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마28:20
좀비 아포칼립스 AU, 교주.
환난 날에 나를 불러라. 그러면 내가 네게 함께하고 영화롭게 하리라. 시편 50장 15절.
서른 여섯 살에, 신장 179cm. 이단, 사이비, 거짓 신 등으로 불리는 인물.
하지만 신도들에게만은 신으로 추앙받고 있음에 틀림없다.
살아서 걸어다니는 시체들. 이를 ‘죽지도 살지도 못한 자’, 또는 ‘그 여자의 부활도 통하지 않을 것들’이라 칭한다.
그 시체들이 나타난 뒤로의 모습이라, 대체로 원래의 모습과 가장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항시 착용하던 연회색 겉옷은 어디에 내다버린 것일까, 온데간데 없으며
넥타이는 맬 필요성을 찾지 못한 듯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풀어 목에 두르기만 했다.
허나 예의 그 노란빛의 꽃은 계속 가슴팍을 지키고 있다더라.
어디서 다쳐 온 건지, 한쪽 다리의 무릎과 다른쪽의 발목 부근에 붕대를 두르고 있다.
신의 몸을 다치게 한 것이냐, 라 묻는 신도들에게는 이 재앙 속에서는 필시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라며 대꾸했다.
그에게 영광을 돌리라. 이는 그의 심판하실 시간이 이르렀음이니. 요한계시록 14:7
이 사태가 일어난 것을 모두 재앙이라 칭한다. 재앙, 고난, 고행.
이 끝에는 구원이, 새로운 세상이 있으리라 말한다.
어찌 보면 이 사태로 인해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해진 사람들도 있으리라.
필시 재앙의 예견 때문이 아닐까? 악인들은 모두, 재앙을 받으리라- 했던 말에.
그리하여 지금은 저, 인권조차 없을 시체들은 불신자이며, 악인이라 말하고 있다.
믿으면 구원받으리라, 라는 그 허황된 말을 내걸고 있지만
전보다 상황이 악화된 이 도시에서 누가 믿지 않으리.
예의 그 총구잡이들이 판치던 것보다,
살아움직이는 시체들 - 전염성도 갖춘 - 이 공격하는 것이 더욱 공포심을 조성하기에는 딱이지 않나.
그러므로 고난을 받는 자들은 또한 선을 행하는 가운데에 그 영혼을 미쁘신 창조주께 의탁할지어다. 베드로전서 4장 19절
재앙이 교당을 피해 간 것도 한몫 하였다. 교당은 무슨 일일지, 필시 불신자들의 일이리라, 반쯤 무너졌다.
하지만 남은 절반에 휴식실, 예배당 등 편의 시설이 남아있던 터라 제 신도들의 편의는 보아줄 수 있었고,
그 남은 절반 때문에라도 신도들은 이를 기적이라 칭하기도 했다.
멸망 전 교당 주위에는 5층 정도 되는 건물들이 빽빽히 숲을 이루고 있었으나,
지금은 철근이 보이는 곳도, 무너져 형체가 없는 것도 보이는 등 교당 근처에는 그곳 외 멀쩡한 곳이 없어 보인다.
햇살을 받아 금빛으로 번쩍이는 그 종도 그대로 있었다.
허나, 주변의 멸망이 잦아들기 전에는, 구원이 찾아오기 전에는 다시 울리는 일 없으리라.
저 종이 울린다면, 시체들이 몰려 신도들이 비참히 죽을 것을 저도 잘 알고 있기에.
이곳으로 인도하사 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신명기 26:9
그렇다면 교단의 상황도 이전 그대로일까? 아니, 그렇지 않았다.
건재한 건 제 몸뿐이지, 교단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물론 신앙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저를 향한 믿음이 바뀐 것은 아니리라.
- 그랬다면 저 시체들마저도 교묘히 이용하여 제 입장의 이단을 처리했을 테지.
신도들을 모두 지켜야 하는 제 입장,
그리고 신세계의 신을 보호하려 하는 신도들의 입장이 어쩌면 이리도 맞아떨어져서는.
제가 가져다 주는, 그리고 신도들이 가져오는 식량은 제게 조금 더 많이,
나머지 신도들에게는 거의 공평하게 나누어 떨어졌다.
하지만 원래도 없는 식량을 나누고, 또 제게 많이 분배하니,
자연스레 신도들의 건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몇은 저에 대한 믿음으로만 버티는 듯 했다.
그런 이들에게는, 저를 끝까지 믿고 버틴다면 사후에도 신세계가 있으리라- 라며 다독인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요한 16:33
신앙은 변치 않았다. 신도들의 것도, 제 것도.
저는 신세계의,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될 몸이다. 그러니, 신도들을 이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저를 믿는다면 죽어도 평안이 있으리라. 그리 말하는 것이 대부분.
광신도와는 멸망의 시작 전에 헤어졌다. 아마 작은 소일거리를 시켜, 잠시 자리를 비우게 했겠지.
아니, 어쩌면 잘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나, 저의 가장 충실한 신도가 불신자를 척결한다는 목적으로
시티 시민들의 반 이상을 감염시키거나, 죽이는 것을 보지 못했고.
둘, 교당이 무너진 그날, 제가 따로 마련해주었던 광신도의 방이 잔해에 깔렸기 때문에.
하지만 저는 제 신도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불신자가 있다면, 세상을 구원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에.
그리고, 저를 믿는 이니 언젠가는 돌아오겠다, 라는 믿음이 있기에.
두려워 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이사야 41:10
교당에서 구할 수 있는, 제 몸 지킬 것이 뭣이 있겠는가?
고작해보아야 식기로 쓰던 나이프, 촛대, 이런 구시대적 것들 뿐이리라.
몇몇의 신도들은 총명하게도 깨진 유리조각 나뭇가지에 이어붙여 칼 비슷한 것을 만들었지만,
그것도 내구성이 퍽 좋지는 않을 테다.
저는 그 총잡이들에게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멸망 전부터 챙기고 있던 것인지,
예비 총알이 없는 권총 한 자루 가지고 있다. 여차하면 쏠 생각이리라.
보통은 전투를 즐기는 쪽은 아니다.
식량 수급도 제가 아닌 신도들이 대부분 하기도 하고.
즉, 제가 그 걸어다니는 시체들을 마주할 일은 거의 없음이라.
그러니 따로 무기를 지닐 필요가 없겠지만서도.
서술했듯 권총 한 자루, 그리고 무릎 쪽 붕대 안쪽에 숨겨진 작은 나이프 하나.
작지만 제 부름을 듣고 신도들이 오기까지 버티는 데는 충분할 것이다.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막9:23
제가 죽을 때까지는, 이 금빛 교단은 건재하리. 그러니,이 손을 잡고 새로운 세상에서, 구원의 세상에서. 함께합시다.
-
그래서 이 죽음의 벌을 멈추게 하여라. 출애굽기 10장 17절
교단의 금빛 우상이 추락했다. 추락한 종은, 종탑과 휴식실 일부를 붕괴시켰다.
물론 그 잔해 밑에 파묻힌 신도들도 있으리라. 제가 그들을 꺼낼 재간 있을까? 아니다.
저는 그것의 추락이 저의 추락 의미하지 않는다며 신도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붕괴와 함께 잠시 동안 걸어다니는 시체들의 시선 끌었으나, 다행히도 피해는 없었다.
이제 더 이상 금빛으로 번쩍이는 구원의 종소리 들릴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제 언변으로 지금의 신도들 정도는 유지할 수 있으리.
저를 믿는 이들을 계속 믿게 하는 것은 쉽다.
그들이 저를 향한 그 신앙심 계속 유지하기만 한다면.
그래, 믿음이 있다면.
그러니 저를 계속 믿어달라, 안심시키고 붙잡아 두는 수 밖에 없다.
잔해에 파묻힌. 이제는 이름도 불릴 수 없고 얼굴도 보지 못하는 제 신도들.
그 신도들을 이단이라 칭해가면서. 불신자라. 불신자가 신도들 사이에 섞였으니 이런 재앙 일어났다면서.
그러니 저를 믿지 않는 이가 남았더라면 또 이같은 재앙 일어날 수 있으리.
믿으라, 그리하면 안전할 수 있으리라.
그리 안심시키는 것이 제일이지 않겠는가.
제가 살아있다면 신세계는 언젠가 이룩될 것이니. 믿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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缺月
이지러진 달, 충돌한 세계.
* 마피아42 x 월랑 (늑대인간 게임) 기반의 팬픽션입니다.대부분 12인 교방 기준의 캐릭터 설정이나, 월랑의 16인 풀방 기준으로 직업 설정 및 수정을 거쳐 인원이 많습니다.추리의 즐거움을 위해 대화에서는 캐릭터의 부여받은 직업 이름을 서술하지 않습니다. 대화 서술은 월랑의 시스템과 비슷하게 진행됩니다.(캐릭터의 말을 통해 공개된 직업은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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