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홈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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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얼마쯤 하려나?’ 아멜은 본래는 셋째에게 보내주어야 했을 화구를 집어 들었다. 고급품에 새것이니 이것 또한 전당포에 맡겼을 때 꽤 값을 쳐 줄 터였다. 이 화구는 셋째가 받은 선물이었다. 첫 번째로 띄웠던 상선이 돌아온 직후, 그러니까 행운에 가까운 성공을 거둔 덕에 재정이 얼마간 여유로웠을 때 아버지가 기분 내듯 사 준 물건이었다. 이런 거 살 시
3월 19일, 오전. 아멜은 날이 서 있었다.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는 것을 저 스스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민한 상태였다. 요새 집에 수시로 찾아오는 ‘빚쟁이’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정중한 태도로 대금을 언제 치를 수 있겠느냐고 물었던 고리대금업자들이 요즈음에는 아예 태도를 바꿨다. 덩치 좋은 시정잡배를 대동하고 찾아와서는 집안을 진흙 발
덕분에 몇 해 전에 왕실에서 더는 신년 무도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했다던가. 덧붙여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는 동안도 내내 그 가면을 쓰고 다녔다고 들었다. 그 정도면 그냥 가면 그 자체가 본인의 얼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기야 본인의 데뷔탕트에서도 그 가면을 쓰고 온 사람이니 더 말해서 무엇할까. 고집도 고집이지만 퍽 고약한
제 1장, 청혼과 결혼 지금으로부터 2달 전, 3월 19일. 저녁. 그날은 꽤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오랜만에 백작가에 ‘진짜 손님’이 방문한 날이기도 했고, 루체스티어 백작가의 장녀인 아멜리아나 린지아 루체스티어가 폭발 마법 같은 발언으로 우중충한 저녁 식사 시간을 뒤집어 놓은 날이기도 했다. 아멜리아나 린지아 루체스티어, 보통 애칭인 아멜로 불리는
오전 내내 몰아치던 눈보라가 잠잠해졌다. 오후가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었다. 막 출발했을 땐 코앞도 안 보일 정도로 어둑했던 하늘이 신기할 정도로 맑아졌다. 군데군데 구름이 떠 있긴 했으나 해를 가릴 정도는 아니었다. 창을 살짝 열자, 햇빛과 함께 찬바람이 들이닥쳤다. 피부를 베어내는 듯한 한기에 다시 창을 닫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설원 저 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