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1

포겟드루 NCP

다른 것의 배에는 나비가 들었으나 그의 배에는 나방이 그득하다. 

세월이 무색하게 돋아난 참나무 가지가 그의 나방을 일깨운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얄쌍하고 길다란 뱀은 참나무를 오른다. 

오르고 올라서 겨우살이 위의 아늑한 둥지를 꿈꾸는것도

그가 서슴없이 허물을 벗을 곳을 꿈꾸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것이 그가 하는 계산에서 아주 흡족하였다.

그러나 보라, 번쩍이는 벼락과도 같은 그 파열음을.

그것은 그의 둥지가 금이 가 부서지는 소리다.

굽이치는 붉은 강이 그녀의 머리 위를 흐른다.

그의 계산은 가장 큰 오해로 어그러졌다.

당신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이 닮았으리라고, 

그녀 발밑의 피가 완전히  자신이 흘린 피의 총량이라고.

그는 뱀이었으나, 그녀는 나무였다.

나무는 피흘릴지언정 무너지지 않았다.

이 얇은 뱀과 무엇이 같단 말인가.

상처를 입은 뱀 한 마리를 보거든, 구해주지 마세요.

당신의 나무 그늘은 안락하나, 그곳에 뱀의 자리는 없습니다.

폭풍우 속에서 그는 자신의 나방이 퍼덕이는걸 느꼈다.

다른 것의 배에는 나비가 들었으나 그의 배에는 나방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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