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
어떤 아이들은 유별나게 예민해서, 아무리 거짓으로 칭칭 둘러쳐도 어른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린다. ‘레아 리크먼’이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된 후보이기도 한 그런 아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 지각에 반응했다. 어른들이 하는 말마다 대놓고 어깃장을 놓으며 불신을 드러내는 축이 있었고, 자기 또한 어른들에게 속내를 숨기고 조
옛날 옛적에, 어느 산골에 외로운 산지기가 살았습니다. 숲에서 동물을 잡아 고기와 옷을 얻고, 나무열매를 따먹고 씨앗을 심어 새 나무들을 길렀습니다. 산지기의 오두막에는 짐승 가죽과 나무 묘목들, 먹다 남은 음식 따위가 아무렇게나 널려있었습니다. 어느날 산지기는 덫으로 희고 아름다운 새를 잡았습니다. 새의 목을 비틀려는 순간 새가 맑고 고운 소리로 말했
서기관들을 대하는 일반적인 태도 이상으로, 레아 - 혹은 ‘그들의 셰에라자드’를 대하는 로드들의 태도는 그들의 각양각색인 외모나 능력만큼이나 다양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부모의 집으로 돌아오듯 틈만 나면 얼굴을 비추는 어리광 많은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은 그런 유치한 놀이는 진작에 졸업했다는 듯 짐짓 콧대를 세우고 여봐라는 듯 무관심을 과시하는 경우도
지하의 과학과 교육 수준은 천공의 도시와는 물론이고 인류의 과거보다도 더 퇴락해가던 중이어서, 아스마 레만 키라즈의 이웃들 중에도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신벌이 내린다며 겁에 질려 벌벌 떨던 사람들은 있었다. 그렇게까지 지식과 분별을 잃지 않았거나 혹은 그러든말든 상관할 의욕조차 잃을 만큼 삶에 지쳐버린 대다수에 비하면 요란한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래서 오히
어떤 아이들은 불쾌감에 천착한다. 기질적으로, 해온 경험상, 혹은 단순히 그런 취향이어서. 지하에서부터 알고 있던 이 경험칙은 놀랍게도 상공에서도 유효해서, 뒤이어 더 흥미진진하고, 더 몰입감 있고, 완벽하게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다른 이야기들을 몇이나 들려주어 찜찜한 기분을 희석시켜도 어떤 로드 후보들은 불편하게 돌출된 섬뜩한 우화들을 끝내 마음에서 떨쳐
서기관들에게 배정된 생활 공간은 북쪽의 집무실 건물 안에 있지만, 레아의 침실이나 집무실은 책과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먼지 쌓인 창고로 전락한 지 이미 세월이 오래되었다. 서기관들이 그를 비웃고 꺼리는 만큼 그 역시 대부분의 서기관들을 불편해했기에 구태여 현상을 고치려 드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그는 대부분의 서기관들이 - 특히 도시 출신의 서기관들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