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대미지] 이쿠토와 파이트클럽AU 또 씀

군만두 가게 by 이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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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연속 글쓰기 1/4

전에 쓴 거랑 딱히 이어지는 내용은 아님. 영화 몰라도 상관 없음. 퇴고X

“이쿠이나.”

 

토와가 방으로 돌아가려는 이쿠이나를 불러 세운 참이었다. 둘은 부엌의 커다란 식탁을 사이에 둔 채 서로 마주 봤다.

 

“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잠시, 하고 싶은 게 있는데.”

 

이쿠이나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토와의 목소리가 평소와 같이 건조해서 어떠한 조짐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 손을 보여 달라는 토와의 말을 순순히 따랐고 토와는 이쿠이나가 손을 건네기까지 이렇다 할 표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쿠이나는 말없이 자신의 손등을 바라보는 토와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졌다. 이변은 평소와 같은 일상에서 갑자기 시작됐다.

 

“나와 같아지고 싶다고 했던가.”

 

예기치 못한 강렬한 통증이 이쿠이나의 손을 관통했다. 토와가 손에 쥔 과도를 이쿠이나의 손등에 단숨에 박았다. 그 행동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이쿠이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칼날이 파고든 게 자신의 손등이란 게 믿기지 않아 이쿠이나는 타인의 신체를 보는 것처럼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아, 아윽, 토와, 씨, 잠깐, 아…아악!”

 

 

뒤늦게 비명을 지르자 느껴지지 않았던 고통이 그제야 가중되는 것 같았다. 토와는 이 모든 일의 주범인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토와 씨, 제발 놔주세요!!”

 

이쿠이나는 토와의 완력이 이렇게나 굳건할 줄 몰랐다. 그 사실을 이런 식으로 깨닫게 된 것이 몹시 절망스러웠다. 토와는 책상에 매달리다시피 엎어져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쿠이나의 손목을 놓치지 않았다. 토와는 이쿠이나의 손목을 도망치려는 실험 표본처럼 드세게 책상 위로 고정했다.

 

“이쿠이나.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

“토와 씨 제발!”

 

이쿠이나가 덫에 걸린 동물처럼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 반동으로 식탁 위에 놓여있던 치우지 못한 식기나 잡다한 것들이 시끄러운 소릴 내며 떨어졌다. 어느새 이쿠이나의 피로 식탁 위가 흥건했다. 손등을 기점으로 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이쿠이나는 이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감각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죽고 싶었다. 이런 일을 겪고 있는 게 자신이 아니길 바랐다. 그래,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내가 아니다. 더럽고 너저분한 거실도 이질적으로 선명한 피도 나는 모른다.

 

“이쿠이나!!”

 

토와가 돌연 큰 소리를 내 이쿠이나는 불행하게도 다시 현실로 끌어올려진다. 이쿠이나는 물 위로 던져진 것처럼 헐떡거렸다. 두 사람의 시선이 처음으로 맞부딪혔다. 이쿠이나는 거의 울고 있었다.

 

“고통에서 도망치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아.”

 

토와의 낮은 목소리가 선명했다. 다정함이라곤 느낄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선언과 같은 결연함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 강렬함에 압도당한다. 이쿠이나는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토와의 뒷말만을 기다린다.

 

“궁금하다고 하지 않았었나?”

 

토와는 일자로 하얗게 흉터가 남은 손등을 이쿠이나에게 보였다. 이쿠이나의 눈빛이 일순 동요하는 기색을 띠었다. 고통 속에서 토화의 발화만이 의미를 가졌다. 이쿠이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샌가 비명도 그쳤다.

 

“지금부터 그 얘길 해볼까 하는데. 네가 고통에 기절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토와는 그제야 입꼬리를 울렸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쿠이나를 도발했다. 순순히 따라올 수 있을지는 온전히 이쿠이나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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