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갈래요

집에 돌아갈래요 1

빙의는 처음이라 1

공백 by 황제
1
0
0


황제현은 소설이라거나 문학에는 문외한 인간이었다. 

웹소설이라면 엄청나게 유명해서 웹툰까지 나올 정도의 히트작들만, 또는 간간이 만나던 친구들이 추천해주는 걸 대강 훑어봤을 뿐이다.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일이지?

이게 바로 그 회빙환? 

회귀 빙의 환생을 별걸 다 줄여 말하나 했는데, 솔직히 알고 나니 간단하게 쓸 수 있네. 다만, 그게 지금 제 상황에서 쓰고 싶은 단어는 아니었다! 애초에 그렇게 회빙환 회빙환 하며 한 번만이라도 다른 이세계에 가고 싶다고 외치는 녀석들이 많은데, 하필 제가 이렇게 된 거지?

결코 제 집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천장, 그래 낯선 천장. 그걸 내가 경험하다니. -애초에 대부분의 집 천장이 거기서 거기로 비슷한 아이보리색 벽지긴 하지만, 제 방의 전등은 네모난 LED였지 이 방은 원형 덮개의 형관등이었다. 본인은 어제 알바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가볍게 유행하는 웹툰을 한 편 본 뒤에 눈을 감았었다. 그리고 눈을 뜨니, 망할. 모르는 곳이다. 대체 여기가 어디야? 하며 일어나니 제가 입은 옷마저 처음 보는 것이다.

병원이나 그런 곳이라면 또 모를까. 일반적인 가정집으로 보이는 방 안은 학생이 사용하던 것인지 교재들이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장과 문구가 정돈된 책상, 그리고 빌트인 옷장 하나가 보이는 다였다. 

방 크기는 그리 작지도 크지도 않은 평범한 신축 아파트의 작은 방1 정도의 크기? 설명이 너무 대충인가? 하지만 자취와는 거리가 먼 부모님 치마폭의 이십대 아들이 집에 대해서 알면 뭘 그렇게 알겠나. 침대야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 자신의 침대와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에이ㅅ 든 시몬ㅅ 든 알 게 뭐야. 중요한 건 여기가 어디느냐다.

혹시나 자신을 납치해온 사람이 있을까, 정말 호옥~시나 하는 생각에 방 문을 진짜 유난일 정도로 살금살금 열었다. 바깥은 정말 인기척이라곤 하나도 없어서 문을 다 열어 나온 곳은 정말, 놀랍도록 생판 처음 보는 가정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가족사진이 거실 액자에 걸려 있는 것 정도?

단란해 보이는 사진은 세 명이 고풍스런 의자에 앉아 찍은 사진이었다. 부모 사이에 낀 그 아들로 보이는 남자애.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것이, 아마 자신이 눈을 뜬 방의 주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은 둘째 치고. ...대체 왜 제가 이런 곳에 있느냐는 최대 난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들의 얼굴은 단연코 처음본다. 지나가면서 어쩌다 스쳐지나갈 정도의 평범한 얼굴들을 알 리가 있나.

사진 앞에서 발걸음을 옮겨 집안 내부를 대충 훑어봤다. 놀랍게도.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아까부터 느껴지던 기이한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망했다. 정말 망했다. 대체 이 얼굴은 누구의 것이란 말인가. 자신의 얼굴을 잊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기에 더 혼란스러웠다. 제가 망할 사진 속의 남자애의 몸에 들어와버린 것 같다.

당혹스런 와중에 얼떨결에 다른 사람의 몸에 빙의하게 된 황제현의 가정사를 말하자면, 위로 있는 형이라고는 나이 차이가 조금 나서 가볍게 치고받고 용돈도 타고 하는 데면데면한 형제에다 부모님 두 분은 건강하다고는 말하기 그렇지만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하시는 맞벌이 였다. 그 덕분에 오냐오냐 자란 스물 다섯살의 황제현은 대학교도 가지 않고 어중이 떠중이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나 하고 살던 정말 평범함의 극치인 한심한 남성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인간상이다. 

그런데 그런 평범한 인간이 왜 갑자기 빙의가 되냐고.

대충 웹툰이나 유명한 소설을 보면, 불우한 과거, 가정사, 노력하는 이, 어떠한 것에 특출난 사람이나, 소설이나 웹툰, 게임에 빠진 독자들 아니었나? 완결까지 본 작품은 하나도 없고 게임도 잘 안하고 소설도 무료분만 보던 제가 왜? 애초에 너무 현실적이다. 뭔데 이 가정집. 리얼 가정집이잖아. 안 친한 친구 집이라도 온 것 같다고.

어찌되든 이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정말 여기가 현실이라면, 자신의 몸엔 이 학생이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방으로 돌아가 학생의 핸드폰을 열었다. 지문인식이라 다행이지. 비밀번호였으면 진짜 죽고싶었을지도. 우선 자신이 쓸 수 있도록 비밀번호를 바꾸고 무작정 자신-이 빌어먹을 몸 말고-의 핸드폰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제발, 제발... 없는 번호라고 뜨지 않은 것만으로도 어쩌면 희망을 가졌었다. 그렇지만 누군가 받길 바란 것은 아니었다. 받지 않아도 문제고 받아도 문제다. 이런 양가심정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그런 마음을 정말 짖밟아 버리듯이 몇 번의 신호음 끝에 뚝,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이만큼 긴장한 적은 자신이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월급을 받은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여보세요? 하고 묻는 상대의 목소리가 초면이라는 것을 깨닫고 살짝 웃음에 금이 가긴 했지만, ...혹시 모른다. 그래. 또 혹시.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혹시 이거 황제현 전화번호 아닌가요?"

"아닌데요?"

"아... 그럼 이 전화번호 혹시 바꾸신 건가요?"

"아니요, 원래부터 계속 쓰던 거예요."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번호를 잘못 알았나봐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끊을게요."

다시 뚝.

... 이게 맞나? 진짜 이게 맞나? 

우선은 이 몸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세게 들었다. 당장 책장에 꽂힌 문제집을 꺼냈다. 황지현이라고 적힌 이름을 보고 자동 반사적으로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제 이름에서 오타라도 낸 기분이다. 이름이 비슷해서 빙의를 하기에 동명이인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이걸로는 단서가 되지 않았다. 문제집이 2학년 것인 것과 계절을 봐서는 아직 민증은 없는 것 같고. 그럼 나 주민등록번호를 모르는데? 

진짜 미치겠다. 여권 없나? 또 방 안을 샅샅이 뒤적였다.

결과적으로는 힘만 빼고 얻은 것은 없었다. 하얗게 불태웠다. 년도는 2024년 이월 말. 지금 중고등학생은 방학이겠지? 대강 그런 추측만 하고 갤러리를 뒤적였다. 이리보고 저리 봐도 웬 디저트나, 음식. 풍경 사진들 뿐이냐. 뭐, 자신도 지나가다가 고양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들어 찍어대긴 하지만, 친구들과 찍은 사진들도 많았다.

아닌가? ... 학생때는 잘 모르겠네.

계속해서 핸드폰을 내리던 와중에 메신저가 하나 도착했다.

ㅂㅅㅈ: 내일 만날래?

ㅂㅅㅈ이 누구야 미친.

몸뚱이야 너 설마 연락처를 다 이따구로 저장하고 다닌 건 아니지? 

나도 친구들 이름을 개떡같이 해두고 살긴 하지만, 초성은 너무하지 않니? 비애를 뒤로하고 바로 메신저를 눌러 ㅂㅅㅈ이라는 녀석과 나눈 이제까지의 대화들을 읽어봤다. 꽤나, 친한 친구 같은데. 몸의 이름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일대일 연락에서 지현아 하고 부르는 것을 보니, 이거... 친한 놈 맞아? 보통 이러고 부르나? 제 친구들이 저를 부를 땐 폐하나 황제 같은 호칭으로만 듣다보니. 이 둘의 연락이 조금 생소했다. 텍스트라 그런가? 만나면 또 다를지도.

우선은 돌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인데... 한숨을 쉬어도 답이 나오는 것은 없다. 그나마 희소식은 이녀석은 아르바이트도 안하고, 부모님에게 지속적으로 받는 용돈이 꽤 되는 것이다. ...아니, 용돈이 아니라 거의 생활비에 가까웠다. 부모님과의 연락을 살펴보니 일이 바빠 집엔 좀처럼 들어오질 못해서 저녁, 식비와 교통비, 용돈을 한 번에 주는 듯 했다. 그리고 받은 금액들을 살펴봤을 때. 이 지현이라는 몸은 돈을 아끼고 아끼느라 이 어린 나이에 적금도 들고 저축을 많이 하는 것 같고. 

어쨌든 가정사는 알겠다. 메신저들로 봐서는 가족 관계는 평범했다. 실제는 모르겠지만 이 집의 분위기와 비슷하다고 해야하나. 가만히 핸드폰을 더 뒤적였다. 갤러리 앨범들을 다 뒤졌을 때 친구들과 찍은 것 같은 사진들을 발견했다. ...둘이서만 찍은 것 같은데, 같이 찍힌 이녀석 꽤 잘생겼다?

누군진 몰라도 사진에서부터 드러나는 큰 체격. 선명한 이목구비. 학교를 다니다가 잘생긴 놈 하나 쯤은 보긴 하지만, 이건 조금 색달랐다. 얘네 학교, 예체능은 아니겠지? 서둘러 옷장을 뒤적여 교복에 써진 학교 이름을 찾았다. 수명고. 남고는 아니고, 그냥 인문계인 것 같은데. 그렇다. 이마저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고등학교다. 

뭐, 이 나라에 고등학교만 몇 개인데 당연하지 않나? 무언가 떠오르는 것도 없는 이름이었다. 이쯤되면 확실히 해주면 좋겠다. 여기가 현실인지, 소설이나 웹툰 속인지. 사실 회빙환 하면 판타지가 떠오르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제 짧은 식견으로는 그렇다고 치자. 몬스터가 나와서 웨이브가 일어나고 그 재해를 막기 위한 헌터. 그런 클리셰같은 세상이 좋다고. 물론 평범한 저야 능력을 얻지 못한 일반인 중에 하나로 빙의할 확률이 더 크긴 하지만.

그런 큼지막한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여기서 뭘 더하라고? 다시 고등학교나 다니라고?

여기서만 말하는 것이지만, 황제현은 고등학교를 그냥 다녔다. 

그냥 다녔다는 뜻이 뭐냐면, 공부고 뭐고 다 놓고 졸업장만 받으려고 놀러 다녔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빡대가리다. 7등급 빡대가리. 어째서 9등급이 아니냐면 일반 인문남고를 졸업했기 때문에 비슷한 멍청이들이 많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크. 다들 4번을 그을 때 혼자 3번을 그어서 운 좋게 7등급을 맞았다고 하면 믿어지는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뭐 이미 졸업한 빡대갈 학교는 뒤로하고. 지금은 눈 앞의 일이 우선이다.

보기로는 태연해보이지만, 사실 지금 잔뜩 쫄아있는 상태였다. 이대로 집에 못 돌아가면 어떡하지? 여기가 소설인지 웹툰인지 알 게 뭐야.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우선이었다. 보통은 이런 거 안내창 같은 거 띄워주지 않아? 나는 왜 아무것도 안알려주는 건데? 다른 사람들은 뭐라도 이야기를 대충 알고 오지 않느냐고. 무식한 중생 하나 구해줄 신은 없는 거냐고.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BL

댓글 0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