 주술사가 쓰던 주구에 어떤 저주가 깃들지 모르기에. 정당한 발언이고, 올바른 처사다. 그럼에도 치밀어 오른 감정에 고죠는 이름을 붙일 수 없었다. 대신 고죠는 고요하게 무덤 바로 앞에 조화 꽃다발을 내려두고 향을 피웠다. 익숙하게 향을 피워내고 합장을 끝낸 이타도리는 기어이 울음을 터트렸다. 능글맞고 모범적인 선생님으로서, 제자를 달래주어야 할텐데. 알면서도 고죠는 입술을 달싹일 수 없었다.
“있잖아, 유우지. 나는... 사실 매 장례식이나 조문갈 때마다 꽃다발을 가지고 가는 게 정말 싫었어.”
“그래도 그건 상식이잖아, 선생님.”
“상식이어도~, 결국 장례식이라는 건 살아남은 사람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행동이잖아? 싱싱한 꽃을 꺾어다가 무슨 일을 하는 거야. 그래도, ... ... 다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을테니깐 조화로라도 만들어 왔잖아. 게다가....”
고죠는 수다스러운 척, 방정맞게 입을 열었다. 혼자서 실컷 떠들어 대기 시작한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제자는 문득 언제나 홀로 살아남을 스승의 목소리에 깃든 서글픔을 알아 차린다. 잠시나마 혼자 남아 사랑하는 이의 상실을 겪었던 이로서, 그건 그리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고죠 선생님이 당신 무덤 앞에서 그만큼 감정에 통제할 수 없었다는 걸까. 아니면 시간이 그만큼 흐른 걸까, 나나밍. 바람에 나부끼는 백발이나 두꺼운 안대는 생전 무덤 주인과도 참 이질적이었다. 그 아래 깃든 성격을 떠올리면 더더욱. 바람이 유달리 시리게 불어왔다. 손을 데워줄 음료가 필요했다. 선생이 어떤 음료를 좋아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타도리는 다른 말없이 고죠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 지금껏 수도없이 나나미를 만나러 왔었기에 알 수 있다. 지금 고죠는 혼자 있어야 했다.”
“나나미는 국화 향기를 싫어한단 말이야...”
안대에 가려진 육안으로도 이타도리가 일부러 자리를 비워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홀로 자라난 아이이기에 성숙한 구석이 있었지만, 끝끝내 고죠와 나나미가 사귀던 걸 알지 못했던 아이가 어쩌다 그걸 알게 된 건지. 평소라면 제자의 성장을 자랑스러워 했겠지만. 고죠는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잠시라도 주의를 고죠가 지켜야 할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려놓고 싶었다. 시부야 사변에는 고죠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어차피 전부를 지키지 못할 거라는 건 처음부터 알았다. 하지만, 왜 그 명단에 네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지 나는 여태껏 알 수 없어, 나나미. 고죠는 많은 말을 떠올리지만, 쉽게 내뱉지 않았다. 주술사가 하는 말은 저주가 된다. 고죠는 지독하게 이기적이기에, 이제서야 쉬게 된 나나미의 안식을 혹시라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생각이 너무나도 흘러 넘쳤다. 어쩌면 고죠가 봉인되었기에, 나나미는 그 빈자리를 채우려다가 무리해서 죽어버렸을 지도 모른다. 사실 비약이다. 고죠가 봉인된 것은 사고이자 수백년은 계획된 어떤 거대한 음모였다. 고작 30살 먹은 최강이 예측할 수 없는 범위에 있었던 이야기였다. 게다가 고죠는 할 수 있는 선에도 모든 걸 다했다. 고죠는 자신이 틀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 이타도리는 원한다면 고죠에게 나나미의 마지막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죠는 나나미의 유언만을 들었고, 다른 사실은 묻지 않았다. 아무리 선생 노릇을 못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간신히 세워진 제자를 다시 꺾어버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지독하게도 불합리적이고 인간은 틈 안에서도 살아남은 모순적인 존재다. 고죠 사토루는 결코 무너지거나 부서지지는 않지만 녹이 슬 수는 있었다.
“너는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아 있었어야지.”
고죠와 달리 나나미는 불우한 세상을 직시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었다. 이타도리를 맡길 정도로, 고죠는 나나미를 신뢰하고 사랑했다. 나나미는 고죠가 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고, 괴로워하면서도 아이를 먼저 지켰다.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지만, 게토처럼 타락하지도 않았다. 단지 그가 알던 상식과 노력에 회의감을 느끼고 주술계를 떠났을 뿐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 고죠에게 나나미는 괜찮은 선택을 한 후배 녀석이었다. 눈앞에 고죠만이 해결할 수 있는 재난은 쌓여 있었고. 나나미는 인재가 부족한 주술계에 잔류 권고를 모두 거절했다. 고죠의 관심이 길어져봤자, 달갑지 않을테니 고죠 나름대로의 배려였다. 그러고 고죠는 그걸 전부 잊어버렸다.
나나미는 고죠조차 잊었던 다정과 배려를 떠올렸다. 몇 년 내내 전화기에 뜨지 않았던 이름이 보였다. 나나미는 고죠가 아는 가장 지친 목소리로, 내일이라도 고전으로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얼마나 블랙기업에서 구른 건지. 절망과 우울에 점칠되어 무기력했던 사람이 사춘기 시절 성질머리가 돌아와 있었다. 그게 달가워서 경쾌하게 웃으면, 나나미는 힘없고 성의없이 고죠의 말을 받아쳤다. 그게 나름대로 나나미의 애정 표현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고죠는 나나미에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고는 시간이 지금에 이르렀다. 나나미는 단 한 번도 고죠를 무시한 적 없이 제대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가 지키지 못했던 사람들 중에서 너의 죽음이 가장 무겁다면, 이건 너무 이기적인 걸까.
고죠는 어떤 말도 꺼내지 않고 멍하니 무덤을 시선에 담았다. 묘비에 새겨진 네 이름이 참 낯설었다. 고죠는 분명히 다시 주술사로 돌아온 이상 저보다 먼저 죽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실은 진실 여부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너는 나를 먼저 두고 떠나버렸지만, 너에게는 내가 너를 먼저 두고 떠나버린 셈이 되었다. 죽은 자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유골을 주구로 대신했다는 말에 혹시 기대했지만, 고죠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이의 주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유언도, 그리움도, 사랑도 그저 전부 끝나지 않은 체 영영 고죠의 안에 갇혀 버렸다.
그게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출근하겠다는 널 그냥 침대에서 놓아주지 말걸. 네 향기를 조금이나마 더 기억하려고 노력할 걸. 너는 신중하고 느릿한 사람이라서, 재촉한 적이 없었는데. 내 고집에는 그저 져주는 편이었다. 차라리, 좀 더 고집을 피워서 네가 날 저주하도록 할 걸. 언젠가는 사랑한다고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어이 나는 네게서 단 한번도 사랑 고백을 받지 못했다. 그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나나미가 표현하는 사랑은 묵직하고 꽤 다정하고, 참 깊었다. 온 세상에 있는 자극이란 자극은 죄다 끌어안은 고죠와는 달랐다. 고죠에게 사랑은 언제나 발산하는 만큼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받기만 하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다. 돌려받지 않아도 충분했다. 이 세상에 고죠 사토루보다 특별한 건 없으니깐. 주변에 너무 많은 것이 넘쳤기에 생긴 버릇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죠는 나나미에게 사랑을 주는 만큼, 사랑을 받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나미는 신중하기에 예민하고, 예민하기에 냉정했다. 그의 사랑은 성격을 꼭 닮아있었다. 무수한 밤과 계절을 보내는 동안에도 나나미는 언제나 고죠에게 감사를 전했다. 둘은 분명히 사랑을 나누고 침대를 나누었던 연인이었다. 고죠는 그게 나나미의 사랑이라는 걸 알았지만, 감사는 사랑이 될 수 없었다. 애초에 그 둘은 울림부터 다른 단어이기에.
“난 그래도 너는 살아있을 줄 알았어. 책임감은 강해도..., 그래도.”
고죠는 옥문강에 봉인될 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자신을 구한다면 그건 나나미일 거란 막연한 믿음에 가까운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고죠는 틀렸고. 나나미는 이미 죽어 버렸다. 장례식조차 열리지 않은 연인의 죽음은 벌써부터 대부분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있었다. 고죠는 적어도 나나미만큼은 육안에 담기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을 고정점이길 바랐다. 나나미의 죽음을 앞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건 고죠였다. 나나미는..., 고죠는 그를 더는 정의할 수 없었다. 기억은 언젠가는 흐릿해지길 마련이다. 고죠는 벌써 나나미가 시부야로 소집되기 이전에 그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정확히는 이해할 수 없었다. 둘이 함께 한 모든 순간이 박제처럼 기억에 영원히 남아있기를 바라지만. 고죠는 나나미의 마지막조차 알지 못한다. 최강이라는 말은 이렇게나 무색하다.
“있잖아, 나나미. 어쩌면 나는 오만한 걸까?”
고죠에게 그 답을 해줄 사람은 영영 침묵했다.
아, 이게 마지막일 줄 알았다면,
한 번쯤은 더 당신 어리광에 못 이기는 척 휘말릴 걸 그랬나.
당신은 결국 내가 먼저 죽을 걸 알아서 늘 불안했던 사람이었다.
당신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서,
내가, 조금 더 당신만큼 유능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사랑하고 있다고.
말해주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들이 박제처럼 기억에 영원히 남았지만,
언젠가는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었는데.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
아, 고죠 씨.
저는 당신을.
"이타도리 군, 뒷일을 부탁합니다."
이건, 사랑이었을까?
곧, 나나미의 세계는 멈췄다.
사랑하는 연인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면 심정이 어떨까요?
고죠도 일단은 한 명의 인간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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