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네즈 드로스트
네오플사 온라인 게임 사이퍼즈 기반 드림주
(햄님 제작)
Vol. ??? 예지 능력자
별의 궤적이 만든 것
정보 제공자, 라네즈 드로스트 (예지 능력자)
아… 반가워요. 당신이 수장님께서 말씀하신 기록관인가요? 여기 앉으시면 되겠네요. 오늘은 제 능력을 기록하러 오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지금부터 시작하면 될까요? 누군가에게 제 능력을 이렇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는군요.
이야기 전 한가지만 여쭤보도록 하죠,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는 말을 믿으십니까? 오랜 세월을 걸쳐 이어진 기술의 발전과, 놀라운 발명들. 그리고 손끝에서 하나하나 펼쳐지는 예술들은 충분히 그 주장을 뒷받침해줄만 하죠. 저는 인간이 언제나 놀라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요? 오늘은 제가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거든요.
재앙의 전조
그 때가… 1905년이었죠, 10월 20일. 저는 쌍둥이 형과 함께 태어났습니다. 라네즈 르루아라는 이름을 받은 아이는 별 탈 없이 잘 자랐습니다. 그는 자주 멍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크게 문제는 없었죠. 나기를 워낙에 긍정적으로 태어났으니, 딱히 미움을 받는 일도 없었습니다.
다만 한가지 문제라고 할만한 게 있다면, 제가 조금 크고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게 된 직후부터 종종 주위의 공기가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중력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 능력은, 제 인생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끽해야 능력을 좋게 보지 않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는 정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적어도 아주 어린 시절에는, 말이죠.
그것이 제 인생의 모든 이야기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어릴 적 꿈을 자주 꾸었고, 그 꿈들은 앞으로 저에게 일어날 일을 가르쳐주고는 했습니다. 흔히 예지몽이라고 하죠. 그 예지몽들은 위협적이지 않은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저는 크게 불편하거나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길 가다 누군가가 넘어지는 꿈이라거나,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를 누군가가 내려주는 꿈 같은 것들이었죠. 멀리는 아예 모르는 사람을, 가깝게는 가족에 관련된 꿈을 꾸고는 했습니다. 스스로와 관련된 꿈도 꾸고는 했죠. 그 예지몽이 가르쳐 준 사건은 반드시 일어났으나, 청소년이 될 때 까지도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그것들조차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빛의 흔적
제가 열 다섯이 되던 해, 저는 하나의 꿈을 꾸게 됩니다. 계절이 언제였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군요. 아주 깊은 밤, 잠에 빠져든 저는 너른 철문 앞에 서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손도 잡지 않은 채로 절 외면하고 계셨고, 어리지만 기품있는 아가씨. 네, 저희 가주님과 집사. 그 두 사람이 서있었습니다. 저를 훑어보는 시선은 지금까지 제가 겪어보지 못한 시선이었습니다.
" 이 아이인가요? "
" 그렇… 그렇습니다. "
긴 말을 하지 않고 절 훑어보는 시선이 무섭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죠. 아무리 능력자라도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이 무섭지 않을 리가 없지요.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절 갈기갈기 찢는 느낌이 들어, 저는 유일한 버팀목인 아버지의 옷깃을 잡고자 했죠. 하지만 아버지는 제 손을 내쳤습니다. 그 순간 마주친 표정에서 우러나오는 경멸과 공포를 마주한 저는 손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죠. 이후, 손으로 제 등을 떠미는 아버지께 그대로 밀려났습니다.
" 아이는 확실히 인계했으니, 보상이 필요하겠지요? "
" 예, 예예. "
" 곧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
아버지는 가주님의 말씀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돌아가라는 가주님의 축객령에 아버지는 등을 돌려 그 공간에서 벗어났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에 사로잡힌 저를, 가주님은 그저 바라만 보다가, 제게 나직하게 속삭였습니다.
" 당신은 이제 드로스트의 일원입니다. "
" 네…? "
" 이제 당신은 라네즈 르루아가 아닌, 라네즈 드로스트라는 소리입니다. "
" … "
" 본인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는군요. "
그럼 이만, 가주님은 그 한마디와 함께 등을 돌려 저택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어 집사님도, 안내는 저택에 들어오면 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들어가셨죠. 넓은 정원과 굳게 닫힌 철문. 저 멀리 굳건하게 서 있는 저택까지. 온 세상이 제자리를 찾고 있는데, 저는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기분이 들었지요. 온 세상이 모두 나를 저버린듯한 그 느낌과 함께, 저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그 당시 창문 밖으로 비추던 달빛이, 저의 시야를 감싸주었죠.
그때의 저는 아직 라네즈 르루아였습니다.
아직은요.
초신성
그 때 느낀 외로움이 무색하도록, 일년은 빠르게 흘러갔습니다. 꿈과 똑같이 그대로 저는 드로스트의 일원이 되었고, 일원으로써의 삶을 정확하게 찾아갔죠. 별을 제법 좋아하던 저는 천문학자가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제 능력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었죠. 비록 대외적으로 저는 비능력자였지만요. 그렇다고 제 예지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지몽은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횟수가 잦아졌죠. 드로스트에서, 당시 제 능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저 조차도 몰랐으니까요.
당시에, 저는 제 형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제게는 비능력자인 쌍둥이 형이 있었다 말씀드렸지요? 하지만, 제게는 형 말고도 능력자인 남동생이 둘이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 둘은 왜 두려워하지 않았는지… 짐작은 가지만 제 입으로 말하고 싶지는 않군요. 그렇기에 형은 제 소식을 상당히 궁금해했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외부와의 소통을 철저히 통제하던 가주님께서, 제게만은 예외를 두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드로스트에 들어가서도 형과 편지로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고는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스물 다섯살이 된 저는 하나의 꿈을 꾸게 됩니다. 어린 동생들이 괴한에게 납치되어, 부모님과 형이 자책과 슬픔으로 가득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급하게 눈을 뜬 저는 몸을 일으켜 꿈을 되새겼습니다. 제가 아무리 드로스트의 일원이 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가족을 사랑하던 저는 마음이 조급해졌죠. 결국 저는 급하게 준비를 마쳐 방을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가주님의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몇 번 두드리지 않아 허락이 떨어졌고, 가주님을 마주한 저는 그간 가지고 있던 염동 능력이 아닌, 제 예지몽에 대한 사실을 밝혔습니다. 더해서, 그 일을 막기 위해 프랑스로 다녀오고 싶다, 이 예지는 당신을 위해서 쓰겠다는 말과 함께요. 모든 이야기를 들은 가주님은 굉장히 여유로운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가주님은 그 여유로운 모습으로 저의 프랑스행을 허락해 주셨습니다. 마치 모든 것을 다 예상하신 듯한 모습이었죠.
저는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르루아 의원의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세 아들과 함께 있는 그는 굉장히 행복해 보였습니다. 저와 마주한 그는 두려움에 몸이 굳었으나, 미래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잠긴 저는 그런 모습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그를 붙잡고 한번만 제 말을 믿어달라고, 당신의 아들이 위험하다고. 그렇게 애원했습니다. 그는 제 능력이 두려워 저를 버렸으나, 소중한 아들들을 잃을 수는 없었는지 제 이야기를 굉장히 잘 들어주었지요.
하지만 제 능력이 너무 뛰어났던 탓일까요, 아니면 정해진 미래를 바꿀 수는 없었던 것일까요. 제 남동생들은 사라졌고, 집안의 분위기는 무거워졌습니다. 저는 그 즈음부터 불안한 내용들이 머릿속을 잔뜩 채웠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처럼 장면들이 스쳐 지나가고,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그 목소리는 저를 이끌어 주었습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듯, 제 걸음은 목소리를 따라 옮겨졌습니다.
' 이쪽, 이쪽이야. '
걸음의 끝에는 사용한지 굉장히 오래 되어보이는 폐공장이 우뚝 서있었습니다. 저는 당연하게 공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동생들을 구하고 싶었으니까요.
폐공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좀 더 나았을까요? 그 안으로 들어간 저는 제일 먼저 피비린내와 마주했습니다. 없는 정신을 챙겨 마주한 풍경은 끔찍하게 살해당한 동생들, 그리고 수 십명은 되어보이는 아이들의 시신이었어요. 네, 저는 한 박자 늦은 것이었어요. 흔들리는 시야로 동생들의 시신을 수습하려 했는데,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누구인지 짐작가시나요? 네. 그들은 동생들을 살해한 범인이었어요.
저는 그 이후,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이할 정도로 강한 능력이 몸 안에서 터지는 느낌이 들었고, 제 기억은 그대로 끊겼습니다.
섬광의 전언
정신을 차렸을 때, 제가 들어갔던 공장은 뼈대마저도 완전히 무너진 먼지구덩이였습니다. 그 사이에 굴러다니는 것은 사람이었던 것의 잔해였죠. 그 아수라장 사이에서, 멀쩡한 것은 오로지 저 하나였습니다. 양 발로 디디고 있는 것은 땅이 맞는가, 이 손은 내 손이 맞는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으면 누가 저를 때리기라도 한 듯 머리가 띵해지고, 시야가 기이하게 흐려졌습니다.
머릿속에 남은 것은 웃음소리였습니다. 어린 아이일까? 다 큰 성인의 목소리일까? 당시의 제게 그런 것을 분간할 정신 따위는 없었습니다. 시끄러워, 입 닥쳐. 그저 그런 험한 말을 짓이기며 머리를 쥐고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는 것. 그 이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비명 속에 담긴 염원이 닿기라도 한걸까요? 웃음소리가 그대로 뚝, 멈췄습니다. 제가 진정되었다고 생각한걸까요? 머릿속의 목소리는 다른 단어를 내뱉었습니다.
' 너는 빛을 잃고, 나를 얻게 될 거야. '
그 목소리는 제 목소리였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가 받아들이기도 전에 푸르렀던 눈빛이 고통과 함께 하얗게 타들어 갑니다. 뜨거운 열기가 제 눈을 감싸고, 눈물은 그 열기에 말라붙어 흐르지 않습니다. 결국 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입이 말라 눈을 떴을 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제 눈앞에 있는 것은 운명이 잔뜩 적혀있는 양피지, 그 주위를 채운 깃펜과 잉크, 가위가 전부였으니까요. 그 모든 것들은 저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었고, 쓰고 자를 수 있었습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새로운 눈과 능력, 나는 운명을 다스리는 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을요. 그것은 제 본능이자 운명이었습니다.
이후, 드로스트로 돌아간 저는 천문학자로써의 삶을 그만둡니다. 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해두도록 하죠. 드로스트로 돌아온 저는, 그제서야 미뤄두었던 능력자 등록을 하게 됩니다. 이전에 몇몇이 알던 염동력이 아닌, 예지 능력자로써요.
…여기까지입니다. 말이 길었는데 잘 적으셨는지는 모르겠군요. 제가 가주님께서 만족스러워 하실 만한 이야기를 한 것이면 좋겠네요. 만족하실거라고요? 그럼 다행이군요.
그럼, 저는 다음 일이 있어 이만 가주셨으면 합니다.
안녕히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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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문서
요기 라즈, 지하연합의 스카우터 리포트
그는 생각보다도 더, 굉장히 서글서글 하다 못해 멍한 이미지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순한 이미지인데, 시작과 맺음이 깔끔하다. 역시 드로스트의 일원이라는 것일까? 그들의 유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파고들 틈이 있다면, 그래서 그가 우리의 편이 된다면, 더 이상의 희생은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그 생각만으로도 도전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본다.
브뤼노, 헬리오스의 스카우팅 노트
그의 능력은 절대적이다. 타인의 운명을 예견하고, 그 운명을 마음대로 재단할 수 있는 듯 보인다. 그 모든 것들이 절대적인 승리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닌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능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더 탐이 난다. 어떻게 하면 그를 손에 넣을 수 있을까? 그가 가장 갈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드로스트는 그것을 충족해주고 있는가? 그것을 안다면, 우리가 그를 포섭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그를 가지면 헬리오스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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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구님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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