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마피아에게 납치된 정치, 그냥 심심했던 도둑 / ncp
* 오픈채팅 ‘;)'님과 갠역한 내용 붙여서 급조한 썰입니다… 납치가 주 주제다 보니 시리어스합니다. 아직도 갠역 중이니 멋대로 추가될 수 있습니다. 시점이 자주 바뀝니다! ’ ㅡ ‘ 가 위쪽에 있다면 시점이 바뀌는 선입니다. / 정치가 도둑의 아버지이고, 도둑은 정치가 자신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 집을 나갔다 - 라는 설정 따릅니다. 도둑은 너무 어렸을 당시라 정치를 기억하지 못합니다.(대부분) 익숙하다고는 느낍니다. / 마피아팀은 도둑을 기지에 두고 다들 일하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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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색 머리의 그는 찢어질듯한 머리의 고통을 시작으로 어두운 방 안에 깨어난다. 주변을 둘러봐도 사물의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 또한 제 뜻대로 쉽사리 풀리지 않는 상황. 제 수륜 굴려 이리저리 굴려봐도 긴박한 상황 속에 놓인 건 당연한 처사라 보아도 무방하니 더욱 머리가 지끈거림과 동시 한편으로는 뇌가 차분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떤 상황에 놓여도 논리로 제 위험을 쉽게 헤쳐나갔다만... 이건, 정말로 예상 외다. 지금 상황을 보아하면 폭력에 굴복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뒤틀린 사상까지 나타났으니, 말 다했다고 볼 수 있겠군. 세상은 아직도 살만하다 라는 건 과거에 불과하다고 느껴지니까.
지금 저를 이곳으로 끌고 온 자들을 생각하니 치가 떨렸다. 하루빨리 계획을 앞당겨 실행했어야 했는데. 저를 여기로 끌고 온 자들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듯, 제 입술 콱 깨물고서 조용히 기다린다. 적어도 말이라도 통하는 상식인이 왔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읆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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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 빙글..툭. 하늘빛의 머리를 가진 그는 제 보스가 두고 간 총 쥐어서는 심심한지 빙글빙글 돌리기만 한다. 분명 혼자 남는 것은 좋아하지조차 않는다. 그러나, 제 보스가 이리 혼자 남긴 것은, 그를 온전히 믿는 것이리라. 그래, 믿는 만큼은 해주어야지.
" ...흐아~ 심심하다~.. "
하지만 태생적으로 그, 장난기 많고 자유로운 성격이 어디 갈 일이 없었다. 잠시 제 보스가 맡긴 총 돌리다 시시해지면 내려놓고는, 제법 머리를 굴렸는지, 어제 제 보스가 한 말 기억해냈다. 지하에 누군가를 납치해놓았댔다. 그것도 영향력 있는 누군가.
그 정도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하고는 지하층으로 탓, 탓 하며 내려가서는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불을 팟, 켜서 거기 있는 이를 빤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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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으면 되려 청각에 더 집중되는 게 당연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음은 전혀 없었고, 이 결과로 불안감마저 커질 뿐이라 재빨리 생각을 멈추었다. 이후 화제 돌려 다른 쪽으로 생각하려던 찰나, 갑작스레 계단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를 듣고 흠칫 놀랐다. 보통은 이 상황에 위압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나 걸음거리에 나타나는 제 견해라고 한다면 어딘가 자유분방한 느낌. 저 자도 정말 마피아인가?
짧은 생각도 잠시, 지하실의 불이 켜지자 어둠에 익숙해진 제 눈이 부시는 바람에 앞을 보기 힘들어 눈살을 찌푸렸다가, 이후 익숙해질 무렵 저 앞에 있는 사람을 본다.
허, 잠깐. 지금 나랑 눈이 마주친 건가? 어디서 본 얼굴인데. 조금만 더 가까이 있다면 알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뒤로 미루기엔 찝찝한 감이 남아있었기에, 저 희미하게 보이던 사람의 형체를 바라보다가 이내 얘기한다.
" 거기, 가만히 서있는 것이 목적은 아닐 텐데. 무슨 일로 온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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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빤히 뚫어져라 보던 그는, 당신이 흥미로웠는지 그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걸음걸이에, 뭔가 재미있는 것을 찾았다라는 느낌의 콧노래가 섞이었다.
확실히 마피아나, 그런 무거운 느낌의 사람은 아니다. 그럴 만도 했다. 당신 쪽으로 다가간 그는, 밝은 빛에 이제 훤히 보이는 당신을 빤히 보았다.
" 뭔가 익숙한데, 뭘까. 아, 역시..유명한 사람이라는 걸까~.. "
그는 당신의 말에, 입 열어 대답했다.
" 무슨 일이라면, 글쎄~..보스가 데려온 사람, 확인차? "
그리 말하며 그는 저절로 나오는 웃음 참을 수 없다는 듯, 키득 웃었다.
" 이야, 우리 보스 대단하네. 완전 유명인이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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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 보여 형체를 알 수 없던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자 형용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정말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맞는가. 그런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당황한 기색 숨길 새도 없이 당신 바라보다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곤 꾹 참아내며,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듯 말을 이어간다.
" 보스라... 그래, 자네는 여기에 소속된 다른 사람인가. 그 보스라는 작자가 날 여기로 데려온 이유를 도통 모르겠군. 이렇게까지 험하게 대할 필요는 없을 텐데. "
얘기하다가 표정 구기듯 표정 변화 주다가도, 제 앞에 있는 당신 보면 그 분노가 여러 감정에 뒤섞여 머리가 멍해지는 느낌이다. 그 감정 탓인지 최대한 말을 아끼려는 듯 이후 입 다물며 마저 당신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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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수륜 데굴, 굴려서는 마침내 당신의 수륜과 눈 마주쳤다. 그러면서 당신의 질문에 냅다 내뱉은 건.
" 그거야~.. 보스 마음이지? 뭔가 익숙한 얼굴이니까, 음~ 유명인이기도 하고. 확실히 시민에겐 영향력 있는 사람 아냐, 아저씨는? 그러니까 데려왔겠지. 아~ 보스한테 물어보면 좋을 텐데. 뭘 할 수도 없고. "
그대로 제 수륜 다시 데굴, 굴리고는 드륵, 하며 의자를 끌고 와선 당신 앞쪽으로 와 앉았다. 분명 익숙한 얼굴인데, 왜일까-하며 고개를 잠시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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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자네는 날 풀어줄 마음도 없는 것 같고... 이거, 물에 젖은 생쥐 꼴이군. "
태연스럽게 얘기한 것도 잠시, 내 앞에 서있는 네가 그 이상한 조직에 속해있을 거란 사실에 더욱 놀랐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한숨을 내쉴 생각조차 들지 않았기에 제 물음에 답해준 네 얼굴 바라보며 마저 얘기한다.
" 자네는 날 모르는 눈치인데, 용케도 보러 온 거로군. 내가 어떤 사람일 줄 알고 그리 당돌하게 행동하는지. "
이 말을 내뱉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제 앞으로 의자를 끌고와선... 네가 다시금 저를 쳐다보는 행동. 질리지도 않는 건가? 무언가에 계속 의문을 갖는듯한 네 행동에 본인도 의아한 건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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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없지. 내가 아저씨 풀어주면 보스가 욕할걸? 뭔가 쓸모가 있으니까 안 죽이고 이렇게 데려와뒀겠지. 뭐, 덕분에 보스도 없고, 누나들도 없는데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
제 손 허리께로 올려 어깨를 으쓱였다. 이렇게 막 정보를 전해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을까, 하지만 제 보스가 이리 데려왔다면 쉽게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 여겼던 듯 다시 그 말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 저기, 아저씨. 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이젠 내가 물어봐도 되지? "
당신의 대답을 기대했던 것은 아닌 듯, 바로 말 이어 하기 시작했다.
" 그냥 텔레비전에서 본 줄 알았는데, 음~.. 우리 혹시 어디서 본 적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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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간단한 말동무라도 원하는 건가? 이제 살아있는 송장과 다름없는 내겐 출구는 없다고 얘기하는 것 같군. "
기가 차다는 듯 허, 하고 헛웃음 터트리다가 이후 말을 이어가는 당신 바라보고... 물어보는 내용에 충격 먹었다. 설마, 정말로 기억 못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찌 대화를 주고받아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내 입 연다.
" 만난 적은 있지. 자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만. "
얘기하면서도 그 씁쓸한 느낌은 지울 수 없는 듯, 시선 아래로 내려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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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거야, 음~..아저씨 하기 나름대로지, 뭐. 보스 마음에 들면 사는 거고, 아니면 깩~ "
장난치듯 실실 웃으며 제 손 들어 목 긋는 시늉 했다. 그러다, 핫, 하며 반댓손 들고는.
" 아아, 맞다. 보스는 이쪽이 아니지? 이쪽은 그 아저씨고. "
그러면서 들었던 제 반댓손으로 총구 모양 만들어서는 당신에게 쏘는 시늉 한다.
" 빵야~ "
그리 장난스레 소리내고는, 당신의 말에 고개 갸웃이며 다시 묻는다.
" 와아~..나, 이렇게 유명인도 만난 적 있구나..음, 어디서였지. "
당신 쪽으로 제 머리 들이대서는 다시 제 수륜 굴려 당신 바라보다, 일순 눈썹 찌푸리며 얼굴 팍 굳었다. 알아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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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자네 말도 일리가 있군. 그 높으신 보스라는 자가 바로 죽이지 않고 날 여기에 두고 간 것을 생각한다면야. "
당신의 장난에 반응은 하지 않는다. 저런 하나의 유희거리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한 끗 차이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정말로 총에 맞을 테니까.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아, 이런 식의 현실 직시는 원치 않았다만. 다시 머리 비워내듯 한숨 푹 쉬다가도, 여전히 움직이지 못하는 제 몸이 자신의 미래를 나타내는 것 같아 괜히 불쾌했다.
그리고선, 다시 되묻는 당신의 말과 이후에 저 굳어버린 듯한 표정... 기억난 건가. 그래, 나도 널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으니. 이제 반쯤 포기한듯한 모습으로 제 앞에 있던 너 바라본다.
이래서야, 여길 빠져나간다 한들 살아가기엔 너무 죄책감이 들 것 같았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위에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으나 제 앞에 앉아있던 널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그게 내가 해야 할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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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는 당신이 가치 있다고 보나 보지. 당연하잖아, 높고 인기 많으신 정치인이? "
당신 향하던 제 머리 휙, 하고 돌려 버린다. 손 들어 애써 제 머리 긁다가는, 쓰고 있던 모자 벗어 바닥에 내던져 버린다. 왜 이제 알아챘지, 바보인가? 괜스레 제 모자에 화풀이하듯 째려보았다. 그러다 수륜 굴려 당신과 다시금 눈이 마주치면 한마디 툭, 내던졌다.
" ...왜 그랬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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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말에 살짝 고개 까딱이다가 이내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과거의 행동에 대한 뉘우침인가, 조심스레 다시 고개 올려 널 쳐다본다. 그리곤 무거워진 입 조심스레 열어 네 말에 답한다.
" 고의는 아니었지. 그래, 그 당시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본다면... 썩 좋지는 않았던 것 같군. "
다시금 너를 보기엔 제 마음이 아려오는 것 같다. 지금의 내 몸으로는 네 앞으로 갈 수도... 아니, 무언가의 행동을 보이지 못하고 그저 네게 말만 해줄 수 있는 현실. 이게 과거의 죗값이라 한들 내가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네게 눈 마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시선만 바꾸다가 이내 다시 널 바라보며 짧게 말하였다.
" ...미안하다. 내가 널 그렇게 키우는 것이 아니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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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 좋지는 않아? 해줄 말이 그것뿐이야? 응, 그것뿐이냐고. "
아까의 그 장난스러운 태도는 어디 갔는지, 차갑게 식은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다, 일순 의자에서 일어서서는, 냅다 발로 의자 차낸다. 쾅, 하고 의자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 텅 빈 지하실에 울렸다.
" ..짜증나. "
쳇, 그러며 중얼거리고는 이어지는 당신이 하던 말에 어이없다는 듯 허, 하고 숨을 내뱉었다.
" ..지금 미안하면 다야? 다냐고. 난..당신을 집에서 본 적이 없어!..그 잘난 유명세가 뭐가 중요해? 하나뿐인, 당신 자식도 생각하지도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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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원래 내가 네게 받아야 할 시선과 행동은 이러했다. 이제 우리는 장난을 치더라도 가벼이 받아줄 관계는 아니니까. 그저 이렇게, 남보다도 못한 관계만 이어질 뿐이겠지. 그러다가도 제가 내뱉은 말에 답하는 당신 보며 마저 얘기한다.
" 그때는 일에 미쳐있었지. 오직 내 입지를 늘려가는 것 외에는 어떠한 것도 눈에 들지 않았어. 그래, 한마디로 고지식했지. 내 말이 전부 옳다는 식으로. 과거의 그 일들로 인해 현재의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글쎄. 이 상황까지 치닫고 보니 내 결정이 틀렸어. 나로 인해서, 너도 큰 상처를 입었고. "
당신 빤히 바라보다가 다시금 입 연다.
" 그래도, 다시 한번 말하자면... 미안하다. 용서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네게 꼭 들려주고 싶던 말이라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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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다야? "
제 미간 팍 구기며 당신을 보아..아니, 째려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렇게 막 사과해 버리면, 용서하기도 뭐하고.. 더 짜증내기도 어렵다. 어찌되었든 저와 피 섞인 사람이니까. 갈등하던 제 마음 바로잡으려는 듯 내던졌던 모자 집어들어서는 툭툭, 먼지 털고 다시 바로썼다.
" ..잘났어, 진짜. 당신이 그렇게 위상에 신경쓸 때, 내가..몇 살이었는지는 알아? 지금은? 하나뿐인, 아들.. 챙기지도 않고. 아무 관심도 없었으면서, 지금.. 지금 사과한다고 뭐가 바뀌어? "
짜증난다는 듯 제 눈 데굴, 굴리지만 아이는 아이다. 열 아홉밖에 되지 않은 제 나이 대변하듯 본인은 인지하지 못했을 눈물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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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얼 한들 네 마음이 변치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그래. 그 상처를 내가 감히 짐작할 수나 있겠나? 너는 그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느꼈을 테니까. 혼자서 이 사회 속의 규율을 지켜내기엔 너는 너무 어렸고, 순수했으며... 악에 물들기 쉬운 존재로써 다녔을 것이다. 그리하여 도달한 곳이 바로 여기겠지.
전부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정말로 하나뿐인 아들을 악의 소굴에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그리하여 네가 내뱉은 말들이 하나같이 화살로 되돌아와 내 가슴에 박힌다. 아, 분명 물리적인 충격은 없었으나 정말로 아팠다. 그럼에도 네 상처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에 더욱 아려오는 건 제 착각이라고 믿고 싶었다.
이후 조용히 당신 말 듣고 있던 찰나, 네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걸 보고... 적잖게 놀람과 동시 네게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지금의 내 처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여긴 그 악인들의 소굴일 터. 네가 순순히 풀어줄리 만무하며 저도 그러지 않을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네 옆에서 위로해 주고 싶다. 너를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늦었다는 것마저 알고 있다. 너는 이미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컸고 나 또한 네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것을 안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것 아닌가.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네게 닿기를 바라며 다시금 얘기한다.
" 그동안 힘들었던 네 마음의 무게는 지레짐작할 순 없지만, 이렇게까지 클 정도로 성장한 건... 다 네 노력 덕분이겠지. 이렇게라도 잘 자라주어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
슬며시 미소 짓다가도 여전히 당신 바라보면 가슴이 아려오지만, 그러하여도 내 마음이 네게 전해졌기를 조심스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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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 들어 흘러나오던 눈물 바로 닦는다. 그럼에도 제 옷깃 새로 뚝뚝 흐르는 감정의 비는 멎을 줄을 몰랐다. 소맷부리가 축축히 젖을 즈음, 더 이상 소용없다 생각했는지 슬 제 손 내린다.
" ...그렇게 사랑했으면, 그때..그때, 더 보여주지 그랬어. 응?..그때, 내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알기나 해?.. 근데, 당신은 나한테 하나도 해 준게 없잖아. 아, 뭐..있지. 있지, 그럼. 근데 당신은 돈을 쓴 것뿐이잖아. 당신이 나한테 마음 쓴 게 있어? 있냐고. "
그렇게 독백인지, 푸념인지도 모를 말을 내뱉었다. 그러다 일순 푸핫-하고 크게 웃어버린다. 이 상황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니라면 당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는 듯.
" ...진짜, 웃기다.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사랑한대?..이건, 아무리 봐도.. 내보내달라고 비는 거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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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몰랐다고 한다면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큰 것인지... 그때 당시의 난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집안의 전폭적인 지원이면 충분하리라고 믿었지. 그러면 잘 자랄 것이라 믿었지만... 전혀 아니었어. "
네 말이 전부 맞다. 여기서 이리 말해봤자 결국은 사형 일이 코앞에 다가온 사형수가 살려달라는 꼴과 같다. 여기서 사랑한다고 한들, 여기서 나간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는 거겠지. 물론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아무리 너와 내가 이런 자리에 있지만 네가 내 아들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지 않는가?
제 아들을 싫어하고 증오하는 자는 없으니까. 단지, 내 과실로 인해 내 아들이 이렇게 된 죄만이 남을 뿐. 그럼에도 난 네게 말해주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비는 목적으로 네게 말한 것이 아닌, 진심으로 널 사랑한다는 걸 말해주기 위해.
"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네게 해주어야 할 말이었는데. 자식에게, 하나뿐인 내 아들에게 계속해야 할 말이었어. 그런데 이제껏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
씁쓸한 표정 뒤 여태껏 네게 해주지 못한 것들이 떠오른다. 그래, 너도 하나뿐인 내 아들이자, 소중한 생명인데. 이런 말 하나 해주지 못해 지금까지 이랬는가. 차라리 여기서 인생의 종착점을 맞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제 아들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한 내가 시민들을 전부 지켜낼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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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랐다고 하면 끝인 줄 알아? 나 참, 당신은..진짜 사람 짜증나게 해. 그렇게 집에서 나오고 나서도 당신은 계속 봤었어. 왜, 유명하신 정치인이잖아? 시민들에게 인기도 많고. 매체에서도 막 나오고. 기사도, 뉴스도. 근데 당신은 그럼에도, 나는 신경 쓰지 않았잖아. 아냐? 한번도 그런 데서, 자기 아들이 실종되었다고 해본 적 있어? 실종 신고도 안했겠지. "
아직도 흐르는 눈물에 대항하듯 미간 잔뜩 찌푸려서는 자꾸 당신을 탓하는 말 내뱉었다. 제 갈등하는 마음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말해야만 되는 것처럼. 그러다 생각했다.
아, 정말이지. 왜 지금인 건가, 하고. 조금만 전에, 내가 보스를 만나기 전에 당신과 만날 수 있었다면 달라지는 게 있었을까? 그렇게, 화해했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 제 미간 찌푸린 것 풀고는 오만가지 생각이 흘러갔다. 그러다, 당신이 말을 이어가면 슥, 소매 들어 제 눈 닦고 자기도 말을 이었다.
" ...그러니까, 왜 지금이냐고. 왜. 지금이냐고. 지금이 아니었다면, 당신이 나한테..그런 말을 했겠어...? 난, 그냥.. 우리 가족이 행복했으면 했어. 사랑 넘치고. 근데, 당신은..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잖아. 그게 참을 수가 없는데... "
그러다 갑자기 제 말허리를 뚝 잘라내었다. 돈만 있으면 된다. 그건 제 아버지의 생각뿐만이 아니라, 지금의 제 생각이기도 했다. 사랑은 받지 못하였지만, 지원은 받았었다.
그렇기에 집을 뛰쳐나왔을 때, 아무것도 없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소매치기를 시작했고, 그에 천부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니까. 이렇게 당신을 마냥 비판할 수야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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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네가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세상은 넓고, 보는 눈들도 많으니까. 그러고 일주일, 한달...... 계속 지나고서는 더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았지. 이미 널 찾기엔 글렀고, 너 또한 날 찾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
생각해보면 참 단순한 것을. 내 앞에 보이는 저 아이는 정말로 눈앞에 보이는, 내 사랑만을 원했을 텐데. 그저, 지금 와서 얘기하는 말 하나하나가 변명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변명이라고 한들 뭐가 달라지겠는가. 결국은 네 상처가 아무는 일은 없을 텐데. 네가 하는 말 들으며, 가만히 있다가... 중간에 말이 끊기자 잠시 의아해한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 우리 가문을 세우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시도 일을 뺄 수 없었고, 남들의 시선 속에서도 잘 나가기를 바랐는데. 가문을 운운하기 전, 바로 근처의 가족을 챙기는 것이 우선이었구나. "
이후 고개 숙여 가만히 생각한다. 더이상 널 볼 염치도 없고, 얘기하자니 자꾸만 반론을 제기하는 꼴이 되니까. 그저 네 말이 다 맞다고 생각하고 싶다. 네 잘못은 없다. 그저 부족한 나를 탓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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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 그냥 포기했다는 게 웃기잖아. 뉴스에, 기사에 그렇게 나오면서도 자기 아들이 없어졌다, 라는 말 하나조차 못하는 거야? 응?..아하하, 진짜로..바보같아. "
그대로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제 머리 부여잡고 갈등하는 듯 몇 번 흔들어대었다. 그러다, 고개 들어 당신과 다시 눈 맞추었다. 당신의 가치관, 그리고 행동이 제 생각에 영향 끼쳤으니, 돈이 제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못하는 듯 했다.
" ...언제나 그랬잖아, 당신은. 가문이 더 중요하고. 본인의 명예랑 위상이. 가문이 중요해?..가족보다? 난 그게 이해가 안 간다는 거야. "
그러다 한숨 푹 쉬고는, 못 꺼낼 말 꺼낸다는 듯 입술 꾹 물다가 입 열어 말했다.
" 그렇게 도망치고 나서, 도둑질을 했어. 소매치기 같은 거. 당신이.. 하하, 당신이 챙겨주던 그 부가 그리웠나 보지. 그러다가 보스를 만났어. 처음엔 보스를 털려고도 했는데, 걸려버린 거야. 그래서, 음.. 보스는 근데, 날 탓하지 않았어. 오히려 내 재능을 알아봐 주었었지. 그러니까...그러니까 돌아가지 않은 거야. 이곳은 누구와는 다르게 날 챙겨주잖아. "
그는 흐르는 눈물 막으려는 듯 제 양손에 얼굴 파묻었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손 안쪽에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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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스컴에 큰 타격이 올 것도 충분히 고려했다. 유명 인사의 아들이 가출했다고 올라오면, 충분한 먹잇감으로 자리매김할 테니까. 결국 그런다면, 만일 네가 돌아오더라도 원래의 위치에서 살 수 없었을 테지. 그래도, 네 말마따나 정말 바보 같고... 어리석었던 행동이야. "
결국은 너도 가족인데. 라는 말은 차마 말해내지 못하였다. 지금 와서 네 가족임을 말한들 너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저, 너와 이어져있는 건 제 피가 섞인 육체뿐인데도.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걸 알고 있다. 과거에는 오직 명예만을 위해 살았으니까. 그것이 살아남을 수 있던 길이고, 모두를 위한 것이리라 생각했으니. 물론, 다시 돌이켜보면 썩 좋지는 않았던 일이지만. 그리고, 네가 눈물을 다시 보이자 그 모습 제 눈에 담을 수 없는 듯 고개를 돌리려다가도, 움직이려고 하면 덜컥, 하는 소리와 함께 네 곁으로 다가가질 못한다. 여전히 나는 여기에 잡혀있는 신세니까. 결국, 마지못해 나직한 목소리로 네 말에 이어 말한다. 더이상의 변명은 없어야 하기에.
" 그래, 그때 당시에 네게 챙겨준 것은 그것뿐이었으니... 어쩔 수 없구나. 그럼에도, 네가 이런 조직에 있는 것을 권하지 않고 싶다. 너 같은 어린애들까지 이용할 정도면... 정말 악랄하다고 볼 수 있지. 이용할 것이 없으면 어린아이를 가지고 이런 짓들을... "
정말 참혹하다. 제 아들을 저리 몰아넣은 것은 내 책임이지만, 이런 아이를 어떻게든 써먹겠다고 그 자가 자신의 부하로 써먹는 꼴은... 정말이지, 이런 나라도 못 봐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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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매스컴 타격 따위로. 가족이잖아..아냐? 그렇게, 당신은 당신 위치가 중요했고. 그냥 그것뿐이잖아. "
제 얼굴 가리던 손 살짝 떼서는 작게 중얼거렸다. 제가 그렇게 집 떠나버리고서, 저도 이곳저곳에 돌아다니다..그래, 저도 뉴스를 탔었다. 물론 당신처럼 좋은 뉴스는 아니었다. 수배도 되었었지, 아마? 저는 당신처럼..적어도 영향력이 좋은 사람 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도벽이 있는 녀석이, 어찌 착한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제가 당신 곁에 있어봤자 그렇게 잘나했던 당신의 위상에 먹칠 할 뿐이었겠다.
" ...지금보다 어렸던 나한테, 눈길 하나 안 준건 누구고. 여기 있는 걸 권하지 않고 싶어? 그러면, 내가 뭐 어떡하는데?! "
몸 벌떡 일으키며 갑자기 당신에게 소리쳤다. 그러다, 잠시 벙쪄서는 헉, 하고 탄식 같은 소리 낸다. 이런 게 문제였다. 제 도벽이든, 제 참지 못하고 욱하는 성격이든. 할 말 안 할말 가리지도 못했고 말이다. 그렇게 벌리고 있던 입 꾹 누르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 ..내가, 여기 아니면 어디에 있을 수 있다고, 이제?..시민들도 이제 알 거 아냐. 내가...난 이제 거기 낄 수 없는 거야. 그렇잖아... 어느 누가, 도둑 따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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缺月
이지러진 달, 충돌한 세계.
* 마피아42 x 월랑 (늑대인간 게임) 기반의 팬픽션입니다.대부분 12인 교방 기준의 캐릭터 설정이나, 월랑의 16인 풀방 기준으로 직업 설정 및 수정을 거쳐 인원이 많습니다.추리의 즐거움을 위해 대화에서는 캐릭터의 부여받은 직업 이름을 서술하지 않습니다. 대화 서술은 월랑의 시스템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캐릭터의 말을 통해 공개된 직업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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