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결핍
스파이, 그리고 포교된 도둑.
(* 오픈채팅 盲目.님과 진행하는 갠역 백업본입니다. 갠역 진행중이므로 갑작스럽게 추가될 수 있습니다. / 포교라는 소재 전제 하에 사이비 종교, 시리어스한 느낌 있을 수 있습니다. 열람 시 주의 부탁드립니다. / ‘ㅡ'가 있을 경우 시점이 바뀌는 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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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내리는 죄악을 오늘도 사뿐히 즈려 밟은 채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다니는 업무를 시작했다. 그를 위해선 이 정도 목숨 따위는 보잘 것 조차 없으리. 친우가 신념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저도 신념을 가장한 범행을 저지른다. 그럼에도 일말의 죄책감은 없다는 듯 묵묵히 일을 수행한다.
" ... "
커다란 교회. 언뜻보기엔 지극히 정상적일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회를 조사하러 온 것은 보통은 아닌 곳이기에 그랬다. 모두가 이 교회의 우두머리를 듣고 곧이 곧대로 믿고 따르는. 마치 주술적인 것에라도 홀린 듯한 모습을 보았기에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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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교회의 지붕에 올라서서는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끔 구두를 벗고 두손으로 꼭 쥔 채 사뿐히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청을 위해서 자리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이 것이 보스에게 도움이 될 정보이기만을 이제는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나는 그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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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마스크 코까지 올려 썼다. 평소보다 푹 뒤집어쓴 모자, 그리고 올려 쓴 마스크에 눈만이 빛을 내고 있었다. 지금 제가 하려는 일은, 글쎄... 들키면 혼나는 것보다 심할 테다. 어쩌면 제 심장에 총알 박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될지도.. 머리 가로저으며 이상한 생각 멈춘다.
보스는 물론 좋은 사람이다. 갈 곳 없는, 심지어 자기 주머니를 털려다 걸린 제게 잘 곳, 살 곳, 할 일까지 주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다일까? 지금 행복하다고, 이후의 행복까지 보장받을까?
제 가치관이 바뀐 것은 어느 남자를 만나서였다. 처음에는 경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교회의 교주. 심지어 시티에는 가짜라는 소문이 허다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의 말은 진짜 같았다. 아니, 진짜였다. 이 시티에 구원이, 그리고 이후에는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그 말.
제 딴에는 그 말이 믿음직했으니, 이렇게 제 행태 숨기고 교당에 발을 들이는 것이리라. 바다처럼 푸르렀던 눈동자에 햇살같은 금빛 잠시 어른거렸다. 그러다, 교당 근처에 오면 다시 주위를 흘끔 보았다가 슬쩍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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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리던 끝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교회로 향하는 것을 듣고선 지붕에서 밑을 확인했다. 모자를 쓴, 어떤 소년. 처음 보는 소년의 모습은 낯설지 않았다. 되려, 익숙하기까지 했다. 저가 아는 소년은 오로지 한 사람 뿐이었기에 아닐거라고 완강히 부정하며 지붕에서 사뿐하게 뛰어 내려왔고 교회의 창 밖에서 몸을 벽면에 착 기댄 채로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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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눈에 익은 실루엣이 점차적으로 자신이 아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다가왔을 즈음에 들던 생각은 ' 보스에게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할까? ' 였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례적인 사례였다. 보스가 말씀하시길, 노란빛이 도는 그 남자를 조심하라고 하였으나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보스를 위해선 처리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간의 정을 무시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그렇기에 소년에게 한걸음 다가가 용서의 길을 먼저 열어주기로 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설득. 더 나아가자면 협박이었다. 그러나 이게 유일한 수단임을 어쩔 수 없이 긍정하고선 발길을 옮겨 교회의 입구에 발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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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둑 씨. 설명해보시죠. "
제발 아니라고 잡아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빌고 빌었다. 발악이라도 해리라고, 오해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큰 오해라고 자신을 믿어달라는 말이라도 해주길 바랬다. 기대가 눈망울 안에 담긴채
" 아니죠? "
라면서 정답이 있는 질문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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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당. 교당 안쪽에 들어와서는 마스크 전처럼 턱에 걸쳐 내린다. 분명 오늘일 텐데, 왜 보이시지 않을까. 잠시 안쪽을 두리번대다, 누군가가 움직이는 소리에 제 시선 창문 쪽으로 잠시 돌렸다.
" ..아무도 없는데, 뭐지. "
다행인지 불행인지, 널 발견하지는 못했던 듯 다시 창가에서 고개 돌려 교당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저기, 아무도 없어? 하는 소리가 교당 안쪽으로 울려퍼졌다.
" 날을 잘못 안 건가? "
분명 그분께서 말해주신 날짜는 오늘이었는데. 될 대로 되라는 듯 교당 한쪽 벽에 기대어 한숨 쉬었다. 별 수 없다, 오랜만에 제 팀- 그러니까, 보스도..누나들도, 아저씨들도- 모두 아지트에 없는 절호의 기회니까. 잠시 외출했다!라고 하면 다들 이해해줬으니 말이다. 이럴 때 오지 않으면 언제 올까. 그분께서도 괜찮다고 해주셨는데, 왜 보이지 않는 걸까.
그러다, 순간 문간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몸 돌려 너 마주했다. 당황한 듯 크게 뜬 눈에, 너 보는 제 몸이 파들, 떨리고 있었다. 마치 네가 왜 여기 있냐는 듯, 그런 눈빛으로 너 쳐다보다가 마침내 입 열어 말했다.
" ..누나? "
저 물음표에는 필시 많은 뜻이 있을 것이었다. 왜 여기 있느냐, 아니면.. 나는 널 여기서 보기 싫었는데. 그것도 이런 상황으로. 라는 뜻일까. 그러다, 네 질문 듣고는 제 눈동자 데굴 굴렸다가 대답했다.
" ....아니긴 뭐가. 누나, 누나도 알잖아. 진짜로 구원이 있다는 거. 보스는, 좋은데..좋은 사람이긴 한데... 그날이 오면 심판당할 거래. 난, 나는.. "
네 눈 피하듯 눈 굴려 바닥 보며 대답하다, 일순 말을 멈추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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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잘못 안 건가? 라고 되뇌이는 그의 질문에 알 수 있었다. 이미 그는 꽤 이 곳의 신도가 되었다는 것을. 분노가 느껴진 것도 아니었다. 슬픈 것도 아니었다. 사실은 이쯤 되면 감정을 모르겠다. 복합적인 감정들이 서로의 주장을 하며 나를 두고 다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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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한마디는 했었어야지. 적어도 사람이라면, 그 분이 살려주신 것이라면. 그 분께서 재능을 알아보시고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하시고 목숨을 살려주신 것이라면 부정이라도 했어야지. 어떻게... 적어도 그간의 정이 있었다면 그러진 말았어야지. 그럼에도 그 분을 보고 좋은 분은 맞다며 구원따위를 연연하는 도둑을 한참동안 공허하고 배신감이 찬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감정을 천천히 억눌렀다. 입구가 막힌 피스톤 마냥, 더 이상의 감정이 막혔을 쯔음에 도둑에게 한발짝씩 가서는 그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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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이 수긍하시네요. 아니길 바랬어요. "
한마디를 꺼내고선 칼을 바닥에 던졌다. 선택하라는 듯한 눈빛을 지그시 건네며.
" 목숨 살려준 사람 따로, 믿는 사람 따로. 헤픈 모습은 우리 조직과 어울리지 않다는 걸 알잖아요. "
친절하고 상냥한 목소리 끝에는 약간의 죄책감과 원망, 때 묻은 슬픔까지 담겨있었다. 가장 처음에 들어온 보스의 바로 밑에 있는 부하로써의 일을 완벽히 하지 못했으며, 그에게 아무도 일말의 신경 조차 쓰지 않았다는 것까지. 처절하게 감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 그러니 선택하세요. 죽음으로서 보스에게 속죄하시던, 다시 돌아옴으로서 이 종교의 수장을 배반하시던. 후자를 선택하시면 보스의 귀에 이 일은 안 들어갈 가능성이 크겠죠. "
그가 옳은 선택을 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후계자 자리에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스에게 훈련까지 받아 총을 다룰 줄도 알테니. 그는 분명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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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네 눈 마주치지 못하고 애꿎은 제 눈동자만 굴려댔다. 이곳에서 너 마주칠지 몰랐다는 듯, 어느새 뒤로 숨긴 제 손의 손가락 꼼지락대면서.
하지만, 역시.. 그분의 말이 맞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다. 그분의 세상이 오면.. 제 보스같은 악인들은 징벌받을 거고, 그러면.. 저를 챙겨줄 사람 따위 다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다시, 그때 골목에서 살던 그때처럼 돌아가야 하는 것이라. 저는 그런 시절로 돌아가기는 싫었으니까. 대응책을 선택했을 뿐이다. 최소한 이후에도 제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쫓아.
" 누나, 하지만.. 내 말 좀 들어보라구. 보스가 좋은 사람인 건 알아. 날 살려줬잖아. 근데, 만약 그분이 말하는 새로운 세상이 진짜라면?..그러면, 그때는.. 보스가 없으면, 난 어떡하라는 거야? "
챙. 대리석 바닥에 쇠가 떨어지는 소리. 네가 칼 제 앞에 던지자, 흠칫 하고는 뒤쪽으로 물러섰다. 물론 네가 저를 직접 해칠 생각이 없다는 사실 알고는 다시 조금 다가오긴 했지만 말이다.
" ...난, 누나.. 우리 이렇게 안 싸웠으면 좋겠어. 이참에, 누나도.. 함께했으면. 모두가 행복하대, 그 새로운 세상에서는. 그냥, 누나도.. "
아직까지도 너와 눈 마주치지 못한 채 중얼거리듯 말 꺼낸다. 제 딴에는 갈등하고 있으리라. 제게 현재의 모든 것을 준 사람, 그리고 제게 미래의 행복을 보장해준 사람.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니,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렇게 네게 말하고 나서는 입 꾹 닫고는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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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딴 벌레보다 못한 녀석의 아부따위에 넘어간 도둑을 바라본다. 그래, 다 좋아. 넘어갈 수 있다 하자. 하물며 과거에 맹자든 순자든 가설을 세워내면서 유명해진 인물들이 아닌가? 모든 가설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게 없다면, 그것은 실로 인정받을 수 없다.
" 그럼 묻죠. 그분이 말하는 세상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요? 그 때엔 보스가 없을거라는 증거는요? "
헛된 꿈은 여기까지다. 내가 봐줄 수 있는 선도 여기까지다. 세로운 세상? 싸우기 싫어? 말도 되지 않는다. 그는 나의 구원자를 모욕하는 짓을 했으며, 우리를 배신했다. 함께 해 온 시간이며 재화며 모든 것은 그가 직접 놓아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용서할 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힘들다고 보아야지.
" 증명할 수 있는 게 없다면 전자를 선택한 것으로 치부하고 처리하고 가겠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지체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주셨으면 하네요. "
칼에 비친 너의 얼굴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금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했고, 이렇게 만나서 분노했으며, 그럼에도 돌아와주길 간절히 빌었다. 아니, 심지어는 자신의 구원자를 위한 일을 오늘 하루만 하지 않았더라면? 지목한 조사 대상을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했더라면? 그랬으면... 우린 괜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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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입술 꽉 깨물다 순간 흠칫, 한다. 네 서슬어린 목소리가 무서웠던 건지, 아니면 제 행동에 제가 찔렸던 건지. 깨물던 입술 아랫부분에서 선혈 배어나왔다. 그러다, 네 질문에 입 열어서는.
" ..그렇지만, 그분께서.. 그분의 구원이 오면, 그날..악인은 모두 심판받을 거라고, 그랬단 말야. 난, 그러면.. 보스는 우리한테는 좋은 사람이지만 이 시티 사람 대부분한테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는, 보스가.. 없으면 더, 이상.. "
네 굳은 얼굴에 당황한 듯 목소리까지 떨며 말 이어간다. 아무래도, 어린 애는 어린 애인 모양이었다. 네가 그리 혼내듯 말하면 눈 커지다가, 눈물 방울방울 흘러내려 떨어진다.
" ..누나, 나는..진짜로, 보스도, 다 떠나가버릴까봐.. 난, 또 혼자 남기 싫어서.. 그것뿐이었는데. 그분은, 끝까지.. 나랑 같이 있어주기로, 했다구... "
네가 보는 쪽 보다가, 잠시 흘끗, 지나가는 시선으로 너와 눈 마주쳤다. 눈물 맺혀 반짝거리는 금빛 눈이 이질적으로 비추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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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혈을 보며 한 켠으로는 걱정을 했고, 한 켠으로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도 많았다. 복잡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품에 매달고선 위선이라도 떨듯한 좋은 사람을 구분하는 너의 기준에서 결국 우리는 쉬이 양날의 검을 쥐진 못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심판의 증거는요? 누가 심판하죠? 당신이 믿는 그 잘난 사이비가? 아니면 한참 전에 죽어버린 듯이 존재감도 없는 신이? 그것도 아니면 당신의 옛 아버지가? 도대체 누가요? 언제부터 그렇게 시민들에게 선한 마음을 갖고 보스를 평가하셨죠? 몇 분이라도 목숨을 더 붙이고 싶으시다면 그 입에 보스를 언급하는 일은 자제하세요. "
눈물을 흘리는 모습까지 봐버린 후에는 반쯤의 이성은 날아가있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어졌고, 추억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러다가도 떠나버릴 줄 알았다는 그 말에 반쯤 분노한 채 목에 핏대를 바짝 치켜세우고 입을 연다.
" 그 사람은 무얼 믿고 믿나요? 증거도 없이 타자를 믿는 것은 보스도 좋아하지 않으시고 더군다나 가장 처음에 그분이 당신을 살려주었다면, 온정을 베풀었다면. 당신이 사람된 도리로는 그게 아닐텐데요? "
금빛에 대해 평소에는 생각이 없었다. 아니 아예 관심 조차 없었다. 그딴 것에 감정을 소비할 만큼 나는 여유가 되지 않았기에.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유는 없다. 보스를 위해 정보를 캐야하고, 그를 위해 살아남아야한다. 그럼에도 조직원이 비추는 금빛은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나보다. 분노와 회의감을 넘어서서 이질적이고 적대감까지 극한으로 느끼게 된 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말을 꺼냈다.
" 어떤 선택을 하실거예요? 지금이라도 잘 선택하도록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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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선혈 흐르는 제 입술 다시 꾹 물다, 앗 따가, 하는 소리와 함께 입을 뗀다. 어느새 입술가가 선혈의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네가 그런 것 볼까 무서웠는지, 소매 들어 입술 박박 닦고는 손 내려 제 윗옷 밑부분 꾸욱 잡아눌렀다.
" ...나는, 그냥.. 누군가랑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이라구.. 그분이, 그렇게..그렇게 말했단 말이야.. 우리 아버지도, 보스도.. 없으면, 어떡해?.. 그럼, 난 어떻게 되는데?.. 나는, 더 이상.. 혼자 있기 싫단 말야. 누나도, 알잖아.. 응? "
그치만, 이라는 말과 함께 제 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 참을 수 없었는지 그대로 소리내어 제 울음 내어버렸다. 눈물이 조금 그치나, 그대로 흘러내리는 건 똑같으리라. 그러다 네 목소리 사이로 들리면 그 와중에도 입 열어 대답했다.
" ..그치만, 나도.. 듣고 싶어서 들은 건 아닌데, 이게, 은근.. 맞는 말 같다니까. 그래서, 그게.. 난, 아..진짜.. 와, 나 진짜 바보같겠다.. "
그렇게 제게 하는 말인지, 네게 하는 말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고서는 고개 푹 숙여 제 손에 얼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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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믿지 않았다는 듯한 그의 어조와 말 끝에 억눌러왔던 분노와 애증과 원한이라도 터진 듯이 말문이 트였다.
" 그럼 어쩔 수 없네요. 그 신이라는 작자인지 뭔지를 죽일 수 밖에요. 당신이 우릴 믿지 않았고, 생판 처음 보는 남부터 믿은 댓가정도로 생각하세요. 저희 팀은 말이에요, 위계질서도 엄격하고 애꿎고 때 묻은 소유 욕구까지 강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것 뿐이겠네요. 보스에게 언질 남기겠습니다. "
뒤로 돌아서선 그의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지금이라도 잘못했다면서 빌어주길 바랬다. 돌아와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루 이틀 본 사이가 아니라 몇년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면서도 맹목적으로, 필연적으로 주인을 배반한 사람까지 용서할 아량인가보다. 구태여 죽일 수 있음에도 그를 죽이지 않은 까닭은 그 아량일 것이다. 우리의 사이로 허들만 남은 듯한 느낌이 들자 가슴 한 켠이 심히 아려왔다. 결국에 나는 지키지 못했다. 보스의 도구를, 보스의 부하를. 나는 대외적으로 이 팀의 2인자 자리 쯔음에 속할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임무를 차마 완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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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제가 누나라 부르며 따랐던 사람이 제게 등을 돌렸다. 아무렴, 당연했다. 등을 먼저 돌린 건 저인걸. 그냥 저는 애정이 고팠을 뿐인데, 아,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선택한 길이 모조리 틀려버린 게 아닌가? 비뚤어진 애정을 받으려 이리 길을 틀었는가? 그러나, 저의 눈에는 이 황금빛 애정이 진짜 같았으리라. 핏빛 붉은색의 애정보다.
" ..누나! 잠깐만, 진짜!..내 말 좀 들어주라구, 제발.. 난 보스든, 누나든 배신할 생각 없었단 말야. 진짜라구. 그냥, 난.. 무서워서. 더 이상 혼자 남겨지는 건 싫어서.. "
네가 뒤로 돌아서자 그런 너 따라 뛰어가서는 네 옷소매 잡았다. 차마 손은 잡지 못하겠다, 제가 잘못한 것도 있으니. 그러다, 그 눈물 맺힌 눈으로 너를 빤히 보다 다시 말을 꺼냈다.
" ...누나, 누나가 보기에도, 나, 바보같지.. 사실 모든 걸 등 돌리고 혼자 남기로 한 건 나인데 말야. 우리 아빠도, 보스도... 다.. 내가, 선택한 건데.. 난, 왜 하나를 놓지를 못해서 이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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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옷소매를 잡자마자 온 몸에 전율이 가득히 퍼졌다. 순간적인 감정이 올라올 뻔 했지만 그것을 표현할 재간도, 이유도 없었다. 저릿해져오는 마음을 뒤로 하고 그에게 잡힌 채 그의 말을 듣다가 억눌린 답답함과 감정이라도 북받친건지 뒤로 확 돌았다.
" 이봐요. 애초에 우리를 신뢰 하지도 않은 사람이잖아요. 더 이상 이야기 할 가치가 무엇이 있죠? 당신이 그 상태로 있겠다고 선택한 지금은 더 이상 나아질 것도, 달라질 것도 없어요. 그러니까 이거 놔요. "
그러다가, 아니. 아니다.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선 눈 안에 원망만이 가득찬 채로 다시 너를 보았다. 그래, 이렇게 하면 처음부터 이야기가 편했을 것을. 도대체 무어가 두렵다고 피했을까.
" 저 칼. 저 칼로 이단의 수장을 처리하세요. 그럼 저도 용서할게요. 물론 보스도 용서하실 거예요. 우리가 주는 마지막 배려이자, 마지막 용서의 기회일 테니까요. 할 수 있냐고 구태여 묻진 않을게요. 하든 말든 당신의 자유이지만, 안 하면 우리는 그것으로 연이 끝날테니까요. "
그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안겨주었다. 어떻게 할텐가? 목숨을, 또는 피에 젖은 신뢰를 채우기 위해 이단의 수장을 처리할 텐가? 아니면 본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거절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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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누나라 부르던 사람의 옷소매를 만지작거리며 너를 잠시 보았다. 아직도 눈물 흐르던 제 눈을 반댓손으로 닦아내나, 그 감정까지는 차마 멈추지 못한 듯 네 얼굴 아직도 보지 못하고 제 손만을 바라본다.
" ..믿지 못하려고 한 건 아니라구.. 난, 정말로.. 그게 무서워서. 누나도, 보스도.. 다 날 떠날까봐. 그게, 난.. 무서웠다구. 근데, 그분은.. 뭔가 남아있을 것 같았어. 그냥, 그랬는데.. "
그러다, 네가 말 꺼내자 잠시 주춤, 하고는 대답을 망설였다. 다시금 너는 선택을 강요했다. 제 선택은 누구를 향해 가야 하는가? 아, 아직도 모르겠다. 뒤돌아 네가 던졌던 칼 집었다. 분명히 너는 보스가, 그리고 네가 사라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래, 그러면... 이 불신을 딛고 한번만 더 믿어보자.
" ...누나, 그럼.. 약속해줘. 나랑, 끝까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있어주기로. 보스랑, 다른 사람들도 모두. 만약 그 끝이 좋지 않더라도~... 같이. 알았지~..? "
그 말 남기고 제 손에 쥔 칼을 잠시 바라보았다. 한때 믿었던 신이라 하는 그분. 과연, 그분이 진심으로 신이라면 제가 생채기 하나 낼 수 있나? 어쨌든, 해보아야지.. 제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그러다, 잠시 눈 동그랗게 뜬다. 마치 제 손이 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듯, 작게 누나- 라고 중얼거리고서는 당황한 듯이 칼을 쥔 제 손 떨었다. 제 손은 이상하게도 제 복부 향해 있었고, 곧 쥔 칼을 제 복부에 박아넣었다. 잠시나마 제 눈이 본래의 푸른빛 되찾았다는 건 알고 있을까? 살짝 밖에 남지 않은 금빛이 제 눈물 따라 흘러내리는 듯 했다.
ㅡ
" ... "
순식간에 동료의 자결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모두 이렇게 하면 끝나는 것은 맞았다. 그럼에도 주체할 수 없는 마음으로 너에게 뛰어가는 자신을 발견한 뒤로는 기분이 멍해졌다. 한달음에 뛰어가 너의 복부를 지혈하며 피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헉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과호흡을 집어넣었다.
" ...왜 그랬어요. 날 믿지 당신이 왜 그랬어요... 정말 나빴어요. 잔인하고.. 이기적이에요. 자기 사리사욕 채우겠다고...! "
그 끝엔 자신이 있었다. 그를 이렇게 만든 것도 나였다. 그의 피를 보는 지점까지 도달시키고 내몰았던 것은 나였다. 벼랑 끝에서 그를 밀어낸 것은...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든 나 자신이었다. 난 보스를 위한 도구이다. 그러나, 그게 언제까지고 그럴 수 없단 것을 알면서도... 동료 역시 같은 처지임을 알면서도... 무지몽매했다. 우둔하고 아둔하고 우매하고 우활했다.
" ...눈 똑바로 뜨고 있어요. "
이런 쪽에 대한 정보도 있다. 교회 안에 있는 노란 천을 가져다가 네 배의 피를 꾹 눌러가며 지혈하는데 그 위로 하염없이 우는 촛농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결국 그런 사람이었다. 모든 것에 이해타산적인 이타주의자를 빙자한 이기주의자. 나는... 나는 무얼 위해 달렸을까.
ㅡ
" ...누, 누나아.. "
눈물 흘러 제 선혈과 함께 바닥에 뚝, 뚝 떨어진다. 저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너 빤히 바라보았다. 이런 반응이라면, 진정 자결하려 했던 것일지조차 의문이 들 테다. 애초에 자신을 다시 한번 믿어 달라고도 했지 않은가. 필시, 저의 그분이 무언가 했으리라. 저는 그리 생각했다만, 말 전하기에 제 말이 제대로 나오지조차 않는 것 같다.
" ...나, 이거...이, 이상한, 데... 난, 이번만큼은...누, 누나를 다시.. 믿으려고 했단 말야.. "
눈 몇번 깜빡이다, 그대로 네 손길에 제 몸 맡기었다. 흐르는 선혈과 눈물은, 겉잡을 수 없어졌으리라. 아,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그의 수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일까. 그 빛나는 금빛이 아닌, 바다를 닮았던 푸른빛으로. 허나, 그 푸른빛이 점점 심해에 잠겨가고 있으리.
" ...누나, 이, 있지... 진짜로, 노력..하고는 있는데... "
그러다 네 말에 어색하며 씁쓸한 미소 지어 보였다. 아프다. 복부 뿐만이 아니라 마음이. 네 마음에 상처 입혔을까봐. 제 의도는 아니었다 해도, 네게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깜빡, 눈 감았다 떴다. 네 모습 양껏 제 눈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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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됐단 것을 한참만에 깨닫은 것은 실로 어리석었다.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선혈을 계속 꾹 누르다가 본인 조차 패닉이 온 것이라도 되는지 냅다 초월적인 힘이라도 발휘해 널 품에 화락 안고 구두를 벗어 병원으로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 눈 뜨고 있어요. 꼭이에요. 내가 모든걸 돌려놓을게요. 내가 잘못했어요... "
아 얼마나 미련한가. 버릴 땐 버릴 줄도 알아야 하거늘 거기까진 자처하지 못한다. 이미 피가 너무 많이 흘렀으며 위험하단걸 안다면 버릴 줄 알아야했다. 이미 너무 오래 지체했다면 보스였다면. 그를 순순히 포기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유야 당연했다. 우리에겐 더 이상 쓰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럼에도 나는 달리 행동했다. 나는 그와 다르거든. 이게 내가 우매한 이유일 것이다.
미친듯이 달리는 그 발도 오래 버티진 못했다. 금세 스타킹의 올이 쭉 나가버리고 길거리에 있는 파편이라도 박힌듯 출혈의 향연이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은 채 미친 듯이 달리고 또 달려 병원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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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제가 저를 찌른 것으로 보이지 않을까? 무어라고 말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게 아니라고, 이번만큼은 제 잇속 챙기지 않고 너를 믿으려 했다고. 네가 저를 품에 안자 그때까지 손에 쥐고 있던, 제 혈흔 묻은 칼이 바닥에 챙, 하고는 떨어져 붉게 흔적 남겼으리라.
" ..누나, 그, 나는...윽, 하.. 이,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
네 말 따라 지금은 비어 있는 제 손 꽈악 쥐었다. 청소년기의 제 나이 따라서 삐뚤빼뚤한 손톱. 그것이 제 손바닥 꾹 누르면, 미간 조금 찌푸리지만 깨어 있기에는 적격이지 않을까.
그러다, 네가 달리고 달리다 스타킹의 올까지 풀어져 저와 네가 가던 길 뒤쪽으로 핏빛 흔적 남겨지자, 너에게 알리려는 듯 네 옷깃 쥐었으나, 네가 그것을 알고도 돌아볼 리는 없었으며. 결국 네 생각은 하지조차 않고 병원에 도착한 네게 저는 살며시 옅은 미소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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缺月
이지러진 달, 충돌한 세계.
* 마피아42 x 월랑 (늑대인간 게임) 기반의 팬픽션입니다.대부분 12인 교방 기준의 캐릭터 설정이나, 월랑의 16인 풀방 기준으로 직업 설정 및 수정을 거쳐 인원이 많습니다.추리의 즐거움을 위해 대화에서는 캐릭터의 부여받은 직업 이름을 서술하지 않습니다. 대화 서술은 월랑의 시스템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캐릭터의 말을 통해 공개된 직업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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