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호무영이지였던것

폐기예정 by 海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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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영?

부름에, 무영은 잠시 혼란해진다. 무언가로 형용하기 힘든 이질감이 정적으로 얼어붙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소파에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는 쌍둥이를 향했다. 무영과 동일한 본바탕에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고는 색깔이 전부인.

마주본 눈동자는 녹색이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투명한, 연녹색.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표백된다. 그는 공간 바깥의 누군가라도 된 심정으로 자문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인간 사회에 어떻게 섞일 것이냐, 에 대하여. 고위층 일부를 비롯한 몇몇 인사는 이미 신무영이 언노운unknown임을, 적어도 면역자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조잡하게나마 상황을 이어 붙이면 어물쩍 넘어갈 수는 있겠으나, 그와 그 쌍둥이가 새 신분을 마련하는 것에 약간의 마찰이 빚어질 것은 분명했다. 반 농담으로, 그들은 그냥 해외로 날라버릴까, 등의, 실용성 없는 잡담을 주거니 받거니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영이 펜을 떨어뜨렸다. 하필 무의식적으로 뻗친 손이 왼쪽이라, 통제를 미묘하게 벗어난 손가락에 과거의 편린이 갑작스레 들이닥쳐선 잠시, 망연해졌고, 그래서. 그래서 호가 그를 불렀다.

호가?

왜 그래? 무영아? 재차 물으며, 그의 걱정 많고 다정한 쌍둥이가 다가와 손을 뻗는다. 경직되어 움찔거리던 무영의 손을 잡아 대신 바로 올려놓아 준다. 맞닿은 살갗은 거칠었다. 늘 보통의 규격을 아득하게 넘나드는 무기류를 고집하는 탓에, 쓸리고 베여 단단하고 투박해진 손이다. 그러나 그 손속은 언제나 그래왔듯, 나약한 소동물을 다루듯이 놀라울 만치로 섬세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질적인 무언가가- 마치 다른 무엇이 뒤섞여 혼재하는 듯한, 그런 뒤틀리는 감각이.

무영은 반점 하나 없이 깨끗한 페리도트 색 눈을 올려다보았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이건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신무영은, 그것을 본인 입으로 내뱉기엔 심히 무정한 겉이며 성정을 하여 짐작키는 어려우나, 그의 쌍둥이가 어쩔 수 없이 특별했다. 또한 어떤 변수가 개입해 이리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들은 여러모로 많은 부분을 필연적으로 공유하고 있었으므로-예컨대 감정 같은, 오로지 개인의 것이어야 할 부분조차도, 그래서 무영은, 가늠하기조차 버거운 애정을 숨 쉬듯 내보이는, 쌍둥이의 천진한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너무도 쉽게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호는 그를 사랑했다. 배에서 나지 않는 이들에게 피를 공유하는 존재란 도대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 호는 무영을, 옛적의 랑을, 지금의 신무영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들 쌍둥이는 서로에게 서로였으므로-따라서 명료하게 결론짓자면, 신무영은 호를 사랑했다. 딱 호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너무 많이 닮은 나머지 그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분간조차 힘들 만큼.

호가 ‘랑’을 기억했으므로, 마찬가지로 무영 또한 ‘호’를 기억했다. 그들이 공유하지 않는 것들-한쪽만 간직하고 있거나 한쪽만 얻게 된 것들에 그치지 않고, 어느 날 깃든 불청객에게서 ‘호’를 분리할 수 있을 만큼 기억했다. 이를테면, 호의 눈매는 무영과 분명 같았을 것인데도 벼려진 구석 없이 둥글었다. 웃음 또한 모나지 못하고 둥글둥글 피었다. 위협받고 있음을 자각하고 자란 탓에 되려 우뚝하니 굳건했다. 몸뿐만 아니라 믿음 또한 그러했다. 그밖의 아주 사소하고 사소한 습관이며 버릇을 죄 눈 안에 박아 두고 있었다. …신무영? 답이 돌아오지 않자 상대가 다시금 호명한다. 의아한 기색을 내비치는 목소리가, 그보다 그 어조가 너무도 익숙한 그것이라. 목 뒤편이 서늘했다.

확신할 수 있어? 그러나 이리 된 마당에 더 선명히 할 것이 어디 있겠는가. 신무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사랑하는 쌍둥이를, 쌍둥이의 껍데기를 붙잡았다. 둥글고, 다정하고, 천진하여, 기억에도 없는 어린 날을 불러오는 듯한 웃음이, 돌연 나긋하게 휘어진다. 찢어진다. 부서진다. 부서져 내려 재처럼 날린다. 그, 너무나도 안온하던 사람이, 사랑이, 그가 남아 있을 것이란 허망한 기대가…….

……호. 절박하기까지 한 부름에 돌아오는 답은 없다. 그것으로, 무영은 그의 쌍둥이가 죽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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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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