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쿠 필리버스터

인외도 헌터 할 수 있어.

ID by 아이리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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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판 커뮤의 주류는 평범하지만 특색 있는 캐릭터다. 여기서 평범하다는 건 종족이 인간이고, 실제 나이와 외관의 괴리가 크지 않으며 수명이 인간과 상이함을 뜻한다. 인간 캐릭터를 주로 내는 커뮤러에게 이건 디폴트에 불과하며, 인간이 세상을 상대로 맞서 싸우거나 인정받는 것이 주류인 현대판타지 헌터 장르와도 궤를 함께 한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판타지 헌터 장르의 상업작에 인간만 등장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신도 나오고 용도 나오고 천사랑 악마도 나오고 불사신도 나오고 반인반수 변신 헌터도 나온다. 현판 헌터물은 인간의 이야기라지만 인외의 존재들이 많이 나오고, 그들은 스토리의 주인공은 아닐지언정 꽤나 많은 인기를 구가한다.

인외러들은 인외를 보기 위해, 혹은 재미있는 작품을 보다 보니 인외가 나왔기 때문에 현대 판타지 헌터 장르를 좋아하게 되었다. 아니 이게 맛이 죽여준다니까요.

그리고 커뮤 세상에 현판 헌터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특정 캐릭터(npc포함) 주인공화를 꺼려하는 문화가 자리잡은지는 이미 오래다. 현판 헌터 상업작엔 인외가 수두룩하게 등장하는데 현판 헌터커에 인외의 자리는 없다. (사실 완전 없는 건 아니다. 성좌물이 유행했을 땐, ‘성좌’가 후원을 위하여 타임라인 분리 후 간접적으로 러닝하는 커뮤가 좀 있었다. 나는 신청서 안 냈다. 아 인외도 헌터 할 수 있다고요 ㅠㅠ) (어쩌면 그냥 스탭진이 인간 취향일 수도 있다.)

상업작에서 아름다운 인외 캐릭터로 인외러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커뮤에서는 인외를 낼 수 없다. (어떤 인외러는 내가 좋아하는 인외를 인간형 인외라고 칭할 것 같긴 한데, 이러나 저러나 현판 헌터커뮤 못 뛰는 건 서로 똑같으니 지적 안 했으면 좋겠다.) 인외를 허용하면 과설정이 범람할테고, 그런 과설정을 모두 감안하여 커뮤를 운영하라는 건 총괄진들에겐 너무 과한 요구다.

그런데 정말 힘든 일일까? 인간 캐릭터들의 온갖 설정이 범람하는 가운데, 인외 캐릭터는 그냥 종족이 인간이 아닐 뿐이다. 애초에 현판 헌터 커뮤를 러닝하는 인간 캐릭터들의 조력자 중에도 인간 아닌 것들이 많다. 용은 단골 손님이다. 용 수화 짱이지.

게다가-함부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방구석 계정이니 단정지어본다. 인외러 50% 정도는 주인공을 원하지 않는다. 더블크로스 3rd의 pc5는 산악자전거 타는 뱀파이어 마녀라는 밈이 있다. 인외러는 저런 걸 원한다. 더블크로스-pc1의 눈물니규 아름다운 성장스토리보다 더블크로스-pc5의 ‘선크림 바르면 뱀파이어도 선탠 가능한데 pc1 너라고 못할 리가 없잖아 힘내봐 친구‘나 마기카로기아-’지나가던 마법사입니다만 이 일만 해결하고 마저 가겠습니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인간이 주류인 커뮤를 뛰는 인외러들의 기본 스탠스는 저거다.

애초에 요 근래 대부분 커뮤러들은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걸 원치 않는다. 그 스포트라이트를 소화할 시간과 기력이 없다. (나만 그런가?) 인외 캐릭터들은 종족만 인외이지 평범하다. 진짠데… 하지만 아무래도 스탭진과 나는 초면이니까 안 믿어주겠지. 아니면 인간이 취향이거나. 그도 아니면 내 세계관 해석이 그들의 세계관 해석과 다르거나.

인외러들은 생각보다 평범한 걸 추구한다. 그러니까, 설정은 평범하지 않지만 러닝 중엔 평범하게 국사무쌍 중에 론 쏘여서 떨어진 후 비명을 지른다는 뜻이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사실 뒤에선 송곳니 손질하고 선크림 챙겨 바르고 피 마시는 걸 싫어하는 흡혈귀라는 설정이 있을 뿐이다. 그냥 그런 게 취향이다. 인간 커뮤러들이 인간이지만 이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불을 뿜고 붉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몬스터와의 최전선에 서는 인류 최강의 무기 24인 중 하나이지만 어쩌고저쩌고가 있지만 러닝 중엔 브로콜리가 싫어서 은근슬쩍 빼버리는 러닝을 하듯이… (둘이 다른 게 뭘까? 잘 모르겠다. 내가 인외러라 그럴까?)

그리나 다른 문제가 있다. 아니, 인외가 이 세계관에 존재한다면, 걔네는 다 이세계인이냐? 어디서 그렇게 넘어온 건데? 뭐? 이 세계에 원래 있었다고? 뭔 소리야 게이트는 20년 전에 떴는데?! (이건 커뮤 세계관이 젊어서 그렇다. 끽해야 100년짜리 세계관에 300년쯤 산 사람이 있으면 곤란하겠지. 실재하는 역사를 건드는 것도 일이다.) 인외를 품고 가려면 품이 많이 든다. 취미생활에 취향도 아닌 캐릭터를 위해 그런 품을 강요할 순 없다.

제목은 저렇게 달았지만 결국 끝은 ‘인외는 헌터 못 해.’가 되었다. 슬프다. 온갖 다양한 인생의 인간이 헌터가 되어 헌터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인간 아닌 캐릭터들은 합격조차 못한다. 그냥 종족만 인외일 뿐인데. ㅠㅠ

사실 해결법은 간단하다. 어반판타지 커뮤를 찾으면 된다. 어반판타지는 예로부터 목 없는 오토바이 라이더나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고 흡혈귀를 잡는 주민등록 말소자, 온몸에 시뻥건 문신이 있으며 죽지 않는 은발의 신부 등이 난무했다. 다만 어반판타지 커뮤는 잘 열리지 않는다. 현대 역사를 건드려야 해서 그런 것 같다. (캐릭터 30명 중에 30명이 과설정이었던 건, 그리고 그들 전부가 진짜 레전드로 평범한 커뮤 캐릭터였던 건 신선한 경험이었다. 열리면 또 신청서 내고 싶다.) 그리고 내가 뛰고 싶은 건 헌터 커뮤다. 티알피지 말고. 역극이랑 롤플레이는 다르다니까??

역시 내가 커뮤를 열어야겠다. 남에게 품을 강요하지 말고 주체적인 인외 헌터 커뮤러가 되겠다. (아마 이러고 신청서 미달로 동결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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