𝐌𝐢𝐥𝐥𝐞𝐭𝐢𝐚𝐧

#새벽을 비추는 별 #다가올 봄을 동경하는 겨울

레페슌 (Lepeshune) · 밀레시안 (인간) · 나이 미상 · 약 185 cm · 마르지 않고 적당히 다부진 체격

• 겨울, 다르게 말하면 봄을 준비하는 날들

―

자연스럽게 길러 넘긴 앞머리와 등 뒤로 길게 떨어지는 머리칼은 청회색으로, 함박눈을 준비하는 겨울날 먹구름을 연상시킨다. 안경 너머로 깜빡이는 채도 낮은 하늘빛 시선 역시 얼핏 날카롭고 긴 눈매 아래에 있어 차가워 보이겠지만, 본래 눈이 쏟아지기 직전이 가장 포근한 법이다.

온화한 미소를 짓는 입술이나 진중하고 다정한 손짓을 보면 비로소 마음이 놓여 말을 걸게 된다. 헌신적이고 차분한 태도는 늘 약자에게 기울어 있어 이 남자라면 믿고 등 뒤를 맡겨도 좋을 것만 같다. 보석 아래 깔려 다채로운 빛깔을 내보이도록 돕는 실크처럼, 화려하지 않다고 해서 그 역할조차 분명치 않은 것은 아니기에.

@radiant_mille 님의 외관 서술 커미션입니다.

나오의 인도로 소울 스트림에 당도하기 이전까지 지극히 평범한 현대인이었다. 비록 전생의 기억은 없다고 보아도 무관할 정도로 흐릿하지만, 당대 사회의 도식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깨끗한 백지상태라고 하기에도 묘한 구석이 있다. 잊힌 과거를 떠올리려 시도해 본 적이 아주 없지는 않다. 다만 불시에 찾아오는 원인 모를 무력감이나 흐릿한 악몽으로 마음이 상당히 지친 상태였겠거니 짐작하고 관뒀다. 그보다는 에린에 오게 된 이유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어원을 짐작할 수 없는 이름은 나름 정성을 들여 새로이 지은 이름이다. 고향별이 서로 다른 밀레시안 사이에서도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으나 이방인에게 더없이 걸맞은 이름이라며 내심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 #다정한 #솔선수범 #따뜻한 손 내미는 #굳건한 질서를 세우는

―

정이 많고 온순한 성정을 타고나 에린의 주민이라면 무슨 부탁이건 곧잘 들어주었다. 티르 코네일의 목축지나 이름 없는 언덕 위에 누워 정겨운 봄 내음을 싣고 오는 산들바람을 만끽하다가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면 악기로 선율을 더하는 느긋하고 낭만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아직 새로운 터전에 적응하지 못했을 적엔 생명을 해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무기를 들지 않고 행동 불능인 상태로 발견되는 일도 부지기수였기에 밀레시안의 천진무구한 심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이후 무수한 전투와 실패를 반복하며 여신을 구출하고 에린의 수호자로 거듭나면서부터 죽음 앞에서도 초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더없이 맑고 따스한 영혼의 본질만큼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빛나면서 보석인 그것

―

족적을 뒤따르는 경쾌한 마찰음은 가방을 가득 메운 보석이나 잡동사니에서 비롯한다. 팔라라의 눈부신 빛을 머금고 산란하는 보석이나 매끄러운 표면이 빛을 반사하는 구슬 따위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광산에서 캐낸 황금이나 원석, 심지어는 광택이 아름다운 자갈까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요컨대 반짝이는 것이라면 가리지 않고 수집한다는 뜻이다. 허리춤에 매단 주머니는 언제든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특히나 마음에 드는 보석으로 채워두었다. 개중에 탄자나이트의 수가 가장 많았다. 실수가 잦은 탓에 일부는 유실되곤 했지만, 운이 좋다면 새로운 주인을 만나 보다 빛날 수 있을 것이고, 그러지 않아도 이전처럼 자연의 일부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여담으로 타라의 보석상을 비롯한 상점가에는 윤기 나는 검은 날개의 밀레시안이 전생에 까마귀였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지만, 이는 당연하게도 낭설이다. 재차 강조하자면, 보석을 좋아하는 것과 까마귀를 연상케 하는 날개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 음악은 곧 구도의 길

「An Ear for Music」

모험에 처음 나서는 이라면 으레 날붙이를 비롯한 근사한 무기를 동반자로 삼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밀레시안은 첫 재능을 고르는 데만 오랜 시간을 소요했다. 호오(好惡)가 불분명하고 스스로 명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기에 고민 끝에 가장 무난해 보이는 음악의 길을 택했다. 에린에 도착하면 노래를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보라는 나오의 추천도 결정에 큰 몫을 했다. 훗날 음유시인으로서 여러 악기를 섭렵한 이후에야 그것이 썩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회고한다. 누구 말마따나 음악을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이에 그치지 않고 인도자는 밀레시안의 식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빵과 버섯류이다. 낯선 세계에서 처음 맛본 빵의 맛이 쉬이 잊히지 않았기 때문이고, 버섯은 단순히 구하기 쉽고 식감이 좋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무것도 모를 적엔 독버섯을 섭취하고 죽음에 이르기도 했으나 오랜 경험의 축적으로 독버섯을 골라낼 수 있게 된 지금은 버섯으로 다양한 요리를 해 먹기도 한다.

• 시드 스넷타

―Sidhe Sneachta

이리아 대륙의 광활한 발레스 설원보다는 울라 대륙의 시드 스넷타를 선호했다. 수평선의 경계를 흐릴 듯한 질리도록 새하얀 설경과 짙게 어려있는 겨울의 찬 공기를 유난히 좋아했다. 목가적인 풍경의 티르 코네일 북쪽으로 이어지는 설원에는 무색무취가 선사하는 특유의 내음이 있고, 눈이 고요히 내려앉을 때마다 들릴 리 없는 적막한 소음이 있다. 특별히 일이 없는 날에는 몇 날 며칠이고 눈밭에 파묻혀 감각이 무뎌지는 것을 즐겼다. 처음에는 소복하게 쌓인 눈이 온몸을 감싸 안는 듯하고, 점차 육체의 말단부터 감각을 앗아가는 것이 일종의 해방감마저 느껴지게 했으므로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까무룩 잠에 들기라도 하면 새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기 아주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티 타임을 가지지 않는 이상 온몸에 배어있는 겨울 특유의 아린 향기는 이에 기인하는 듯하다. 비슷한 이유로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 밀레시안에 대한 기록

「An Essay About Milletian」

여느 밀레시안처럼 하나 내지는 세 종류의 기호하는 색상이 있고 항상 계절감이 없는 차림을 하고 있다. 하반신을 완전히 덮을 만큼 긴 기장을 선호하는 한편 기온에 따른 옷의 두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별에서 온 자'라는 시적인 의미와는 어울리지 않게 낭만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특징이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의 성장, 성별이나 나이 또는 외모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운 환생, 죽음을 겪지 않는 불멸의 특성은 얼핏 달콤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축복 따위의 사탕발림으로 보기 좋게 포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과는 별개로 죽음의 순간에는 무뎌질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기에 전투 방식은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고 무모했다. 무기로는 체인과 듀얼건, 스태프를 애용했음에도 적과 거리를 벌리는 법이 없어 제 공격에 휘말리는 일도 잦았다. 최근 들어서야 전투 중 부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을 익히고 있다.

•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얼굴로 타인을 마주하는 것이 어색해 안경을 쓴다. 시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 겉으로 드러나는 연식 때문에 경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말을 놓는다.

  (예외적으로 피르안은 처음부터 편히 대했다. 분위기가 알터… 아니, 강아지를 닮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 감정 표현이 서투르다. 다만 웬만하면 기분이 만면에 드러나는 편이므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요컨대 알기 쉽다는 뜻이다.

• 작곡을 즐겨하는 덕분에 악보 스크롤만 십여 개를 소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