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밤

보타시라

걀걀이 by 걀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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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안 님의 갓 연성을 보고 멋대로 만든 3차 연성(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글입니다.
금안 님의 갓 연성은 여기에:

딱딱 소리를 내며 검을 잘근잘근 씹다가 후욱 분다. 보타로가 시끄럽다고 핀잔을 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또 질겅질겅 딱딱 풍선껌을 씹었다. 아직 밤 기온은 쌀쌀하고 재킷 하나 정도는 입어야 한다. 보타로는 낮에는 덥다며 밤에 꼭 불러내서 이렇게 산책을 한다.

- 시라이시, 턱 안 아파?

나는 딱딱 씹으며 보타로를 올려다 본다.

- 풍선껌이라 부드러워.

보타로는 말 없이 내 어깨에 두른 팔에 힘을 준다.

보타로에게는 조금 이상한 취미가 있다. 꼭 밤에 즉석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올해도 필름 값이 올랐다고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날 불러내서 몇년 전 축제에서 상품으로 딴 즉석 카메라로 나와 셀카를 찍는다. 기본적인 광량이 부족하니까, 그리고 셀카에 적합한 사진기가 아니니까, 나와 키 차이가 많이 나니까 보타로가 찍는 사진은 대개 내 정수리만 나오거나 보타로의 번쩍이는 홍채만 나온다거나 그렇다. 그래도 보타로는 꼭 밤에 나를 불러내서 한 장씩 셀카를 찍고 사진이 인화되는 시간만큼 산책을 한다.

지금도 내 어깨에 감긴 보타로의 손가락 끝에 인화 중인 즉석 사진이 걸려 있다.

보타로랑 만나면 나는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는 세계 제일의 기업을 만들겠다는 보타로의 꿈을 비웃었다 죽을 뻔한 적이 있다. 보타로가 내뱉는 말은 대체로 한심하기 때문에 그냥 대충 대꾸를 해줄 뿐, 그의 말을 듣는다기 보다 나는 내 생각으로 도망친다. 보타로의 허무맹랑한 꿈은 매번 바뀐다. 한 번은 바나나 농장 농장주가 되겠다고 했다. 또 다른 한 번은 연어 양식장의 주인이 되겠다고도 했다. 우주 여행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벌써 그게 몇 년이다. 그렇지만 그는 어디 가지 않고 바로 여기, 내 옆에 달라 붙어 있다.

- 사진, 다 인화되지 않았어?

보타로는 내 얼굴 바로 옆에서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사진을 대충 흘겨봤다.

- 그럴려나. 어두워서 잘 모르겠다.

나는 딱딱거리며 씹던 풍선껌을 다시 후욱 불었다. 탄성을 잃어가는 껌은 아까보다 쉽게 부풀지 않는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 보타로를 저항하고 그 자리에 섰다. 가로등이 있지만 어스름한 길. 오로지 백 미터 너머 있는 편의점에서 나오는 전등 빛만이 보타로의 얼굴 외곽을 비춘다.

무슨 일이냐고 나를 내려 보는 보타로를 향해 살짝 발꿈치를 들어 키스를 했다. 자연스럽게 보타로의 혀가 들어왔고, 나는 탄성을 잃은 풍선껌을 보타로에게 넘겨줬다.

- 뭐야? 웬일로?

보타로가 완전히 질겨진 껌을 한 번 씹어보더니 웃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 보타로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그에게 기댔다. 보타로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내게 의지하는 게 부드럽게 느껴졌다. 편의점에서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그렇게 길 한 가운데 기대 서 있었다.

다 터져버렸지만 지금이라도 함께 있으면 좋겠어.

보타로는 질긴 검을 몇 번 씹었다.

집에 갈 때까지 뱉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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