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아 리크먼

임무 로그 - 어린 변이체들을 진정시켜라

낙원탈출기록 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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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의 과학과 교육 수준은 천공의 도시와는 물론이고 인류의 과거보다도 더 퇴락해가던 중이어서, 아스마 레만 키라즈의 이웃들 중에도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신벌이 내린다며 겁에 질려 벌벌 떨던 사람들은 있었다. 그렇게까지 지식과 분별을 잃지 않았거나 혹은 그러든말든 상관할 의욕조차 잃을 만큼 삶에 지쳐버린 대다수에 비하면 요란한 소수에 불과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과장되게 눈에 띄는 경향이 있었다. 언제나 익숙한 일상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비일상에 더 매혹되었던 아스마에게는 그래서 떨어져 깨진 집기나 산사태를 막으러 뛰어가는 사람들보다 그 공포에 가득찬 비통한 흐느낌이 더 깊이, 오래도록 각인되었다.

“신이 노하셨어. 이제 모두 끝이야. 이 세상은 끝장이라고―!”

그냥 어린아이를 달래는 일을 성가셔하고 있던 기색이 역력한 서기관은 레아 리크먼이 로드 후보 세 사람을 치마폭에 품고 양손으로 한 사람씩 어깨를 감싸안아주는 것을 보곤 자연스럽게 벽 쪽에 기대서선 숨기지도 않는 감시자의 태세로 전환했다. 보통은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부리나케 사라지던데, 분위기가 어수선한 만큼 가일층 통제를 삼엄히 하는 모양이었다. 울고 있는 아이들을 안고 흔들어 달래면서, 레아는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려 애썼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진정된 다음에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두 소년과 요정이 등장하는 즉석에서 꾸며낸 이야기를 구연해 땅이 흔들리면 머리를 감싸고 탁자 밑으로 숨거나 밖으로 나가야 하며 물가와 산 아래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쳤다.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자, 분위기를 바꾸어 땅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거대한 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용이 무서운 꿈을 꾸고 뒤척이면 땅이 흔들린답니다, 그러니까 실컷 뒤척이다가 다시 잠이 들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해요. 무서운 꿈을 꾸고 일어났으니까 이해할 수 있지요? 이어 두세 개의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자 아이들은 완전히 평소대로 돌아왔지만, 레아의 귓가에는 어째서인지 먼 기억 속에 있던 묵시록적인 비명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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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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