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GO 아마살리

부디, 기적을.

[FGO] 아마살리

불가역폐기공 이드(일그오 최신스토리)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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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리 선생님!

아아, 누가 나를 살리에리라고 부르는가! 그 이름은 안 된다.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마라!

살리~에리! 선생님!!

"으,..으음."

살리에리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회색 하늘이었다. 먹구름이 낀 흐린 하늘. 그리고 잠시 후 그것과 대비되는 흰색 머리카락이 시야를 메웠다.

"살리에리 선생님!"

그 말과 함께 띵가띵가 우쿨렐레의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응, 아마데우스야! 선생님, 운동장에서 잠들면 어떡해! 그러다가 입 돌아간다고~"

"...너였나."

"당연한 거 아니야? 사랑하는 살리에리 선생님께서 입 돌아가기 직전인데, 애제자가 걱정할 만도 하지 않겠어?"

"누가 애제자라는 거냐."

살리에리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확인했다.

운동장에 있는 커다란 시계로 시간을 보아하니 방과후였다. 잠시 머리가 뿌옇다가 기억났다. 마스터가 수업을 듣고 있을 시간이어서 잠시 벤치에서 쉬다가 잠들어버린 모양이다. 살리에리는 거친 나무 의자의 등받이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어쩐지 나온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아마데우스를 바라보았다.

"넌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신에게 사랑받은 남자여."

"당연히~ 살리에리 선생님이 걱정돼서! 같이 있었지. 봐봐, 살리에리 선생님이 일어나도록 모닝콜을 연주하면서 말이야!"

"불필요하다. 나를 위해 그런..."

"무슨 소리야, 살리에리 선생님은 음악을 사랑하잖아! 내가 노래를 들려주면 항상 기뻐했잖아. 예쁘게 웃어주면서 말이야."

"그..그랬나. 큼큼." 아마도 이 세상의 살리에리 선생님이란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자신은 칼데아의 살리에리니까. 신에게 사랑받은 남자를 죽이는 자. 회색 남자.

지금의 자신에겐 음악은 불필요했다.

"용건은 끝났나? 나는 이제 가 보려고 한다만."

"잠깐, 잠깐. 선생님."

"음?"

아마데우스는 갑자기 한 팔동작으로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몸의 앞면으로 가져왔다. 그리고는 그 안을 열심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어디 있더라. 어디 있더라...이건...아니고. 이것도..아니고."

"대체 무슨 일인가, 아마데우스? 나는 바쁘다."

"아, 찾았다!!" 아마데우스는 가방 속의 무언가를 잡은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께 주고 싶은 게 있어!"

"뭔가?"

아마데우스는 과장된 몸짓으로 그의 책가방 속에서 어쩐지 납작한 파란색 생장미를 꺼냈다. 아마 교과서 등에 눌렸던 모양이다. 아마데우스는 그걸 보고 살짝 당황하고는 장미를 세로로 눌렀다. 그리고는 눌린 꽃잎 하나하나를 정돈하고는 살리에리에게 장미를 건넸다.

"여기,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이야!"

"이건 뭐냐."

"선생님이라면 이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

"꽃을 말인가?"

"음. 선생님은 파란 장미의 꽃말을 알아?"

"꽃말? 꽃에 의미가 있는 건가?"

"맞아! 선생님, 파란 장미가 만들 수 없다는 걸 알아?"

"호오. 그러나 지금 여기 앞에 있지 않나."

"이건 흰 장미를 염색한 거야! 그래서 푸른 장미는 신비로움이나 불가능의 상징이야."

"그런가."

"선생님, 그래서 푸른 장미를 얻으면 소원이 이뤄진대." 아마데우스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난 선생님의 소원이 이뤄졌으면 좋겠어. 그게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라도 말이야."

"..."

"그런 의미의 꽃이야! 하하, 나 치곤 너무 진지했나? 그래도 받아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을 위한 내 마음이야."

"마음..."

"그런 거야! 그럼 안녕, 선생님! 내일 보자!"

그리고는 아마데우스는 떠나갔다. 살리에리는 혼자 꽃과 함께 덜렁 놓여졌다. 살리에리는 파란 장미를 내려다보았다. 흰 장미를 염색한 것 치곤 굉장히 선명한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이런 것, 이런 것은..."

회색의 남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이미 인간이 아니다. 아아, 아마데우스. 너는 어째서 나를 인간으로 대하는가.

"그러나..."

지금은, '살리에리 선생님'에 동화해서인지 마음이 안온하다. 살리에리는 장미의 냄새를 맡았다. 달콤한 냄새가 나면서 기분을 돋구었다. 살리에리는 미소지었다. 저 천재에는 역시, 당해낼 수가 없다.

그는 정장의 안쪽에 푸른 꽃을 끼워 넣었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라..."

소원, 그는 소원이 있을 터였다.

소원. 소원.

아아, 떠오르지 않는다.

뇌 속이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불명확했다.

"그러나...나중에는 기억날지도 모르지."

자신에게 소중했던 것이. 자신에게 모든 것이었던 것이.

그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얼터와 마스터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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