虺龍

이시미, 미리, 영노, 강철이, 바리, 훼룡, 이룡 ... 또는 이무기.

맢42 연성 by 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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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무슨 일인가.

무슨 일이냐니? 네놈이 나를 부르지 않았더냐.

뭐어, 연장자 된 도리로 옛이야기라도 하여 볼까. 어떠냐? 우화 한 편을 들려주마. 네놈이 재미있어 할 만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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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세계에는 네 마리의 금수일 법도 한 신이 있었다. 이들을 사방신이라 불렀다지.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서현무의 넷 말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금수와 다를 바 없었다. 단지, 제 각자의 이능이 있을 뿐이었다. 주작은 화마를 다루어 그 총탄에 불길 어렸고, 청룡은 물을 다루지만, 그 힘이 강해 조절하지 못할까 저를 얽매었지만 그래도 강했지. 백호는 산들바람으로 다친 이들에게 의술을 행하였고. 현무라, 그것은 대지의 기운을 받아 제 자신을 지키는 힘이 있었더라. 그래, 여기서 의문.

어찌 현무란 것은 본디 대가리가 둘이나, 이곳의 현무는 거북 대가리뿐이더냐?

답은 간단하다. 뱀 대가리가 제 처지를 싫어하기 때문 아니느냐. 그래, 이 네 신이 그대로 금수의 생각 유지한다면 필시 인간 세계에 큰 재앙 닥칠 것이니, 점차 이성을 일깨웠지 않더냐. 이 뱀 대가리는, 제 짝인 거북 놈보다 먼저 그 이성이란 것을 깨웠으며, 거의 그 즉시 제 처지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저는 이리 한 몸에 두 놈이 사는 것이 싫었으니, 그리하면 어떠하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더냐?

그래, 퍽도. 그러다 이 뱀이 생각한 방법. 바로 모든 뱀들, 그러니까 금수에게조차 주어지는 하나의 방법. 바로 천 년을 묵은 이무기가 되어 용으로 승천하는 것 아니겠더냐. 뱀은 바로 이를 실천에 옮겼고, 그때까지 깨어나지조차 못한 제 반쪽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저 혼자 그 몸에서 수행을 시작했다. 몇 천년이 지났으니, 뱀은 드디어 이무기가 되어 그 갑갑한 곳에서 떠났지 않느냐. 그리고, 그때쯤 그 거북이 놈이 잠에서 깨었고 말이지.

다시 천 년이 지났다. 이제 이무기가 된 뱀은, 승천하여 백룡이 되었다.

허나, 저 천상계의 일들도 필시 이무기의 성에 차지 않았음이라. 천상의 신들은 처음부터 그리 신이었으니, 그 오만함이나 웬만하겠는가. 그러나, 이 이무기란 것도 원래는 신인 현무의 일부. 제 자존감도 원래 신이었던 자들 못지 않았겠지. 천상의 신들은 금수 출신의 것들을 멸시했으니, 이무기의 처지가 더하겠는가? 이에 환멸을 느꼈을 이무기는, 제가 아끼고 아끼어 갈고 닦아야만 하는 여의주를 제 스스로 깨뜨려 버렸다지.

그리고 그대로 천상계에서 제 몸 이끌고 떠나 강 한쪽에 눌러앉았고 말이야.

한편, 제 반쪽과 찢어진 현무도 제대로 된 대우는 받지 못했겠지 않느냐? 아무래도 반쪽짜리이다 보니. 허나, 듣자하니 그 현무놈은 제 친우들, 그래, 다른 사방신들과 만나 인간을 위해 살며 공덕을 쌓았다더라. 그리하여 제 반쪽짜리 인생 채우려 한 것이지.

이무기가 사방신들을 그리 다시 만났을 때 어찌했겠느냐?

저도 싫었겠지. 특히, 세상 모든 용들의 대장이라는 청룡놈이. 그래, 제가 그리 수련하여 제 성질 바뀌었으니 필시 그놈처럼 물이 되었어야 옳더라. 허나 이 이무기란 것은, 썩어버린 물과 같으니. 그 물의 성질이 맹독으로 바뀌었겠지 않느냐? 그리하여 그렇게 강에 독을 풀고, 많은 인간놈들을 죽거나 아프게 하여 아예 사방신들과 척졌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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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서. 요지는?

요지랄 것도 없지. 그저 옛이야기일 뿐이니. 더 해줄 말이 없다면 이만 자리를 뜨겠네. 참, 그것 아는가?

..하아. 무엇을. 말해주지 않으면 아는가?

건너건너 들은 소문이네만, 그 이무기는 아직도 제 행동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지 않는다네. 제 생각으로는, 글쎄. 인간놈들은 저와 같은 신을 섬기는 놈들. 그러니, 제가 이리 막 다루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더라.

그런가. 그래, 그럼. 잘 알았다.

..그럼. 이만 실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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